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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봄의 아리아 초 - 최동일
순백의별 | L:60/A:5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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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 0-0 | 조회 52 | 작성일 2020-02-21 00:0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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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봄의 아리아 초 - 최동일

        Ⅰ
 뒤늦은
 조반상(朝飯床)을 물리고
 피워 문
 연기 속에
 흡뜬 너의 눈
 가장자리 서서히
 서리는 아침 안개
 곳곳에 푸른
 언약으로 맺히운
 소롯한 꽃망울은
 아주
 옛날
 비 개인 처마 끝
 빛나는 은빛
 빗방울로 밝아오던
 꿈이런가
 바람은 자꾸
 움 트는 화단의 흙냄으로 묻어나는
 프시케의 분수(噴水)
 ― 아니면 험한
 어둠을 헤집고
 타 오르는 불꽃이듯
 하오(下午)가 겨운
 들녘에
 기를 쓰고 밀리어 간다
 
          Ⅱ
 네가 불던 풀피리
 그 소리 여운은
 아직도
 삼삼히 귀에
 살아 도는데
 봄은 몰래
 몰래 또 와서
 어깨 위로 몇 마디의
 의문을 던지며
 버선발로 살풋
 툇마루에 걸터앉누나
 여독(旅毒)이 배인 팔과
 다리
 이마엔 송송
 솟는 땀방울 ―
 씻지 않고 마냥
 콧노래만 부르고 있구나
 실은
 방안 그득 굴러 넘치는
 실로퐁 소리
 취해 듣노라면
 연전(年前)에 시집 간
 누야의 애탄 그리움 속에
 피어나는
 개나리꽃
 오늘 밤엔
 살구꽃 만개(滿開)한 뒤란에
 꾀꼴새 울 때면
 오마던
 그 녀의
 실눈썹이나 애써
 그려 보겠네
 
        Ⅲ
 터밭 가엔
 점점 화안하게 터지는
 감탄사(感歎詞)
 불어오는 남녘 바람일랑
 모조리
 품 안에 담뿍
 안고서
 수수깡 울타리
 겹겹이 휩싸인 채
 들러리 눈부시게
 이파리가 나부낄 적
 다시
 소스라쳐 깨어나는 작은 얼굴은
 사뭇 밝은 그늘
 그늘 속 외론 나날
 흙을 털고 나온다
 ― 나와선 어디론가
 곧장
 발길을 옮긴다

 <나는 알리
 어느 수요일 밤
 자선(慈善)음악회
 화려한 무대 위에 산산이
 부수어지던 갈채의
 잔 가루를, 또
 많은 청중의 미소가
 일곱 빛깔로
 한 데 찬연히
 피어 번지던 경이(驚異)의
 장내를…>

          Ⅳ
 울림처럼 하염없이
 번지거라
 나는 조금도 주저하지 않고
 듀엣의 낭랑한
 음률 속에 잠이 든다
 ― 변성기의
 성대(聲帶)
 테너의 드맑은
 음조로 노래 부를
 당신이여
 말간 햇살을 받고
 허공에 떠도는 뜨거운 연가는
 건넌 산 너머에까지
 흘러
 원군(援軍)인 양 더욱 머언
 해협(海峽)을 질러
 한 나절 고이 자란
 풀섶에나 숨질
 알찬 봄의
 아리아
 들뜬 마음으로
 더러는 뜬소문이 나도는
 바닷가에 나가
 간밤에 치솟은
 다도해의
 작은 섬들이나 보지
 온통
 들끓는 유혹 속에
 앙갚음을 위하여
 내내 벼른
 열 손가락의 유희(遊戱)를
 물끄러미 바라보면
 보조개엔
 어느 틈에 패이는
 기쁨이여 ―

          Ⅴ
 기쁨이여 길어다오
 병든 꽃잎의
 화관(花冠)을 벗고
 오뉴월 땡볕에 쪼들린
 즈봉을 갈아입을
 즈음 ―
 성급히 치른
 선의의 보복 앞에
 우쭐이던 자네 제발
 겉치레만 번드르르 뽄때나는
 예의보단
 아예 다소곳이
 유화(柔和)한 한 마리
 비둘기를 보게
 머잖아
 거뜬한 맘으로 네 앞에
 쾌히
 웃을 수 있다면 ―
 흐르는 구름발에
 미련마저 까마득히
 띄워버리고
 나도 새삼
 어엿한 내가 되어
 한 번쯤은 너와
 좋이
 꽃다림하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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