츄잉~ chuing~
츄잉 신고센터 | 패치노트 | 다크모드
공지&이벤트 | 건의공간 | 로고신청N | HELIX
로그인유지
회원가입  |  분실찾기  |  회원가입규칙안내
그리움 - 최동일
순백의별 | L:60/A:585
1,502/1,790
LV89 | Exp.83% | 경험치획득안내[필독]
추천 0-0 | 조회 95 | 작성일 2020-02-21 00:15:25
[서브캐릭구경OFF] [캐릭컬렉션구경OFF] [N작품구경OFF]
*서브/컬렉션 공개설정은 서브구매관리[클릭]에서 캐릭공개설정에서 결정할수 있습니다.
  [숨덕모드 설정] 숨덕모드는 게시판 최상단에 위치해 있으며 언제든 설정할 수 있습니다.

그리움 - 최동일

  Ⅰ
하나만의
정(淨)한 뜻을 밟아
엷은 유리창에
비치는 햇발이
사뭇
일렁이면

간지럽게 어리우는
너의 얼굴
너의 동공이
한결
빛나며
무거운 그늘을
천천히
벗어난 다음 ―
아침에
거기서 무엇을
보았느냐고
내가 물을 때
꽃이여
응답하라

'잔뜩
흰 눈 덮인 산야처럼
한결같은 세상
매양 피는 꽃들은
사철로 붉어 있고
더러
달과 냇물이
함께 흘러가더라.'

음탕한
옛 손바닥에
묻어나는 고뇌를
두루
삼키며
응결된 두 눈멍울을 들어
하늘을 보고
다시
깨어나는 바람에
조용조용히
과일이 익어 가면
꽃이
곱게 늙는다
늙어선, 꿈을 꾼다

그 주위는
너무 밝아서
이루
헤아릴 수 없는
나날들이 풀려
한 데 앉아서 피로를 털고
외따로 얽혀서
밤에, 휴식을 얻는다

휴식 속에
소곳이
회한(悔恨)이 피어난다
도란도란
이마를 마주 대고
― 이런 얘기
― 저런 얘기
메밀밭에 까토리가 숨어
잠자던 얘기로
꽃피우니
불시에
목이 메인다

  Ⅱ
얼마만한
이유가
너의 가슴 벽에
몰래 남아서
숨쉬며
나를 일깨워 주는지
알고 보니
참은
통쾌하다

또한
얼마만한 자유가
자꾸자꾸
풀잎을 흔들어
슬기로운 바람과
만나는지를
― 경이(驚異)를
눈여겨보며
그렇게
세월 따라
흉내를 내며
나도
살고 싶다

자랑처럼 쉬운
일과(日課)를
나날이 목에 걸고
어정어정 뜰에 나와
큰 봉오리
작은 봉오리
매만지며
물 속에 갈앉은
앙금이 되어
이제는 마음 아픈
그리움도 없이
몇 날을

한 마디 아니하며
그냥 살고 싶다

  Ⅲ
벌써 피인
몇 송이 꽃을 보노라면
조금은
의젓이
활기를 띠는데
지금은
꿈속에 남은 일만이
마냥
아쉬워라

풀려 난 강둑 위에
누워
혼자서 피리를 불면
그윽이 넘쳐 퍼지는
가느란 음률(音律)들의
작은
속삭임
― 그만 갈까
― 그만 갈까
귓전에는 매우
성급한 가락들이
더 가자고 더 가자고
보채는
소리
연해 들린다

그러면 우리는
아파 오는 다리를
까맣게 잊고
앉아 쉬던
새들마저 일어나
포롱
포로롱 높이
날아난다

꽃은 잠시도
쉬임없이 행진을
계속한다

아주
끝이 없는 영화(榮華)를
누리고자
머언 산
너머에까지 손짓을
보낸다

  Ⅳ
밀려오는 것들의
숨찬 호흡 속에
마구
서성이는 나의
부산한 손은
터밭골에
석 자 남짓
언 땅을 파고
어서 오늘은
꽃씨를 듬뿍
뿌려야지

외가에서 가져 온
작약이며
뒷집 담벼락 아래서 받은
해바라기 씨
아암 그리고
아랫 마을 순이네
한테서 얻어 온 철쭉이랑, 목련, 디기탈리스, 금잔화, 채송화, 붉은 꽃, 흰 꽃, 가시 돋친 꽃, 향기 좋은 꽃 ―

