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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는 꽃 보다 아름다워 -4
위위윙 | L:15/A:189
33/90
LV4 | Exp.36% | 경험치획득안내[필독]
추천 0-0 | 조회 974 | 작성일 2015-04-20 20:2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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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는 꽃 보다 아름다워 -4

 

 
 
 
 에리아가 잠든 시간을 기준으로 그간 있었던 상황을 설명하기 시작하자 아침밥을 기다리는 아이처럼 잠자코 듣고 있던 에리아는 '20시간씩 방에 틀어박혀 있지 않으면 쓰러진다는 병'이 어디있냐며 까맣게 탄 팬케이크를 받은 것처럼 불만스러운 표정을 짓고 내 작가성에 대해 3류라고 표방했지만 나는 기죽지 않고 현실을 반영한 질병 창조에 대해 스스로를 칭찬했다.
 
 
 "그래서 여기까지 오게 된건데 이제 어떻게 수습하냐가 문제지"
 
 
 "오빠"
 
 
 방금전 불만 가득한 표정은 알코올로 만들어져 있는걸까, 신기한 물건을 발견한 고양이 같은 사뭇 진지한 표정으로 흥미롭게 내쪽으로 상체를 기울인 모습은 난동 부리기 전의 준비 동작같아서 슬며시 불길한 예감에 대답해지기가 망설여 졌지만 에리아의 계속되는 눈빛을 차마 무시하지 못하고 입을 열었다.
 
 
 "왜"
 
 
 "에스펠트 가문까지 들어와 버린거, 잭슈어의 호의를 조금 받아들여서 약간의 호의호식을 누려보는것도 나쁘지 않은거 아닐까"
 
 
 말쏨시로 조각을 한다면 모난돌을 깎아서 조약돌로 만들어 버리는 수준에 통달한 에리아의 속내가 귀족을 상대로 등쳐먹을 생각을 하고있다는 사실에 나는 입을 열고 놀라지 않을수가 없었다.
 
 
 "저기 여우 아가씨, 잠에서 덜깼나본데요 여기서 니가 여우에서 꽃뱀으로 탈피하는 순간 우리는 지하감옥행 초특급진화 코스를 밟게 될거라고"
 
 
 "괜찮아, 실패해도 나에게 욕정을 품고있는 잭슈어는 그 기회를 이용해서 나를 아내로 삼기 위해 어떻게든 오빠를 주모자로 몰아세울거야 그렇게 되면 오빠는 에스펠트 가문의 지하감옥에서 썩는 신세가 되겠지만 잭슈어의 아내가 된 내가 어떻게든 오빠를 해방 시켜서 내 노에신분으로 살아갈 수 있게 노력해 볼께 그렇게 되면 작전이 실패해도 우리모두 중간은 갈 수 있어"
 
 
 "최악의 경우에도 오빠를 팔아서 출세할 생각 하고 있는거냐!"
 
 
 "실례네 최악의 경우라도 초절정 미인에다가 영부인까지 된 나의 노예로 삼아주겠다는 거야, 그런 기회는 흔치 않아서 거금을 주고서 라도 암표를 구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많을텐데 기회를 오빠한테 먼저 준다는거지"
 
 
 "손에만 들어온다면 당장 팔아버리고 싶을 정도로 한숨나오게 고맙네"
 
 
 "좋아 그럼 우선 오빤 잭슈어를 만나서 이 집에서 일하고 싶다고 말해"
 
 
 천사같은 모습으로 살랑살랑 눈웃음을 지으며 봄향기처럼 달콤한 말을 사근사근 읊어내는 에리아의 말과 행동은 뭇 남성들을 꼬여내기 충분했지만 대(對) 에리아 저항 수치값이 이미 max상태인 나에게는 바위를 녹이기 위해 꿀을 바르는 것과 마찬가지인 행동이었다. 에리아도 그 사실을 모르는건 아니지만 원하는 게 있을 때 나오는 버릇이라서 소용없다는걸 알면서도 '나 이거 할꺼니까 알아서 잘해줘'라는 의미를 전하기 위해 가끔 저런 미소를 보여줄 때가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해가 동쪽에서 뜨는것이 당연하다고 주장하는 것처럼 한치도 예상을 벗어나지 않고 침대에서 일어나 내 등을 떠밀면서 문 밖으로 내몰았다.
 
 
 "야.야. 난 한다고 안했다고 지하감옥에서 게이하고 부둥키는 것도, 니 노예되는 것도, 이 집에서 일하는 것도, 용납할 수 없어!"
 
 
 "도와줄꺼지?"
 
 
 가게에서 잭슈어에게 붙들려 나에게 도움을 청하던 순간과 오버랩 되며 문밖으로 퇴출됬는데 문을 다시 열려고 문고리를 당겨도 굵은 나무가지를 꺾으려고 노력하는 것같이 꿈쩍도 하지 않는 문고리를 보니 이미 안쪽에서 잠궈서 미션을 성공할 때까지 돌아오지 말라는 에리아 대장군님의 전언인 모양이었다. 농담이 아니라 인생의 끝자락으로 향하는 편도티켓을 끊기 싫기 때문에 열리지 않는 문을 계속 두드리는데 연회준비로 참새때마냥 분주하게 일하던 하인들이 내가 일으키는 소란에 슬쩍 쳐다보자 눈치가 보여서 은근슬쩍 포기해야 했다.
 
