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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면 한 그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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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 0-0 | 조회 145 | 작성일 2019-08-25 08:5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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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면 한 그릇

저희 어머니께서는 피아노 선생님이신데, 출장레슨이라고 하여 아이들의 집으로 찾아가 피아노를 가르치십니다.

어머니가 가르치시는 두 아이, 편의상 A와 B라고 하겠습니다만, A와 B는 아파트 같은 층 마주보는 집에 살고 있었습니다. 같은 나이에(아마 초등학교 2, 3학년 정도였던 것 같습니다) 같은 학교를 다녀 A의 어머니가 B의 어머니에게 저희 어머니를 소개시켜 준 것 같습니다.

하루는 A가 꿈을 꾸었는데, 처음 보는 할아버지와 할머니께서 집에 스윽 들어오시더랍니다. 공교롭게도 집에는 A뿐이었다고 합니다. 할아버지께서 아무 말씀도 없이 식탁으로 가서 의자에 앉으시고, 할머니도 따라 앉으셨습니다.

그리고 할아버지께서는 배가 고프다고 말씀하셨습니다. A는 아직 어린터라 무엇을 드려야 할지 모르겠어서 멍하니 있다가, 라면을 끓여드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합니다. 그렇게 라면 한 그릇을 할아버지께 끓여드리자, 할아버지는 맛있게 드시기 시작하셨고 할머니는 아무 말 없이 앉아계셨습니다.

이윽고 다 드시고 나자 할아버지는 고맙다고 하시며 할머니와 같이 나가셨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에 뜬금없이 B와 사이좋게 지내라는 말을 남기고 가셨다고 하네요.

A는 꿈에서 깨어 참 신기한 꿈을 꾸었다는 생각을 하며 어머니에게 꿈 얘기를 하려고 했지만, A의 어머니는 아침부터 꿈 이야기를 하는 게 아니라며 들으려고도 하지 않았습니다. 결국 A는 꿈 얘기를 못한 채 아침을 먹고 학교로 갔습니다.

그리고 학교에 가 보니 B는 오늘 결석을 하였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할아버지가 간밤에 돌아가셔서 장례를 치르러 고향으로 내려갔다는 것이었습니다.

며칠 후, 돌아온 B의 집에 A가 놀러가 우연히 돌아가신 할아버지의 사진을 보았는데, 자기가 꿈속에서 본 할아버지의 얼굴이었다는 얘기를 하더랍니다. A의 어머니는 이 얘기를 저희 어머니, 그러니까 피아노 선생님께만 얘기하고 B의 어머니께는 하지 않았다고 합니다(사실 이 부분은 잘 기억이 나지 않네요.

어린 아이가 돌아가시는 분께 제대로 공양을 한 게 기특하게 생각되었지만, 역시 귀신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어 으스스한 기분을 떨칠 수 없던 이야기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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