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에서 - 김춘수
이리로 오너라 단둘이 먼 산울림을 들어보자 추우면 나무 꺾어 이글대는
가슴에 불을 붙여주마 산을 뛰고 산 뛰고 저마다 가슴에 불꽃이 뛰면
산꿩이고 할미 새고 소스라져 달아난다
이리와 배암떼는 흙과 바위 틈에 굴을 파고 숨는다 이리로 오너라 비가
오면 비 맞고 바람불면 바람을 마시고 천둥이며 번갯불 사납게 흐린 날엔
밀빛 젖가슴 호탕스리 두드려보자
아득히 가버린 萬年! 머루먹고 살았단다 다래랑 먹고 견뎠단다 ...
짓푸른 바닷내 치밀어들고 한 가닥 내다보는
보오얀 하늘 ......이리로 오너라 머루 같은 눈알니가 보고 싶기도 하다
단 둘이 먼 산울림을 들어보자 추우면 나무 꺾어 이글대는 가슴에 불을
붙여주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