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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 - 방민호
아장아장 | L:49/A:345
1,259/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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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 0-0 | 조회 195 | 작성일 2018-11-25 07: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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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 - 방민호

 

우리가 아무것도 가지지 않았을 때 

옷 없는 짐승들처럼 골목 깊은 곳에 단둘이 살 때

우리는 가난했지만 슬픔을 몰랐다.

 

가을이 오면 양철 지붕 위로 감나무 주홍 낙엽이 쌓이고 

겨울이 와서 비가 내리면 나 당신 위해 파뿌리를 삶았다.

그때 당신은 내 세상에 하나뿐인 이슬 진주

하지만 행복은 석양처럼 짧았다.

 

 

내가 흐느적거리는 도시 불빛에 익숙해지자 

당신은 폐에 독한 병이 들어 내 가슴 속에 누웠다.

지금 나는 거울에 비친 내 얼굴에 침을 뱉는다.

 

 

시간이 물살처럼 흐르는 사이 

당신을 잃어버린 내게 남은 건

상한 간과 후회뿐

 

 

그때 우린 얼마나 젊고 아름다웠나 

우리가 아무것도 가지지 않았을 때

 

백열등 하나가 우리 캄캄한 밤을 지켜주던 나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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