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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rld ll] 007. 부러진 칼은 칼집에
Nearbye | L:25/A:107
340/1,230
LV61 | Exp.27% | 경험치획득안내[필독]
추천 1-0 | 조회 1,564 | 작성일 2012-12-23 04:0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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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rld ll] 007. 부러진 칼은 칼집에

007. 부러진 칼은 칼집에

 
 
 
 
 
 
 

 "상대는 네 또래야. 한 번에 흔쾌히 섭외에 응해주었다고 하는데.. 어디보자, 주 무기는 가드 크래셔. 무지막지하네. 한방을 노리는 타입인 것 같아. 어라..? 그런데 등록된 무기는 롱소드네??"

 "느리면 좋겠지만, 느린 건 느린 데로 한방이라도 맞으면 끝이니까. 정통인 롱소드쪽이 나을지도?"

 "걱정마. 잘 할 수 있을 거야, 너라면.."
 
 
이외의 정보는 일절 없었다. 리얼함을 살리는 건 좋지만 그래도 진짜 적 같은 분위기까지 조성할 이유는 없다고 생각하는데.. 두려웠다. 아니, 떨렸다. 미지의 검사가 나를 알몸으로 만드는 듯했다.  그래, 대기실에 들어서기 전까지는.
 
꿀꺽하고 침을 삼키며 주위를 천천히 스캔해보았다. 검사 검사 검사..
 
찾았다!?
 
 
 
 
 
"저기.." 말을 잇지 못했다.
그는 너무나 즐거운 듯이 자신의 검을 손질하고 있었다. 쓱싹쓱싹 콧노래까지 흥얼거리며.
 
그 모습을 한동안 넋나간 채로 보고만 있었다. 
 
검사답지 않게 가는 몸. 머리는 빛이 나는 것만 같은 붉은색 장발.
얼굴이 가려졌다면 아마 여자아이라고 착각해버렸을 모습.
 
그 모습을 지켜본지 얼마나 지났을까.
그쪽에서 이쪽의 기척을 알아차리고 아는 체를 해주었다.
 

"아? 혹시 오늘 저와 겨루게 될 AL님?"

"아, 네.. 반갑습니다. 하하.."
 
 
어떻게 내 닉네임을 벌써 알고 있는거지. 설마 태류 형이...  나한테는 안 알려줬으면서 어떻게.. 이럴 수가.  돈이라도 먹은 거 아냐? 아닌데.. 돈 많은데, 이 형. 
 
혹시 여자라도 소개받았나;;
 
 
 

 
 
 
 
 "반갑습니다. 저는 네덴이라고 해요."

 "아, 네. 반갑습니다."
 
인사를 나눈 후의 어색함. 가끔은 고독보다도 싫은 이 느낌, 감정.
 
 
 
 "알 씨는 이번에 신규 직업의 홍보를 위해서 나오셨다고 들었는데요." 갑작스러운 찌르기. 사브르. 역시나 검사답다.

 "네. 뭐 그런 셈이죠." 

 
 "그건 어떤 직업인가요?" 
 
글쎄.. 저쪽에서는 아직 나에 대한 정보가 제로라는 걸까. 아니, 그런데 이미 이름을 알고 있는데 어째서..
 
 
 "A.L.C.H.E.M.I.S.T. 의 앞글자 둘을 따보세요." 
 
혹시 스펠링은 안 틀렸겠지?

 "AL(알)?"

 "그게 제 이름이자 직업이에요." 그리고 운명이죠.
 
 
 
 "그렇군요. 그럼... 도대체 그 연금술사는 어떤 직업인가요?" 계속해서 들어가는 찌르기. 깊다. 피오라
 
 "글쎄요. 간단하게 말하자면 거짓 매개자에요. 세계와 대상을 의지로써 이어주지만 그 의지를 제가 원하는 방향으로 이끌 수 있죠. 철학적이랄까요."
 
그래, 이를테면..
 
 "이를테면 쇼펜하우어*처럼요?"

