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수 팬픽] 대마교전, 그 마지막 전투 (1)
깊은 밤이 되었고, 얼마 남지 않은 병사들도 피비린내에 취해 잠이 들었다.
"내일이면... 끝이 나겠군..."
생각보다 길어질 수도 있을 거란 생각 따위는 하지 않았다.
그것이 마음이 편했다.
"교주님... 직접 나가시는 건 위험합니다."
최측근 '환사'는 울며 그를 말렸다.
"이제 나와 삶을 같이 하기로 했던 주교들도 전부 사라졌다.
허무하구나, 나의 지독했던 자만심 때문에..."
예정보다 일찍 일어난 전쟁이었기에, 옥천비는 스스로를 질책했다.
"옥천비에 대한 정보는 알아내었는가?"
거의 붕괴되다시피 한 적혈단이었지만, 여전히 정보력은 뛰어났다.
"흰 장발의 노인이었습니다."
'신이 있다고? 헛소리 하지 마라.'
'그래도 대장님... 그것이 마음이 더 편합니다.'
용비의 얼굴이 악마의 형상을 나타내며 말했다.
'희망이라는 것은 훌륭한 고문기구일 뿐이야.'
"헉...! 악몽인가..."
요즘 들어 꿈이 뒤숭숭한 용비.
그는 신을 믿지 않는다.
그의 인생을 생각해보면, 어찌보면 당연한 이치이다.
"희망이라..."
그는 긴 한숨을 내쉬우며, 태어나서 두 번째로 손을 모았다.
"신이시여..."
"교주님, 밤새 기도만 하시고... 체력관리도 하셔야죠..."
환사가 차를 가져다주며 말했다.
"비록 이 전쟁이 패한다 해도, 나는 결코 신을 원망하지 않는다."
신에 대한 믿음이 완전히 엇갈린 두 사내가 자웅을 겨루려 출격한다.
"용공자... 얘기는 익히 들었소."
"황실 출신이던가... 노백과 아는 사이라고..."
서로 얼굴을 맞대자, 둘만의 이야기가 오고갔다.
전쟁을 결정지을 둘이었기에, 병사들은 숨죽여 바라보았다.
"그러고보니 황금충... 왜 이 자는 오지 않은 것인가... 아쉽군..."
"계속 떠들거야?"
육가창식 6장 1식 경회참(輕回斬)
"흐음... 이런 공격에 잔월과 혈해가 패배했다고?"
'손가락으로 막았어..."
"이 늙은이가 직접 마공의 진수를 보여드리리다."
'이 공격은 잔월의?'
그러나, 수가 훨씬 많았다.
무형의 칼날이 용비만을 향해 날아오고 있었다.
"흡성대법 할배!"
"양소라니까, 쯧..."
칼날이 점토처럼 흐물거리더니 한 사람의 손에 흡수되었다.
"이...건 뭐야?"
옥천비는 당황했으나 이내 정신을 차렸다.
"일대일 대결로 알고 있었소만."
"난 네 목을 따면 그만이거든?"
용비는 자존심은 갖다 버린 듯한 말투로 비기를 날렸다.
"흑산포 화룡출수!"
"교주님!"
예상치 못한 비겁한 전략에 마교 잔당들은 분노했으나,
적어도 그들은 이미 패배가 거의 확정된 거나 다름없었기에,
그들은 나서지 못하고 사실상 항복을 준비하고 있었다.
"오래전 난 신의 선택을 받았다..."
"유언이라면 들어주지!"
용비는 사정없이 옥천비의 면상을 후려갈겼다.
'황실을 나서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종교에 귀의하겠다 하고 떠난 곳이 북방의 이민족 집단
그 곳에서 난 독고혈후를 죽이고 새로운 교주가 되었지.'
"그러고보니 너가 북방 기마족들을 정리한 건 고맙게 생각해.
덕분에 북방 통일이 수월해졌으니까..."
"나한테 책임을 덮어씌우려는 거라면 집어치워라.
