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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rld ll] 005. 인간으로서 가장 필요한 것 혹은 가장 필요 없는 것
Nearbye | L:25/A:107
410/1,210
LV60 | Exp.33% | 경험치획득안내[필독]
추천 4-0 | 조회 1,323 | 작성일 2012-12-10 02:4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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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rld ll] 005. 인간으로서 가장 필요한 것 혹은 가장 필요 없는 것


005. 인간으로서 가장 필요한 것 혹은 가장 필요 없는 것

 
 
 
 
 
 
 
 
 
 
 
 
 
 
 그의 연구실은 물론 아직까지는 특별한 목적을 위해서 쓰이고 있긴 하지만 그래도 명색이 연금술사의 연구실이었기에 있을 것들은 빠짐없이 있었다. 명색이 그것을 구성한 자가 그 내용물을 모를 리가 없을 것이다.
 
역시 그가 연구실로 돌아온 것은 어떤 도움을 받는다기보다는 지쳐가는 자신을 독려하기 위해서가 아니었을까.
 
 
 
 
 
 
 'Rime, 너는 지금 어디선가 태어나 있는 걸까. 영혼처럼? 아니면 내가 정말로 너를 구성할 수 있는 걸까, 이 세계에서는...?'
 
 
 잠시 잠에 빠져든 것 같았다. 아니, 누워서 눈을 감는 사이 의식이 희미해졌다고 해야 할까. 의식은 한없이 가까워지고 감각은 한없이 멀어지고 또 무뎌진다. 그대신 깊은 내면의 자신을 만난다. 실로 '연금술적인' 등가교환이 아닐 수 없었다.
 
 
 
 
 2^23 * 2^23. 인간은 너무나 선택적인 존재다. 그렇기에 가상현실에서 자신의 캐릭터를 '선택적으로 구성'하는 것에 그다지 어려움을 느끼지 못하는 것은 아닐까. 그렇다면 인간에게 있어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인간이지만 아니, 인간이라서 더 모르겠다. 
 
 
하지만 '선택적으로 구성'하는 것에는 조금 강할지도..
 
그렇기에 처음에는 '그렇다면 가장 필요 없는 것부터 지워 나가면 될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말이야 쉽지. 지금처럼 금세 무기력해지는 나약한 인간, 이 따위가 무슨... 
 
 
 
 
 
 
 다시 눈을 뜬다. 너무 피곤했었는지도 모른다. 아직까지 폭(爆)의 다섯번째 단계도 채 가지 못한 실정이다. 근데 지금 여기서 이러고 있을 시간이 있는 건가. 정말로 인간에게 쓸모 없는 것은 바로 이런 무기력함이 아닐까.
 
이런 것이야말로 인간을 최단시간 내에 파괴할 수 있는 것일 것이다.
 
 
 
절대로 그녀에게만큼은 이런 것을 느끼지 못하게 할 것이다. 절대로..
 
뜬금없는 결의에 왠지 동기부여가 된 것인지 그는 일어섰다. 지금껏 그가 설계(아직까지도 알맞은 단어를 찾지 못했다)를 하고 있었던 곳으로 다가간다. 종이 하나를 집어 들어 살펴 본다. 아직 초기 단계의 것이었는지 풋풋함과 세월의 흔적이 묻어나 있다.
 
 
 
 
 그러고보니 그가 처음 그녀를 설계했을 때, 참 고생을 무던히도 했었다. 애초에 그때는 너무 어렸고 성에 대한 개념도 그리 잡히지 않았을 때였다. 아직도 그 생각을 하면 얼굴의 색을 조절할 수가 없다. 어떻게 그렇게 바보 같은 짓들을 했을까. 
 
 한 번은 이런 적도 있었다. 실제로 여성의 전신을 본 적도 없던 그였기에 처음부터 뭘 어떻게 시작해야될지 막막했다. 그래서 그는 도서관을 이용하기로 했다. 순진하게도.. 하지만, 문제는 거기부터였다. 사춘기의 소년이 여성의 신체에 대한 책을 대놓고 접하기엔 다소 무리가 있었다. 그래서 그는 어떻게든 필요한 부분만 훑어보고 도서관에서 나오려고 했지만 한 번 그런 생각이 들자 얼굴이 화끈거리며 주위의 시선이 전부 그에게 꽂히는 것 같이 느껴져 차마 쉽게 접근할 수 없었다.
 
