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게문학] The F U G - 3.5
98층 재생의 숲 중앙 '세계수의 숨결' 속.
존재감이 없어 항상 슬픈 남자(사라져도 아무도 눈치채지 못한다).
투 페리 트페리는 세계수의 안에서 자신이 개발한 고 퀄리티 신형 등대의 조작 한계치를 시험하고 있었다.
그럴 때였다.
트페리의 머리속에 뭔가 번뜩였다.
전부는 아니더라도.
혹시 지금 이라면 동료들이 침흘리며 자고 있는 사진.
즉 굴욕사진을 찍을수 있지 않을까.
사실 투 페리 트페리는 헨도가 당하는 무시와는 달리 무시가 아닌 무시를 당하고 있었다.
설명하자면 선천적으로 존재감이 없는 탓에
처음 보는 사람들은 자신을 인지조차 못 하는 게 일상다반사고
탑을 오르기 시작한 후부터는 항상 같이 있던 동료들마저 자신의 존재를 잊어먹기 일쑤였다.
아니, 자신의 넓은 아량으로 여기까지는 그냥 이해한다 하더라도(이해하지는 않는다).
무엇보다 가장 심하다고 생각하는 것이 하나 있다.
그건 바로
자신이 관리자와의 시험에서는 항상 어둠을 밝히는 눈이 되어주는데도 감사는 물론 수고했다는 말 한마디도 받아본 적이 없었다는 것이다.
처음엔 그런 것조차 그러려니 했었다(그러려니 하지 않는다).
하지만 항상 자신을 빼놓고 서로를 격려하는 동료를 보니 트페리의 안에선 점점 분노가 쌓이기 시작했고
어느 날 그것이 터졌다.
그리고 그날 트페리는 결심했다.
쪼잔하다는 말을 들을지도 모르지만 그런 동료들에게 언젠가 쓴맛을 보여주고 만다고.
"해주겠어…."
그리고 지금이 그때이다.
"어디보자…."
현재 트페리가 조작하는 등대는 하나.
타고난 신수 조작능력과 그 범위로 세계수의 정상에 올려놓은 등대에서
하늘과 허공으로 향하던 조작을 거두고 그 범위를 재생의 숲으로 한정시켰다.
준비 완료다.
트페리는 배덕감과도 비슷한 흥분의 기색을 감추고 사진 찍을 준비를 했다.
"…… 어?"
하지만 기대와는 달리 등대의 시야 범위에서 한곳.
트페리는 주위를 초토화하고 지형마저도 바꾸는 초대형 싸움이 일어나고 있다는 걸 눈치챘다.
"저놈들은… 쿤이랑… 아리에잖아…. 저 멍청이들. 자하드가 보면 가만있지 않을텐데 다른 멍청이들은 안 말리고 뭐 하는 거냐?"
그런 생각에 트페리는 등대를 조작하여 동료들의 흔적을 찾기 시작했고
떨어지는 나뭇잎이 바닥에 채 닿기 전에 그 흔적을 찾아내었다.
"…… 관람 중이잖아? 말리지 말자고 주도하는 멍청이는… 곱슬머리 놈이네. 아무튼, 진짜 예전부터 마음에 안 들었어."
트페리의 등대에 비치는 동료들의 모습은
에드안과 혼의 싸움에서 일정이상 거리를 두면서 몇몇은 흥미롭게 관람하고 또 몇몇은 무관심하게 있는 모습이었다.
심지어 포 비더 구스트앙 즉 트페리가 말하는 곱슬머리는
이유는 모르겠지만 때때로 싸움을 말리기 위해 다가가려는 동료들을 제지하는 모습마저 보이고 있었다.
"아오 진짜! 자하드 놈은 화나면 장난 아니게 무섭다고!
그놈이 무서워서 이러는 건 아니지만 멍청이들아 좀 말려.
아…! 진짜! 말리지 마란다고 안 말리는 멍청이들은 도대체 왜 사는 거냐 그냥 죽어. 너희 다 필요 없어. "
싸움은 점점 가열돼 쿤 에드안이 창을 압축 해제하고 아리에 혼이 화이트 오어를 시동시키는 걸 보며 트페리는 혼자 하는 뒷담 아닌 뒷담을 계속했다.
"아 진짜 저기까지 하면 뒷수습하기도 힘들다고!
하 싸우는 놈들도 그래. 뒷일을 좀 생각하고 싸워야 하는데
저 두놈은 싸우기 시작하면 항상 끝을 보잖아.
아리에 저 멍청이는 말만 번지르르하지 사실 쿤 저 놈이랑 다를 게 없어요.
어휴 너희는 그냥 죽는 게 나한테 도움되겠다. 죽어 멍청한 쾌락주의자들."
그렇게 트페리는 자신이 욕하는 이들과 다를 바 없이 등대 너머로 싸움을 관람하며 혼자 하는 뒷담을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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