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모르리라 - 신동엽
너는 모르리라
그 날 내 왜
넋나간 사람처럼 고가(古家) 앞
서 있었던가를
너는 모르리라
진달래 피면 내 영혼 속에
미치는 두 마리
짐승의 울음
너는 모르리라
산을 열 굽이 넘고도
소경처럼 너만을 구심(求心)하는
해와 동굴과 내 사랑
너는 모르리라
문명된 하늘 아래 손넣고 광화문 뒷거리 걸으며
내 왜 역사 없다
벌레 삥·····니까렸는가를
하여
넌 무덤 속 가서도 모를 것이다
너 안 보는 자리서
찬 돌 쓸어안으며
그 숱한 날 얼마나 통곡했는가
그리하여
넌 할미꽃 밑에서도 모를 것이다
그 날 왜 내
눈물먹은 네 진주에 손대지
안했는가를.
그리고 그것은 몰라야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