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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레딕] 안녕했던 그날_파쎄로의 눈물
Casanova | L:42/A: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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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V111 | Exp.66% | 경험치획득안내[필독]
추천 0-0 | 조회 331 | 작성일 2018-12-08 20:5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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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레딕] 안녕했던 그날_파쎄로의 눈물

런 생각에 손으로 얼굴을 슬쩍 문대다가 다시 고개를 들어서 그 바텐더. 이 바의 주인이라 보이는 남성을 보았어. 아마 5~60대 정도의 나이인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지.
 
14 이름 : ◆gi3woILdRvf 2018/10/29 19:37:46 ID : xxCpfcL9dBg  
음...보고 있는 사람 있으려나? 이제부터 말하는 형식말고 ~들었다. 하였다. 식으로 어투를 바꾸려고 하는데 괜찮을까?
 
15 이름 : 이름없음 2018/10/29 19:42:42 ID : k4K47s2rhuo  
보고있어!
 
16 이름 : ◆gi3woILdRvf 2018/10/29 20:19:19 ID : xxCpfcL9dBg  
저... 영업시간이 맞나요? 괜히 제가 들어온게 아닌가요...?
 
조심스럽게 내뱉은 물음이었다. 확실히 그렇다. 대낮에 영업하는 주점은 흔하지 않기도 하고 괜히 들어와서 기분좋은 휴식시간을 빼앗는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런 생각이 들었지만서도 왜인지 모르게 이 묘한 분위기의 주점에서 나가고 싶다는 생각이 요만큼도 들지않았기에 괜스래 물음을 던졌었다.
 
아니요! 오히려 반가운걸요 손님! 여기 앉으시죠!
 
기분좋은 눈웃음과 함께 손짓으로 자신의 탁자 앞 자리를 가르키는 모습에 나 또한 기분이 풀어져서 발걸음을 옮겼다. 묵직한 짐가방을 의자 옆에 내려놓으니 둔탁히 바닥에 부딛히는 소리와 함께 의자를 끌어당겨 자리를 잡고 앉아버렸다. 그 모습에 이 가게의 주인, 남자는 싱긋 웃으며 깨끗한 잔을 하나 꺼내들어 흰 천으로 닦아내며 나에게 물었다.
 
여행 중인가 보군요
 
17 이름 : ◆gi3woILdRvf 2018/10/29 20:34:05 ID : xxCpfcL9dBg  
그 첫마디의 물음은 정말 대단했다. 사람에 대한 의심이 많고 누군가에게 내 이야기를 하지않던 나였지만 그 때만큼은 그 남자와 오랫동안 지내왔던 친구인 마냥 이상하리만치 모든 이야기를 터놓을 수 있었다. 아테네 국제공항에서 그리스로 오기까지의 험난함, 내 첫 해외여행이라는 것과 관광목적의 비자가 완료될 때 동안만 그리스에 머무르면 지내고자 한다고. 그리스의 카테리니라는 도시를 오기까지 한달이라는 시간을 보냈으니 난 약 두달정도의 시간이 남아있었다. 그런 식의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남자에게서 한잔의 메타쿠사(술)를 받을 수 있었다.
 
오랜만의 손님이니까 이 술은 서비스로 드리죠. 더 좋은 술을 내주지 못해서 미안하군요.
 
여행에 나오고 처음 접해보는 외국 술이었기에 흔쾌히 나는 감사하다는 인사를 남기고 술을 한모금 마셨다가 얼굴이 시뻘개지도록 쿨럭거릴 수 밖에 없었다. 그러자 남자는 호탕히 웃으며 미안하다고 말을 건냈다. 40도나 되는 독주일줄은 나도 몰랐고, 남자가 나를 상대로 장난을 칠 위인이라는 생각은 절대 못했었기 때문이었지.
 
18 이름 : ◆gi3woILdRvf 2018/10/29 20:35:20 ID : xxCpfcL9dBg  
음...기억을 더듬어야되기도 하고 나 좀 쉬다가 올게...! 늦거나 내일 올수도 있어!
 
19 이름 : 이름없음 2018/10/29 20:40:08 ID : hxVhxPjxWrw  
천천히 써줘! 생각날때마다 보러올게!
 
20 이름 : ◆gi3woILdRvf 2018/10/29 21:22:29 ID : xxCpfcL9dBg  
그 남자의 장난 이후로 우리는 부쩍 싱거운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그렇게 이야기를 나누다 정신을 차려보니 불투명한 유리창 밖으로 이미 어둠이 몰려오는 노을이 언뜻 실내로 부서져 들어오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너무 시간을 잡아먹은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자 멋쩍어져서 머리를 긁적이며 서 있는 남자를 바라보자 남자 또한 창밖을 멍한 눈으로 응시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엉거주춤한 자세로 의자에서 일어나기 위해 의자를 뒤로 당기자 나무바닥에 의자가 마찰되는 시끄러운 소리가 바 안에 가득찼다. 그러자 남자가 동그래진 눈으로 나를 내려다 보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아… 가시려는 건가요?
앗. 네. 시간도 시간인만큼 숙소도 잡으려면 이제 가야 할 것 같아서요.
 
21 이름 : ◆gi3woILdRvf 2018/10/29 21:23:05 ID : xxCpfcL9dBg  
>>4 >>15 >>19 봐줘서 고마워!
 
22 이름 : ◆gi3woILdRvf 2018/10/29 21:28:57 ID : xxCpfcL9dBg  
마음같아서는 이 안락한 바에서 벗어나지 않고 시덥지 않은 농담을 주고 받으며 남자와 농담따먹기를 하고 싶었지만 상황은 따라주지 않았다. 주변을 살피면서 올때도 숙소 비스무리 한 것을 보지도 못했기 때문에 노을이 떠나고 어둠이 찾아오면 숙소를 찾기 어려워 질 것이고, 잘못하면 노숙을 할 수 있는 상황이었기도 했기 때문이다.
 
아 그렇다면 제가 숙소를 소개해드릴까요? 손님이 마음에 들기도 했고 이런 마음의 빚아닌 빚으로 다시 이 바에 찾아와주시면 좋겠거든요.
 
처음에는 가볍게 그 제안을 거절하려고 하였지만 왜인지 모르게 끌리는 그 바의 분위기나 이상하리만치 말이 잘 통하는 남자는 이미 내 마음 한구석을 차지해버렸다. 외국에 나와 처음으로 사귄 친구가 될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도 있었던게 아닐까.
 
23 이름 : ◆gi3woILdRvf 2018/10/29 21:37:55 ID : xxCpfcL9dBg  
그 이후 난 숙소에 머물고 그 남자와 인사를 하고 헤어졌다. 하지만 그 다음날에도 그 다음날, 그그 다음날에도 난 그남자와 만날 수 있었다. 왜냐하면 난 정착하다시피 그 바 파쎄로에서 지냈기 때문이었다. 뭐, 매료 되었으니 어쩔수없지 않냐?
 
그렇게 열흘을 조금 넘기며 지냈을까. 예상치 못한 변수가 생겨버렸다. 내가 알바로 벌어온 돈이 점점 쪼달리기 시작했다는 거였다. 의외로 여행을 하며 생기는 변수적인 식품료나 숙박비 등등 때문에 예상외로 열심히 돈을 아낀다했지만 그 노력과는 상반되게 돈은 순식간에 바닥을 치고있었다. 아마 이대로면 적어도 일주일 내로 한국으로 다시 돌아가 알바를 죽도록해야만 했다. 나름 숨긴다고 숨겼던 고민이었는데 남자는 그 오묘한 녹안으로 나를 응시하며 물었다.
 
요 근래 고민이 있나봐?
 
24 이름 : ◆gi3woILdRvf 2018/10/29 21:43:32 ID : xxCpfcL9dBg  
아. 음 그렇게 티났나요?
 
이미 눈치채버린 고민에 대해서 숨기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기에 난 속시원하게 내 고민을 다 털어놓았다. 솔직히 이 남자에게만은 숨겨야 하는 무언가가 있다는게 깨름칙하고 속이 갑갑한 기분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러자 남자는 싱긋 웃으며 나에게 말했다.
 
그러면 우리 바에서 일하지 않을래?
 
25 이름 : 이름없음 2018/10/29 21:44:01 ID : bg6i1ijeL9j  
듣고잇어
 
26 이름 : ◆gi3woILdRvf 2018/10/29 21:49:07 ID : xxCpfcL9dBg  
그런 제의에 나는 화들짝 놀라서 손사레를 치며 거절을 했다. 왜냐하면 그도 그럴것이 내가 이 곳을 열흘을 넘도록 들락거리면서 손님이라고는 한명도 코빼기를 한비쳤기 때문이었다. 물론 내가 정상적인 주점이 운영하는 시간인 저녁 10시 후로 이 주점에 있지 않는 이유도 있기는 하겠지만, 그래도 이런 변두리에 위치한 바를 찾아오는 손님은 손에 꼽을 것이라는 예상과 더러 손님없는 곳에서 일을 해 돈을 번다는 것이 마음이 편치 않았기 때문이었다.
 
혹시 손님 걱정이라면 걱정 안해도 되. 이래뵈도 주점만 운영하는게 아니거든.
 
하며 호탕히 웃는 그의 모습에 나는 의아한 표정으로 그 모습을 바라보았다.
 
27 이름 : ◆gi3woILdRvf 2018/10/29 21:49:16 ID : xxCpfcL9dBg  
>>25 고마워!
 
28 이름 : ◆gi3woILdRvf 2018/10/29 21:53:55 ID : xxCpfcL9dBg  
네? 그…그러면 무슨일?
 
뭐 이것저것 말이지. 저녁부터는 주점을 운영하지만 한달에 한두번 낮에 식료품 배달을 하고 있거든. 
 
남자의 말에 의하면 한달에 한두번 식료품들을 운반하는 식의 일을 하고 있다고 했다. 주로 혼자사는 여성이나 노인들을 위해 대행으로 무거운 밀가루포대나 물, 자잘한 물건들을 주문받아 운반해주는 식이라고 했다. 지금까지 나에게는 안말했지만 나와 시시덕거리던 그 오전후 시간대에 배달할 물건들이 창고에 쌓여있다고 했다. 또 그외로 다른 지역에 위치한 숙소업을 하고 있기도 한다더라고.
 
29 이름 : ◆gi3woILdRvf 2018/10/29 22:04:06 ID : xxCpfcL9dBg  
그럼 왜 안말했어요!?
 
그야 나도 노는게 좋으니까? 게다가 너랑 이야기하는 것도 재미있고 말이야.
 
하면서 나의 아연실색하는 반응에 더욱 활기차게 웃으며 흘러내리는 회색 머리칼을 쓸어넘겼다. 그 모습에 한숨이 나왔지만 마음 한구석으로는 왜인지 모르게 쾌재를 외치고 있었던 나였다. 그렇다면 돈을 벌면서 더 많은 시간을 이곳에서 보낼 수 있다는 사실 때문이었다.
 
30 이름 : 이름없음 2018/10/29 22:08:48 ID : du4IMmHu60p  
보고 있어
 
31 이름 : ◆gi3woILdRvf 2018/10/29 22:22:42 ID : xxCpfcL9dBg  
뭐…그럼 일… 해볼게요.
 
삐쭉거리며 조용히 말하는 나의 말에 남자는 더욱이 방긋 웃으며 손을 내밀었다.
 
그나저나 우리 서로 이름도 모르는 거 알지?
 
아 그러네요!
 
