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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2층
대갈맞나 | L:47/A: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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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 0-0 | 조회 122 | 작성일 2019-01-21 00:2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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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2층

8살 무렵.

 

우리집 근처에는 아파트가 있었는데 왠일인지 엘리베이터에 2층 버튼이 없었다.

하지만 2층은 존재하고 있어서 멀찍이서 아파트 창문사이로 2층을 바라보면 낡은 천정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던 것이 기억난다.

어린나이에도 불길한 광경이라고 생각했고 으스스하게 한기까지 느껴졌다.

2층에는 계단으로도 갈 수 없었고 계단 중간에 2층으로 통하는 문도 없었다.

 

존재하긴 했지만 갈 수 없는 공간이었다.

 

 

아파트에 살고 있던 친구 A는 「저기에는 거지가 살고 있다구!」따위의 농담을 하면서 웃었다.

 

 

어느날 주산학원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던 저녁 6시경이었다고 생각한다.

그 아파트를 지나가고 있는데 그 앞을 통과할 때 누군가가 나를 부른 것 같았다.

멈춰 서서 아파트 방향을 쳐다보니 2층 창문이 눈에 띄었다.

안에서는 하얀 사람의 그림자가 오른쪽으로 왼쪽으로 왔다 갔다 하고 있었다.

그때 우연히 반친구 B의 엄마가 그 길을 지나가고 있어서

 

「아줌마, 저기에 누군가 있는 것 같아요.」

 

라고 말하며 멈춰세웠다.

아줌마는

 

「응? 어느쪽 말이야?」

 

하며 내가 가리키는 방향을 보았다.

나는 조금 초조해져서

 

「저기요! 저기에 있잖아요! 하얀 사람의 그림자가 움직이는걸! 잘 봐요!」

 

강한 어조로 말했다.

아줌마는 곤란한 얼굴로 고개를 돌리며

 

「아아, 정말이구나. 응, 누군가 저기 있네.」

 

라고 말을 하곤 허둥지둥 돌아갔다.

거짓말이다.

정말로 봤다면 내가 가리킨 방향을 계속해서 더 봤겠지.

 

 

그 후에도 나는 혼자서 하얀 그림자를 보고 있었는데

어느 순간 그림자가 멈춰서서 나에게 손짓을 하기 시작했다.

공포로 몸이 경직되고 있는데 사람의 그림자가 두 명, 세 명으로 증가했다.

한 명은 손짓을 하고, 다른 두 명은 이쪽을 똑바로 쳐다보고 있다.

 

공포에 질려 정상적인 사고를 할 수 없게 된 나는 뭔가에 홀린듯이 그 아파트에 살고 있던 A에게 가려고 엘리베이터에 올라탔다.

A의 방은 4층이다!

빨리! 빨리! 하고 엘리베이터안에서 초조해 했다.

4층에 도착하는 것과 동시에 밖으로 튕겨나오듯이 엘리베이터로부터 뛰쳐나왔다.

그리고 친구가 사는 집으로 쏜살같이 달렸다.

 

그런데 도중에 나는 이상한 것을 깨달았다.

문이 없다.

지금까지 엘리베이터로부터 수십 미터는 달렸을 것인데 아파트 통로에 문이 하나도 없었다.

거기까지 깨달은 나는 비명을 지르면 무아지경에 엘리베이터로 돌아왔다.

엘리베이터는 1층으로 돌아가 있었다.

하지만 아무리 버튼을 눌러도1층에서 엘리베이터가 움직이지 않는다!

 

···젠장! 이런 때에!

 

어떻게 하지···

 

어떻게 하지······

 

···그래! 계단으로 내려가자!

 

엘리베이터에서 오른쪽으로 조금더 가면 계단으로 가는 통로가 있었다.

죽도록 달렸다.

곧 계단으로 가는 문이 보였고, 나는 살아난듯한 기분으로 문손잡이 잡았는데 그 때 문에 쓰여진 숫자가 눈에 들어왔다.

 

 

그것은 4도 아니었다··· 2도 아니었다····.

 

 

42 였다.

 

 

42층! 여기가? 어찌된 거야?

나는 혼란스러운 상태에서 그 때 처음으로 바깥 풍경으로 눈을 돌렸다.

그런데 밖은 깜깜하고 아무것도 보이질 않았다.

내 육감이 위험한 상태라는 것을 알려주고 있었다. 도망쳐야만 해!

 

그 때 엘리베이터가 열리는 소리가 났다.

덜덜 떨면서 조심조심 들여다 보니 친구 A였다.

 

안심한 탓인지 온몸에서 힘이 빠져나가려는 것을 억제하며 가까스로 A에게 달려갔다.

 

그러자 A가 나를 보며 한마디 말을 했다.

 

「너, 뭔가 보았구나」

 

그 얼굴이 너무 진지했기 때문에,

 

「아니. 못봤는데.」

 

라고 거짓말을 해 버렸다.

그러자 A는 피식 웃다가 우리집까지 나를 바래다 주었다.

그리고 서로 작별인사를 하면서 A가 작게 귓속말을 했다.

 

「거짓말쟁이는 필요 없어」

 

뭐? 라고 놀라고 있는데 집문이 벌컥 열리면서 엄마가

 

「너 지금 몇 시라고 생각하는 거야!」

 

하며 화를 내길래 시계를 보니 이미 저녁 9시였다.

어? 내가 3시간동안 거기 있었나? 하고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다음날 학교에 가니 어제 나를 우리집까지 바래다 주었던 A가 교통사고로 죽었다고 했다.

어제 9시 넘어 나와 헤어진 바로 직후에 우리집이나 아파트와는 정반대에 있는 장소에서 차에 치인 것 같다.

 

 

A는 왜 거기에 갔던 걸까.

A는 무엇을 알고 있었던 것일까.

모든 것이 수수께끼지만 내 생각에는 그 하얀 사람들의 그림자와 관계가 있는 것 같다.

하지만 말해선 안된다.

혹시 2층에 누군가 살고 있는지 부모님께 물어봤지만 다시는 그런 말 하지말라는 엄한 꾸중을 들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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