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꽃 - 홍관희
사람들 눈 밖에서 웅크리고 앉아 있는
이름도 향기도 알 수 없는
작은 꽃 한 송이
보이지 않다가
눈 밖이라 보이지 않다가
어제도
어제의 어제도
눈 밖 세상이라 보이지 않다가
청산도에서
세월의 무게를 한 걸음 두 걸음 덜어내며
느릿느릿 슬로길을 걷노라니
내 밖으로 떠돌던 내가 나를 찾아오고
눈 밖에서 떠돌던 작은 꽃도
비로소 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작은 만큼
더욱 가까이 다가가 쪼그려 앉게 한다
작아서
더 가까이 다가가
나를 만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