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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rld ll] 012. 우리집에는 문이 없으니까
Nearbye | L:25/A:107
LV64 | Exp.85% | 경험치획득안내[필독]
추천 1-0 | 조회 896 | 작성일 2013-01-21 20:5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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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rld ll] 012. 우리집에는 문이 없으니까

012. 우리집에는 문이 없으니까

 
 
 
 
 
 
 
 
 
 
 
 
시험이 코앞인데도 나는 계속해서 작업에 매달렸다. 새로 합류하게 된 라엔도 적극적으로 도와주었기 때문에 일은 순조롭게 진행되는 듯했다.
 
 
 
치익..
 
 
접속기 뚜껑을 열었다. 자리에서 일어나기 전에 몸 속에 녹아든 피로를 조금 음미해 보려고 했다.
 
이거이거, 학교에서는 또 자겠군.
 
 
 
 
몸을 움직여 밖으로 나왔다. 태류 형은 간밤에 들어온건지 숙면을 취하고 있었다. 배는 고팠지만 쓰리기도 해서 뭘 먹고 싶은 생각이 없었다. 하는 수 없이 냉장고를 열어 마실 게 뭐가 있는지 확인했다. 요새는 태류형도 많이 바쁜지 반찬도 꽤 눅눅해져 있었고 차곡차곡 정리도 예전보다는 덜했다..
 
E-Mart 우유를 꺼내 잔에 가득 부어마시고 배가 고파 오면 가다가 뭐라도 사먹을까 생각해 보았다. 그래도 꿀꺽하고 남김없이 마시니 기분이 한결 나아진 듯했다.
 
가방을 메고 준비물을 체크하고 학교로 나섰다. 시험을 앞뒀기에 어차피 자습이니까 아마 세 교시 정도는 잘 수 있을 것 같았다. 국사 시간에는 좀 눈치를 봐야겠지만;
 
 
 
 "다녀오겠습니다."
 
잠에 빠진 태류형에게 들리지 않는 인사를 하고 나는 동숭동의 집을 나섰다. 아니, 태류형에게라기보단 그 집을 향한 인사였을지도 모른다. 내게는 없는, 결코 소유할 수 없는.. 이상.
 
대부분에게 당연한 것으로 여겨지는 바로 그 4글자. Home..
 
 
아직까지는 왜 나에게만 그토록 냉정해지는 단어인지 모르겠다. 언젠가 태류형에게 '아직은 이해하기 힘들 것'이란 소리를 듣고 꽤 시간이 흘렀는데도 여전히 억울하고 답답하고 섭섭하고 쓰린 속만큼이나 마음이 쓰리다....
 
.
 
 
주택가에서부터 지하철 역까지 길을 나선다. 지나가는 길에 태류 형이 오너로 있는 고급 한식점의 간판도 보이고 자주 다니는 편의점, 고깃집도 보인다.
 
 
언젠가 태류형과 배꼽이 빠질 때까지 웃었던 연극 '라이어''사상초유 관객 500만 돌파'라는 광고판도 보인다.
 
이것저것 주는 전단지들도 이제는 받지 않는 게 습관처럼 되어버렸다. 처음에는 이런 거 저런 거 다 받고 집에까지 가져 와서 가득가득 쌓아놓고고 버리지도 않고 있었다가 태류형에게 욕을 엄청 먹은 이후로는 다시는 이런 소위 찌라시는 받지 않는다.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면서 상점가를 지나면 늘 마로니에 공원이 보인다. 처음 이곳에 왔을 때는 공사가 진행중이었는데 그것도 눈깜짝할 사이에 끝나서 지금은 많은 사람들이 북적인다. 대부분은 연인, 친구.. 그리고 가족일까...
 
 
혜화역 2번출구로 들어가기 전 어느새 노상점포에서 어묵 하나를 입에 물었다. 내 뇌가 자기도 모르게 채워지지 않는 마음대신 배라도 채우려고 노력한 걸지도 모르겠다. 정말이지 어쩔 수 없다니까..
 
 
 
지하철은 달렸다. 그 덜컹덜컹하는 소리는 언제들어도 마음 속에 무언가를 건드리는 것 같아 더욱 심란해졌다.
 
 
환승역은 동대문 역사문화공원, 여기서부턴 5호선 끝까지 달린다. 원래는 자리가 쉽게 나질 않아서 열차의 후미까지 미리 가 있지 않지만 거의 첫차인 이 시간대에는 후미에도 자리가 왕왕 있다.
 
천천히 끝까지 걸어가니 역은 왕십리에 도착해 있었다. 어차피 종착역이라 나는 구석 자리에서 잠을 청했다.
 
지하철에서는 깊게 잠이 잘 들지 않으니 안심하고 꾸벅 꾸벅 졸았다.
 