난 더 이상 죄책감에 뒤돌아보지 않을 거니까."
"그냥 옛날 생각이 나서..."
옥천비의 숨소리는 점점 더 거칠어져갔으나,
그는 점점 더 입을 찢기 시작했다.
"난 기마족을 치고 흡수한 게 아니야 그들이 나한테 기어들어왔지
아무리 마교라도 어떤 악마에 비하면 선할 것 같다더군"
용비는 멈칫했다.
"나한테 떠넘기지 말라 했을텐..."
"마교에 귀의한 걸 축하한다. 우리 황실이 만든 악마여!"
갑자기 공격을 멈춘 용비를 보고 양소는 의아해했다.
"뭐야 왜 그래?"
용비는 떨면서 누군가와 대화하는 듯 했다.
"아니야... 저건 내가 아니야..."
"나도 너와 같은 길을 걸었지. 육진강 그 자식한테 개처럼 사육됐다지?
나같으면 육진강을 용서하지 않았을거야. 지금도 너에게 당한 그들이 너를 용서하지 않듯이."
"너도... 대장군부 출신이었냐..."
"그래 그리고 그 때 대장군이 지금 너희들이
천존이니 뭐니 하면서 떠받드는 황금충이다!"
"거짓말치지마! 노백이 그랬을리가..."
"지금쯤 온갖 위선을 떨었겠지? 그 녀석의 죄가 덮어질 것 같나?"
"나도 너처럼 형제들을 죽이고 이 자리에 온 것이다...!"
양소가 본 용비는 드디어 떨림을 멈추고 공격을 재개했다.
"역시 거짓말이었어! 죽어! 죽어어!!!!"
피투성이가 된 노인이 봉을 잡고 웃으며 말했다.
아니 속삭였다.
"신은 있다네 친구여..."
"신이 있다면 내 인생은 왜 이리 피비린내 나는 것인가."
"그건 신의 잘못이 아니야. 육진강과 황제의 잘못이지. 인간의 잘못이라는 말이다.
어느날 난 신의 선택을 받았다. 인간들을 전부 몰살시키기고 내 죄를 씻기 위해 자결하기로!"
뚝 하고 용비의 봉이 부러졌다.
"그리고 난 누구보다 강해졌지."
양소는 눈 앞의 광경을 믿지 못했다.
"분명 저 정도면 죽어야 되는 거 아닌가?"
피투성이의 노인이 아무렇지 않게 일어나 악수를 하고 있는 게 아닌가?
"내 말에 납득이 가는가?"
"...그렇다."
"그러면 손을 내밀게."
"이 자식! 뭐에 현혹된거야?"
눈 앞에서 마공을 주입받는 광경을 보고 어이가 없어진 양소는 자기 손으로 마공을 흘려보냈다.
"크윽... 우욱!!!!"
"소용없다네 그것은 악에 받친 사람만이 쓸 수 있거든"
"그럼 나는 몸을 좀 바꿔볼...
아니 꼭 이 몸으로 싸워야 할 상대가 왔구만."
"오랜만이군... 반역자의 자식 옥천비!"
"내가 반역했냐?"
옥천비의 얼굴이 일그러지고, 괴성을 질렀다.
"이 새끼... 넌 내가 꼭 죽이려고 했어...
황금충... 아니 천존이라고 불러줘야 하나 이젠...?"
"역시 피는 속일 수 없군... 널 보내는 게 아니었다! 덤벼라!"
"피라... 자기가 왕이 될 핏줄인 줄 알았던 하룻강아지가, 귀엽군."
"저... 저거 열두존자 대빵 천존 아니야?"
"듣기로는 암존보다 강하다던데?"
"황실 출신이 왜 여기까지..."
"젠장! 그럼 황실이랑도 싸워야되는 건가?"
그의 등장은 모두를 놀라게했고,
과거가 얽힌 두 사람의 기싸움만으로 땅이 갈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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