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기완-블랙홀 언젠가 터질 울음처럼
나의 슬픔은 무한히 커져 가고 당신이 마침표를 찍을 때마다 초끈의 피라미들이 진저리를 치며 그걸 지웁니다 나는 주름으로 결로 지금 이 찰나에도 다시 태어나 우주 태풍 속으로 빨려 들어가면서 노래합니다
떠나시다니요 떠나시다니요
천만번 약속하고 떠나시다니요
당신은 우주를 폭식하고 나는 삼다수를 마시고 당신은 나의 부레와 아가미를 마침표 안에 가두고 나는 은하수 긴 머리칼을 자르고 당신도 알까요 내 사랑은 왠지 허덕여 왔어요 당신이 곁에 있어도 난 당신이 그리웠어요 사막에서 눈물을 훔치며 별을 봐요 별들은 자기들끼리 이야기하지 않고 꼭 우리에게 대답하는 것 같습니다 하나하나 모든 별자리마다 허기진 음악이 태어나고 그 소리가 태초의 먼지를 잠 깨울 때 별들은 진동하며 목을 놓아요
돌이킬 수 없는 걸 돌이키려 하진 않겠어요
블랙홀 언젠가 터질 울음처럼 당신의 검은 입 속으로 걷잡을 수 없이 빨려 들어가는 내 문장들을 놔둘 거야 이 깊은 잠을 건널 거야 난 당신의 무한 질량을 이기고 거울로 새로운 브랜드의 핑크 쿼크로 순수한 떨림만이 있는 에너지로 다시 태어날 거야
들어 봐요 당신도 나도 없어지고
백억 년 후에 연주될
내 음악 속에서 잠자는
봄날의 대폭발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