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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벤트) 고양이들의 도시
HoNey | L:3/A:362
307/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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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 2-0 | 조회 213 | 작성일 2019-03-09 23:5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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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벤트) 고양이들의 도시

 

이렇게  일이 아니었는데…」

 

화창한 토요일에 자전거를 타고 한강변을 달리는 일은 소중한 취미  하나지만, 뭐든 과도하면 변변한 일이 없는 법이다. 유난히 다리가 가볍고, 유난히 음악이 흥겹게 들리던 어느  나는 돌아가기엔 지나치게 멀리까지 와버렸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어두컴컴한 밤에 지친 몸을 질질 끌고 돌아가는 모습을 생각하니  유쾌하지 않았기에, 가까운 찜질방에서 하룻밤을 보내기로 했다.

가볍게 저녁 식사를 하고 밖에서 담배 타임을 즐기고 있자니 문득 건물 입구에 오도카니 앉아있는  남자가 눈에 들어왔다.  이유는 없었다. 그저 근처에 다른 사람이 없었고, 하루종일 제대로 대화 한마디 안했고,  사람의 모습이 - 눈을 부릅쓰고 무언가 쉴새없이 중얼거리며 주변을 살피고 있는 모습이 - 너무나 신경쓰였기 때문.

저기요, 무슨  있어요?」

눈이  마주쳤다. 내가 던진  마디의 효과는 엄청나서, 이제 그는 나를 뚫어져라 쳐다보기 시작했다.  눈빛을 보고, 나는 그가 무언가를 두려워 하고 있다는  깨달았다. 견딜  없을만큼 깊게. 살짝 후회가 들었지만 그의 왜소한 몸으로는 내게  위협이  것같지 않았으므로 나는 좀더 대화를 시도했다. 지금 와서 생각하면,  쓸데없는 오지랖이야말로  인생 가장  전환점이었다.

 도와드릴  있어요? 아님 경찰이라도 부를까요?」

그가 숨을 집어삼켰다. 몸이 덜덜 떨리기 시작했다.

너냐…」

그가 중얼거렸다. 서서히 일어난다. 시선은 내게서 떨어지지 않는다.

?」

이쯤되자 정신이 번쩍  나는 자세를 취했다. 유도 경력 7년에 그럭저럭 실력에 자신도 있는 나다. 몸에 힘을 넣었다.

너냐!  괴물 자식아!!」

고함을 지르며 그자가 빼든 것은 어느 모로 보나 식칼이었다. 그리곤 곧장 내게 돌진해온다. 칼을 인식한 순간, 나는 그대로 뒤로 돌아 냅다 도망가기 시작했다.

저건 아니지!  X됐네 #$%*&」

뒤돌아보자, 그는 젖먹던 힘을 다해 나를 쫓아오는 중이었다. 식은 땀이 줄줄 흐른다. 세상에 하느님, 제가 잘못했습니다. 정신없이 도망치던 나는 문득 점점 인기척도 없고 조용한 골목을 달리고 있는 자신을 깨달았다. 하필  모르는 동네에 와있던 것이 문제였다. 모퉁이를 돌자 막다른 벽이 보였다. 신이시여! 나는 급히 쓰레기 수거함 뒤에 몸을 날렸다. 숨을 고르고 굴러다니던 비닐봉투를 손에 감았다. 이제 무슨 짓이든 해볼  밖에!

추적자가 다가온다. 헉헉 꼴사납게 헐떡이고 있다. 점점 가까워진다. 이제 모퉁이만 돌면느릿하게 흘러가는 긴장된 순간, 갑자기 다른 사람의 목소리가 들렸다.

찾았다, 인간.」

소름이 돋았다. 그것은 절대 인간이   없는 소리였다. 귀가 아니라 뇌에 직접 울리는 듯한 매서움과 형용할  없는 깊은 악의가 느껴지는, 선고를 내리는 지배자의 소리였다. 미친 남자도 그것을 느꼈는지 비명을 지르며 쓰러졌다. 그가 바닥을 기는 소리가 들렸다.

안돼안돼….!」

정체를   없는 소리가 비웃었다.