 
 "에리아 님은 일어나셨습니까?"
 
 
 누군가 해서 돌아봤는데 아까의 안경 메이드씨가 에리아가 깨어날 때를 예상해서 가져온건지 약간의 다과와 높이가 있는 물 주전자를 고급스러운 쟁반위에 올려놓고서 서있었다. 지금 잠겨있는 방문에 대한 의심을 피하기 위해 우선 이 메이드 씨가 방 안으로 들어가는걸 막기로 생각했다. 
 
 
 "네 일어났기는 했는데 당장은 기분이 좋지 않아서 혼자있겠다고 말하는군요"
 
 
 방금 방에서 쫒겨났지만 그런 동생의 행동까지 감싸주는 천사같은 내 마음씨에 스스로 감동하며 마음속으로 눈물을 흘렸다.
 
 
 "그렇군요 도련님이 에리아 님를 걱정 많이 하셔서 연회 준비로 바쁘신 와중에도 저를 시켜 상황을 보고 오라고 말씀 하셨습니다."
 
 
 메이드 씨의 말에 잭슈어가 '야 봐봐라 난 이렇게 내 일로 바쁜데 챙겨주잖아 보이지?'라고 말하는 듯한 기분나쁜 환청이 귓가에 파리마냥 윙윙거려서 오른손 손목 스냅을 이용해 쉭쉭쳐내자 메이드 씨의 머리 위로 물음표가 나타나는 것 처럼 보였지만 별일 아니라고 생각하는지 신경을 쓰지 않는 모습이었는데, 그 모습을 보고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인생의 급행열차 편도티켓을 예매하려는 에리아의 헛소리를 선수쳐서 내가 이 집에서 빠져나가면 에리아는 아무것도 못하니까 에리아가 일을 벌이기 전에 튀면 되는거다.
 
 
 "저 메이드 씨라고 부르면 되나요?"
 
 
 "그런 식으로 불리는건 처음 이군요 제 이름은 헤르네입니다."
 
 
 내 말이 우스웠는지 살짝 조소를 머금는 헤르네의 표정을 보고 민망해져서 일부러 빨리 말을 걸었다.
 
 
 "에리아가 깨어나면 집무실로 찾아오라고 잭슈어 나리가 말해서 찾아가 봐야 할 것 같은데 집무실은 어디에 있나요?"
 
 
 
                                 *                           *                        *
 
 
 
 가게 앞에서 에리아와 히히덕 거리는 잭슈어를 처음 봤을때 에리아에게 찝적거리는 것도 그렇고 '여자 사람 다 모여라'라고 써있는 듯한 카사노바형 얼굴은 막되먹은 망나니라고 생각했는데 분위기가 사람을 만드는 건지 그의 개인 집무질에 들어서자 방안 양 옆으로 거대한 책장에 가득창 책들과 창문을 등지고 놓여있는 의자에 앉아서 안경을 쓰곤 책상위에 놓여져있는 서류들을 향해 열심히 펜을 놀리는 그의 모습은 평행세계에있는 또 다른 잭슈어를 보는 듯 해서 사람하나 인상이 바뀐건데 이질적인 공간에 떨어진 것만 같았다. 집무실까지 안내를 마친 헤르네는 서류만 열심히 바라보며 업무를 처리하는 잭슈어 쪽을 향해 꾸벅 인사를 올리고는 조용히 문을 닫고 나갔다.
 
 헤르네가 나가자 내가 온걸 아는지 모르는지 아니면 나보다 일이 중요한지 문서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있고, 난 문앞에서 뻘쭘하게 서있는 상황이라 펜 놀리는 소리만이 날카롭고 조용하게 울려퍼질뿐 아무 말도 없는 침묵의 시간에 차라리 잭슈어가 말이라도 걸어주는게 낫겠다고 미친 생각을했다.
 
 
 "에리아 양의 상태는 어떠한가"
 
 
 내가 에리아의 전속 고용인이라도 된다고 생각하는 잭슈어의 말투는 여전히 나에대한 '무시'를 전제로 깔고들어가서 오만불손한 태도로 일관하고 있지만 그 모습에 내 머리쪽의 혈액 공급이 빨라지는것 보다, 에스펠트 가문을 상대로 등쳐먹을 대기획을 꾸미고 있는 시한 폭탄 에리아의 폭발 범위 밖으로 조용하고 빠르게 튀는게 우선이기 때문에 달관한 태도로 공손하게 대답했다.
 
 
 "지금막 깨어난 상태라서 피곤한 모양인지 잠시 혼자 있겠다고 하지 말입니다."
 
 
 "오 그러한가 정말 다행이군"
 
 
 벌새처럼 바쁘고 정확하게 움직여 열심히 적어 내려가던걸 대번에 멈추고서 처음으로 나를 바라봤는데 못볼걸 봤다는 표정으로 다시 책상으로 눈을 돌려서 열심히 펜을 놀리기 시작했다. 시비 거는거 맞지?
 