들키기라도 하면...
 
 
 
 한참을 그러던 그는 결국 '여성의 신체, 비밀의 왕국'이란 다소 충격적인 제목의 책을 뽑아든 채로 구석에 가서 탐독을 한 뒤 집으로 돌아올 생각을 가졌다. 그럴 계획이었고 실제로도 꽤나 순조로웠다.
 
 그런데 그렇게 한참을 구석에서 책을 탐독하고 있던 그는 뭔가 이상한 기분이 들어 고개를 들었고 아니나다를까 누군가 그를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자세히 보니 같은 중학교의 여자 아이가 그 자리에서 가만히 서 있었다.
 
 
 눈이 마주치자 그임을 확신했던 것인지 천천히 그에게 인사를 건네러 왔다... 그의 심장에 마중물이 끼얹어졌다. 쿵쿵뛰는 박자는 이미 점점 빠르게..
 
 다행히 표지는 그럴싸하다. 뭐가 그럴싸해, 도대체... 젠장. 중요한 것은 제목과 내용인데.
 
그는 최대한 자연스럽게 행동하려 했다.  

 그래, 이럴 때 중요한 건 침착성이다. 당황해서 바보짓만 안 한다면 보통 남의 책에 관심을 잘 가지진 않잖아? 근데 여기가 도서관이네.. 아오, 이걸 어떡하지.
 
그러는 사이 그녀는 가까이 다가왔다. 아마 그에겐 영원의 세월처럼 느껴졌을.
 
 
 

 "성철아, 여기서 뭐해? 책 읽어?"

 "어, 난 구석이 편해서. 잠깐 읽고 가려고 했지. 넌?" 
 
침착해. 침착해. 침착해.
 
 
 그는 책을 라디에이터인지 뭔지 앉지 말라고 지겹게도 써 있는 곳에 올려놓았다. 최대한 자연스럽게, 최대한. 그 생각이 머리를 떠나지 않았다. 그 뒤 몸으로 어느 정도 가리며 그녀를 똑바로 쳐다보았다. 그녀가 제발 그쪽으로 고개를 돌리지 않기를 바라며.
 
 

 "난 소설 책 좀 빌리려고 했지. 너 '대런 섄'이라고 알아?" 

 "어, 아니. 모르는데. 그거 재밌어?"

 "응, 진짜 재밌어. 저기 영미 소설 쪽에 있는데 너도 언제 한 번 읽어봐."
 
 
 이야기가 길어지면 안 된다. 얼른 끊어야 하는데. 그 책 작가 영원히 저주할테다. 제목도 뭐라고? 잘 듣지도 못 했다. 뭔 샌?
 
 
 "그럼 나도 오랜만에 거기 가서 해리포터나 찾아볼까?"

 "그럴래? 그럼 가자. 근데 성철아, 너 너무 목소리가 커."

 "어, 미안." 
 
그는 급히 목소리를 작게 했다.
 

 "괜찮아." 
 
그녀는 먼저 총총 걸음으로 앞서 나간다.
 
 
 
 그래, 이렇게 몰래 책을 버려두고 가면. 쭉 직진이다. 이제 오른쪽으로 돌 때까지 저 책이 저기 있는 것을 모르게 그녀를 똑바로 쳐다보면...!
 
 
 "학생, 저기에 책 올려두면 안 돼."
 
아, 망했다. 망했어요. 왜 하필 이때 이 코너를 도는 거야. 저 사람은.
 
 
 "네? 아,하, 네." 
 
 
그렇다면 그냥 옆 책장에 쑤셔박는 수밖엔. 이미 그녀의 호기싱메 가득찬 눈이 나를 바라보고 있다. 제발... 최대한 자연스럽게 책을 책장에 넣고 빠져나온다. 그녀에게 가까이 가서 안색을 살핀다. 아직 모르는 것 같다. 다시 걸음을 떼려고 한 순간.
 
 
 "학생. 이거 여기 책 아닌데? 여기 번호 적혀 있잖아, 번호!"
 