후후후….  여기까지다.」

남자가 괴성을 내지르며 미친듯이 칼을 휘두르는 소리가 들렸다. 계속해서 웃음소리가 사방을 가득 메웠다. 괴성도 점점 커졌다. 나는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기 위해 고개를 살짝 내밀었다. 그리고 내가  것은, 남자를 향해 달려드는  마리 고양이였다. 밝은 빛이 폭발하고, 나는 정신을 잃고 말았다.

 

눈을 뜨자 하늘이 보였다. 아직 그리 시간이 지나지 않은  같았다. 황급히 주위를 둘러보았다. 있는건 아직 의식이 없는 아까의 미친 남자 하나, 그리고 다소곳히 앉아 나를 보고 있는 고양이  마리. 아까의 기억이 떠올라 나는 펄쩍 뛰었다. 단박에 심장이 용솟음쳤다. 내가 벽으로 뒷걸음질치자 고양이가 일어났다. 나는 소리를 질렀다.

 뭐야! 꺼져!」

내게 다가오던 고양이는 멈칫하더니 입을 열었다.

다행히  문제는 없는  같군요.」

여자 목소리였다. 귀부인 같달까, 선생님 같달까. 고풍스러우면서도 다정함마저 느껴지는 따뜻한 목소리였다.

하지만  순간엔 모두 무의미했다. 고양이가 말을 한다. 무너지는 현실을 부정하듯 나는 아무 소리나 내질렀다.

 뭐야? 이게  무슨 일이야?  필요없으니까 사라져!」

미안하지만 그럴 수는 없겠네요. 먼저 사과부터 하죠. 방금 정신을 잃게한   실수예요. 당신이 있는건 알았지만 상황이 급해서 그쪽을 우선할  밖에 없었어요. 그대로 숨어있길 바랬는데.」

차분하지만 강한 말투였다. 나는 기세를 잃고  말을 찾았다.

네가  사람을 저렇게 만들었지! 아까 그건 뭐야!」

고양이가 천천히 꼬리로 땅을 쓸었다.

진정하세요. 소개부터 할게요.  이름은 리아예요.」

오늘은 참으로 이상한 날이다. 고양이한테 자기소개를 듣다니. 고양이는 말을 이었다.

우선,  남자는 미치거나 한게 아니라 악령에 씌인거예요.」

씌였다고?」

악령은 세상 어느 곳에나 있어요. 특히 허약해진 사람 마음에 쉽게 들어갑니다. 그리고 약한 마음을 조종하여 악한 행동을 유발하지요. 사람들이 행하는 악한 행동, 악한 생각들은 모두 그들의 영향때문이예요. 정신적으로 약한 사람일수록 표적이 되기 쉽고, 악을 행할수록 그들의 힘은 점점 강해집니다. 그리고 때가 되면저렇게 숙주를 집어삼키게 되지요.」

이게 무슨 소리야.

「… 사람은 어떻게 되지?」

악령에게 완전히 지배당하던가, 그대로 죽어버리게 됩니다.」

기가 막힌다.

그렇다면  세상이 악령으로 가득차지 않는거야?」

고양이아니 리아가 눈을 빛낸다.

인간은 생각보다 강하답니다. 불초 저희들이 열심히 막고있기도 하고요.」

그리고  강한 말투로 단언했다.

그들을 막는건 저희의 유일하고도 절대적인 책임이니까요.」

「…」

직접 보세요.」

리아가 여전히 쓰러져있는 남자를 턱짓으로 가리켰다. 그런 너무나도 사람 같은 자연스러움에 감탄하고 있다가 문득 깨달았다.  남자는 적어도 죽어 있지는 않았던 것이다.

네가 막은거야?」

다행히.」

그제야 머리가 돌아가기 시작했다. 그러니까 내가 본건 각성하는 악령과 그걸 막으려는 고양이의 사투였다는 건가.  거기에 말려든거고. 그렇다면 고마워해야 하는건가. 아니지 말하는 고양이를 그냥 믿을 수는 없잖아? 지금부터 목격자의 입을 막으려고 할지도 몰라. 어쨌든  남자도 죽지는 않은 모양이고, 이제 퇴장할 때다. 빠르게 결론을 내린 나는 애매하게 웃으며 말했다.

