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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수 - 백석
대갈맞나 | L:47/A: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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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 0-0 | 조회 124 | 작성일 2018-10-07 00: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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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수 - 백석

국수        백석

 

눈이 많이 와서

 

산엣새가 벌로 나려 멕이고

 

눈구덩이에 토끼가 더러 빠지기도 하면

 

마을에는 그 무슨 반가운 것이 오는가보다.

 

한가한 애동들은 어둡도록 꿩 사냥을 하고

 

가난한 엄매는 밤중에 김치가재미로 가고

 

마을을 구수한 즐거움에 사서 은근하니 흥성흥성 들뜨게 하며

 

이것은 오는 것이다.

 

이것은 어늬 양지귀 혹은 능달쪽 외따른 산 옆 은댕이 예데가리밭에서

 

하로밤 뽀오얀 흰김 속에 접시귀 소기름불이 뿌우현 부엌에

 

산멍에 같은 분틀을 타고 오는 것이다.

 

이것은 아득한 옛날 한가하고 즐겁든 세월로부터

 

실 같은 봄비 속을 타는 듯한 녀름 속을 지나서 들쿠레한 구시월 갈바람 속을 지나서

 

대대로 나며 죽으며 죽으며 나며 하는 이 마을 사람들의 으젓한 마음을 지나서 텁텁한 꿈을 지나서

 

지붕에 마당에 우물 둔덩에 함박눈이 푹푹 쌓이는 여늬 하로밤

 

아배 앞에 그 어린 아들 앞에 아배 앞에는 왕사발에 아들 앞에는 새기사발에 그득히 사리워 오는 것이다.

 

이것은 그 곰의 잔등에 업혀서 길여났다는 먼 옛적 큰마니가

 

또 그 집등색이에 서서 자채기를 하면 산넘엣 마을까지 들렸다는

 

먼 옛적 큰아바지가 오는 것같이 오는 것이다.

 

 

 

, 이 반가운 것은 무엇인가

 

이 희수무레하고 부드럽고 수수하고 슴슴한 것은 무엇인가

 

겨울밤 쩡하니 닉은 동티미국을 좋아하고 얼얼한 댕추가루를 좋아하고 싱싱한 산꿩의 고기를 좋아하고

 

그리고 담배 내음새 탄수 내음새 또 수육을 삶는 육수국 내음새 자욱한 더북한 삿방 쩔쩔 끓는 아르궅을 좋아하는 이것은 무엇인가

 

 

 

이 조용한 마을과 이 마을의 으젓한 사람들과 살틀하니 친한 것은 무엇인가

 

이 그지없이 고담(枯淡)하고 소박한 것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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