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선화 유종우
주황빛으로
푸른빛으로
물결치는 저녁노을
밤이 스며드는 풀밭에서
하얀 꽃 한 송이를
보았다
바람에 흔들리는
조그만 꽃잎
아무 말 없이
나를 바라보는
하얀 꽃송이
가냘프게 피어 있는
작은 꽃이여
너의 곁엔 슬픔이
우두커니 슬픔이
아직도 떠나지 않아
내게 평화가 허락된다면
그건 너와의 시간뿐
어디에 그런 마음 또 있을까
어디에 그런 곳 또 있을까
평온한 오후에도
비 오는 창가에도
바람에 쓸려간 잎새들을 기다리는
낯익은 나뭇가지처럼
그저 바라볼 수밖에
기다릴 수밖에
나의 꽃잎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