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주의) 자엘아포로 소설에서 호로된 이야기
옛날 옛적의 이야기입니다.
몇 년도, 몇 십 년도, 몇 백 년도 더 된 이야기
어떤 나라에 두 형제가 있었습니다
형은 장군이고 동생은 연금술사
두 사람은 전혀 다른 인생을 걷고 있었습니다
전장에서 적을 무찌르는 것을 즐기는 형과, 자신의 공방에서 움직이지 못하는 자를 잘게 썰며 흐뭇해하는 동생.
하지만 타인을 멸시하는 눈빛만큼은 무척 닮았다는 말을 듣곤 했습니다
형이 싸움의 패배자를 공방으로 데려오고, 동생이 '실험'재료로 사용하는 일상의 반복
동생이 무슨 실험을 하고 있는지 아는 자는 아무도 없었습니다
다만 끊임없는 비명과 숨이 막힐 정도로 진동하는 피비린내만이 공방의 주의를 감돌았지요
몇 백, 몇 천이나 되는 인간의 목숨이 그 공방에서 유린되고 사라져 갔습니다.
남녀노소를 불문한 온갖 사람들이 썰리고, 불타고, 으깨지고, 찢어졌으며, 손톱 끝에서 발톱 끝에 이르기까지 온몸을 아주 잘게 해체당해서는 재조립되고
다른 인간의 몸으로 오장육부가 옮겨져서 자신의 것은 인공물로 대체되고, 뽑힌 치수를 안구에 이식당하고, 약산으로 된 욕조에 담겨 온몸이 하루 단위로
서서히 용해되고----- 산 채로 온갖 '처치'를 당했습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신체에 생명반응을 간직한 채 혼백만이 피폐해져 갔습니다
산송장과 죽은 고깃덩이가 공방의 지하를 거의 채웠을 무렵--------
형제는 돌연 사망하고 말았습니다
긴 고통과 증오를 키워 왔던 혼백들이 쇠사슬에서 해방되어. 호로라 불리는 괴물로 다시 태어났기 때문입니다
괴물은 형제가 모인 틈을 타 그들을 공방째 찌그러뜨렸습니다
두 사람의 몸에서 빠져나온 혼백을 찬찬히 괴롭혀준 다음 먹어치울 생각이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몸에서 빠져나온 동생의 혼백은 찌부러진 자신의 시체와 괴물을 번갈아 보더니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놀라운걸. 이게 바로 내가 찾았던 거야"
광기에 찬 미소를 보고 괴물을 두려움에 그만 움직임을 멈추고 말았습니다
괴물의 본능 속에는 뚜렷이 새겨져 있었던 것입니다
자신보다도 훨씬 괴물 같은 실험을 생전의 자신에게 했던 남자의, 악마같은 미소가
다음 순간 동생은 자신이 죽을 것을 깨닫지 못하고 있는 형의 혼백에게 다가가.....
"젠장.... 대체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난 거야?"
".......별거 아냐 신경 쓸 거 없어 형"
"뭐라고?..........억?!"
영체로 변한 그의 목구멍을 아무 망설임도 없이 물어뜯어 버렸습니다
동생은 환희에 찬 미소를 띠며 괴물의 눈앞에서 형과 피폐한 실험체의 혼백을 먹고 마시기 시작한 것입니다
마치 그 자리에서 혼백이나 호로의 체계를 깨달았다고 말하기라도 하는 것 같았습니다
흥분한 동생의 몸에서 뻗어 나온 쇠사슬이 힘차게 사방으로 날아가고, 쇠사슬이 있던 자리에 커다란 구멍이 생겼습니다
괴물이 이상하다는 것을 알아차렸을 때에는 이미 늦은 상황이었습니다
스스로 호로가 된 동생은 눈 깜짝할 사이에 자신들을 죽인 적을 먹어치우고 언제까지고 언제까지고 계속 웃기만 했습니다
그리고 하룻밤이 지났을 무렵, 동생은 이상한 형상이 된 자신의 손을 바라보며 중얼거렸습니다
"이제 알겠군. 바로 이 너머에 내가 갈구했던 완벽한 생명이 있다는 말인가."
마치 살아 있을 적에 이미 이렇게 되리란 것을 예상하기라도 한 것처럼.
동생은 새로운 세계에 발을 내디뎠습니다
생과 사의 순환을 자신 안에 집어넣기 위해서, 동생은 죽음 그 자체에 한 걸음 발을 들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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