 "네. 바로 그.. 자세한 건 말로 설명해드리기 어렵네요. 잠시 후에 직접 보여드릴 기회가 있으니까요."

 "네, 그럼 그때 직접! 몸으로 알아보도록 할게요."
 
 
 
 
 
 
인사를 나누고 서서히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는 그.
아무리 가상현실이라고 해도 원판불변. 그의 머리는 현실에서도 저렇게 긴 것일까.
게다가 저런 체형이라면 아무리 평범한 얼굴이라도 미남 취급을 받겠지.
 
이런 저런 생각은 결국 부러움으로 귀결.
 
다른팀들의 준비와 수습으로 아쉽게도 정신은 금세 산만해져버렸다.
 
그래도 기다리는 동안 새로운 직업인 정비사와 기본 직업 중 하나인 디펜더의 대결이 대기실 스크린에 비쳤다.
직접 나가서 보고 싶었지만 내가 그럴만한 상황이 아니라는 걸 순간 깨달아 그저 가만히 스크린 너머 만을 바라보았다. 
 
 
 
 
성궁의 배틀 필드. 모델은 아마 콜로세움일까. 적정거리 뒤에 관중석이 위치하고 그 바로 앞에는 보일 듯 말 듯한 공간차단 벽.
 
 
 
 
 
 
 
 
모두가, 아니 두 사람을 뺀 모두가 침도 함부로 삼키지 못한 채로 넋 놓고 바라보는 그 광경.
 
 
 
 "드릴 확장."  순식간에 길어지는 그의 드릴. 위압감마저 조성하는 그 드릴을 향해 오히려 뛰어드는 디펜더.
 
 "전진 방어." 끼끼끾. 이를 깎는 듯한 소음. 과연 부서지는 것은 어느 쪽일까.  힘에서 밀리는 것을 알아차렸는지 드릴을 역으로 잡아당기는 정비사. 끌려가는 디펜더. 
 

 "암 드릴."
 "후진 방어."
 
동시에 외쳐지는 주문과 그 직후의 소음. 아까보다 더욱 크다. 이번에야말로 승자가 나타날까.
 
마침내 불똥과 먼지가 가라앉자 드러나는 모습.
 
 
 "비싸게 주고 산 방팬데 말이지. 역시 친밀도가 떨어졌으려나." 투컹하고 뻥 뚫린 방패를 버리는 디펜더. 
 
 "용접 완료. " 그제서야 용접용 마스크를 벗는 정비사.
 
 
 
 
 
 
 "끝?" 마스크를 완전히 벗어도 좋은 것인지 묻는 것처럼 보이는 얄미운 질문.
 
 
 "시작." 고개를 젓는다. 방패도 없이 달려드는 디펜더. 그것을 코웃음치며 받아넘기는 상대.
 
 
 "전진 방어. 전면 방어. 중력 방어." 도저히 드릴로는 막을 수 없을 것 같이 거대한 방어막이 그를 앞서 질주한다. 
 
쳇하고 혀를 차는 듯한 소리와 함께 사라지는 정비사. "마인 크래프트." 사라지기 직전에 그런 소리가 들렸던 것은 우연이었을까.
 
 
펑펑펑.
 
시작된 다발의 지뢰 폭음. 아무리 다 부셔도 금세 복구할 수 있는 배틀 필드라지만 도를 지나친 것만 같은 화약의 양.
그 폭발 리듬에 자연스레 금이 가는 방어막. 마치 교향곡처럼 들리는 것은 정비사인 그만의 광오한 착각일까..
 
폭풍에 휩쓸려 방어막이 깨지기 직전에 직접 드릴로 끝을 내려는 듯 허공을 향해 높이 뛰는 그.
 
 
 
 
하지만 마음과는 달리 퍽하고 크게 떨어지는 그의 신체.

 "중력 방어라니까." 조롱에 대한 되갚음. 동시에 지상에서 꼼짝 못하는, 덫에 걸린 동물 같은 그를 향해 달려드는 폭주한 방어막과 폭발들.
 