사실 정말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던 약 10일의 나날동안 우리는 서로의 이름을 묻지도 말하지도 않았다. 참 이상한 관계라는 생각이 들겠지만 왜인지 모르게 이름을 말하면 이 오묘하고 아름다운(내기준이지만 말이야) 관계가 깨질 수 도 있다는 기시감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32 이름 : ◆gi3woILdRvf 2018/10/29 22:26:12 ID : xxCpfcL9dBg  
>>30 고마워!
 
33 이름 : ◆gi3woILdRvf 2018/10/29 22:30:33 ID : xxCpfcL9dBg  
제 이름은 음. 이…그냥 루세라고 불러주세요!
 
루세?
 
갑자기 푸흐흐 하고 잘게 웃는 그 남자의 웃음에 나는 어리둥절한 눈으로 그를 올려다 볼 수 밖에 없었다. 한국식 이름으로 말하면 분명 발음하기도 힘들게 분명할게 뻔하니까 떠오르는대로 떠올린 단어가 루세여서 말한 것 뿐이었는데 그게 그렇게 웃긴건지 나는 잘 몰랐다.
 
34 이름 : ◆gi3woILdRvf 2018/10/29 22:39:17 ID : xxCpfcL9dBg  
그렇다면 내 이름은 음… 어디보자 그래! 파쎄로 로 하지!
 
하며 정중히 신사 같이 허리를 굽히며 인사하는 그의 모습에 나도 엉겁결에 그의 모습을 따라 인사를 했다.
 
아 그러면 가게 이름이 파쎄로 인 것도 아저씨 이름이 파쎄로이기 때문인가요?
 
나의 물음에 파쎄로는 빙긋이 웃으며 대답을 대신할 뿐이었다. 그 이후의 일은 뻔했다. 사실상 난 관광을 목적으로 아테네를 거쳐 그리스에 체류하고 있는 것이기 때문에 정식적으로 일하는 것은 불가능했고 파쎄로가 얻은 수익에서 나의 알바 비용을 직접 건내주는 식으로 2주당 2주 주급을 받았다. 그 사이에서 꽤나 재미있는 일들도 많았다.
 
35 이름 : ◆gi3woILdRvf 2018/10/29 22:53:07 ID : xxCpfcL9dBg  
오늘은 여기까지 쓸게! 동네에 관한 자세한건 못말하지만 다른 궁금증이 생기면 언제든 질문해줘도 좋아
 
36 이름 : 이름없음 2018/10/29 23:13:24 ID : gnQtBumk8ji  
잘보고 있어! 그런데 이런 따듯한 이야기가 괴담판에 있는 이유는 뭐야?
 
37 이름 : ◆gi3woILdRvf 2018/10/29 23:44:41 ID : xxCpfcL9dBg  
>>36 그건 뒤에 가면 나올거야 지금 이 앞의 이야기를 하는건 이런 따스한 추억도 있던걸 기억하고싶어서지... 계속 지켜봐주면 고맙겠어!
 
38 이름 : 이름없음 2018/10/30 14:07:47 ID : Ru8lxDs8i5X  
보고있어!
 
39 이름 : ◆gi3woILdRvf 2018/10/30 18:40:13 ID : xxCpfcL9dBg  
>>38 고마워!
 
자 그럼 다시 이야기를 시작할게. 다시 돌아가고싶지만 돌아가지 못할 그때로
 
40 이름 : ◆gi3woILdRvf 2018/10/30 18:48:26 ID : xxCpfcL9dBg  
파쎄로를 대신하여 그리스 마을을 헤집고 다니며 물건을 나르며 마을 주민들과 인사를 나누었다. 그리고 저녁에는 바 파쎄로에서 일하였지만 손님은 없는듯 했기 때문에 파쎄로와 나는 서로가 겪어온 일상에 대한 이야기나 서로의 나라에서의 전설이나 옛날이야기를 하거나 술잔을 기울이며 돈독히 지내갔다. 그리고 내 비자가 만료가 될 때 즈음에는 마을 주민들 몇몇(오고가며 인사를 나누고 친해진 사람들)을 초대하여 바에서 작은 파티를 여는 등과 같은 일이 있었다. 사실 난 비자만 아니었다면 계속해서 그리스에 머물며 파쎄로와 함께 내 마음속 결여된 무언가를 채워주는 이 따뜻한 일상을 이어가고 싶었다. 그렇기에 다시 돌아오겠다는 약속을 하고 파쎄로와 나는 헤어졌다. 내가 한국에서 다시 한달간 (정말 일만해가며) 알바를 해서 다시 그리스의 바 파쎄로로 돌아가는 식의 생활이 약 2년간 지속되었다.
 
41 이름 : ◆gi3woILdRvf 2018/10/30 18:56:48 ID : xxCpfcL9dBg  
그 과정에서 순탄치 않은 일도 있었다. 입국심사에 걸려서 아슬아슬하게 통과했던 식의 이야기나 파쎄로에서 일을 하며 주정뱅이 아저씨들의 깽판 그런 식으로 머리를 지끈하게 하는 일도 있었지만 상관없었다. 그런 일들 또한 하나의 좋은 추억이 되었기 때문이었다. 그만큼 파쎄로와 나는 각별한 사이가 되어갔다. 왜인지 모를 이끌림에 시작된 만남이 이렇게 질기게 이어져 끈끈히 묶여가는 것은 누구나 경험하지 못할 뇌를 뒤흔드는 좋은 기분이었다. 그 2년동안 파쎄로와 나에게도 변화가 찾아왔다. 서로를 이름이 아닌 애칭으로 파, 루 라고 부르는식의 변화. 그리고 나는 숙소가 아닌 바 파쎄로에 딸린 작은 방에서 묵게 되었다는 변화이기도 했다.
이정도면 모르는 사람이 보아도 나와 그가 얼마나 각별한 사이였는지 알 수 있었을 것이다.
22살의 한국인과 59세의 외국인. 조합은 묘했지만 정말 우리는 각별했다.
 
42 이름 : ◆gi3woILdRvf 2018/10/30 19:01:56 ID : xxCpfcL9dBg  
그리고 항상 예기치 못하는 사건 사고는 행복한 순간에 찾아오는 법이었다.
 
지금 생각해도 그런 생각이 든다. 만약 내가 첫 해외여행을 그리스로 가지 않았다면 그 골목길에 들어가지 않았다면, 아니 바 파쎄로에 가지 않았다면. 파를 만나지 않았다면 이런 일은 겪지 않았을거라고.
 
43 이름 : ◆gi3woILdRvf 2018/10/30 19:06:35 ID : xxCpfcL9dBg  
나중에 쓸게 봐주는 레스주(이거맞나?) 고마워
 
44 이름 : ◆gi3woILdRvf 2018/10/30 21:07:46 ID : xxCpfcL9dBg  
그 날을 떠올리자면 평소처럼 저녁 늦은 시간에 바 파쎄로에서 청소를 끝마치고 파와 함께 정답게 수다를 떨고 있을 때 였다. 은은한 조명과 창 밖으로 내려앉은 어둠, 그리고 살짝 추운 실내의 공기에 따뜻한 파가 나에게 건내준 파의 코트, 그리고 기울이는 술잔이 함께였다. 아름다운 날이었다. 내 인생에 이렇게 정다운 시간이 존재하게 될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는데 말이다. 그런 생각이 들자 파에게 2년동안 하지 못했던 감사인사를 건내기 위해 나는 입을 떼었다. 그때 였다.
내가 이전에 손님이 오면 반길 수 있도록 문에 달아둔 종소리, 한국에서 사온 풍경 소리가 딸랑 소리를 낸 것은.
 
45 이름 : 이름없음 2018/10/30 21:14:34 ID : xxCpfcL9dBg  
뚜벅 뚜벅 뚜벅
난 파를 바라보고 있는 자리에 있었기에 출입구에 정면으로 위치한 바텐더의 자리에 서있는 파의 표정밖에 볼 수 없었다. 파는 항상 저녁 늦은시간에 들어온 손님도 반갑게 맞으며 '어서오세요'라며 웃었지만 그 날만큼은 아니었다. 호선을 그리는 입꼬리는 딱딱히 굳어서 살짝이 벌려져있었고 그의 초록빛 눈동자는 깊게 가라앉아 무섭게 보일 정도였다. 뒤에서 다가오는 뚜벅이는 묵직한 구두소리에, 그 구둣소리의 주인인 손님은 누구일까라는 생각과 공포감이 내 몸을 뒤덮었다. 뒤를 돌아보고 싶은 마음은 간절했지만 처음보는 파의 그런 표정은 쉽사리 내가 뒤를 돌아볼 용기를 주지 못했다. 대체 누구이길래 파는 저런 표정을 내짓는 것일까 라는 생각이 내 머릿속을 혼란스럽게 헤집어버렸다. 마치 거대한 쥐 한마리가 안락한 집에 나타나 분위기를 한순간에 뒤집어버리는 그런 전세였다.
 
46 이름 : 이름없음 2018/10/30 21:21:23 ID : du4IMmHu60p  
잘 보고 있어
 
47 이름 : 이름없음 2018/10/30 21:28:00 ID : s9zdTPhatvC  
나도 보고 있어!
 
48 이름 : 이름없음 2018/10/30 21:29:06 ID : RwlcoIE5SLa  
나도 보고있어!
 
49 이름 : ◆gi3woILdRvf 2018/10/30 21:29:50 ID : xxCpfcL9dBg  
오랜만이군
 
깊게 눌러앉은 공포감과 날카로운 정적을 깨트린 것은 그 구둣소리의 주인인 손님의 목소리였다. 난 그제서야 굳은 시선을 파에게서 거두고 천천히 고개를 돌려 그 손님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망토같은 검은 바바리 코트를 입고 검은 장갑을 끼고, 검은 중절모를 쓴 사람이었다. 이렇게 깊은 어둠이 내려앉은 저녁과는 맞지않는 옷차림의 손님이었다. 깊게 눌러쓴 중절모 안쪽에서 시선이 느껴졌다. 그 사람은 분명 나를 관찰하고 있었다. 모든것을 꿰뚫어볼듯이. 그의 생김새나 눈동자의 색 그 모든 것을 알지는 못하였지만 목소리에서 느껴지는 아무감정 없는 그 소름끼치는 목소리는 그의 연배가 어떤지도 추측하지 못하게 하였다. 나이에 비해 훤칠하고 덩치도 좋은 파보다 더 큰 키가 큰 압도적인 분위기를 풍기는 소름끼치는 남성이라는 것만은 알 수 있었다.
 
50 이름 : ◆gi3woILdRvf 2018/10/30 21:30:18 ID : xxCpfcL9dBg  
>>46 >>47 >>48 봐줘서 고마워
 
51 이름 : 이름없음 2018/10/30 21:31:25 ID : bjs2rdRBbDy  
보고있어!
 
52 이름 : ◆gi3woILdRvf 2018/10/30 21:35:21 ID : xxCpfcL9dBg  
그의 인사에 무안하게도 파와 난 아무 말도 꺼낼 수 없었다. 파는 분명 그를 알고있음에 분명했다. 구면임에 분명했다. 하지만 파는 아무것도 아무말도 하지 못한채 우두커니 어두운 바 파쎄로 안에 서있을 뿐이었다. 난 그 대치 상황 속에서 그 무엇도 할 수 없었다. 거대한 뱀이 자신의 몸뚱이로 나의 목을 꽉 죄어서 숨을 점차 빼앗아가는 기분만을 느끼고 있었다. 그렇게 아늑하다 느껴졌던 바 파쎄로의 오래된 전등같은 주홍빛 불빛은 나를 불태울 것 같다는 위압감과 금방이라도 그 불을 사그라들여 영원한 어둠 속에 나를 가둘 것 같다는 생각이 나를 지배하고 있었다. 온전한 사고가 돌아가지 않았다. 그 남자의 존재만으로도 난 너무나 고통스러워 당장이라도 파의 손을 부여잡은채 이 바 밖으로 뛰쳐나가버리고 싶었다. 그러다 아득해지는 정신때문에 눈을 질끈 감아버리고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나는 말했다.
 