 
 "잭슈어 나리 아직 저희 가게일도 남아있고 에리아의 짐도 보내줘야해서 전 이만 가게로 돌아가야겠지 말입니다."
 
 
 "당장에 일을 나가야 하는 이유라도 있나?"
 
 
 촌지를 받는 선생님을 발견한 학생처럼 나에대한 불신으로 가득찬 눈은 '에리아 양을 돌보지 않고 어디로 튀려는거냐'라는 매서운 빛을 내뿜고 있었다. 후후 하지만 이럴때를 대비해 골수 에리아 빠돌이를 위한 필살기 카드를 꺼냈다.
 
 
 "나리도 아시지 말입니다 저의 가게 상품은 꽃이라서 세심하게 관리를 해주지 않으면 에.리.아.가 기르는 꽃들은 다 죽어버리지 말입니다 그렇게 되면 에리아가 가게에 돌아왔을때 얼마나 슬퍼할지는 잭슈어 나리도 상상이 가시지 말입니다." 
 
 
 내 노력에 대한 결과물들을 스스로 부정하는 행동이라서 마음아프지만, 근거없이 우리가게 꽃들을 모두 에리아가 기른 것이라고 철썩 같이 믿는 남자들의 심리를 이용한 정신공격에 에리아 빠돌이의 눈빛은 촌지를 건내주는 기특한 제자를 보는 선생님의 눈빛으로 바뀌었다.
 
 
 "음 그러하군, 그대가 에리아 양이 기르는 꽃을 지키기 위해서 간다니 그대의 정성어린 마음은 기특하구나 그대의 마음가짐을 치하하여 그대의 가게로 대신할 만한 사람을 보내줄테니 안심하고 에리아 양을 보살필 수 있도록"
 
 
 빠돌이의 환심을 너무 많이 샀는지 생각지도 못한 후한 대접에 마음속으로 어 이게 아닌데라는 생각이들었다. 여기서 잭슈어의 환심을 사게되면 도망은 커녕 오히려 에리아의 계획에는 작지만 거대한 한발자국을 남기게 되는 거라서 유리병에 담긴 물을 쥐어 짜내려는 방법을 찾는 듯한 마음으로 어떻게하면 가게로 돌아갈수 있을까 고민했다.
 
 
 "그것도 그렇지만 그게, 까딱 잘못된다면 저희 가게에 매상이 많이 깎여 나가지 말입니다"
 
 
 이번에도 잭슈어가 반응을 보이며 안경을 벗어 내려놓았다.
 
 
 "그래? 내가 알기로 그대 가게는 꽤나 성황리에 영업이 되고있어서 가지고 있는 재물들은 이 근방에서도 꽤나 된다고 들었는데 내 말이 맞나?"
 
 
 "네 비할바는 안되지만 그러지 말입니다."
 
 
 "그대는,"
 
 
 잭슈어는 펜을 쾅 놓으면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대는, 햇살같이 순수한 에리아 양의 혈육이라고는 도무지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돈에 썩어 타락했군 에리아 양이 아파서 누워있는데 간병할 생각은 조금도 하지 않고 가게로 돌아가서 돈이나 버시겠다? 방금 그대가 에리아 양을 위해서 가게에 간다는 말은 조금이라도 돈을 더 벌기 위해서 나에가 거짓말을 한건가, 그대는 가족의 구성원으로서도 일말의 정이나 사랑도 느끼지 못하는 짐승이하의 인간이군!"
 
 
 "아니 그게 아니지 말입니다."
 
 
 '에리아가 너네집 말아먹으려고 하는데 내가 낄수는 없잖니'라는 말을 입밖으로 꺼낼수 있을리가 없으니까 잭슈어가 '도덕'이라는 곧디 곧은 검으로 정곡을 찌르는걸 피할수가 없었다. 내 자신을 방어하자면 상황을 설명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니, 상식적으로 당장에 일을 나가서 돈을 벌어야할 이유도 없고 가진것도 풍족한데 아픈가족을 코푼휴지마냥 내팽겨치고 돈벌레마냥 돈이나 벌러 간다는 말은 나라도 화를 낼테니까 그건 그런데 아무리 그래도 잭슈어 이 자식은 내가 정말로 싫은건지 화내는 끓는점이 낮아서 쫌만 잘못 건드리면 길길이 날뛰는게 미친개 같아서 상대하기 피곤했다.
 
 
 "좋아 그대가 그렇게 돈을 좋아하고 일을 좋아한다면 그렇게 시켜주지"
 
 
 낮게 으르렁거리는 잭슈어는 그동안 나에게 보여준 적의와는 다르게 정말로 진실된 분노를 하면서 한손에는 펜을 한손에는 팔랑거리는 한장의 종이를 들고서 다가오더니 내가 서있는 문 옆에 쾅하고 종이를 박력있게 치대고는 나에게 펜을 검처럼 들이대었다.
 
 
 "단, 그 일은 이곳 에스펠트 가에서 하게 될 것이고 벌어들이는 돈은 그대가 여기서 먹고 자는데 나갈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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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실하게 하는건 어렵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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