 
 
 
 
 
 "자자, 여기서 스톱!"
 
배틀 필드의 안이 급격하게 얼어붙는다. 다만 단순한 온도가 아니라 전투의 열기(熱氣)만을 없애는 청소.
 
 
 
 
모든 스킬, 무기, 필드 등이 초기화되고 남은 것은 그저 평범한 두 사람일 뿐이다.
 
밑에서부터 드릴로(지금은 제거됐지만) 상대를 꿰뚫으려 하는 정비사와 위에서부터 찍어누르려는 디펜더.
 
그 둘의 시간까지 멈춘 것은 정말이지 장관..
 
 
 
 '역시 이런 건 태류형이 잘한다니까'
 
새삼스럽게 그의 진행능력에 감탄해버린다.
그리고 동시에 스쳐지나가는 생각. 
 

전투 끝 = 다음 전투 시작

다음 전투 = 나
 
 
 
 
이건 무슨 이꼬르???
 
 
 
 
 "AL 씨, 준비해주세요." 스탭이 말한다.
 
덜덜덜. 이가 떨린다.  순식간에 지나가는 우리의 준비 시간. 내가 보던 것의 잔상조차 지워버리는 잔인한 긴장감. 어느새 네덴과 함께 줄맞춰 차례를 기다리는 나.
 
어라? 근데 네덴의 검이..?
 
 
 "네, 부러졌어요."

 "응?"


 "손질을 너무 열심히 한 건지 부러져버렸어요. 고치려고 노력했지만 결국 시간에 맞추지 못했네요."

 "그, 그럼 어떡하려고?"


 "네? 그거야 당연하죠. 썩은 이는 치과에. 부러진 칼은 칼집에."
 
말하자마자 걸어나가며 짓는 당당한 미소는 반칙. 반칙 수준의 것이었다. 아아, 신은 아마 내 광대놀음을 어지간히도 기대하는 듯하다. 이처럼 멋진 파트너와 짝지어주다니... 정말이지 무슨 생각인 건지 알 수 없었다. 이젠 정말 뭐가 뭔지..
 
 
 
 
 
 
 
 
 
 
 
 
 
 
 
 
 
 
 
 
 
 
*저서로 『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등이 있다.
------------------------------------------------------------------------------------------------------------------------
 
Name : 의미 없는 것은 없어. 니가 지어준 것도, 남이 지은 것도 니가 지을 것도. 그래, 실감나게 해주자면 지금 보고 있는 것마저도.
 
 
 
개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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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25/A:107]
Nearbye
아직 이번주 분량 끝 아닙니다.
오늘 아버지께 납치 당해서 어디 가는 바람에..... 면목이 없네요.
2012-12-23 04:05:41
추천0
[L:25/A:107]
Nearbye
그리고 이미지는 본편과 무관계;
2012-12-23 04:07:44
추천0
[L:42/A:504]
라스트오덕
이미지 좋네요 ㅎ 본편이랑 무관계라닛 ㅋ
2012-12-23 08:39:25
추천0
[L:26/A:107]
SWAT
아 내가 2빠도 아니라닠
2012-12-23 13:57:22
추천0
[L:23/A:416]
종이
이제야 봤네요;;
2012-12-24 23:29:02
추천0
흑랑♨
잘보고갑니다
2013-05-14 01:02:19
추천0
[L:13/A:301]
kiritoo
넵 잘봤습니다!
2013-07-23 12:52:08
추천0
AkaRix
잘 보고 갑니다
2013-07-25 09:07:52
추천0
케이카인
재밌게 보고 가요~
2013-08-11 17:10:57
추천0
Niter
잘 보고 가요~
2013-08-14 00:09:25
추천0
별명
잘 봤어요 ㅎㅎ
2013-08-19 19:52:21
추천0
[L:8/A:221]
ShinobuOshino
재밌게 보고 갑니다.
2013-09-04 22:41:18
추천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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