아아, 그럼 네가 구해준 거구나. 고마워. 그럼  이만 가볼게.」

기다리세요. 그렇게 보내줄 거였으면 깨어날 때까지 기다리지도 않았어요.」

왔다. 역시 그랬어. 나는 있는 힘껏 걷어찰 준비를 했다.

 당신을 위해서니까 얌전히 들으세요. 발에  빼고요.」

움찔 했지만 그대로 다리를 휘둘렀다. 그리고 전력질주로 도망쳤다. 리아는 살짝 뒤로 물러나 피했을  따라오지 않았다.

 

자전거는 그대로 있었다. 올라타 전력으로 집을 향해 페달을 밟았다. 한시라도 빨리 여기서 멀어져야 한다.

무려 새벽이 되어서야, 나는 집에 도착할  있었다. 집이라야 조그만 원룸일 뿐이지만, 보는 순간 크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고보니  소개가 늦은  같다. 나는 푸릇푸릇한 대학생이긴 하지만 학창 시절 내내 유도에 빠져사느라 입학이 늦은 삼수생이다. 한때는 선수를 꿈꾸기도 했었지만, 지금은 무난한 대학생이 되어 살고 있다. 폭풍 같은  학기를 마치고 방학을 맞았지만 고향에 내려가지 않고 평일에 알바나 뛰는, 평범하디 평범한 학생이다. 그런데!  이런 일이 일어나느냐 말이다.

후들거리는 다리로 자전거에서 내려서자, 누군가 말을 걸어왔다.

이제 들어와?」

!」

꺄악!」

순간 너무 놀라  소리를 내고 말았다. 돌아보자 아는 얼굴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있었다.

, 아아너냐미안해.  놀라서.」

창피해서 얼굴을  수가 없다. 어물어물 쪼그라드는 나를 보고 그녀석이 피식 웃었다.

죄짓고 들어오냐?  그렇게 놀라?」

그녀석 같은 건물 다른 층에 사는 여자로, 같은 대학에 다니며 매일 1교시 수업을 듣고, 매일 학교 가는 길에 있는 토스트 집에서 아침을 산다는 공통점 때문에 친해지게 되었다. 말은  험해도 누구에게나 허물없고 항상 기분좋게 웃고 다녀서 인기가 많은 녀석이다. 이름은 지원이다.

신경 쓰지마.  놀랄 일이 있었어. 너야말로  시간까지 뭐하다 오는거야?」

나는 언제 어느 때나 의지되는 여자거든.  언니가 없으면 뭐가 돌아가겠니?」

그러시냐.」

편한 얼굴과 대화를 나누니 이렇게 안심될 수가 없다. 내심 고마워하며 잠시 수다에 어울렸다. 보아하니 한잔 하고 들어오는 모양이다.

어휴, 땀봐. 토요일이라고 오버  했구나? 얼른 들어가서 씻으셔.」

그래야겠다. 들어가.」

일상으로 돌아온 따뜻한 기분이 되어 방으로 올라갔다. 그러나 문을 열자,  기분은 순식간에 사라졌다.  창문에  고양이가 아까와 똑같이 다소곳히 앉아 나를 쳐다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한참이나 눈싸움이 계속됐다. 먼저 말문을 연건 리아였다.

생각보다 놀라지 않으시네요.」

어쩐지 그럴  같은 기분이 들었거든.」

소란을 피우지 않아 다행이예요.」

리아는 여전히 차분했다. 나로 말할  같으면, 사시나무  듯이 떨고 있었다.

 대체 뭐지? 어떻게 여길 안거야?」

자전거 뒤에 타고 왔어요. 주행 중에 말을 걸었다간 사고가   같아서 그냥 잠자코 있었고요. 도착했더니 다른 사람과 만나길래 피해있었던  뿐이예요.」

그리고 창문턱에 있던 물건에 앞발을 올려놓았다.

놓고가신 물건이예요.」

자세히 보니 그건  핸드폰이었다. 잃어버렸다는  알았지만 저녀석이 가지고 있을 줄이야.