.....파.
 
53 이름 : ◆gi3woILdRvf 2018/10/30 21:35:57 ID : xxCpfcL9dBg  
>>51 고마워!
 
54 이름 : ◆gi3woILdRvf 2018/10/30 21:40:13 ID : xxCpfcL9dBg  
내 목소리는 너무나 형편없었음에 분명했을거다. 나의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는 겨우겨우 가까이에 서있는 내 앞의 남자와 내 뒤의 파에게만 들렸을 것이니까 말이다. 뭐 들을 사람도 그들밖에 없었지만 말이다. 난 꼭감은 눈으로 날 다독여줄 파의 다정한 목소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정작 내 귀에 들려오는 목소리는 그 소름끼치는 무감정한 남성의 목소리였다.
 
....파? 설마 파파의 파를 뜻하는 건 아니겠지?
 
55 이름 : ◆gi3woILdRvf 2018/10/30 21:50:56 ID : xxCpfcL9dBg  
그의 말은 분명 무감정했지만 그 안에 담긴건 누구라도 명백히 읽어낼 수 있는 조롱과 조소의 감정이 담겨있었다. 순간 감은 눈을 뜨자 보이는 것은 그림자 속에 놓여있는 소름끼치는 파란 눈동자였다. 탁자 앞의 의자에 앉아있는 나의 눈을 응시하기위해 다리를 반쯤 접고 허리를 굽힌채 나와 눈을 맞추고 있는 남성은 중절모를 쓰고 있는채로 내 눈을 말 그대로 눈 한번 깜박이지 않고 나를 응시했다. 나는 그 눈을 멍하니 응시하다 화들짝 놀라, 그 남성에게서 멀어지기 위해 몸을 뒤로 젖혔다. 순간적으로 젖혀진 몸으로 의자는 기우뚱하며 탁자에 부딪혀 덜커덩하며 큰 소리를 내었다.
 
어이쿠, 위험하게.
 
그의 검은 손이 나의 어깨를 붙잡았다. 분명 기울고 있는 내몸을 지탱하기 위해 내 어깨를 붙잡은게 분명했지만, 난 그 검은 손이 다가오는 순간 그 무엇도 아닌 내 죽음에 대한 확신을 느낄 수 있었다. 손이 내 어깨를 그러쥐는 순간 비명을 내지르려 내 입술이 움직이기 시작했을 때 였다.
 
56 이름 : 이름없음 2018/10/30 22:10:19 ID : xxCpfcL9dBg  
그만.
 
따뜻한 손이 내 다른 쪽 어깨를 그러쥐고 있는 것을 느꼈을 때 입 밖으로 나오려는 비명을 겨우 억누를 수 있었다. 고개를 뒤로 돌려 올려다보자 그 검은 남자를 노려보듯이 응시하는 파가 있었다. 굳은 표정과 굳은 몸짓은 그가 긴장하고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게 분명했지만, 내 어깨로 느껴지는 파의 힘과 작은 따뜻함이 나를 안정시키기에는 충분했다.
 
오. 내가 악역인거야? 여기서? 웃기지도 않네?
 
검은 남자는 나의 어깨에서 손을 떼어내며 처음으로 웃음을 흘리며 말을 내뱉었다. 상대가 나인지 파였는지 몰랐지만 분명 나를 놀리는 듯한 느낌은 무시 할 수 없었다. 나는 몸을 일으켜 세우고 파를 향해 다가가려고 했지만 이내 그 행동을 그만 두어야 했다. 파가 나에게 말했기 때문이었다.
 
루세, 자리를 비켜주겠니?
 
57 이름 : ◆gi3woILdRvf 2018/10/30 22:21:04 ID : xxCpfcL9dBg  
파의 말에 나는 당황한 표정을 그대로 드러낼 수 밖에 없었다. 나를? 왜? 하는 표정으로 파를 멍하니 바라보았지만 파는 그런 나에게 눈길 한 번 주지않고 재차 말했다.
 
들어가.
 
난 그 말에 화가 났다. 누구인지 모르겠지만 그 검은 남성으로 인해 느끼게 된 공포심과 극심한 긴장감 때문은 아니었다. 나와 파의 소중한 휴식시간을 깨버린 것 때문도 아니었다. 그저 파가 이토록 긴장하고 두려워하는 듯한 남성에 대한 설명도 소개도 없이, 내가 이 자리에서 방해가 되는 것 마냥 내쫓으려는 파의 태도에 화가 났었다.
 
58 이름 : 이름없음 2018/10/30 22:24:12 ID : 4HxDzcMi643  
보고있오
 
59 이름 : ◆gi3woILdRvf 2018/10/30 22:25:34 ID : xxCpfcL9dBg  
이 일은 꼭 저 남자가 떠나고나면 따져야겠어. 라고 생각을 하며 나는 그 검은 남성을 지나쳐 바에 딸려있는 작은 나의 방으로 걸어들어갔다. 그 걸어가는 중간에도 그 끈덕지게 달라붙는 남성의 눈길이 느껴졌지만 애써 무시하고 나는 발을 움직였다. 둔탁한 나무문이 쿵 소리를 내며 닫히자 바에서 은은하게 났던 전등의 빛또한 사그라졌다. 어둠만 짙게 깔린 방에 들어오자마자 나는 문에 기댄채 미끄러지듯 바닥에 주저앉았다. 그리고는 무릎을 꿇고 문에 귀를 대고 파와 그 남자의 대화 내용을 듣고자 노력했다. '날 겁에 질리게했으면 그만한 대가는 받아야 할 것아니야. 저 개자식의 정체는 대체 뭔데?' 하는 생각을 가진채 말이다.
 
60 이름 : ◆gi3woILdRvf 2018/10/30 22:25:59 ID : xxCpfcL9dBg  
>>58 내 이야기를 듣고있어줘서 고마워
 
61 이름 : 이름없음 2018/10/30 22:41:04 ID : xxCpfcL9dBg  
낡은 나무문의 두께는 어느정도 두꺼웠기에 정확한 대화의 내용은 들리지 않았다. 사실은 대화의 내용이 들려야 하는 것이 맞는것이겠지만 파는 아마 이 나무 문의 두께를 알고있기에 남자와 조심스럽게 대화를 나누고 있는 것 같았다. 하지만 아마 어느정도 대화가 격양된 듯 싶었다. 파가 소리를 높여 외치는 말소리와 그에 대응하며 느긋하게 말하는 남성의 말소리가 드문히 들리기 시작했다.
 
이 아이는 그런 애가 아니야! 
 
글쎄? 왜... 아빠 흉내....?
 
루세는....!
 
넌...없어. 게다가 이건 다 너가...알겠어?
 
안돼. 이... 제발
 
격양된 말소리는 어느정도 들렸지만 그 후의 말소리는 다시 잦아들었기에 더는 듣지 못했다. 하지만 그 사이로 내 이름과 나를 언급하는 듯한 내용이 들렸기에 나는 무언가 상황이 잘못돌아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62 이름 : ◆gi3woILdRvf 2018/10/30 22:48:02 ID : xxCpfcL9dBg  
그리고 어느정도 시간이 지나고 말소리가 중단되고 뚜벅이는 발소리가 어렴풋이 들렸다. 그리고 딸랑이는 종소리가 들리자 나는 바로 문을 박차고 바의 중앙으로 뛰쳐나가려고 했다.
 
아니! 파! 저사람 누군...?
 
그리고 내가 문을 열자마자 보인 것은 잔뜩 굳어버린 표정의 파가 서있었다. 그 남자가 바 파쎄로에 들어왔을 때보다 더욱 굳은 표정으로.
 
63 이름 : 이름없음 2018/10/30 22:49:49 ID : 9vBfgkrdSJO  
으아 잘보고있어!! 스레주 필력 대박이다
 
64 이름 : ◆gi3woILdRvf 2018/10/30 22:51:36 ID : xxCpfcL9dBg  
...파쎄로?
 
나는 애칭따위는 집어던진채 파를 올려다 보았다. 왜요? 왜 그런 표정으로 나를 쳐다봐요? 왜 내 방문 앞에 서 있는건데요? 그 남자는 뭔데요? 왜 제이름이 그남자 사이에 오가는 건데요? 왜요? 왜? 수많은 물음들이 내 머릿속을 헤집으며 소용돌이 치고있었지만 그것도 잠시였다. 난 파의 눈에 담긴 좌절감과 고통을 읽으며 단 한마디도 내뱉을 수도 그 어떤 것도 생각할 수 없었다. 그 수많은 물음들은 내 머릿속에서 하수구에 빨려나간 듯이 사라져 텅 비어버리고야 말았다.
 
65 이름 : ◆gi3woILdRvf 2018/10/30 22:58:07 ID : xxCpfcL9dBg  
>>63 고마워. 열심히 써보려고 노력중이야.
 
66 이름 : 이름없음 2018/10/30 22:59:16 ID : gnQtBumk8ji  
으 벌써부터 엔딩이 보고싶다
 
67 이름 : 이름없음 2018/10/30 23:01:42 ID : bDwE67th807  
자려고 했는데 필력에 이끌려 잘수가 없다...
 
68 이름 : ◆gi3woILdRvf 2018/10/30 23:14:08 ID : xxCpfcL9dBg  
루세. 난.
 
그리고 그 순간 난 내 눈을 의심할 수 밖에 없었다. 파가 가로막고 있던 시야 뒤편으로 검은색 바바리 코트가 언뜻 보였기 때문이었다. 순간 휘몰아치는 혼란스러운 감정들은 마치 나를 아주 높다란 절벽에서 밀쳐버린 듯한 감정이었다. 그리고 내가 그의 존재를 눈치챘다는 것을 안 듯 검은 그림자는 서서히 다가와서는 파쎄로를 밀쳐내고 내 앞에 원래부터 그 자리에 있던 어둠인 마냥 우뚝 자리했다.
 
69 이름 : ◆gi3woILdRvf 2018/10/30 23:15:23 ID : xxCpfcL9dBg  
>>66 엔딩은 한참 멀었어. 아주 긴 이야기가 될거야. 그때까지 나와 같이 있어주면 고맙겠어  
>>67 고마워. 여정은 한참 멀었으니까 잠을 자는 것도 좋을거야
 
70 이름 : ◆gi3woILdRvf 2018/10/30 23:20:44 ID : xxCpfcL9dBg  
안녕. 꼬마야.
 
평소의 나였다면 22살의 나이인 나에게 하는 애칭으로는 정말 맞지않다고 태클을 걸었을테지만, 상황은 너무 좋지않게 흘러가고 있었다. 나보다 약 30cm 는 커보이는 남성과 압도하는 그 분위기. 그리고 내 뒤는 출구나 창문 하나없는 좁은 5평의 방이었기에. 감정. 감정이 나를 집어삼켰다. 혼란. 두려움. 고통. 배신감. 당황. 분노. 박탈감. 무력함. 비통함. 아찔한. 그리고 슬픔. 난 몸을 뒤로 틀어서 바로 무기가 될만한 무언가를 짚기위해 방으로 손을 뻗었다. 하지만 그건 발악의 시도도 되지 못한채 거대한 힘에 의해 나는 붙잡히고 말았다.
 
