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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수, 그리고.....
대갈맞나 | L:47/A: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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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 0-0 | 조회 120 | 작성일 2019-02-11 20:2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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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수, 그리고.....

지금으로부터 2년 전, 그러니까 그 악수 사건으로부터 6년 후의 일이다.

 

오랜만에 제사를 지내기 위해 시골에 돌아왔을 때, 어째서인지 그토록 잊으려 애쓰던 그 길에 다시 한 번 가볼까 싶어졌다.

 

그 길은 지름길로 쓰던 뒷길이었기에, 그 사건 이후 나는 한 번도 그 길로 다닌 적이 없었다.

 

 

 

무슨 일이 일어날까 벌벌 떨면서 차를 타고 갔지만 결말은 어이없을 정도로 싱거웠다.

 

그런 자판기는 없었던 것이다.

 

그 당시에도 낡았었는데 6년이나 지난 지금에는 남아 있을리가 없다는 데 생각이 미쳤다.

 

 

 

어찌보면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지만, 뭐랄까, 몇 년간 이어져 온 저주를 풀어헤친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나는 마음이 무척 편해졌다.

 

이제 완전히 이 일을 잊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었다.

 

모처럼 내려온 시골이니만큼 나는 옛 친구들과 어울려 술잔을 기울였다.

 

 

 

즐거웠다.

 

여기서 이야기가 끝났으면 좋았을텐데.

 

기분도 좋고 슬쩍 취기도 오른 나는 친구들에게 이 이야기를 해주기로 했다.

 

 

 

8년 전 그 일은 생각하기도, 말하기도 싫었기에 그 동안 이야기할 수 없었지만, 오늘이라면 분명 [뭐야, 그게?] 라며 다들 웃고 넘어갈 것 같았다.

 

그리고 나도 웃으며 이 꺼림칙한 기억은 좋은 추억으로 끝나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될 것이었다.

 

 

 

열심히 이야기하고 있는데 친구 한 놈이 [잠깐만!] 하고 이야기를 끊었다.

 

[왜?] 라는 내 물음에 돌아온 대답은 내 취기를 완전히 깨 놓았다.

 

듣지 않는 편이 좋았을 것이다.

 

 

 

아예 처음부터 이 이야기를 꺼내지 않았어야 했다.

 

도대체 왜 이 이야기를 했던 것일까.

 

그 녀석은 이렇게 말했던 것이다.

 

 

 

[난 그 길에서 그런 자판기 본 적 없어.]

 

다른 네 명도 똑같은 대답이었다.

 

[이상하네. 야, K! 너는 그 날 나랑 같이 있으면서 아침까지 함께 염불을 외워줬잖아.]

 

 

 

나는 졸도할 것 같은 기분이었다.

 

그 때 하룻밤을 같이 지낸 K마저 그 자판기는 본 적이 없다는 것이었다.

 

게다가 그 날 밤 자체를 기억하지 못했다.

 

 

 

어떻게 말해야 할지는 모르겠지만 나조차도 점점 그 때의 기억이 사라지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비유를 하자면 꿈과 같은 것이다.

 

깨어난 그 순간에는 확실히 기억하고 있지만, 그 기억을 계속 떠올리다 보면 거짓말 같이 사라지는 것이다.

 

 

 

그 때 자판기에서 무엇을 샀는지, 학교 수업은 무엇이었는지는 확실히 기억하고 있었다.

 

하지만 정말 거짓말처럼 기억이 빠져나갔다.

 

잊고 싶어도 잊을 수 있는 일이 아닌데.

 

 

 

이제 와서는 지난번에 썼던 일 정도만 기억날 뿐이다.

 

무엇인가의 의지 같은 것이 느껴질 정도다.

 

요즘 나는 이상한 예감이 든다.

 

 

 

나중에 완전히 이 일이 기억에서 지워진다면 나는 멍하니 무엇인가에 손을 집어 넣을 것이다.

 

그리고 [악수]를 당할 것이다.

 

딱 하나, 금방 글을 끝내려다 다시 써야 할 정도로 무척 중요한 것이 더 있다.

 

 

 

아니, 잊어버리면 무섭다고 할까.

 

절대 이것만은 잊어버리면 안 될텐데.

 

그 때 엄청난 힘으로 손을 붙잡혀 있었는데도 쑥 빠졌던 것은, 내가 가지고 있던 부적 덕분이었다고 생각한다.

 

 

 

부적이라고 말해도 그런 쪽에 관심이 많던 할머니의 힘과 머리카락이 들어있는 수제 부적이다.

 

[시골에는 귀신이 많으니까 이걸 가지고 다니려무나.] 라며 생전에 할머니가 친척들에게 나눠주었던 것이다.

 

물론 우리 집에도 하나 있었기에 나는 혹시나하는 마음에 늘 그 부적을 가지고 다녔던 것이다.

 

 

 

지금 와서 생각하면 할머니가 나를 지켜주셨던 것이다.

 

아마 부적이 없었다면 내 손은 그대로 잡혀서 빠져나올 수 없었을 것이다.

 

이 글을 쓰면서 문득 나는 무서운 상상을 하고 말았다.

 

 

 

기억이 사라져 가는 건 이 부적의 존재를 잊게 하려는 것은 아닐까.

 

그 날부터 항상 몸에서 떼어놓지 않고 가지고 다니는 부적이다.

 

당연히 이 부적에 대해 써야 했는데도 왠지 그것을 잊고 글을 끝낼 뻔 했던 것이다.

 

 

아마 내가 이 부적에 대해 잊게 된다면 끝일 것이다.

다음번에는 절대로 놓아주지 않을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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