미안하지만 기절해있는 동안 구급차를 부르려고 썼어요. 쓰러진 사람을 두고 가다니 매정하네요.」

「…」

 죽이려한 사람을 두고 매정하단 소릴 들어도 코웃음만 나올 뿐이다.

 사람은 무사히 병원으로 이송됐어요. 깨어나려면 시간이  걸리겠지만 괜찮을 거예요.」

관심없어!」

나는 기어코 소리를 질렀다. 리아가 한숨을 - 적어도  비슷한 것을 - 쉬었다.

미안하지만 조용히 해주겠어요? 문도 닫아주시면 좋겠고요. 안심하세요. 절대 해를 가하려는게 아니니까. 오히려 보호해주려는 거예요. 사람들이 몰려오면 더욱 상황이 안좋아질 거예요.」

보호? 나를? 어째서? 여기서 도망쳐도 어차피 따라잡힐 터다. 이야기를 들어보자. 문을 닫았다. 나는 힘껏 허세를 부렸다.

그래서 무슨 볼일이지?」

다시 소개할께요. 저는 일곱 번째 생을 받은 리아라고 합니다. 우리들, 지능을 가진 고양이들은 세계 곳곳에 존재하고, 모두 악령을 상대한다는 목표를 갖고 움직입니다. 우리들은 악령을 상대하기 위한 여러 힘들을 갖고 있는데,   하나가 아까 당신이  빛이예요. 문제는  빛이 워낙 강력한 것이라서, 맞은 사람에게 약간의 흔적을 남긴다는 거예요.」

또다시 등장한 엄청난 설명에 머리가 작동을 거부했지만, 그래도  단어만은 명확히 들렸다.

흔적이라고?」

.  빛은 거의 각성에 달하거나 이미 각성한 악령들에게 쓰는 힘인데, 그들에게 쓰면 숙주인 사람에게까지는 영향을 끼치지 않습니다. 하지만 평범한 사람에게 쓰면…」

나도 모르게 몸을 앞으로 내밀었다.

쓰면?」

 흔적이 악령들을 끌어당깁니다. 그들은 그걸   있어요. 악령들, 특히 악령에게 지배된 사람들이 당신을 표적으로 달려들게  겁니다.」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 앉고 말았다. 말도 안돼.

미안해요. 통한의 실수예요. 일곱 번째 생애 이런 일은 한번도 없었는데…」

「…지울 방법은?」

사과는 귓등으로 듣고 나는 물었다.

 흔적이란걸 지우면 되잖아. ?」

리아는 고개를 저었다.

불가능합니다. 적어도 저는 들은 적이 없어요.」

절망적이다.  이야기가 사실이라면,  칼든 미친 작자 같은 사람들이 다들  죽이러 온다는 소리다. 끝이다.  인생은 끝이다.

「…니다. 그러므로    , 제가 곁에서 당신을 경호해드리겠습니다.」

?」

뭔가 중요한 소리가 흘러간  같다.

뭐라고?」

 흔적이 사라질 때까지 경호해드리겠다고 했습니다.」

사라지는거야?」

.  정도라면 한달쯤 걸립니다.」

오오옷! 희망이 생겼다. 한달! 그래 까짓 한달만 버티면 된다. 죽는 것보다야 낫지. 비바 인생!

환희에 몸부림치고 있자 리아가 빙그레 웃었다.

그럼  부탁드리겠습니다. 오늘은 힘든 하루였으니 서둘러 주무시길.」

그래!  부탁할게!」

정말이지 머리가 어떻게 된게 틀림없다. 그토록 많은 일이 있었고, 물어둬야할 질문이 끝도 없이 있을텐데, 화도 나지 않고 그냥 기쁘다니.  날은  잠들었다. 그것도 혹시 리아가 말한 ‘여러 가지  하나였을까?

 

다음 날부터 살짝 특별해진 하루가 시작되었다. 나는 ‘보호대상이란 새로운 칭호를 획득했다. 그리고 말하는 고양이  마리를 기르게 되었다. , 사실 기른다는 표현은 그리 적합하지 않다.  고양이는 먹을 것을 필요로 하지 않는  같았다. 가끔 수도꼭지를 핥고 있는 장면은   보았지만. 아침에 눈을  내가 이것저것 질문하자 리아는 대답했다.