이 많은 것들
가운데
어느 것을 선뜻
택하여 심어야 할지
아까워서 한참
망설이는 동안
문득
시절이
바뀐다

마치
신령이 듯
눈을 감고
노상 부는 피리 소리에
개였다
찌푸렸다
하는 날씨 ―
그러다가 오늘은
훈훈한 미풍이 일어
물기 오른 수목에
연연한 새 움이 돋아
꽃들은 피어나고
꽃 속엔
나래 고운 나비가
든다

이대로
퍽으나 오랜
세월이 지나면

신나는 전설이
족히
천 년은 더
남을 꺼야

향수(鄕愁)는
꽃밭에 든 나비가 다스리고
전설은 여기 남아
오가는 이들의
얘깃거리가 되어
서로서로 다투며
미쁜 미소를 지어
너를 찬양할 테지……
― 그 때
전해다오 꽃이여
꼬옥 한 번만, 네가
겪은 일들을.

개추
|
추천
0
반대 0
신고
    
  [숨덕모드 설정] 숨덕모드는 게시판 최상단에 위치해 있으며 언제든 설정할 수 있습니다.
의견(코멘트)을 작성하실 수 없습니다. 이유: 30일 이상 지난 게시물, 로그인을 하시면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츄잉은 가입시 개인정보를 전혀 받지 않습니다.
즐겨찾기추가   [게시판운영원칙] | [숨덕모드 설정] |   게시판경험치 : 글 15 | 댓글 2
번호| | 제목 |글쓴이 |등록일 |추천 |조회
정보공지
캐릭터 외국 이름 지을 때 참고용으로 좋은 사이트 [30]
쌍살벌
2012-11-27 5 9099
10368 시 문학  
그래서 - 김소연
2021-10-25 0-0 919
10367 시 문학  
칠판 - 류근
2021-10-25 0-0 792
10366 시 문학  
접시꽃 당신 - 도종환
2021-10-25 0-0 805
10365 시 문학  
조국 - 정완영
조커
2021-10-24 0-0 639
10364 시 문학  
정천한해(情天恨海) - 한용운
조커
2021-10-24 0-0 727
10363 시 문학  
정념의 기(旗) - 김남조
조커
2021-10-24 0-0 674
10362 시 문학  
유신 헌법 - 정희성
크리스
2021-10-24 2-0 611
10361 시 문학  
유리창 1 - 정지용
크리스
2021-10-24 0-0 1522
10360 시 문학  
위독(危篤) 제1호 - 이승훈
크리스
2021-10-24 0-0 498
10359 시 문학  
멀리서 빈다 - 나태주
2021-10-23 0-0 733
10358 시 문학  
즐거운 편지 - 황동규
2021-10-23 0-0 629
10357 시 문학  
별의 자백 - 서덕준
2021-10-23 0-0 635
10356 시 문학  
접동새 - 김소월
조커
2021-10-23 0-0 665
10355 시 문학  
저문 강에 삽을 씻고 - 정희성
조커
2021-10-23 0-0 515
10354 시 문학  
장자를 빌려- 신경림
조커
2021-10-23 0-0 477
10353 시 문학  
월훈(月暈) - 박용래
크리스
2021-10-23 0-0 895
10352 시 문학  
월광(月光)으로 짠 병실(病室) - 박영희
크리스
2021-10-23 0-0 529
10351 시 문학  
울음이 타는 가을강 - 박 재 삼
크리스
2021-10-23 0-0 857
10350 시 문학  
장수산 - 정지용
조커
2021-10-17 0-0 547
10349 시 문학  
작은 짐슴 - 신석정
조커
2021-10-17 0-0 366
10348 시 문학  
작은 부엌 노래 - 문정희
조커
2021-10-17 0-0 477
10347 시 문학  
너를 생각하는 것이 나의 일생이었지 - 정채봉
타이가
2021-10-17 0-0 698
10346 시 문학  
가지 않은 봄 - 김용택
타이가
2021-10-17 0-0 533
10345 시 문학  
울릉도 - 유치환
크리스
2021-10-17 0-0 632
    
1
2
3
4
5
6
7
8
9
10
>
>>
enFree
공지&이벤트 | 접속문제 | 건의사항 | 로고신청 | 이미지신고 | 작품건의 | 캐릭건의 | 기타디비 | 게시판신청 | 클론신고 | 정지/패널티문의 | HELIX
Copyright CHUING Communications. All rights reserved. Mail to chuinghelp@gmail.com | 개인정보취급방침 | 게시물삭제요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