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게문학] The F U G - 0.5
탑 98층 우거진 언덕 어딘가 재생의 숲.
우거진 나무들 사이에서 연기가 피어올랐다.
연기의 정체는 캠프파이어라기에는 초라한, 단지 여 댓 명 정도가 둘러싸고 있는 작은 모닥불이었다.
그곳에서 한낮의 푸른 호수처럼 빛나는 청안을 가진 남자가 타오르는 모닥불에 시선을 고정한 채 말했다.
"이봐 혼 헨도 녀석 어디로 간 거야?"
곤히 잠들어 있는 동료들의 모포를 덮어주고 있던 한 남자는 들려오는 질문에
고개를 들어 그 질문의 발생지를 한번 쳐다봤다.
그리고 그 발생지 옆으로 자리를 옮겨 앉더니 허리춤에 차고 있던 자신의 검을 손질하며 무심하게 대답했다.
"모릅니다. 그리고 헨도뿐만이 아니라 그레이스와 유린… 자하드님의 모습도 보이지 않습니다만."
"뭐어? 그 녀석들 뭐 하는 거야."
질문한 남자는 마치 서리가 내린듯한 새하얀 검을 손질하는 남자의 대답이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바닥에 꽂혀있던 거대한 창을 힘껏 차 쓰러트리고 자신의 아침 바다처럼 흐르는 물결색 머리를 거칠게 긁적였다.
"그레이스 녀석은 조력자니까 그렇다 치더라도 유린과 헨도 무엇보다 자하드녀…."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새하얀 검이 불만을 토로하는 남자의 목 가까이에서 그를 위협했다.
자하드를 섬기는 가신이자 백색의 검 화이트 오어의 주인.
아리에 혼은 그의 말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것 같다.
"녀석이라는 무례한 호칭이 아닙니다. 훗날 이 탑의 왕이 되실 분이며 우리들의 왕이신 분입니다."
"이봐… 아직 말이 끝나지도 않았다고."
"녀석이라는 말을 하려던 게 아니었나요?"
"아닌데?"
"여전히 거짓말을 못 하시는군요."
아리에 혼은 뭐가 우스운지 작게 미소 지었다.
그 미소는 그저 상대방을 바라보며 짓는 작은 미소일 뿐이었지만 그 안에 담긴 의미는 상대방을 자극하는 일종의 도발이었다.
그리고 역시나 아리에 혼의 말과 미소가 마음에 들지 않았던 청안의 남자.
쿤 에드안은 혀끝을 한번 찼다.
"그것보다 이거."
아리에 혼에게 도발 당한 것이 꽤 자존심이 상한 에드안은 자신의 목덜미에 있는 새하얀 검을 툭툭 쳤다.
"싸움을 거는 거라면 환영이지만 여기서 소란을 일으켜도 괜찮은 거야?"
"소란을 일으킬 생각은 없습니다. 다만 자하드님을 칭하실 때는 조금만 신경을 쓰시는 걸 추천합니다."
"그러기 싫다면?"
"그 선택지는 그다지 추천해 드리지 않습니다만. 만약 정 그러시겠다면 다음번엔 대답할 틈도 없이 목이 날아갈 겁니다."
아리에 혼이 말을 마쳤을 때는 검은 이미 제자리에 돌아가 있었다.
그리고 아리에 혼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다시 자신의 검을 손질하기 시작했지만
쿤 에드안은 그전에 들었던 말이 정말 어이가 없었는지 계속 아리에 혼을 보고 있었다.
"허…. 허허 하하하!!"
10초가량을 아리에 혼을 쳐다보던 에드안은 그렇게 실성한 듯 웃더니 고개를 푹 숙였다.
"허… 거참…."
화가 난 것인지 흥분한 것인지 그 작은 중얼거림에는 살기가 배어 나오고 있었다.
그 증거로 재생의 숲에만 서식한다는 밤의 새 야조(夜鳥)가 그의 중얼거림과 동시에
일제히 그 자리를 피해 날아갔다.
그리고
"흥분되는 선택이네!"
그렇게 소리치며 에드안은 순식간에 바닥에 쓰러져있던 창을 주워 아리에 혼에게 휘둘렀다.
전투결과는 그레이스 시점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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