71 이름 : 이름없음 2018/10/30 23:23:54 ID : gnQtBumk8ji  
응! 엔딩까지 기다릴게!
 
72 이름 : 이름없음 2018/10/30 23:29:48 ID : wmtBvwsrurc  
나 읽고 있어!! 내용 너무 몰입감들어서 다음 이야기가 너무 기대되.!.!
 
73 이름 : 이름없음 2018/10/30 23:34:35 ID : hcMnWnUZba8  
안좋은 이야기가 상상된다... 그런 내용이 아니었기를...
 
74 이름 : ◆gi3woILdRvf 2018/10/30 23:34:49 ID : xxCpfcL9dBg  
평소에 바에서 일을 할때는 흰색 골덴 셔츠를 입고 일하는 나였기에 뒤에서 셔츠 카라부분을 붙잡은 힘에 의해 달려나가던 내몸은 붕뜬채로 다시 뒤로 날라들었다. 그 힘에 의해서 셔츠의 앞단추 3번까지 튿어지는게 느껴졌고, 단추가 튿어지기전 졸린 내 목은 나의 숨을 비규칙적으로 만들기에 충분했다. 나는 컥컥거리며 그 손에 반항하려 손을 뒤로 뻗어 그 팔을 그러쥐었지만 그마저도 그 남자의 검은 장갑을 낀 손에 의해 제압 당했다. 팔이 제압당하자 순간적으로 발을 버둥거리며 남자의 정강이를 차자 남자는 알수없는 언어로 욕짓거리와 비슷한 것을 내뱉더니 나를 강하게 나무바닥에 패대기를 쳤다.
 
75 이름 : ◆gi3woILdRvf 2018/10/30 23:42:46 ID : xxCpfcL9dBg  
미처 몸이 방어반응을 나타내기도 전이었기에 강한 힘에 의해 부딪힌 바닥은 너무나도 차갑고 딱딱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겨우 정신을 차리기도 전에 난 내 목덜미에서 느껴지는 질긴 가죽의 느낌을 느낄 수 있었다. 느껴지는 감각은 너무나도 잔인했다. 목이 졸린다. 처음으로 누군가에게 당하는 무자비한 폭행. 난 지금 목이 졸리고 있다. 더이상 몸안으로 들어오지 못하는 산소로 난 컥컥 소리를 내며 손톱을 세워 남자의 손을 할퀴고자 노력했다. 하지만 그는 장갑을 끼고 있었다. 숨은 점점 가파왔고 난 겨우 손을 뻗어 남자의 얼굴을 밀치려 하였지만, 팔의 길이는 역부족이었다. 애초에 신장이 그렇게 차이가 나건만 팔 길이라고 다를 바 있을까. 숨이 차오를수록 격렬해지는 나의 몸부림에 남자는 아예 내 몸에 올라타 무릎으로 나의 복부와 다리를 짓누르고 목을 조르기 시작했다.
 
76 이름 : ◆gi3woILdRvf 2018/10/30 23:44:25 ID : xxCpfcL9dBg  
>>72 고마워
 
77 이름 : 이름없음 2018/10/30 23:50:20 ID : RwlcoIE5SLa  
아니...초면인 여자애한테....
 
78 이름 : 이름없음 2018/10/30 23:51:02 ID : RwlcoIE5SLa  
그어떤 이유가 있건 참으로 무례한 아저씨네. (물론 지금까지로선)
 
79 이름 : ◆gi3woILdRvf 2018/10/30 23:52:40 ID : xxCpfcL9dBg  
아프다. 죽는다. 죽을 것이다. 분명 나는 죽을것이다. 왜. 어째서. 어째서. 그런 생각이 마구잡이로 떠오르자 눈물이 내 뺨을 타고 흘러내리는 것이 느껴졌다. 아득해져가는 내 정신을 겨우 붙잡은 채 나는 겨우 시선을 돌려서 문 너머에 서있는 파쎄로를 바라보았다. 살려줘요. 살려줘. 살려주세요. 파쎄로. 파. 왜요. 왜. 왜. 언뜻 언뜻 보이는 그의 모습에 그의 표정을 정확히 확인할 수 가 없었다. 점점 정신이 하얗게 점멸해가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컥....허윽.....헉........파.....!
 
겨우 억지로 쥐어짜듯이 파를 불렀다. 목은 이미 타들어가는 고통에 감각을 잃었고 피가 순환되지 못하는 것처럼 머릿 속이 아릿한 고통과 함께 나라는 존재를 지우는 듯 했다. 그리고 난 정신을 잃었다. 마지막으로 내가 정신을 잃기 전 어렴풋이 보았던 건 무어라 외치며 달려드는 파쎄로의 모습과 그런 그를 제압하는 검은 남성의 모습이었다.
 
80 이름 : ◆gi3woILdRvf 2018/10/30 23:57:16 ID : xxCpfcL9dBg  
>>77 >>78 고마워
 
음 조금 쉬도록할까. 뭐 궁금한거 있으면 물어봐도 좋고! 나도 좀 씻어야 할 것 같아서 말이야
 
81 이름 : ◆gi3woILdRvf 2018/10/31 13:19:16 ID : 9y6pgqo2JSG  
오늘은 오후에도 잠시 짬이나서 이어서 써보도록 할게. 글을 읽다가 문맥이 어색하거나 오타가 있다면 이해해주기를 바래. 바로바로 여기서 생각을 정리하며 쓰는 거라서 좀 어색한 글일거야... 그럼 오늘도 이어서 그 날의 이야기를 이어보도록 할게.
 
82 이름 : ◆gi3woILdRvf 2018/10/31 13:25:21 ID : 9y6pgqo2JSG  
난 꿈을 꾸었다. 거대한 늑대가 나를 뒤에서 덮쳐 갈가리 찢어발기는 꿈. 나의 최대한의 몸부림은 마치 반항도 아니라는 듯이, 작은 인형을 물어뜯는 개처럼 늑대가 나를 장난감마냥 그렇게 물고, 뜯고, 찢고, 짓밟아버리는 그런 꿈을 꾸었다. 난 그 와중에서도 누군가가 나를 살려주기를 바랐다. 친구도, 피를 나눈 부모도 아닌 다른 사람에게.
 
83 이름 : ◆gi3woILdRvf 2018/10/31 13:30:08 ID : 9y6pgqo2JSG  
파.
 
입술 사이로 나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눈을 뜨자 보인 것은 어둠이었다. 어둠. 어둠. 깜깜하고 그 깊이를 헤아릴 수 없는 완연한 어둠. 나의 사고는 눈이 보여주는 현실을 따라잡기에는 역부족인 듯 요동을 쳐댔다. 어둡다. 어두워. 스산한 바람이 내 몸을 감싸고, 무언가 익숙한 소리가 내 귀에 들려왔지만 나는 그 무엇도 할 수 없었다. 온 몸이 내 것이 아닌 것 마냥 늘어져서는 어둠에 잠겨버린 듯 하였다. 뜨거운 눈물이 내 뺨을 타고 흐르는 것이 느껴졌다. 다시 나는 어둠 속에서 정신을 잃었다. 이번에는 어떠한 저항도 하지 않은 채, 난 나를 집어삼키는 어둠을 받아들였다.
 
84 이름 : ◆gi3woILdRvf 2018/10/31 13:34:28 ID : 9y6pgqo2JSG  
다시금 눈을 떴을 때, 난 내가 빛이 있는 장소에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어디에선가 흘러 들어오는 햇빛이 내 뺨을 두들기고 있었다. 흰 천장은 내가 보았던 어둠과는 상반되어 나에게 괴리감을 주고 있었다. 시야를 조금 돌리자 흰 천장뿐이 아닌 캐비닛이나 작은 수납함과 같은 것이 눈에 들어왔다. 또 내가 누워있는 곳이 조금은 딱딱한 침대라는 것 또한 알 수 있었다. 몸을 일으키려는 순간 정신이 아찔해지는 것을 느꼈다.
 
85 이름 : ◆gi3woILdRvf 2018/10/31 13:34:42 ID : 9y6pgqo2JSG  
나중에 다시올게
 
86 이름 : 이름없음 2018/10/31 14:55:08 ID : Ru8lxDs8i5X  
헝..ㅜㅜ보고있어!
 
87 이름 : ◆gi3woILdRvf 2018/10/31 21:09:57 ID : xxCpfcL9dBg  
다시 시작할게. 그때의 기억으로
 
88 이름 : ◆gi3woILdRvf 2018/10/31 21:14:54 ID : xxCpfcL9dBg  
우욱.
 
순간 느껴지는 구토감에 겨우 입을 틀어막고 난 내가 누워있던 자리로 무너지고 말았다. 난 그제서야 떠올릴 수 있었다. 늦은 저녁의 손님. 검은 남자. 그리고 몸싸움이라 부를 수 도 없는 무자비한 폭행. 그리고 파쎄로. 그 때였다.
 
깨어났나 보네.
 
89 이름 : ◆gi3woILdRvf 2018/10/31 21:17:34 ID : xxCpfcL9dBg  
처음 듣는 남자 목소리에 몸이 움찔하고 강하게 반응했다. 검은 남자와 관련된 사람일까. 이 곳은 어디일까. 나는 왜 살아있는 것 일까. 긴장한 근육이 수축하듯이 나의 사고는 점점 밀도 높은 질문들을 나를 향해 던지고 있었다. 그리고 왜 하필 또 남자목소리야. 물론 바보 같은 질문도 있었지만.
 
음. 저기? 괜찮은…
 
남자는 반응하지 않는 나의 모습에 나를 향해 가까이 다가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손을 뻗어 나의 어깨를 잡으려 하였을 때 난 그 검은 남성의 모습이 겹쳐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90 이름 : ◆gi3woILdRvf 2018/10/31 21:26:46 ID : xxCpfcL9dBg  
손 대지…!
 
다가오는 손을 쳐내며 외치려 했던 말은 목에서 느껴지는 심한 고통에 의해 제지되고 말았다. 쿨럭거리며 기침을 막기 위해 손을 입에 가져다 대었지만 헛수고인 양 한번 터진 기침은 멈출 줄을 몰랐다.
 
91 이름 : ◆gi3woILdRvf 2018/10/31 21:27:49 ID : xxCpfcL9dBg  
이거.
 
기침 때문에 차오른 눈물 때문에 반쯤 뿌얘진 시야로 보이는 것은 물이 담긴 컵을 건네는 하얀 손이었다. 난 떨리는 손으로 겨우 그 컵을 받아 들고 물을 마시기 시작했다. 아려오는 통증이 목을 지배하고 있었지만 차가운 물이 그 목구멍 사이로 지나가자 확실히 전보다는 낫다는 기분을 느꼈다. 가득 차있던 물을 다 마시고 숨을 몇 번 고르시다가 슬쩍 고개를 들어 남자를 보았다.
 
92 이름 : ◆gi3woILdRvf 2018/10/31 21:35:06 ID : xxCpfcL9dBg  
곱슬 기가 있는 갈색머리에 연한 갈색 눈을 가진 내 또래로 보이는 남자였다. 적당히 박힌 주근깨가 그의 밝은 분위기와 잘 어울러져 있었다.
 
말하지 마. 너 목. 그거.
 
나의 목을 가리키다가 자신의 목을 문지르는 듯한 시늉을 하는 그의 모습에 나는 떠올릴 수 있었다. 목이 졸렸었지. 손으로 나의 목을 만지려 하였지만 이내 그만두고 나는 그 남자를 빤히 바라보았다. 너는 누구고 난 어디에 있느냐고. 그런 의미의 눈으로 난 그 남자를 보았다.
 