이미 너무 많이 알고 있는 편이예요. 어차피 다시는 저희 일에 연관될 일이 없을테고, 그게 인생에 유익할 거예요. 자신이 처한 상황을 이해해주셨다면, 더한 정보는 되도록 피하는게 좋겠어요.」

맘에 들진 않지만 틀린 말은 아니기에 나는  이상 질문하지 않았다. 비밀 조직에 대해 너무 많은 것을 알아버린 일반인이 무슨 꼴을 당하는지는 모두가  알고 있지 않은가? 거리감은 중요하니까.

그리하여 리아가 나를 어떤 식으로 보호하는가 하면, 그저 24시간  곁에서 떨어지지 않는다는 놀라운 방법이었다.

악령에 씌인 인간이 길바닥 돌멩이처럼 사방에 굴러다니지는 않지만, 그들은 아주 교활하기 때문에 언제나 주의가 필요해요.  동료들이 주변을 감시하고 있어요. 기어코 당신에게까지 도달한다면, 제가 기다리고 있을겁니다.」

살짝 감동할 뻔했다. 리아는  말을 충실히 지켜서, 학교에서든 아르바이트 장소에서든 항상  곁을 맴돌았다. 사람들의 시선은 걱정할 필요가 없었는데, 리아에게는 사람들의 눈에 띄지 않는 힘이 있었다. 설명하기를 존재감을 떨어뜨린다고 했는데, 자세히 이해하진 못했지만 어쨌든 효과는 뛰어나서 아무도  어깨에 앉아 있는 고양이를 알아보지 못했다.

마치 수호 요정이라도 데리고 다니는 기분이었다. 겉으로 보기엔 귀엽기도 하고. 리아는 주변에 위험이 없다고 판단될 때면 편한 자세로 그루밍을 하는  영락없이 고양이였다. 물론 장난 삼아 앞에서 고무 장난감이라도 흔들면 마땅찮은 얼굴로 고개를  돌려버렸지만. 어느   침대에 누워 우리는 이런 대화를 나누었다.

전에 일곱 번째 생이라고 했었지. 그건 무슨 뜻인지 물어봐도 ?」

고양이들이 모두가  같지는 않지요. 저희는 모두   이상 죽음을 경험한 이들입니다. 모든 개체가 다시 생을 받는건 아닌  같아요. 저희조차   없는 이유로 저희는 죽음 뒤에 다시 생을 받고, 자아와 목표를 부여받습니다.」

그건괴로웠겠네.」

신경써주셔서 고맙군요.  번째 생에는 아무리 그래도 죽음이 두려웠어요.  번째 생부터는 그저  살아났구나 싶더군요. 다시 살아난다는건 몸도 마음도 참으로 고통스런 일이랍니다. 이번 생을 받았다고 해서 반드시 다음 생을 받으리란 보장도 없지요. 하지만 어찌된 일인지 저는 계속해서  번의 생을 반복했고, 지금은 나름대로 고참인 편이랍니다.」

리아는 담담하게 말했지만,  눈에 그런 인생아니 묘생은 너무 불합리해 보였다.

선택의 이유에는 짐작가는게 없어?」

저희들 사이에서는 이런 말이 오가곤 하죠. 일어나는 모든 사건은 필연이다. 선택을 받았다는  해야할 일이 아직 남았기 때문이다.」

리아는 보일    미소를 지었다.

말했듯이 저희는 생을 받음과 함께 목표를 부여받습니다. 바로 악령을 제거하라는 목표죠. 악령에게서 인류를 지키고 보호하라생의 이유를 모르는 저희에게,  명령이야 말로 유일한 구원이예요. 그저 행할뿐. 살기 위해, 혹은죽기 위해.」

그런….!」

나는 벌떡 일어났다. 하지만 말을 잇지 못했다.  말을 찾을  없었다. 리아의 뒤틀린 인생관에는 기나긴 시간이 만들어낸 무게가 느껴졌다.  뒤틀림은 리아의 잘못이 아니다. 아무런 설명없이 생명을 갖고 장난치고 있는  누군가의 잘못이다. 리아가 나를 빤히 쳐다보고 있다. 나는  돌아누웠다. 리아는 잠시 가만히 있더니, 침대에서 내려가 자신의 보금자리로 들어갔다.

