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影) - 신동엽
버스에 오르면 흔들리는 재미에
하루를 산다.
겨울이 가고 봄이 와도
먹먹한 가슴 굳어만 갈 뿐
나타나줄 것같은
비가 내리는
어둔 저녁에도
너는 없었다.
대폿집 앞에 서면
부서지고 싶은 대가리
대가리를 흔들면서
전찻길을 건넌다.
댕그랑 땡
미친 가슴처럼
아스팔트 바닥에 쏟아지는
통쾌한 중량의 동전잎
버스에 오르면 울고 싶은 재미에
하루를 산다.
너는 말할 것이다.
돌아가라, 돌아가라고.
그러면서도
너는 내 눈을 지켜보며
떠나지 않는 것이다.
비는 내리는데
숙명처럼
나는 널 생각하고
고뇌의 심연에
빠져 버둥이는
내 눈을 너는
연민으로 내려다보고 있을 것이다.
차라리 떠나라,
아니면 함께 빠져주든가.
가로수에 잎이 트면
그리고 보리 이랑이
강과 마을을 물들이면
나는 떠나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