151번 버스에서 만난 소녀 - 목필균
늙지도 죽지도 않는 소녀가
맨발로 버스를 탄다
흰 저고리 검은 치마
싹둑 자른 단발머리
미소를 빼앗긴 분노의 두 주먹
누구를 위한 희생이었는지
신록의 생가지 찢긴 고통
짓밟혀 으스러진 질경이 잎사귀
뜯겨진 꽃봉오리들의 상처는
영원히 떨어지지 않는 피딱지들
귀향조차 부끄럽던 할머니들이
세월 따라 한 잎 두 잎 떠나가는데
봉합할 수 없는 고통은 잊힐 수 없어
하늘과 소통하는 새를 어깨 위에 얹은 채
명예회복과 진정한 사과 받기를 소망하며
소녀는 맨발로 버스를 타고
일본대사관이 있던 안국동로터리를 달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