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자요이는 '하늘은 내 위에 사람을 만들지 않는다'고 비아냥거렸다. 그런 인간이 만들어 낸 건조물에 이구아수 폭포와는 또 다른 신비한 고양감과 감동을 느끼며 두 손을 움켜쥐었다. 돌연변이 '개체'로는 도저히 불가능한 순수한 기술. 그것은 '종'으로서 계통수를 쌓아 온 인류이기에 도달 가능한 공적의 증거였다.
문제아 시리즈 8권입니다.
7권에서 이어 전반부는 마왕 아지 다카하와의 전투입니다. 마왕과의 압도적인 전력차에도 굴하지 않고 시간을 벌어보려는 이자요이, 자신들의 능력을 살려 아지 다카하의 분체와 싸우는 아스카, 요우가 그려지고 있습니다. 한편으론 진정한 마왕인 라스트 엠브리오 그리고 주최자권한이 만들어지게 된 배경이 다뤄집니다.
불리한 싸움 끝에 세상의 악성을 대표하는 아지 다카하의 삶의 방식은 이자요이 마저 매료시켰고 이자요이는 자신의 눈앞에 닥친 산봉우리를 절망이 아닌 고양감으로 마주하며 달려나갑니다. 개인적으로 근 15년 간 본 악역 중 가장 멋진 악역과 가장 매력적인 주인공이네요.
후반부는 외전입니다. 당시엔 뜬금없었지만 사실 그대로 본편을 진행하면 작품에서 바라는 '지혜'의 주제와 주요 떡밥에 빈부분이 생기기에 과거에 다른 곳에서 찔끔찔끔 연재됬던 외전을 끌어오게 된거죠. 전개 실패로 봐도 무방하고 이런 외전 방식의 보충은 별로 좋아하진 않습니다.
다만 문제아 시리즈는 작가님 본인 문제보다 외적 문제가 컸던 만큼 작가님이 작품의 본래 지향성을 눈에 안띄게 진행하다 터트릴 날을 기다리고 있었던 것일테니 1부의 이런 필연적인 전개적 뒤틀림은 항상 안타깝네요. 초반부 작가후기에 초기 세계관을 포기한 척 일부로 공인하고 계속 뒷작업을 하고계셨던거니 말이죠. 이렇게보면 어마금이 에이티식스같이 본인색대로 쓰는 작품들은 엄청 운이 좋은 사례가 아닐까 생각되네요.
조로아스터교는 인도 신화와 같은 뿌리를 두고있는 이란계 신화의 연장선상에서 생겨난 종교입니다. 창시 추정시기는 다양하지만 문제아 시리즈는 가장 오래된 연대 쪽을 차용한것 같습니다. 현대까지도 그럭저럭 신자가 남아있는 이 종교는 선과 악, 빛과 어둠을 대립을 주제로한 종교로 이원론적 우주관은 유대교와 어느정도 서로 영향을 교환하며 이후로도 여러종교들에 영향을 주었습니다. 이들의 우주관은 이원론을 그리나 당연히 사람들이 숭배하는 종교인 이상 교리상으론 마지막엔 반드시 선이 승리할 것이 약속되어 있습니다.
초대 살라만드라 성해용왕의 정체는 도교의 흉신 태세성군으로 도교의 천문관에서 목성의 역위에 위치한 허구의 별인 태세성의 화신입니다. 태세는 목성에 대응해 지하를 돌아다는 요괴부류로도 여겨지며 태세를 파내 목격할 경우 재해를 맞이한다고 합니다. 문제아 종족분류론 신령이나 용이 아닌 성령인데 살라만드라라는게 복선이었던 셈이죠. 문제아 세계관적으로 대응해보면 손오공처럼 지각 위로 나오게 된 반성령이었을까요.
외전에 나온 이타이푸의 댐과 영구기관은 문제아 세계관에서 말해지는 지혜를 상징합니다. 비단 과학뿐 아니라 일평생 쌓고 이어온 지식을 총량과 활용법을 뜻하죠. 특히 세계관에서 마왕들을 상대하는건 인류가 재앙을 맞서 치수를 하거나 치료약을 개발해 오던 것과 같은 행위입니다. 과학적인가 신화적인가 차이겠네요. 지혜라고 하면 상대하는 존재의 분석보다 두뇌배틀이나 야바위를 기대하기 되는 요즘에 비해 아예 영역도 다르고 상당히 진부할수도 있는 '지혜'입니다만...이게 유행했던 시기가 있었습니다. 20세기 말엽 서브컬쳐에 말이죠;; 사실 에반게리온이나 아르젠토 소마, 가오가이가 보던 세대도 그때 그 감성인가 긴가민가하니 작품의 무력,지혜,용기의 삼대요소를 어필하는데 작가님이 실패한건 인정할수 밖에 없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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