츄잉~ chuing~
츄잉 신고센터 | 패치노트 | 다크모드
공지&이벤트 | 건의공간 | 로고신청N | HELIX
로그인유지
회원가입  |  분실찾기  |  회원가입규칙안내
병(病)에게 - 조지훈
사쿠야 | L:97/A:61
4,112/5,410
LV270 | Exp.76% | 경험치획득안내[필독]
추천 0-0 | 조회 78 | 작성일 2020-03-20 00:06:05
[서브캐릭구경ON] [캐릭컬렉션구경ON] [N작품구경OFF]
*서브/컬렉션 공개설정은 서브구매관리[클릭]에서 캐릭공개설정에서 결정할수 있습니다.
  [숨덕모드 설정] 숨덕모드는 게시판 최상단에 위치해 있으며 언제든 설정할 수 있습니다.

병(病)에게 - 조지훈

어딜 가서 까맣게 소식을 끊고 지내다가도

내가 오래 시달리던 일손을 떼고 마악 안도의 숨을 돌리려고 할 때면

그때 자네는 어김없이 나를 찾아오네.

 

자네는 언제나 우울한 방문객

어두운 음계를 밟으며 불길한 그림자를 이끌고 오지만

자네는 나의 오랜 친구이기에 나는 자네를

잊어버리고 있었던 그 동안을 뉘우치게 되네.

 

자네는 나에게 휴식을 권하고 생의 외경을 가르치네.

그러나 자네가 내 귀에 속삭이는 것은 마냥 허무

나는 지그시 눈을 감고, 자네의

그 나직하고 무거운 음성을 듣는 것이 더없이 흐뭇하네.

 

내 뜨거운 이마를 짚어 주는 자네의 손은 내 손보다 뜨겁네.

자네 여윈 이마의 주름살은 내 이마보다도 눈물겨웁네.

나는 자네에게서 젊은 날의 초췌한 내 모습을 보고

좀더 성실하게, 성실하게 하던 그 날의 메아리를 듣는 것일세.

 

생에의 집착과 미련은 없어도 이 생은 그지없이 아름답고

지옥의 형벌이야 있다손 치더라도

 

죽는 것 그다지 두렵지 않노라면 자네는 몹시 화를 내었지.

 

자네는 나의 정다운 벗, 그리고 내가 공경하는 친구

자네는 무슨 일을 해도 나는 노하지 않네.

그렇지만 자네는 좀 이상한 성밀세.

언짢은 표정이나 서운한 말, 뜻이 서로 맞지 않을 때는

자네는 몇 날 몇 달을 쉬지 않고 나를 설복(說服)하려 들다가도

내가 가슴을 헤치고 자네에게 경도(傾倒)하면

그때사 자네는 나를 뿌리치고 떠나가네.

 

잘 가게 이 친구

생각 내키거든 언제든지 찾아 주게나.

차를 끓여 마시며 우린 다시 인생을 얘기해 보세그려.

개추
|
추천
0
반대 0
신고
    
  [숨덕모드 설정] 숨덕모드는 게시판 최상단에 위치해 있으며 언제든 설정할 수 있습니다.
의견(코멘트)을 작성하실 수 없습니다. 이유: 30일 이상 지난 게시물, 로그인을 하시면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츄잉은 가입시 개인정보를 전혀 받지 않습니다.
즐겨찾기추가   [게시판운영원칙] | [숨덕모드 설정] |   게시판경험치 : 글 15 | 댓글 2
번호| | 제목 |글쓴이 |등록일 |추천 |조회
10119 시 문학  
독(毒)을 차고 - 김영랑
조커
2021-07-31 0-0 202
10118 시 문학  
도봉(道峰) - 박두진
조커
2021-07-31 0-0 196
10117 시 문학  
일신우일신 [3]
일신우일신
2021-07-31 0-0 364
10116 시 문학  
슬픔이 기쁨에게 - 정호승
크리스
2021-07-31 0-0 245
10115 시 문학  
슬픔의 삼매 - 한용운
크리스
2021-07-31 0-0 175
10114 시 문학  
슬픔으로 가는 길 - 정호승
크리스
2021-07-31 0-0 238
10113 시 문학  
도다리를 먹으며 - 김광규
조커
2021-07-30 0-0 162
10112 시 문학  
데생 - 김광균
조커
2021-07-30 0-0 158
10111 시 문학  
등 너머로 훔쳐 듣는 대숲바람 소리 - 나태주
조커
2021-07-30 0-0 154
10110 시 문학  
대추나무 - 김광규
조커
2021-07-29 0-0 202
10109 시 문학  
대장간의 유혹 - 김광규
조커
2021-07-29 0-0 173
10108 시 문학  
대숲 아래서 - 나태주
조커
2021-07-29 0-0 197
10107 시 문학  
대설주의보 - 최승호
조커
2021-07-28 0-0 245
10106 시 문학  
당신을 보았습니다 - 한용운
조커
2021-07-28 0-0 227
10105 시 문학  
당나귀 길들이기 - 오종환
조커
2021-07-28 0-0 204
10104 시 문학  
달·포도·잎사귀 - 장만영
조커
2021-07-27 0-0 186
10103 시 문학  
다시 밝은 날에 - 서정주
조커
2021-07-27 0-0 152
10102 시 문학  
다부원(多富院)에서 - 조지훈
조커
2021-07-27 0-0 127
10101 시 문학  
님의 침묵- 한용운
조커
2021-07-26 0-0 269
10100 시 문학  
능금 - 김춘수
조커
2021-07-26 0-0 173
10099 시 문학  
느릅나무에게 - 김규동
조커
2021-07-26 0-0 152
10098 시 문학  
눈이 내리느니 - 김동환
조커
2021-07-25 0-0 192
10097 시 문학  
눈물 - 김현승
조커
2021-07-25 0-0 222
10096 시 문학  
눈길 - 고은
조커
2021-07-25 0-0 145
10095 시 문학  
슬픈 역사의 밤은 새다 - 조영출
크리스
2021-07-25 0-0 185
      
<<
<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
>>
enFree
공지&이벤트 | 접속문제 | 건의사항 | 로고신청 | 이미지신고 | 작품건의 | 캐릭건의 | 기타디비 | 게시판신청 | 클론신고 | 정지/패널티문의 | HELIX
Copyright CHUING Communications. All rights reserved. Mail to chuinghelp@gmail.com | 개인정보취급방침 | 게시물삭제요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