「…고마워요.」

 

이따금씩 리아는 어딘가로 신호를 보냈다. 내게  설명은 하지 않았지만, 주의할만한 무언가가 나타났다는 소리겠지.  상태로 2주일이 흘러갔다.

사건은 어느 음산한 그믐달과 함께 일어났다. 자취방으로 돌아가던 나는 경악할만한 장면을 목격했다.  트럭이 맹렬한 속도로 인도를 덮치고 건물을 향해 돌진한 것이다. 귀를 찢을듯한 충돌음이 천지를 울렸고, 트럭에 대체 뭐가 들어있었는지 빠른 속도로 불길이 치솟았다. 사방에 비명 소리가 울렸고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불길은 생각보다 거세어 건물에 옮겨붙었고,  5분만에 거리는 아비규환으로 변했다.

큰일이예요. 이런 극한상황은 악령의 좋은 사냥터예요. 그들이 몰려올거예요.」

리아가 다급하게 신호를 보냈지만, 사람들이 많아 여의치가 않아보였다.

리아, 어서 가봐. 너에겐 힘이 있잖아. 사람들을 구해줘.」

아뇨, 사람들이 너무 많아요. 당신이 위험해요.」

그러면서도 리아는 화재 현장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나는 좀더 단호하게 말했다.

, 리아.  여기 구석에 얌전히 숨어있을게. 문제없어. 이래봬도  세다고?」

하지만…」

제발, 인류를 지키는게 사명이라고 했잖아. 저곳에  사명이 있을 수도 있어.  걱정하지 말래도.」

「…정말 괜찮겠어요?」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 씨익 웃어보였다.

빨리 .   있으면 서둘러 돌아오고.」

「…여기 꼼짝말고 숨어있어요!」

리아의 모습이 사라지고 멀어져가는게 느껴졌다. 나는 한숨을 쉬고 벽에 붙어섰다. ,  테면 오라고!

경계 태세를 취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정말로 누군가 이쪽으로 다가오는게 보였다. 이런, 나는 당황했다. 그도 그럴 것이, 아는 얼굴이었기 때문이다.

지원아, , 지금은 별로 안녕할 상황이 아닌  같네? 그지?」

…」

괜히 나랑 같이 있다가 휘말리면 곤란하다. 어떻게든 다른 곳으로 보내야하는데

, 저기 있잖아, 내가 지금 누굴 만나기로 해서…」

정말로, 너였구나.」

?」

지원이의 상태가 이상하다. 굉장히 놀란 표정으로 나를 보고 있다.

뭐야,  그래?」

바보야,  어디서 뭘하고 다닌거야!」

지원이는 갑자기 화를 버럭 내더니 다짜고짜  팔을 잡고 질질 끌고가기 시작했다.

아니아니,   그래! 진정해봐 !」

생각보다 강한 힘으로  끌어당기기에 일단 뿌리쳤다. 지원이 돌아섰다. 화난 얼굴이었다.

 멍청아,  지금 속고 있는거라고!」

?」

말문이 막혔다.

무슨 소리야? 내가 뭐에 속았는데?」

지원이 소리쳤다.

 흉물스런 고양이한테 말야!」

 

머리부터 발끝까지 전기가 통과하는 느낌이었다.  충격을 받아 굳어있자 지원이 계속 말했다.

  저주받을 고양이들한테서 인간을 지키는 사람이야. 저것들은 인간을 홀려서 친해진 뒤에 점점 자신들의 명령을 따르는 꼭두각시로 만들어버리지. 최근 주변에서 요주의 개체가 포착되서 감시하고 있었는데, 한창 당하고 있는게 너라니!」

, 아니…」

어물어물 말을 쥐어짰다.

악령을 봐서리아가 실수를 해서지켜준다고…」

악령?」

지원이 코웃음을 쳤다.

