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수진 성우가 생각하는 루피와 동료들..... JPG
Q. 에디터 질문 |
'위대한 개차반'
Q. 매회 루피를 연기하면서, 그의 변화를 가장 많이 느끼실 것 같습니다.
A. 제 시간으론 14년이 지났고, 이야기 속에서 2년이 흘렀죠. 조금 사람다워진 것 같습니다. 형 에이스를 떠나보내고, 조금 철이 들었어요.
이 아이가 악한 마음이 없어서 그렇지, 성격만 놓고 보면, 이런 표현을 써도 될지 모르지만, '개차반'이거든요. 욱하는 다혈질에, 위아래도 없고, 무조건 반말하고.
정의감, 의리, 순수함을 빼놓곤 '개차반'이죠. 아직 사람으로 온전하지 않아요.
Q. 굉장히 새로운 해석입니다.
A. 그런데 그 의리와 동료애 하나에 목숨을 거는 그 순수함은 누구도 가질 수 없는 겁니다. 어떤 상황에서도 이기적인 선택을 하지 않아요.
그럴 마음이 없다는 게 놀랍죠. 형을 보내고 나서는 참을 줄도 알고, 의젓해졌어요.
Q. 목소리 연기하면서 아들 하나 키우는 심정이신 것 같네요.
A. 걱정되죠. 얘 언제까지 이러고 살려나. 또 하나의 걱정은 루피가 이렇게 거칠게 살면, 내가 힘드니까요.
루피는 문화와 국가를 불문하고 사춘기 청소년의 자아와 같은 캐릭터에요. 친구가 제일 좋고, 세상의 기준에 반발합니다.
"나는 자유로워 질 거야!" 이 소리 없는 아우성, 이유 없는 반항, 나도 모르게 뱃속에서 끓어오르는 울분을 루피가 대변해줍니다.
그 추억과 감성은 성인이 돼서도 이어집니다. 어른이 돼도 세상은 살기 힘들잖아요.
막 외치고, 때려 부수고, "고무고무!"하면서 누군가와 싸우고 혼내주고 싶지만, 어른이라서 더 못하죠.
그래서 아이들도 어른들도 루피를 보면서 위안을 받는 것 같습니다. 순수한 개차반이라서.
Q. 루피와 세대 차이를 느끼실 땐 없나요?
A. 열혈 소년들을 연기 할 때 힘든 부분이기도 하죠. 애니메이션의 본질은, 그것이 성인을 위한 것이라 해도 본질적으로 동심에 호소하는 선물입니다.
애니메이션을 많이 하는 저로선 철이 안 들어야 하는데, 나이 먹고 철드는 게 걱정이긴 합니다. 다행이 제가 철이 좀 더디게 드는 편입니다.
그래도 루피가 조금 빠르게 성장해주면 좋겠습니다. 감성과 물리적 목소리의 간극이 벌어지지 않도록 말이죠.
Q. 루피가 가장 어리광 부리는 상대는 누구일까요?
A. 나미겠죠. 저는 로빈을 더 좋아하지만, 루피는 나미예요. 티격태격 싸우고, 치고받으면서도 우애가 깊은 남매 같죠.
Q.고고학자 로빈은 무서운 누나?
A. 사춘기가 막 시작할 때, 역사를 가르치는 교생 선생님을 향한 마음과 비슷할 겁니다. 굉장히 지적이고 매력적이고 시크한, 그래서 짝사랑하는 역사 선생님.
Q.그렇다면 조로는 든든한 형인가요?
A. 아니요. 바보탱이 형.
Q.상디는요?
A. 남자들 사이에서 하나씩 있는 친구인데, 허세 있지만 밉지 않은 얼굴 마담.
Q.쵸파는 어떨까요?
A. 쵸파는 귀엽고 지켜줘야 하는 동생입니다. 루피가 심성이 착하기 망정이지, 만약 루피가 악당이었다면 쵸파를 엄청 괴롭혔을 겁니다. 소위 '빵셔틀'처럼 이용했겠죠.
Q.루피가 우솝을 어떻게 생각할지 궁금하네요.
A. 루피도 저와 비슷할 것 같아요. 만약 제게 밀짚모자 해적단에서 루피가 아닌 다른 캐릭터를 연기하라고 한다면, 우솝을 하고 싶습니다.
정말 정말 좋아합니다. 우솝의 허세, 그 본질은 두려움과 겁입니다. 그는 두려움을 숨기고 싶어서 용기 있는 척 가장하는데, 그것이 진짜 능력으로 발휘됩니다.
우솝이야 말로 진짜 능력자, 성장하는 자기 극복의 캐릭터죠. 우솝이 사람들에게 힘과 용기를 주는 이유입니다. 목소리 연기가 정말 어려운 인물이기도 하죠.
우솝을 연기하는 일본 성우 야마구치 갓페이는 제가 가장 좋아하는 성우이기도 합니다. 저와 그는 캐릭터 공통분모도 많아요. 이누야샤, 남도일이 겹치죠.
우솝도 한번 연기해보고 싶네요.
Q.루피가 상대적으로 늦게 합류한 프랑키와 브룩을 어떻게 여길지도 듣고 싶네요.
A. 루피에게 모든 동료는 그냥 동료예요. 관계의 깊이가 누구를 먼저 만났고, 누군 나중에 만났다는 시간의 양에 따라 달리지지 않습니다. 공평하게 동료죠.
이것이 리더 루피의 장점입니다. 무식할 만큼 단순한.
-맥스무비 12월 호 중
에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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