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픈 역사의 밤은 새다 - 조영출
눈 쌓인 허허 벌판
피걁방울 흘리며 걸어간 발자욱
세찬 바람에 쏠리는 눈보라야
너는 이 발자욱 앞에 네 광란을 멈춘 일이 있었드냐.
눈싸락 차운 국경의 빙판
피 눈물 방울 흘리며 떠나간 발자욱
서슬이 푸른 아수라*의 별들아
너는 이 발자욱 뒤에 네 체포를 멈춘 일이 있었드냐.
오오 슬픈 압제의 밤은
가슴을 찔러 흐른 피에
사상(思想)이 꽃처럼 피다
눈보라 속에 파묻힌 님의 눈동자
마음의 광채
금걁줄을 띠운 토방(土房)의 등불마다
강보의 어린 울음이 터져 올랐다.
님은 가고
여기 어린 생명은 살고
칼날이 선 울타리 속에
이 어린 목숨이 살어
지금 오오 지금
이 슬픈 역사의 밤은 새다
보라 저 푸른 하늘
저 태극기 꽂힌 지붕을 넘어오는
흰 비둘기
붉은 태양
오호 붉은 태양아
슬픈 역사의 밤은 영원히 밝었느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