93 이름 : ◆gi3woILdRvf 2018/10/31 21:42:27 ID : xxCpfcL9dBg  
아, 혼란스럽겠지. 음…미안. 일단 내 소개를 하자면 칼. 그리고 이곳은- 그러니까아-
 
자신을 칼이라 소개한 남자는 횡설수설 말을 늘이다가 이곳이 어디인지 말하려던 순간에 자신의 뒤통수를 벅벅 문지르며 큰 한숨을 내쉬었다. 
 
나도 몰라… 미안해. 우리는 이 곳을 엔퍼 섬이라 부르고 있어.
 
그 다음에 이어진 말은 지금에서도 생각하지만 정말 최악의 말이었다.
 
94 이름 : ◆gi3woILdRvf 2018/10/31 21:50:44 ID : xxCpfcL9dBg  
넌 이곳에 갇혔어.
 
 
난 아무 말도 하지 않으며 칼을 바라보았다. 뭐 목이 아픈 것도 그 반응에 한 몫을 차지하고도 있었지만, 그의 말에는 현실성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오히려 장기매매나 노예로 끌려가거나, 여자를 사고파는 그런 곳의 매춘부가 되는 것이 더 현실성 있게 다가왔다. 그런데 갑자기 대뜸 섬이라니. 그것도 섬에 갇혔다니. 그리고 그는 난 이 섬을 이라 지칭하지 않고 우리라고 지칭을 하였다. 그렇다는 것은
 
95 이름 : ◆gi3woILdRvf 2018/10/31 22:03:10 ID : xxCpfcL9dBg  
…갇힌 사람이… 더?
 
아직 말을 하기에 무리인 듯 남아있는 통증에 띄엄띄엄 말을 잇자 칼은 금새 그 말의 저의를 파악했다. 살짝이 웃으며 칼은 나에게 가까이 다가오더니 침대의 끄트머리에 살짝이 앉았다. 그리고는 나와 눈을 마주치더니 말하였다.
 
눈치 빠르네. 그래서. 믿는 거야?
 
96 이름 : ◆gi3woILdRvf 2018/10/31 22:03:55 ID : xxCpfcL9dBg  
음... 혼자 이야기하는 기분은 좀 적적하네. 조금 있다가 다시 올게
 
97 이름 : 이름없음 2018/10/31 22:44:05 ID : du4IMmHu60p  
보고있어 소중한 기옥 공유해줘서 고마워
 
98 이름 : 이름없음 2018/10/31 22:44:09 ID : du4IMmHu60p  
기억
 
99 이름 : ◆gi3woILdRvf 2018/10/31 22:51:10 ID : xxCpfcL9dBg  
>>97 그렇게 말해줘서 고마워
 
100 이름 : ◆gi3woILdRvf 2018/10/31 22:51:29 ID : xxCpfcL9dBg  
아니.
 
나는 그 물음에 즉각적으로 대답했다. 내 앞에 있는 초면인 이 칼이라는 남자를 당연히 못 믿을 뿐만 더러, 섬이라니. 하나같이 말이 맞지가 않았다. 머리가 팽배하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기억을 정리해보자. 그래. 난 2년을 그리스에서 바 파쎄로라는 곳에서 파쎄로와 사이 좋게 지내왔다. 그리고 갑자기 나타난 검은 남성. 파쎄로는 나를 배신하고 그 남성에게 나를 팔아 넘긴 건가? 그건 넘어가도 좋다. 일단 결국 나는 가족보다 믿던 그에게 배신을 당했고, 난 목이 졸려 정신을 잃었다. 아마 산소부족으로 인한 호흡곤란. 그리고 정신을 차리니 처음 보는 방, 처음 보는 내 또래로 보이는 남자. 그리고 그가 말한 사실은 난 엔퍼 섬이라는 곳에 갇혔다는 것. 이게 무슨 황당하고도 어이없는 상황인가.
 
101 이름 : 이름없음 2018/10/31 22:56:03 ID : xvcrbyE8i07  
ㅂㄱㅇㅇ
 
102 이름 : 로어 2018/10/31 22:56:11 ID : xvcrbyE8i07  
로어가 될거야 뀨우 뀨우 뀨잉♡
이전레스 : >>98 >>99 >>100 >>101
 
103 이름 : ◆gi3woILdRvf 2018/10/31 22:57:32 ID : xxCpfcL9dBg  
그래. 당연히 못 믿겠지. …그래도 빨리 수긍하는 편이 좋을거야. 그게 너 스스로가 이 곳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이니까.
 
화가 났다. 내가 무슨 잘못을 했나. 내가 왜 이런 신변의 위협까지 당하며 이 이름밖에 모르는 남자의 말을 들으며, 아 그랬군요! 전 이곳에 갇혔군요! 그럼 이 섬에 살겠습니다! 하고 수긍을 해야 하는 이유라도 있는 건가? 알아먹지도 못할 말만 늘어놓고는 뭐? 수긍을 하라고? 살아남는 방법이라고? 그런 개 같잖은 이유 따위는 날 설득시킬 수 없었다.
 
개소리하지마.
 
뭐?
 
개소리하지말라고.
 
104 이름 : ◆gi3woILdRvf 2018/10/31 23:08:12 ID : xxCpfcL9dBg  
순간 나온 날카로운 말이었다. 목의 고통 또한 상관없이 직설적으로 내뱉은 말이었다. 하지만 후회하는 것만큼 난 이성적이지 못했다. 아니 애초에 이런 상황에 이성적으로 대응하는 것 자체가 비이성적인 것이 아닐까. 그렇게 난 칼이라는 남자와 조용하지만 아주 격렬한 시선을 주고받았다. 그렇게 몇 초인지 몇 십 초인지 모를 시간이 흐르고 한 발 뒤로 물러선 것은 내가 아닌 칼이었다.
 
후. 그렇다면 직접 확인시켜주지. 일단 이거 걸치고 1층으로 내려와.
 
105 이름 : ◆gi3woILdRvf 2018/10/31 23:10:54 ID : xxCpfcL9dBg  
>>101 고마워
 
106 이름 : ◆gi3woILdRvf 2018/10/31 23:15:44 ID : xxCpfcL9dBg  
그 말을 내뱉고 칼은 침대 밑에서 무언가를 줍는듯한 자세를 취하더니 나에게 밤색의 코트를 던지듯 건네주고는 방 문 밖으로 걸어나갔다. 난 잠시 그 코트를 만지작대며 나의 언행이 너무 날카로운 것이 아니었는가에 대해 생각하다가 이내 관두고 말았다. 그래도 믿지 못하는 건 믿지 못하는 것이다. 애초에 그런 일을 겪고 초면인 사람의 말을 믿는 것이 이상한 것 아닌가. 그렇지만 칼이 준 따뜻한 밤색 코트의 남아있는 온기에 조금은 망설여졌다.
 
107 이름 : ◆gi3woILdRvf 2018/10/31 23:20:08 ID : xxCpfcL9dBg  
끼익. 끼익.
 
계단이 마치 비명을 지르듯이 날카로운 소리를 내대었다. 내가 있던 침실 바로 옆에 놓인 계단은 오랜 시간 동안 낡고 부서지고 수리를 받아온 듯이 나무 판자로 덧대어져 있었다. 그 계단을 왜인지 모르게 물을 잔뜩 먹은 솜마냥 힘이 잔뜩 빠져있는 몸을 겨우 이끌며 층계를 밟아 1층을 향해 내려가자 제일 먼저 보이는 것은 거실로 보이는 크지도 작지도 않은 방이었다. 그리고 그 거실에는 각기 다른 감정이 담긴 눈동자로 나를 보는 4명의 사람이 있었다.
 
108 이름 : ◆gi3woILdRvf 2018/10/31 23:22:11 ID : xxCpfcL9dBg  
오늘은 여기까지 쓸게. 속도가 너무 더딘것 같아서 미안하네... 들어주는 사람 있겠지? 듣고있어줘서 고마워
 
109 이름 : 이름없음 2018/10/31 23:34:13 ID : Qmnvhbwts04  
ㅂㄱㅇㅇ
 
110 이름 : 이름없음 2018/10/31 23:58:43 ID : CmJO03DAjjt  
ㅂㄱㅇㅇ
 
111 이름 : 이름없음 2018/11/01 01:09:20 ID : du4IMmHu60p  
아냐 힘든 이야기일텐데 고마워
 
112 이름 : ◆gi3woILdRvf 2018/11/01 11:49:50 ID : Le5bBasmHzS  
>>109 >>110 고마워
>>111 괜찮아 고마워
 
오늘은 저녁 8시 반정도 부터 이야기를 풀게. 오늘부터 다른 사람들이 나올거야. 아주 소중한 사람들이니 좋게 봐주면 좋겠어
 
113 이름 : 이름없음 2018/11/01 11:56:34 ID : Ru8lxDs8i5X  
보고있어!
 
114 이름 : 이름없음 2018/11/01 14:07:52 ID : 788mE4JU5ht  
스레주 필력 엄청나다..!기다릴게!!
 
115 이름 : ◆gi3woILdRvf 2018/11/01 20:24:00 ID : xxCpfcL9dBg  
그럼 오늘도 시작할게. 아련한 그날의 그시간으로
 
116 이름 : 이름없음 2018/11/01 20:25:06 ID : s9zdTPhatvC  
보고있엉!!
 
117 이름 : ◆gi3woILdRvf 2018/11/01 20:26:26 ID : xxCpfcL9dBg  
>>113 >>114 >>116 들어주고 있는 모두 정말 고마워
 
118 이름 : ◆gi3woILdRvf 2018/11/01 20:27:27 ID : xxCpfcL9dBg  
남자 세 명과 여자 한 명. 남자 중 한 명은 방금 전 층계를 먼저 내려갔던 칼이라는 사람이었고, 한 명은 동남아계 혼혈로 보이는 30대로 보이는 남자와 조금은 앳된 얼굴을 가진 남자가 있었다. 그리고 여자는.
 
와 드디어 여자다.
 
여자를 관찰하려던 순간에 그 흐름을 깬 것은 다름아닌 그 한 명뿐인 여자의 말이었다. 어색한 침묵이 이어지거나 그 침묵을 깨는 말은 안녕이라는 상황에 맞지 않는 인사일 것이라고 예상했건만. 이건 너무 예상외의 말 아닌가. 하는 생각에 살짝 눈을 찌푸리며 그 여자를 쳐다보았다. 약간의 웨이브 진 짙은 금발의 머리가 흐트러진 채 가슴 윗부분에 머물고 있었다. 그리고 반짝이는 푸른 눈은 그녀가 느끼고 있는 압도적인 즐거움과 뜻 모를 감사함 이라는 감정을 가득 담아내고 있었다.
 
119 이름 : ◆gi3woILdRvf 2018/11/01 20:32:02 ID : xxCpfcL9dBg  
아니. 처음 보는 사람한테, 그것도 지금 상황도 이해 못할 사람한테 인사도 아니고 와 여자다가 뭐냐?
 
동남아계 혼혈로 보이는 남자가 그런 여자의 말에 태클을 걸 듯 말을 쏘아붙였다. 남자의 웃음기가 섞여있는 느긋한 말투는 이 이상한 분위기의 대치상황을 한껏 풀어주었다. 여자와 남자는 익숙한 듯 말을 주고받으며 티격대며 다투기 시작했다. 아직도 상황파악이 덜 된 나는 힘이 풀릴 듯한 다리를 질질 끌듯이 1층의 거실이라 생각되는 장소에 발을 내딛었다.
 