악령 같은건 없어. 바보야.  속고 있는거라니까!  정말로 악령을  적이나 있어?」

아니, 하지만 분명…」

그래, 사실 악령을 직접 보진 못했다. 하지만  목소리는?

목소리를 들었어.  기분 나쁘고 무서운 소리…」

 요물이 얼마나 많은 능력을 갖고 있는지 모르는구나. 목소리 정도야 열두 가지는 바꿔   있다고?」

정신을 차릴 수가 없다. 갑자기 튀어나온  녀석에, 기억이 혼란스럽다.  모든 사건이 연출된 것이었다고? 지원이 계속 말한다.

이상하지 않아?   골목길로 도망쳤을까?  의지가 아니라 유도된거야.  미친 남자는 무엇을 그리 무서워하고 있었을까? 쉴새없이 자신을 쫓아오는 고양이놈이지.  예정된 일이었어. 그게 놈들의 수법이지.」

그걸어떻게?」

당연히 조사했지.  같은 어린 양을 추적해서 보호하는게 우리 일이니까. , 알아들었으면 이리와. 어서 여길 피하자.」

잠깐…」

나는 힘없이 그녀의 뒤를 따랐다. 뭐가 뭔지   수가 없다. 리아와 보낸 2주일이 생각났다. 그게 모두 거짓이었다고? 우리는 점점 어두운 골목으로 들어갔다.

어디 가는거야…」

잠자코 따라와. 안전한 곳을 마련해뒀어.」

이윽고 우리는  광장에 들어섰다. 건물에 둘러싸인 조용한 곳이었다. 지원은 멈추더니 주머니에서   자루를 꺼내들었다. 나는 움찔 물러섰다.

그런거 아냐, 바보야. 이거 받아.」

칼을 받자, 그녀는 멀찍이 물러섰다.

 들어, 일단 고양이에 홀린 사람이 해방되기 위해서는 홀린 사람 스스로가  저주를 깨고 나와야해. 그러지 않으면 영원히 쫓아올 거야. 그녀석들은 죽여도 죽여도 다시 살아나니까.」

 잠자코 있었다.

이해하기 쉽게 말하면, 네가  칼로  고양이를 죽여야 한다는 거지.」

이젠  놀라기도 힘들다. 그렇단 말이지나보고 리아를 찌르라는 건가.

 .」

아니, 해야 .  그럼     없는 꼭두각시가 되버릴테고, 그럼 결국 내가  처리해야  테니.」

숨을 삼켰다. 지원의 표정은 단호했다. 서로 노려보았다. 갑자기 지원은 표정을 풀었다.

나도 이런 역할 맘에 들지 않아. 처리하겠다는 말도 진심은 아니고. 하지만 그만큼 너는 위험해. 상황은 다급하고.  요물은 금방 여기까지 쫓아올거야. 기회는   뿐이야. 아직 방심하고 있을   번에 끝내야해.」

「…」

너를 믿을  없다면, 나를 믿어. 내가 여기 있을게. 내가 지켜줄게. 그놈이 너에게 손끝하나  대게 할거야.   친구인걸.」

지원이 빙그레 웃었다. 나는각오를 다졌다.

알았어.」

그리고 뒤돌아서자, 광장 입구에 고양이가, 리아가 다소곳히 앉아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대화는 끝났나요?」

 

리아는 평소와 같이 무덤덤한 목소리로 말했다.

훌륭해요. 악령이 물리적 공격 이외의 방법으로 악령에 씌이지 않은 사람을 꾀어내다니. 당신이야말로 악령의 귀감이라   있겠군요. 새로운 케이스로  보고해야 겠어요.」

여전하군 그래. 하지만 오늘은 내가   앞선  같군.   이상 그를 조종할  없어.」

그런가요?」

리아는 아무런 경계도 하지 않고  앞에 다가와 섰다.

정말로 그가 나를 해할 거라고 생각하나요?」

그를 완벽하게 조종했다고 생각하겠지만, 그는 강해. 그가 너를 막을거야.」

리아가 나를 올려다본다.

그렇다면  자리는 당신의 무대군요. 선택은 당신의 . , 선택하세요. 당신은 고양이의 편을 들건가요, 아니면

리아가 지원을 쳐다본다.