 
 그가 이제는 조금 짜증이 난 듯한 어투로 말한 후 책을 뽑아 그에게 건네준다. 안 돼.. 난 늘 책도 제자리에 두는데 어째서 이런 일이 생기는 걸까. 망할 자식들. 책 좀 읽고 제자리에 두면 저 사람이 저렇게 안 빡치잖아? 
 
 
 "이 코너는 저쪽일거야."
 
그가 나에게 책을 건네주며 정말 친절하게도 방향까지 가르쳐준다. 아, 울고 싶다. 이 위기를 어떻게 이겨내야 할까. 이미 그녀는 큰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것 같다. 일단 그 코너에서 빠져나왔다.
 
 
 
 "난 아무래도 이거부터 꽂아놔야겠다." 
 
그 말을 꺼낼 때까지 책을 어떻게든 숨겨야만 했기에 몸을 이리저리 비정상적으로 움직여서 커버했다. 그렇게 유연함을 느껴본 것은 그때가 처음이었다. 농구라도 할껄 그랬나, 나?
 
 

 "같이 가줄까?"

 "아니, 아니. 괜찮아. 먼저 가 있어. 금방 갈께." 

 "그래, 난 먼저 읽고 있을게."
 
 
 
정말 다행히도 눈치 채지 못한 채 떠난 것 같았다. 빈틈 없는 수비였다. 하지만 애초에 걸려도 대충 둘러대면 아니, 처음부터 설명을 해주는 자세로 나갔어도 의심은 안 받지 않지 않았을까.
 
에이, 뭐 이왕 이렇게 잘 된 거.
 
 
그는 재빨리 책을 꽂아두고 돌아갔다. 그리고 그 뒤로는 다시는, 다시는 도서관에서 무언가를 얻으려 하지 않았다.
 
 
 
 
 
 그런 약삭빠른 점이라든가 위기 대처 능력은 필요하지 않을까? 하지만 그래도 그녀만큼은 순수함을 유지해주었으면 하는 것의 그의 작은 바람이었다.
 
역시 남자의 로망이란 무섭구나..
 
그는 피식 웃으며 천장을 올려다봤다. 
 
 
 
 그리고 얼마간 기분이 나아진 것인지 자리에서 천천히 상쾌함이 묻어나도록 일어났고 그리고 조용히 연구실을 나섰다.
그뒤로도 몇 가지 기억이 더 떠오른 것 같지만 추억이라고 부를만한 것들은 아니었나보다.
 
 
 
 "잠금, 비밀번호 : R.I.M.E."
 
그러고보니 누가 라임이라고도 읽었던 것 같은데. 한창 유행했던 드라마의 히로인이 이름이 길라임이라던가? 근데 이걸 어떻게 라임으로 읽지? 원래 라임으로 읽는 건가..? 
 
 새삼 그의 작명 센스에 회의를 품는 것을 끝으로 연성진에 마력을 불어넣는다. 연성진이 거기에 대답하듯 조금 떨린 후 제자리를 찾아 돌아간다. 마치 아무 일 없었다고 말하는 것처럼. 순수하게, 마치 남자의 로망의 그것처럼.
 
 
 
 
 
 
 
 
 
 
 
 
 
 
 
 
 
 
-------------------------------------------------------------------------------------------------------------------
 
 
Rime : H-1, 조금만 더 기다려 줘. 이제 거의 다 됐으니까. 조금만 더..
 
개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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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25/A:107]
Nearbye
죄송합니다

월요일날 연재하시는 분께는 사과의 말씀 따로 드릴게요 ㅠ
2012-12-10 02:44:12
추천0
[L:42/A:504]
라스트오덕
선 댓글 후 감상욤!! 다음화도 기대할게여!
2012-12-10 11:12:11
추천0
[L:23/A:416]
종이
뭔가 되게 유익한 글같네요ㅎ
2012-12-11 21:10:49
추천0
AkaRix
잘보고갑니다
2013-07-25 09:05:46
추천0
케이카인
재밌게 보고 가요~
2013-08-11 17:10:10
추천0
Niter
잘 보고 가요~
2013-08-14 00:08:31
추천0
별명
잘 봤어요
2013-08-19 19:47:09
추천0
[L:8/A:221]
ShinobuOshino
잘 읽고 가요.
2013-09-04 22:38:22
추천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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