120 이름 : ◆gi3woILdRvf 2018/11/01 20:41:05 ID : xxCpfcL9dBg  
아. 안녕하세요.
 
조금 전 앳된 얼굴을 가지고 있던 남자였다. 10대인가? 1층으로 완벽히 내려오자 그들의 정확한 키나 모습이 두드러져 보였다. 그 앳된 얼굴을 가진 남자는 그 얼굴만큼 아직은 덜 성숙한 목소리를 가지고 있었다. 나보다는 키가 컸지만 그렇게 키 차이가 완연히 나지 않는걸 보아서, 아직은 성장중인 10대라고 생각되었다. 내가 관찰하고 있는 눈으로 자신을 보고 있다는 걸 깨달은 듯 약간 눈을 내려 깔더니 무어라 중얼대며 금색에 가까운 밝은 갈색의 자신의 머리를 만지작대었다.
 
121 이름 : ◆gi3woILdRvf 2018/11/01 20:44:36 ID : xxCpfcL9dBg  
…이에요.
 
뭐?
 
18살. 이름은 클레인이에요.
 
정적이 일어났다. 정신 없이 여자를 놀려대던 동남아의 남자도, 그런 남자에게 한 마디도 지지 않으려 말을 받아 치던 여자도, 몸을 살짝 비튼 채 흘깃거리며 나의 눈치를 보던 칼이라는 남자도, 나도. 뜬금없이 자기소개를 하고는 귀가 붉게 물들어버린 클레인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122 이름 : ◆gi3woILdRvf 2018/11/01 20:47:43 ID : xxCpfcL9dBg  
푸하하하.
 
아주 호탕한 웃음소리가 울려 퍼졌다. 동남아계 남자는 자신의 배를 움켜잡으며 과장된 웃음소리를 내며 클레인을 향해 삿대질을 하였다. 클레인은 마치 얼굴이 태양이 된 것 마냥 붉게 물들어서는 놀리지 마라고 외치기 시작했다. 그런 모습을 휘둥그래진 눈으로 바라보던 여자가 푸스스하고 웃음을 흘리며 말하였다.
 
123 이름 : ◆gi3woILdRvf 2018/11/01 20:53:08 ID : xxCpfcL9dBg  
난 드가야. 28살. 아 정말 너무 반가워! 여자인 친구라니! 너무 오랜만이야!
 
난 테칸이다! 32살이고 크- 그나저나 얘 어어엄청 아름답구만! 이쁜이 잘 지내보자!
 
아, 네 감사..합니다…?
 
혼란스러운 마당에 갑자기 시작된 자기소개에 어리둥절해 하며, 나는 테칸의 칭찬에 어영부영 대답을 하였다. 이게 무슨 상황이지 하는 혼란스러움도 잠시, 다시 내가 처한 상황에 대한 사실이 떠올라 그에 대한 질문을 위해 그들을 향해 입을 떼어내려고 하였다. 그렇지만 난 바로 입을 다물고 말았다. 능글거리며 자신을 테칸이라 소개한 남자가 뭔가를 바라는 눈초리로 나를 쳐다보고 있었기에. 그 옆에는 그와 같은 눈으로 미소를 띄우며 나를 바라보는 드가도 있었다. 그런 시선이 부담스러워 눈을 돌리자 은근히 나에게 곁눈질을 하는 칼과 빨개진 볼을 자신의 손등으로 식히며 우물쭈물하며 나를 보는 클레인이 있었다.
 
124 이름 : ◆gi3woILdRvf 2018/11/01 21:00:13 ID : xxCpfcL9dBg  
…왜요.
 
넌?
 
네?
 
너는?
 
네?
 
너어는?
 
테칸은 빙글빙글한 웃음을 지으며 과장된 손짓을 써가면서 나에게 너는-? 이라며 무언가를 계속해 물어보았다. 나는 멍청히 그 질문의 의도를 파악하지 못해 계속해서 네? 하며 질문에 대한 답으로 질문을 다시 던져주며 대화를 끝없이 잇고 있었다. 그리고 그 멍청한 짓을 멈추게 한 사람은 다름아닌 드가였다.
 
125 이름 : 이름없음 2018/11/01 21:06:12 ID : xxCpfcL9dBg  
아니, 그렇게 질문하면 어떻게 해! 그러니까- 넌 이름이 뭐야?
 
그들은 나를 기대에 어린 눈으로 바라보았다. 하지만 그 눈 속에서는 알게 모르게 서려있는 불안감과 의무감, 그리고 강한 의지가 담겨있었다.
 
126 이름 : ◆gi3woILdRvf 2018/11/01 21:07:49 ID : xxCpfcL9dBg  
저는-
 
바 파쎄로에서의 기억이 겹쳐졌다. 따스한 눈의 파쎄로와 나의 소중한 기억이. 이곳에 드리워졌다. 순간 요동치는 감정이 나를 잠식시키기 시작했다. 
 
루세입니다.
 
눈물 한 방울이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 당황해 하는 그들의 모습이 보였다. 손으로 거칠게 눈물을 닦아내며 나는 덧붙여 말했다.
 
22살입니다.
 
그것은 바 파쎄로에서 때와는 정반대 되는 첫만남이었다
 
127 이름 : ◆gi3woILdRvf 2018/11/01 21:08:42 ID : xxCpfcL9dBg  
좀 쉴까?
 
128 이름 : 이름없음 2018/11/01 21:10:47 ID : s9zdTPhatvC  
나 보고 있어
 
129 이름 : ◆gi3woILdRvf 2018/11/01 21:13:17 ID : xxCpfcL9dBg  
>>128 아 그렇구나. 고마워 다시 이어서쓸게
 
130 이름 : ◆gi3woILdRvf 2018/11/01 21:13:39 ID : xxCpfcL9dBg  
약해 빠졌구만.
 
갑자기 들리는 다른 목소리에 난 이런 목소리를 가진 사람이 있었나 하는 생각에, 내 앞에 있는 그들을 바라보았다. 그들은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아니, 정확히는 내 뒤 너머의 누군가를 바라보고 있었다. 난 순간적으로 몸을 틀어 내가 내려왔던 층계를 바라보았다. 그곳에는 맨발로 계단에 기대어 서있는 남자가 있었다.
 
131 이름 : 이름없음 2018/11/01 21:19:08 ID : s9zdTPhatvC  
스레주 필력 진짜 좋ㅌ다 나 엄청 감정이입해서 보고있음
 
132 이름 : ◆gi3woILdRvf 2018/11/01 21:20:30 ID : xxCpfcL9dBg  
…신발도 제대로 안 신는 주제에.
 
무의식적으로 내뱉은 말이었다. 나조차도 말을 내뱉고 깜짝 놀라서 움찔하며 한 손으로 입을 가렸다. 그 남자의 맨발을 바라보며 아차하는 심정에 눈을 질끈 감았다. 뒤에서는 그런 나의 말을 들은 듯 박장대소하는 테칸의 웃음소리와 웃음을 참는 다른 사람들의 소리가 들려왔다. 
 
정정하지.
 
망했다. 얼굴이 화끈거리는 것이 느껴졌다. 겨우 눈만 굴려서 그 남자를 올려다보았다.
 
엄청 쎄네.
 
133 이름 : ◆gi3woILdRvf 2018/11/01 21:26:19 ID : xxCpfcL9dBg  
>>131 칭찬 고마워.
 
134 이름 : ◆gi3woILdRvf 2018/11/01 21:26:31 ID : xxCpfcL9dBg  
남자는 층계를 타박거리며 내려오기 시작했다. 그 한 계단 마다 내 얼굴이 터질 것처럼 달아올라갔다. 그리고 그 사람이 내 앞에 우뚝 섰을 때, 딱 한 계단 차이였지만 난 그의 얼굴을 보기 위해 고개를 치켜 올려야만 했다. 오트밀 빛의 머리가 섞인 짙은 갈색머리를 가진 남자가 나에게 손을 내밀며 말했다.
 
내 이름은 벤. 35살. 앞으로 잘 지내보자. 아 그리고-
 
내가 벤의 커다란 손을 잡았을 때 난 그의 냉철함과 강인함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신발을 안 신어서 미안하군-
 
모든 것을 포기한 것 같은 감정도.
 
135 이름 : ◆gi3woILdRvf 2018/11/01 21:32:00 ID : xxCpfcL9dBg  
나 좀 쉬다가 10시쯤에 올게. 아마 이제부터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된다고 보면될거야.
지금은 벌써 2년전의 이야기니까. 아직도 생생한 절대 잊을 수 없는 그날이지.
뭐 궁금한거 있으면 아무거나 물어봐도 좋아. 방금 나온 사람들에 관한건 더더욱 질문을 해줘도 좋아.
 
136 이름 : 이름없음 2018/11/01 22:25:41 ID : u9s1cljwILc  
보고있어!!
 
137 이름 : 이름없음 2018/11/02 04:43:30 ID : hxVhxPjxWrw  
진짜 소설같은 이야기다... 재미있어 ㅠㅠ 기다릴게!!
 
138 이름 : ◆gi3woILdRvf 2018/11/02 11:05:33 ID : Qk79cts7gjb  
>>136 137 엇 고마워
 
미안 어제 졸려서 일찍 자버렸네 오늘 저녁 9시에 보자
 
139 이름 : ◆gi3woILdRvf 2018/11/02 21:00:36 ID : xxCpfcL9dBg  
자. 이제부터 다시 시작하자. 그날의 이야기로
 
140 이름 : ◆gi3woILdRvf 2018/11/02 21:01:04 ID : xxCpfcL9dBg  
일단 그렇게 멀쩡히 서있는 걸 보니 꽤 깡다구가 있나 보군.
 
벤은 나의 손을 잡은 채 옅은 녹색빛의 눈으로 나를 이리저리 헐뜯듯이 살펴보았다. 그 모습이 마치 사냥감을 놓치지 않겠다는 포식자와 같은 눈이었기에 난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그가 내 모습을 살피는 것을 넋 놓고 볼 수 밖에 없었다.
 
141 이름 : ◆gi3woILdRvf 2018/11/02 21:04:01 ID : xxCpfcL9dBg  
흐음-
 
그는 어느새 층계를 내려와 얼굴이 맞닿을 듯이 나를 살펴보았기에, 나는 움찔하며 뒤로 물러나는 모습을 취했다. 그리고 계속해서 타박 소리를 내며 다가오는 벤 때문에 난 비틀거리며 뒤로. 뒤로. 더 뒤로 물러났다. 그러다 순간 다리에 힘이 풀리는 기분이 들자 기우뚱하며 몸이 뒤로 넘어가기 시작했다.
 
142 이름 : 이름없음 2018/11/02 21:07:24 ID : s9zdTPhatvC  
보고있어!!
 
143 이름 : ◆gi3woILdRvf 2018/11/02 21:09:02 ID : xxCpfcL9dBg  
여차-
 
벤은 순간 탁하며 나의 손목을 가로채서 들어올렸고, 난 그 힘에 의해 용케 넘어지지 않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이상한 자세로 벤을 올려보았다. 뭐지? 갑자기 맥이 탁 풀린듯한 감각에 바닥에 닿고 있는 발 쪽에 힘을 주었지만 허벅지 쪽에 경련이 일어날 뿐 힘은 더 이상 들어가지 못했다. 어리둥절한 눈으로 벤을 쳐다보자 벤은 피식 웃으며 내 손목을 잡고 이리저리로 흔들기 시작했다.
 
