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노는 뭔가 유키노에 대해 자기 혐오가 아닐까요?
찔끔찔끔 나오는 하루노 얘기 들어보면
1. 머리 겁나 좋음
2. 예쁨
3. 집안 좋음
뭐 사실 조건만 보면 겁나 좋아보이지만 실제로 살아온 걸 보면
1. 엄마가 극성이라 자꾸 속내를 감추고 들볶음
2. 집안이 집안이라 자꾸 이상한 곳 의지에 상관없이 불려다님
3. 머리만 보면 탑클래스인데 치잡대감
사실 유키노한테 "너한테 자신은 있는거니?"라고 까지만 막상 하루노에게 '자신 스스로'라는 건 있는가? 혹은 있었나? 물으면 글쌔요..?
스스로 주도하고 표현해야 할 감정은 철통방어로 드러내지도 않고,
진로는 자기의지와 관계없이 정해지고
자신의 의지와는 관계없는 지역 행사에 강제로 참가하는데도 진실된 마음을 표현은 커녕 적당히 같이 어울리고 시키는대로 합니다.
그래서 '나의 진짜 모습'을 찾아주길 원했고, 그 상대가 하치만이었던거죠.
즉 대충 결과만 보면 하루노는 자신의 의지든 아니든간에 자신이 주도하는 삶은 살지 못했고, 지금 역시 그래요.
그래서 동생이 더 싫은거에요.
"넌 왜 나와 달리, 그 누구도 이렇게 하라고 강요하지않는데 스스로 살아가지 못하니?" 같은 느낌으로요.
제 주변에 스스로 살아가지 못하는 (의존적인) 아이들의 특징을 보면요,
전부 부모든 누구든 일일이 간섭해요. 공부는 학원 과외에, 가치판단은 부모에, 해야할 일 또한 부모에게 의존되어 있고, 하나부터 열까지 전부 챙겨주거나 지시하죠.
아마 유키노 집안도 같을꺼에요.
아마 유키노의 부모는 어느 극성 부모가 그렇듯 자신의 야욕을 '너를 위해서란다.'라고 그럴듯이 명분을 세우고 강요하는 부모일 확률이 높겠고, 대충 짐작은 가죠.
그러다보니 유키노는 "기댈 곳이 없으면 자신이 있을 곳 조차 찾지 못해."라고 말하는거에요.
언제나 누군가 끌어줬으니 스스로 자신을 끌어나가는 법을 모르는거고, 하루노와 달리 유키노는 '가족과는 분리되어', '극심한 강요에 시달리지 않는 상태'인데 자신이 그토록 혐오하던 자신을 쫓고, 자신을 벗어나더니 하치만을 쫓고 있으니 속이 탈 수 밖에요.
(개인적인 추측이지만 하치만에 대한 감정과 예전 하야토에 대한 감정은 비스무리 할 것 같아요. 굳이 따지자면 하치만에 대한 감정=과거 하루노+하야토 같은 느낌? 사랑하고 좋아해서 자신이 능동적으로 쟁취하고 서로 기대기도 하고 기댈 어깨를 주기도 하는 그런 관계가 아니라 일방적으로 기대려고 하는 강한 의존심이라고 해야할까요? 이건 하치만에게 수제 쿠키를 전달하려고 할때, 주지도 못하고 자리를 비켜주려는 유이는 보내지도 못하고 안절부절할때나 마지막 유이가 쿠키를 건낼때 자신도 가방을 만지작거릴 뿐 이내 포기해버리는 모습을 보고 대충 추측해봤어요.)
또 한가지 주목해서 볼만한 대사
"자매 싸움은 집에서 해줄래요?"
"무슨소리야? 우리는 자매싸움 해본적도 없어."
이거 은근 의미있어보여요.
싸움은 의견 충돌이 있을때 일어나요.
서로 양보 안하고 스스로의 생각이 옳다고 여길때요.
근데 안싸워봤대요.
하루노는 계속 유키노를 갈구고 유키노는 거부하는 듯 보이지만 한번도 제대로 반항한 적 없어요.
인간관계는 서로 상처주고 상처입히는 것의 연속인데 싸움은 쭈욱 피하기만 했던거에요. 자매간의 관계도 거짓이란 소리..
아마 하루노는 유키노한테 전화했을때 조금이라도 반항을 듣고싶었을 수도, 하치만에게 바꿔달랬을때 "내 얘기잖아! 나한테 이야기 해!"를 듣고싶었을 수도 있었을꺼에요. 하지만 유키노는 그저 하라는 대로 할 뿐...
하치만이 바라보던 유이, 유키노도 결국 다 착각이었어요.
남의 눈치를 잘 보고 배려하려고만 하는 "由比ヶ浜らしい"한 착한 아이 유이.
어떤 눈치도 보지 않고 꿋꿋히 할 일을 해나가는 유키노.
하지만 정작 "자신의 할 일은 스스로 하는거야. 그러기 위해선 죽도록 스스로 노력하는 수밖에 없어"를 유이에게 외친 유키노는 극도의 의존증을 가진 연약한 아이였고,
유이는 착하기만 한 자신을 이겨내고자 끊임없이 스스로(쿠키가 보여주죠. 아무것도 제대로 못만들던 유이는 자신의 목적, 하치만에게 주기 위해 1년 가까이 오직 스스로 노력해서 제대로 된 쿠키를 만들고, 전달까지 합니다.) 방법을 찾는 강한 아이였어요.
참 역설적이죠? ㅋㅋ
그런데 봐요.
하루노는 근데 유키노를 위해 제대로 조언해주는 것일까요??
아녜요. 스스로 찾은 자신의 길을 찾으라고 '강요'에 가깝게 집착을 하고, 유키노의 행동을 자꾸 간섭해요.
응??
그래요 앞서 말한 '극성 부모'와 같고, 자신이 그토록 증오했을 자신의 부모와 같잖아요.
요구하는 것이 이름만 바뀌었을 뿐 결국 강요잖아요.
스스로 하길 원한다면서 스스로 하라고 계속 스스로하려고 노력하는 모든 일에 조금이라도 균열이 생기면 귀신같이 간섭해서 오함마로 후려 갈깁니다.
그렇게 까지 해서 찾은 유키노 자신의 길은 정말 유키노 자신의 길일까요? 아니면 하루노가 원하던 유키노의 길일까요??
그간 우리는 '하루노는 맞다.'를 기준으로 생각을 했지만 지금 틀린 것은 하루노일 수도 있어요.
아마 유키노가 하루노, 부모, 하치만에게 첫 '반항'을 할 수 있을때 스스로의 길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요?
특히 하루노와는 '자매싸움'을 비로소 처음으로 벌일때말이에요.
하루노는 자기혐오로 유키노를 미워하지만
스스로도 혐오하던 강요를 남에게 가하는 모순적인 캐릭터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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