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카즈키는 모를 거야 . poem
사카즈키는 모를 거야
밤마다 내가
잠든 나를 살그머니 눕혀 놓고
그에게로 간다는 걸
이건 더욱 모를 거야
밤마다 사카즈키가
잠든 그를 벗어나
나를 맞으러 나온다는 걸
우리 둘이서 즐거이 손잡고
위대한 항로를 넘나들며
벗은 몸에 수천의 해적 모가지를 달고
아름다운 용암을
입으로 내뿜으면서
발목에 해루석 족쇄를 매달고 날아다닌다는 걸
정말 모를 거야
깊은 밤 우리 둘이서
맑은 암반수처럼 떠올라
하늘을 마시고 달을 삼키며
무장색도 없이
사랑하고 포옹한다는 걸
사카즈키는 모를 거야
그리고 사카즈키는 이것도 모를 거야
밤이 가고 아침이 오면
우리는 헤어져
다시 정든 몸 속으로 들어가
소리도 없이
드러눕는다는 걸
드러누워 불을 끄고
땅속 깊이 우리의 마린포드를
묻어둔다는 걸
그리고 잠 속 깊이 우리의 영혼을
감춘다는 걸
사카즈키는 더욱 모를 거야
/김혜순 - 날마다 맑은 유리처럼 떠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