144 이름 : ◆gi3woILdRvf 2018/11/02 21:09:19 ID : xxCpfcL9dBg  
>>142 고마워
 
145 이름 : ◆gi3woILdRvf 2018/11/02 21:18:40 ID : xxCpfcL9dBg  
이야- 깡다구가 있긴 해도 어쩔 수 없긴 하구만. 이것 봐라- 종이인형이야-
 
벤이 내 손목을 잡은 채로 크게 팔을 움직일 때마다 난 그 움직임에 따라 몸이 이리저리로 옮겨져 정신 없이 메트로놈 마냥 움직여댔다. 그렇게 흔들리는 시야 속 나는 제발 이 짓거리를 끝내달라며, 아무에게 구조요청을 하였다.
 
그만해요, 그러다 토할 수도 있다고요.
 
그 짓거리를 끝낸 구원자는 칼이었다. 그는 한숨을 내쉬며 벤에게 꾸중하듯이 말하였다. 하필 저딴 말 때문에 구원된 것은 짜증이 났지만, 확실히 토가 나올 것 같은 기분이었기에 겨우 감사의 눈길을 보내고 난 팔이 잡힌 그대로 축 처져버렸다.
 
146 이름 : ◆gi3woILdRvf 2018/11/02 21:26:25 ID : xxCpfcL9dBg  
이거…왜 이러는…으
 
그거? 이것 때문이지.
 
벤은 나의 손목을 잡고 있는 채로 자신의 다른 손을 활용해 나의 코트와 안의 셔츠를 팔뚝까지 끌어내렸다. 그러자 드러난 것은 나는 느끼지도 못하고 있던 두 뼘만한 거즈가 반창고에 얽힌 채로 내 손목 안쪽에서 덜렁대고 있었다. 그 사이로 언뜻 비친 것은 멍 자국과 작은 주사바늘이었다.
 
오. 그래도 꽤나 거부하려고 했었나 보네. 이렇게 멍든 거 보면. 목도 그렇고. 너 꽤 성깔있나 보다. 그 검은 남자를 상대로 말이야.
 
147 이름 : ◆gi3woILdRvf 2018/11/02 21:35:48 ID : xxCpfcL9dBg  
검은 남자. 그 말에 멍하니 그의 입술이 움직이는 것만을 바라보았다. 벤이 말했다. 검은 남자라고. 그가 계속 무어라 말을 하였다. 웬만해서는 상처 하나 없이 이 섬에 떨어지는 건데 나는 예외인걸 보니 꽤나 그 남자와 고전 아닌 고전을 했을 것이라고. 검은 남자. 검은 남자. 모두 그의 말을 듣고 나의 목에 있는 상처를 보는 것이 느껴졌다. 그들의 눈동자에 안타까운 연민이란 감정이 나를 가리키고 있었다. 벤은 끊임없이 말했다. 마취약. 이 섬까지 오는 데에 걸리는 시간 따위는 몰라도 그 사이의 기억이나 의식을 완전히 날려버릴 마취약. 모두. 모두가 다 똑같이 이런 방법으로. 섬에 버려졌다. 아니 버려진 게 아니다.
 
아. 널 해변에서 발견한 건 테칸. 우린 매일 순찰을 도니까. 너처럼 언제 어느 순간에 사람이 또 올지 몰라서 말이야. 그리고 들쳐 업고 온 건 나. 그래도 클레인 보다는 가벼웠으니까 다행이었지.
 
148 이름 : ◆gi3woILdRvf 2018/11/02 21:45:45 ID : xxCpfcL9dBg  
해변. 섬. 마취약. 사람들. 갇혔다. 검은 남자. 이상한 사실들이 내 귀를 꽉 막기 시작한다. 머릿 속에 채 들어가지 못하고 흘러 넘쳐서, 귀에 대롱대롱 매달린 채. 나를 괴롭힌다. 칼이 말한 사실이 정말 진실일까? 이 사람들을 내가 대체 어떻게 믿어야 하는거지? 이 섬에 버려진 게 아니다. 그렇다면 무엇을. 무엇을. 무엇을. 칼이 말했었다. 생존.
 
뭐. 사실을 짧게 말하자면. 우리 모두는 섬에 갇혔다. 앞으로 한 명이 더 들어오는 순간 살아남아야 할거다. 그것을 피해서. 그리고 그 한 명이 언제 들어올지 모르니 그 전까지 빨리 몸을 회복하고 단련하는게 좋을거야. 너 같은 일반인 여자애는 일찍 죽으니까.
 
149 이름 : ◆gi3woILdRvf 2018/11/02 21:55:07 ID : xxCpfcL9dBg  
…뭐라는 거야… 무슨 말인지. 알아듣게. 말해야 될 거 아니냐고!
 
목이 아프다. 검은 남자가 나의 목을 서서히 옥죄어 온다. 분명 그가 지금 나의 목을 옥죄고 있는 것에 틀림없다. 시선이 따갑다. 내 앞에서 나를 내려다 보는 저 감정 없는 녹색 눈동자가. 그 주위로 그런 나를 바라보는 안타깝고, 동정하고, 난감해하는 그 시선이. 두려움. 그래. 그들은 나를 보고 두려워하는 것이 아니었다. 그 한 명밖에 남지 않았다는 그 카운트 다운이 무서웠던 것이다. 그렇다면 그 카운트다운이 대체 무엇이길래. 나까지 이렇게 지독스럽게 두려워 화를 내고 있는 것일까.
 
150 이름 : 이름없음 2018/11/02 21:56:59 ID : du8ruoMmK1A  
스레주 정말 미안한데 글은 되게 잘쓰는거같아
근데 약간 소설같은느낌이라 ..
 
151 이름 : ◆gi3woILdRvf 2018/11/02 22:02:43 ID : xxCpfcL9dBg  
>>150 처음부터 말했지만 애초에 소설체로 이야기하려고 마음먹었으니까. 누군가는 그냥 흘러가는 동화나 소설이라고 가볍게 생각해주기를 바라고 있거든. 이렇게 이야기해야 자세히 이야기 할 수 있을 것 같았거든. 가볍게 이야기 할 거리도 아니고 말이야. 이렇게라도 들어주면 좋겠어. 고마워,
 
152 이름 : ◆gi3woILdRvf 2018/11/02 22:03:17 ID : xxCpfcL9dBg  
…파쎄로. 파쎄로한테 가야 해요. 파쎄로한테 직접 물어볼래요.
 
파쎄로라는 말이 나오자 모두가 순간 움찔하며 나를 기이한 눈으로 쳐다보았다. 순간 벤의 눈을 보았을 때 나는 숨을 제대로 쉴 수 없었다. 그의 살기 어린 눈빛 때문이었나. 아니다, 그것이 아니다. 감정 없던 눈동자에 내비치는 집채만한 감정의 파도가 나를 삼켜버렸기에. 그의 눈동자에는 내가 평생 이해하지 못할 응축된 감정들이 폭포마냥 쏟아져 내리고 있었다.
 
너. 파쎄로가 누군지 알아?
 
…바… 바 파쎄로의 파쎄로 씨요. 
 
모두가 파쎄로를 알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울렁댄다. 모든 것이 일그러진다. 모두의 감정들이 한데 얽혀서 파도가 덮치기 전의 바다처럼 울렁댄다. 대체 왜.
 
153 이름 : ◆gi3woILdRvf 2018/11/02 22:13:34 ID : xxCpfcL9dBg  
토할 것 만 같은 대치 상황 속에서 벤은 갑자기 나의 손목을 붙잡은 채로 현관문을 향해 큰 보폭으로 걷기 시작했다. 나는 그에게 이끌리는 채로 겨우 발을 굴려대며 앞으로 쏟아지는 몸을 버텨내었다. 현관문 밖으로 나가자 보이는 것은 숲이었다. 숲. 나무들. 그리고 구름이 절반쯤 가리고 있는 하늘. 벤은 맨발이라는 것은 아무 상관 없다는 듯이 숲을 가로지르기 시작했다. 돌 뿌리들이 발에 채이고, 날카로운 풀 잎사귀들이 팔을 쳐대고, 두꺼운 나무 등치들이 다리를 걸러댔다. 그렇게 한참을 끌려가듯이 벤에 의해 나는 어딘가로 향해갔다. 아무리 그의 팔을 때리고 몸을 멈추려고 부단히 노력했지만 그는 개의치 않고 계속해서 계속해서 큰 보폭으로 어딘가를 향해 숲을 가로질러갔다.
 
몇 분 동안 그렇게 끌려 갔을까. 어느 순간부터 바람에 나부끼는 나뭇잎의 소리가 아닌 다른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바닷소리. 파도가 살짝이 쳐대는 바닷소리. 그리고 보인 것은 하얀 백사장이었다. 그는 그제야 우뚝 멈춰서더니 나의 팔목을 살짝이 비틀고는 바다를 응시하게끔 하였다.
 
154 이름 : ◆gi3woILdRvf 2018/11/02 22:20:59 ID : xxCpfcL9dBg  
똑바로 쳐다봐. 똑바로.
 
…싫어요. 싫…
 
똑바로 보라고.
 
‘나는 거부했다. 바다를 보기를 거부했다. 그래야만 했다. 왜냐하면.’
 
봐.
 
벤은 나의 얼굴을 부여잡고 바다를 똑바로 응시하게끔 들어올렸다.
 
‘이 잔인한 거짓 같은 현실이 진실이라는 것을 받아들여야 하기에.’
 
바다는 안개로 자욱했다. 끝없이 펼쳐지는 안개였다. 해변가에서 별로 멀리 떨어지지 않은 거리에서부터 이어진 안개는 섬을 둘레로 잔뜩 뒤덮고 있었다. 섬의 높이도 상관 없다는 듯이 위로도 계속해서 이어졌다.
 
뭐? 파쎄로 씨?
 
벤은 비웃듯이 아주 잔인하게 웃기 시작했다.
 
웃기지마. 그 말 뜻이 뭔지 알기나 해?
 
 
이탈리아어로 참새라는 뜻이다 멍청아.
 
벤의 웃음이 귓가에서 멈추지 않고 이어졌다. 마치 안개마냥. 마치 내 목에 남겨진 선연한 자국마냥. 폭풍이 몰아친다. 칼의 말이 맞았다. 이 섬을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해변가에 나뒹구는 몇 십개의 나무보트가 그 사실을 말하고 있었다. 난 이 섬에 갇힌 것이다. 그들처럼. 
첫 번째의 폭풍은 내가 알고 있던 모든 진실들을 앗아갔다. 폭풍은 몰아쳤다.
 
155 이름 : ◆gi3woILdRvf 2018/11/02 22:22:14 ID : xxCpfcL9dBg  
오늘은 여기까지 하도록할게. 들어주고 있는 모두 고마워
 
156 이름 : 이름없음 2018/11/03 10:31:15 ID : Ru8lxDs8i5X  
ㅜㅜ보고있어
 
157 이름 : ◆gi3woILdRvf 2018/11/03 16:43:32 ID : xxCpfcL9dBg  
>>156 고마워
 
미안한데 오늘은 이야기를 못 풀어낼것같아. 요새 이것저것 준비하느라 바빠서 말이야. 이거에 관한 이야기도 나중에 들려줄테니 끝까지 나와 함께 해주면 진심으로 고마울거야. 듣고있어 주는 모두 항상 고마워 그럼 내일봐
 
158 이름 : 이름없음 2018/11/03 17:56:49 ID : Y9vwts5O9vx  
응응!!
 
