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슛작자 장편 판타지 소설] 만나다. [2화]

"그럼 할 줄 아는건 피빨기 하고 힘 좀 센게 다에요?"

소희의 뱀파이어에 대한 환상이랄까, 이전까지 소설책이나 영화에서 보아왔던 내용과는 동떨어진 부분에 그녀는 실망했다.

"이야 진짜 무능하시네."

뱀파이어 소년 래리엇은 머쓱한 표정을 짓고 오른손으로 머리를 긁적이다가 생각난 마지막 능력으로 자신을 변호한다.

"사.. 상처도 저절로 회복되요!"

하지만,

"아아. 그건 기본 옵션이고."

라는 차가운 말 한마디에 그는 할 말을 잃고

긁적긁적

한 없이 머리를 긁적이기만 한다.

"그만 좀 긁어요! 바닥에 비듬 떨어지잖아!"

죄송합니다! 라는 한마디를 하고 그는 더욱 주눅이 들어서 땅바닥만 뚫어져라 쳐다본다.
한참을 그렇게 있다가,
그의 배에서 나온 꼬르륵 하는 소리가 집 안을 가득 채운다.

"에휴."

"......."

"배고파요?"

래리엇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배에다가 손을 얹는다.

"아까 그 사람 피를 못마셔서?"

"네..."

몸을 웅크린채 앓는 소리를 내는 그를 보고 소희는 그에게 가까이 다가간다.
흘러내린 머리카락이 그의 머리에 닿을 거리만큼

"그럼 내 피 줄까요?"

그리고 굶주린 뱀파이어의 앞에서 헌혈 신청을 한다.

"지....진짜?"

라고 말을 하면서 래리엇은 기대에 찬 눈빛으로, 그리고 약간은 입맛을 다시며 고개를 위로 치켜든다.

그때,

퍽!
하는 둔탁한 소리와 함께 앞에 있던 소녀는 그대로 뒤로 고꾸라졌다.

"아..아아아!!!"

잔뜩 당황해서 소리를 질러보지만 소녀는 일어나지 않는다.
래리엇은 넘어져 있는 그녀에게 다가가서

"죄송해요!죄송해요!"

고개를 몇번이나 숙여 사과를 한다.
아무런 대답도 돌아오지 않자 소년은 기절했나? 설마 죽진 않았겠지? 하고 속으로 걱정하며 그녀의 코 언저리에 귀를 대고 숨소리를 확인한다.

새액 새액

분명하게 들려오는 숨소리에 안심한 순간 소녀의 음성이 그의 귓가에 들어온다.

"안줘요."

"네?"

아직도 당황한 표정인 그는 멍하게 바닥에 누워있는 소녀를 바라본다.

"뻥이라구요. 내 피 안줄거라구요."

그 멍한 얼굴이 이번엔 다소 실망이 섞인 듯한 표정이 되었다.

"대신에."

희망을 품게 할지도 모르는 말 한마디를 한 그녀는 숨을 한번 들이마신 후에 말을 잇는다.

"밥은 줄 수 있는데."

역시 희망은 없었다.

"밥은 먹을 줄 알죠?"

"네에... 일단 저도 뱀파이어가 되기 전에는 인간이었으니까요."

그 말에 소녀는 아까와는 다른 반응을 한다.

"원랜 인간이었다구요?"

그리고 급히 몸을 일으키며 다시 묻는다.

"몇살 때 뱀파이어가 됐는데요? 누가 물었나요? 첫키스는 언제였나요!!"

마구잡이식의 질문을 들은 뱀파이어 소년은 당황한 눈빛으로

"어버버...."

"네? 네!? 언능 대답해봐요!"

이런 반응은 아마도 그녀가 가진 뱀파이어에 관한 환상 중 하나에 인간이었던 사람이 뱀파이어에게 물려서 뱀파이어가 됬다는 스토리가 포함되어 있어서 그런 듯 하다.

"아마도 열일곱살때 밖에서 놀다가 집으로 돌아오는길에 갑자기 낚아채져서 흡혈을 당했었을 거에요. 것보다 마지막 질문은 뭔가 좀 이상한데?"

대답을 열심히 했지만 마지막 질문에 대한 반문의 대답은 없는 듯 싶다.
게다가 소녀는 더욱이 흥분한 얼굴로 말한다.

"목에 송곳니가 박힐땐 어떤 느낌이었어요? 피를 빨릴땐요? 뱀파이어가 되었을 때에는 뭔가 평소랑 다른 느낌이 들었나요? 그리고 집은 이층집이었나요? 몇평이었구요? 가족은 몇인가구? 형누나동생과의 관계는요? 사이가 좋고 나쁘고 말이에요. 아 그리고 아침으로는 생버터를 씹어먹나요? 친구가 그러던데."

이번에도 폭풍같은 질문이 쏟아진다.

"목에 송곳니가 박힐땐 주사를 맞는 느낌? 그리고 피가 빨릴 때에는 오히려 시원했어요 뱀파이어가 됐을 땐 피부가 이전보다 조금 더 하얘진거랑 힘이 세진 것 이외에는 다른게 없었구요. 것보다 아까보다 이상한 질문이 늘은것 같은데 저만 그렇게 느끼는 건가요?"

이번에도 주제에서 빗나간 질문의 의문에 대한 대답은 돌아오지 않고,

"후아..."

만족한 표정을 짓고 흥분을 가라앉힌 소희는 벌떡 일어나더니 부엌에 있는 식탁 위에 올려진 편의점 봉투를 열고 무언가를 꺼낸다.
그리고 그것을 냉장고 옆에 있는 전자 레인지의 문을 열고 가져온 것의 뚜껑을 연 뒤에 집어넣고 문을 닫은 후 이리저리 버튼을 조작하더니 '시작' 버튼을 누른다.

지잉~~

하는 소리와 함께 전자 레인지에서 빛이 세어나온다.
대략 1분 뒤에,

삡~삡~삡~

소리가 나더니 그 안을 울리던 소리와 빛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진다.
그 문을 열고 소녀는 안의 김이 모락모락 나는 내용물을 꺼낸다.
뱀파이어 소년 래리엇 배니쉬는 그 모습을 빤히 쳐다본다.

"자, 여기로 와요."

어느새 식탁 위에는 편의점에서 받아온 듯한 나무젓가락과 함께 좀 전의 내용물이 세팅되어 있었다.

"먹어요."

"이건 무슨..."

"보면 몰라요? 도시락이잖아요. 배고프다면서요."

"아니, 그 배고픔은 이런거랑은 다른 생명이랑 직결된걸 말하는 건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