인간의 편을 들건가요?」

지원이 소리쳤다.

지금이야! 빨리 끝내버려! 그녀는 자신을 과신하고 있어. 너를 하등하다 얕잡아보는거지. 네가 끝낼  있어!」

리아가 말했다.

이것이  생의 결과라면, 받아들일  있어요. 당신의 손에 죽는건 , 그것도 꽤나 자극적인 죽음이겠군요.」

지원이 재촉한다.

 짐승은   앞에서 사람의 혼을 빨아먹고 살아있다고 뻔뻔하게 거짓말을 했어!  남자는 지금 병원에서 죽어가고 있다고!」

리아가 지원을 쏘아보며 단언한다.

나를 믿어야 해요, 2 간의 주인님. 맹세컨대   조각의 거짓도 당신에게 말한 적이 없어요. 그는 살아있고, 지금 악령이 당신을 꾀어내고 있어요. 그것만이 진실이예요.」

찔러!」

물러서요!」

나는 천천히, 천천히 칼을 머리 위로 들어올렸다. 리아가 슬픈 눈으로 나를 쳐다본다. 피할생각은 없어 보인다. 비겁하게도 나는 눈을 감았다. 칼을   까딱거렸다. 그리고 곧장 내리 그었다.

 

칼은 바닥에 꽂혀있고, 나는 벌렁 누워있고, 리아는 쓰러진 지원의 가슴 위에 앉아 털을 정돈하고 있다. 지원의 손에서   자루의 칼이 힘없이 떨어져 있다.

 알아주었네.」

당신 덕분이죠.」

지원은  뒤에서 내가 리아를 찌르는 즉시 나를 죽일 생각이었던  같다. 아니, 지원이 아니라 악령이 말이다. 내가 곧장 리아 편을 들면 어쩔 생각이었는지 모르겠다. 악령의 생각 따위야  필요도 없지만.

가르치는 보람이 있는 학생이네요.」

 칭찬해 달라고.」

리아와 2 간의 동거 , 가끔씩 동료와 주고받는 신호의 원리를 질문한 적이 있다. 리아는 답해주지 않았지만, 자주 쓰는 수신호를 나에게  가지 가르쳐주었던 것이다. 참고로 고양이어() 겹쳐진 동그라미  개는 ‘위험 상황 없음이다.  급박한 상황에서도 리아는  신호를 정확히 잡아냈고, 칼을 내리 긋는 틈을  바람과 같이 달려나가 악령을 공격했던 것이다. 악령도 어지간히 놀랐을 것이다. 하지만  방법에는 문제가 하나 있었다.

~ 결국  생겨버렸네요.」

그러게.」

저번과 마찬가지로 빛을 이용한 공격. 그땐 머리 윗부분만 맞았지만, 이번에는 전신에 모두 쬐어버렸다. 덕분에 방금 전까지 기절해 있다 일어난 참이다.

이번에는 얼마나   같아? 흔적.」

말하기 매우 곤란하지만 년쯤 걸릴  하네요.」

그래?」

정말이지 올해는 끝내주게 다사다난한 해가   같다.

리아, 나도 목숨이 하나  필요할  같은데.」

어머, 저는 왠지 당신과 함께라면  해나갈  있을  같은데요. 당신은 아닌가요?」

저런 말투라니, 엉큼하기 짝이 없다. 동의할  밖에 없잖아.

그래그래, 앞으로도  부탁해, 경호원.」

 부탁할게요, 주인님.」

 

이렇게  새로운 인생은 완전히 평범과는 거리가  세상으로 발을 들여놓게 되었다.  지원의 말이 진실이고, 나는 완전히 고양이의 꼭두각시가 되어 버렸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어떤가. 신비하고 아름다운 그들의 매력 앞에 헤롱헤롱거릴  밖에 없는 것이 인류이거늘. 나는 오늘도 도시를 걷는다. 고양이들의 도시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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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맨
리아의 말이 맞았던 건지 지원의 말이 맞았던 건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별탈없이 끝난 것 같네요.
잘 보고 갑니다.
2019-03-10 19:07:24
추천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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