 
 
.....
 
 
"5678 서울 도시철도~" 흥겨운 음악소리가 오늘도 나를 반겨준다.
 
종착역에 살지 않는 애들은 잘 모르던 게 신기했었다. 나에게는 너무나 익숙하고 정겨운 소리인데..
내가 집에 대한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것을 남들도 이렇게 신기해할까.. 
 
 
 
 
 역에서 내렸다. 후미이기 때문에 1번출구까지 단숨에 올라갔다. 우측의 S 은행을 끼고 아파트 단지 내로 들어갔다. 어디로 가는건지 7분 정도 계속 걸었다.
 
 
그리고 도착한 곳, 205-405...
 
 
 
나는 정말이지 문을 열고 싶었다. 하지만 그곳에는 문이 없었다.
 
그때 그날 이후로 우리집에는 문이 없으니까.
 
문은 영원히 닫혀버렸으니까..
 
 
 
 
태류형은 말했다. 아무리 그래도 가족이니까 집으로 가지 않으면 안 된다고. 아직 네가 이해하지 못한다고 해도 일단은 들리는 게 좋을 거라고. 그렇지 않으면 너는 정말이지 너의 인생에서 더욱 소중한 것들을 잃게 될 거라고.
 
그래서 나는 평일 아침이나 바쁘지 않은 주말 시간마다 돌아온다. '돌아와야만 하는 장소'로.
 
'내가 있었어야만 했던 장소'..
 
 
하지만 쉽지 않다.
 
열리지 않는다. 열고 싶어도,
열고 싶은데.. 열리지 않는다.
 
 
왜냐면 우리집에는 문이 없으니까.
 
 
결국 오늘도 돌아선다. 문을 열지 못한다. 그대로 학교로 향한다.
 
 
 
 
 
 
등굣길을 걸으면서 생각해본다. 이미 정상적인 기분에서는 멀어져도 한참 멀어진..
 
인간을 인간으로 유지하는 것들 중에는 몇몇의 요소가 있겠지만 그 중에서도 어린 시절의 무언가는 특히나 크게 작용한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어떠한 이야기였는지 말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주위에서 심심치 않게 들릴만한 그런 스토리.
성격 차이라는 말로 무마되버리곤 하는 그런 이야기. 다만 거기에 빼도박도 할 수 없게 아이가 추가되어버린 그런 이야기.
 
 
그 잔인함을 받아들여버렸다고 생각한다. 그 과정을 마치 쓰디쓴 약처럼 삼켜버린 것이, 이해하려고 노력한 것이 더 큰 상처가 된 원인인 것 같다.
 
그리고 그때 이후로 더욱더 병폐적으로, 안티적으로 세상을 대해버린 것만 같다. 특히나 집에 대한 이야기에는 더욱.
 
 
 
 
 
 
 
 
왜..
 
왜...
 
왜 그래야만 했을까하는 의문이 남는 동안에는 상처를 극복할 수 없다고 태류형은 말했었다.
 
 
그럼 뭘까.. 내내 머릿속에서 지워지지 않는 악몽.
 
 
 
문이 없는 집에 대한 상상.
 
 
아무래도 오늘 학교가서 자는 잠은.. 조금 길어질... 것 같다.
 
그것이 교문이 보이자마자 든 첫 번째 생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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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me : 누군가에겐 천국.
누군가에겐 지옥.
 
천국을 지옥으로 순식간에 바꾸는 건 뭘까.. 도대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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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26/A:107]
SWAT
1빠!

드디어 니어님도 한주를 빼먹나! 싶었는데....ㅋㅋㅋㅋ
2013-01-21 21:47:42
[추천0][반대0]
[L:42/A:504]
라스트오덕
잘 읽었습니다!
2013-01-21 22:28:48
[추천0][반대0]
[L:23/A:416]
종이
천국을 지옥으로 바꾸는건 자신의 행동이죠
2013-01-23 22:18:07
[추천0][반대0]
[L:9/A:16]
유섬
잘 읽었어요
2013-03-10 00:57:06
[추천0][반대0]
흑랑♨
잘보고갑니다
2013-05-14 01:00:48
[추천0][반대0]
[L:5/A:364]
매스터
잘보고가요~
2013-07-24 21:4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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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카인
재밌게 보고 가요~
2013-08-11 17: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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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iter
잘 보고 가요~
2013-08-14 00:10:43
[추천0][반대0]
별명
잘 읽엇어욯ㅎㅎㅎ
2013-08-19 20:15:49
[추천0][반대0]
[L:8/A:221]
ShinobuOshino
잘 봤습니다.
2013-09-04 22:45:01
[추천0][반대0]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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