159 이름 : 이름없음 2018/11/03 20:05:29 ID : hvBhs2tuleH  
dongslwnß  fęqđĺdņ§dlwlsedogwq ķlsoopeđsnadxž
 
160 이름 : 이름없음 2018/11/03 20:26:09 ID : hxVhxPjxWrw  
>>159 ? 뭐야
 
161 이름 : ◆gi3woILdRvf 2018/11/03 20:44:46 ID : xxCpfcL9dBg  
>>159 Τι λέτε τώρα; Πήγαινε, Agro.
 
무시해. 어그로꾼이야. 어줍잖게 관심끌고 싶으면 다른 곳으로 가지 그러니?
 
162 이름 : 이름없음 2018/11/03 23:24:36 ID : fgrxVdWoZbg  
대박완전흥미진진해
 
163 이름 : 이름없음 2018/11/04 00:19:27 ID : r89BvBe2K0m  
음.. 한명이 더 들어오면 그것을 피해서 살아야 한다는게 뭔지 궁금하네
잘보고 있어 스레주!
 
164 이름 : ◆gi3woILdRvf 2018/11/04 14:24:41 ID : xxCpfcL9dBg  
>>162 고마워
>>163 바로 나올 내용이니 궁금증이 빠른 시일내로 해결될거야
 
오늘은 저녁 9시쯤에 들어와서 이야기를 풀거야. 그때 보자.
 
165 이름 : 이름없음 2018/11/04 15:17:27 ID : s9zdTPhatvC  
오오 기다릴게 스레주!!
 
166 이름 : 이름없음 2018/11/04 19:55:01 ID : ctBs9vA5bxA  
스레주는 예쁘구나ㅋㅋㅋ
 
167 이름 : ◆gi3woILdRvf 2018/11/04 21:08:02 ID : xxCpfcL9dBg  
>>165 고마워 :)
>>166 아니야 ㅋㅋㅋㅋㅋ 테칸이 워낙 능글거리기도하고 항상 그말했어. 모든 여자는 아름다운 존재라고 :D
 
미안미안 오늘 여러모로 바쁜날이네. 조금만 더 기다려주라. 미안해
 
168 이름 : ◆gi3woILdRvf 2018/11/04 21:45:53 ID : xxCpfcL9dBg  
미안 오늘 처리할 일을 못마쳐서 못풀수도 있을 것 같아. 푼다고 해도 아주 적은 양만 풀 수 있을 것 같은데... 그거라도 풀어줄까?
 
내일은 8시부터 이야기를할게
 
169 이름 : 이름없음 2018/11/04 22:45:29 ID : 6jdzWnU7zfe  
얘기해 주면 나야 고맙지...
 
170 이름 : ◆gi3woILdRvf 2018/11/04 23:10:43 ID : xxCpfcL9dBg  
그 후 난 따라온 나머지 사람들의 도움으로 그 집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벤은 혀를 차더니 나를 백사장에 던지다시피 내려놓고는 먼저 가버렸기에, 걱정이 되어 따라온 사람들이 나를 도와 숲을 가로질러 집으로 돌아갔다. 테칸은 나를 업은 채로 묵묵히 숲을 헤쳐 지나갈 뿐이었다. 나는 그의 등에 힘없이 기대어 멍하니 그 안개를 다시금 떠올리고 있었다.
 
…많이 놀랐지?
 
숲을 가로지르며 테칸은 나에게 넌지시 물어보았다. 그의 말 속에서는 그 또한 안개를 떠올리며 괴로워하고 있음이 느껴졌다.
 
 
난 아무 대답도 하지 못했다. 그저 그의 등에 업힌 채 팔에 힘을 주어 그를 더욱 꽉 그러안을 뿐이었다. 그렇게 하면 마치 이 두려운 감정이 사그라들까 하는 바람이었을 것이다.
 
171 이름 : ◆gi3woILdRvf 2018/11/04 23:11:46 ID : xxCpfcL9dBg  
>>169 미안해... 아마 이 정도밖에 풀어내지 못할 것 같네... 내일은 평소보다 더 많이 이야기를 풀어줄테니까!
 
172 이름 : 이름없음 2018/11/04 23:35:33 ID : 6jdzWnU7zfe  
기다리는건 문제 없으니 스레주가 하고싶은 만큼 할수 있는만큼만 해도 괜찮아. 이거 쉬운일 아닌거 아니까..
 
173 이름 : ◆gi3woILdRvf 2018/11/05 16:15:07 ID : 9y6pgqo2JSG  
>>172 그렇게 말해줘서 고마워.
 
오늘 8시에 만나자
 
174 이름 : ◆gi3woILdRvf 2018/11/05 20:04:58 ID : xxCpfcL9dBg  
그렇게 난 내가 누워있던 침대로 다시 돌아왔다. 그리고 꼬박 잠만 자는 3일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가끔 잠에서 깨어나 물로 목만 축이기만 하는 3일이라는 시간. 잠에 들 때마다 난 그 지독스러운 늑대가 나를 잡아먹는 꿈을 꾸었다. 나는 3일이라는 시간 동안 한껏 야위어갔다. 목소리를 낼 수 있을 정도로, 몸을 가눌 수 있을 정도로 회복이 되었지만 난 단 한번도 목소리를 내지도, 몸을 움직이고자 하지도 않았다. 그리고 내가 처음으로 목소리를 내게 된 것은 다름아닌 드가의 물음덕분이었다.
 
루세. 뭐라도 먹어야지. 응?
 
 
175 이름 : ◆gi3woILdRvf 2018/11/05 20:11:57 ID : xxCpfcL9dBg  
…루세 나는 너가 이 곳에 오게 된 것이 너무 안타깝지만 한편으로는 너무 다행이야.
 
다행이라니. 그 말에 나는 누워서 이불을 뒤집고 있던 몸을 일으켜서 증오심이 담긴 눈으로 드가를 바라보았다. 다행. 다행이라니. 이 빠져나가지 못할 지옥 같은 섬에서. 그 말은 저주였다. 나에게 그 말은 마치 저주처럼 들리어서 내 앞에 있는 드가를. 침대 끄트머리에 걸터앉아서 씁쓸한 웃음을 지은 채 나를 보고 있는 이 여자의 목을 조르고 싶었다.
 
176 이름 : ◆gi3woILdRvf 2018/11/05 20:17:03 ID : xxCpfcL9dBg  
…내가 이 곳에 온지는 4년이 되었어.
 
…4년?
 
드가의 말은 나를 당혹스럽게 하기에 충분했고 나의 목소리가 나오게끔 하기에도 무척이나 충분한 말이었다. 4년이라니. 한 눈에 보기에도 이 좁고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 섬에서 4년이나. 그제야 나는 드가의 말을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그제야 드가의 저 씁쓸한 웃음의 의미를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177 이름 : ◆gi3woILdRvf 2018/11/05 20:23:33 ID : xxCpfcL9dBg  
클레인이 이곳에 온건 3년이 되었고. 그리고 나머지 사람들은 우리보다 더 오래 이곳에서 버텨왔던 것 같아. 내가 도착하기 전의 이야기는 해주지 않지만… 그래도 알 수 있어. 내가 이 섬에 도착해서 너처럼 혼란스러워 할 때 그들은 익숙한 듯 나를 돌보아줬으니까.
 
그 동안 탁하게 느껴졌던 머릿속이 맑아지는 것이 느껴졌다. 그녀 또한 이 혼란스러움을 겪었을 것이다. 그녀뿐만이 아닌 지금까지 버텨온 그들 모두. 그들은 분명 그것을 극복하며, 맞서며 지금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178 이름 : ◆gi3woILdRvf 2018/11/05 20:29:09 ID : xxCpfcL9dBg  
나도 이 섬에 무엇이 나타나는지는 정확히 알지는 못해. 아마 그걸 겪었던 건 테칸하고 칼, 벤이었던 것 같아. 그리고 그들은 언제 올지 모를 그날을 대비하며 나를 단련시켜 주기도 했어. 물론 요새도 하고 있어!
 
…왜 그렇게까지 해요?
 
179 이름 : ◆gi3woILdRvf 2018/11/05 20:32:02 ID : xxCpfcL9dBg  
그야 이 섬에서 썩어가기에는 내가 너무 아까우니까!
 
드가는 아주 아름다운 웃음을 지으며 나에게 말했다. 장난스러운 말이었지만 그럼에도 그 말 속에서는 진심이 담겨있었다. 이 섬에 썩히기에는 우리 모두가 아깝다. 순간 부끄러운 감정이 치솟았다. 난 왜이리 빠르게 모든 것을 포기하는 심정을 가지고 있던 것일까. 그들은 이 상황을 극복한 것이 아니었다. 아직까지도 그들은 싸우고 있었던 것이다.
 
180 이름 : ◆gi3woILdRvf 2018/11/05 20:37:50 ID : xxCpfcL9dBg  
…죄송해요.
 
나는 사과했다.
 
…죄송합니다.
 
그들이 싸우고자 하는 내가 싸우고자 하는 그것에 대한 어떠한 것도 듣지도 보지도 않은 채 포기하고자 했던 나의 모습에 대해. 그리고 그런 나약한 모습으로 계속해서 이어오던 그들의 투쟁을 기만했던 나에 대해. 드가는 난감한 표정으로 양손을 뻗어 흔들어대었다.
 
181 이름 : ◆gi3woILdRvf 2018/11/05 20:41:43 ID : xxCpfcL9dBg  
아니아니! 사과를 왜 해! 음… 미안하면 나랑 밥 먹으러 내려가자! 여자친구는 4년만에 처음이란 말이야!-
 
드가는 나의 손을 잡고 침대 밖으로 이끌었다. 드가는 아름다운 금발머리를 살짝 찰랑이며 미소를 띄었다. 아주 기분 좋은 미소였다. 난 그 미소에 화답하듯 살짝 웃으며 일어섰다. 오랜만에 땅을 딛고 일어선 다리가 살짝이 휘청거렸지만, 그것도 잠시 나는 굳세게 힘을 주고는 드가에게 말했다.
 
182 이름 : ◆gi3woILdRvf 2018/11/05 20:51:29 ID : xxCpfcL9dBg  
당연히 맛있는 것이겠죠?
 
드가는 그런 작은 농담에 잘게 웃어대며 나를 이끌며 층계를 내려왔다. 층계를 내려오자 보인 것은 첫날 보았던 것처럼 벤을 제외한 모두가 있었다. 조금 다른 점이 있다면 가운데에 탁자가 놓여있었고 그 주위로 의자에 앉아 점심을 막 먹기 시작하다가 당황스러운 눈으로 이쪽을 보고 있다는 점이었다.
 
…뭐에요. 기다리기로 했잖아요!
 
드가는 화가 난 듯 쿵쾅거리며 층계를 내려갔다. 난 그런 드가의 모습에 놀라 층계에 굳어서 다른 이들의 눈치를 살피기 시작했다. 드가가 다가오는 모습을 보자 그들 모두 들고 있던 포크와 나이프를 내려놓고는 의자에서 일어서지도 앉지도 않는 엉거주춤한 나에게 구원의 눈빛을 보냈다.
 
183 이름 : ◆gi3woILdRvf 2018/11/05 21:06:08 ID : xxCpfcL9dBg  
아니! 기다린다 했잖아요! 하다못해 나 혼자 내려올 때까지는 기다려야 하는 거 아니에요!?
 
그들은 할말이 없다는 듯 고개를 숙이고는 채 씹다 넘기지도 못한 에그 스크렘블을 입에 머금고 있었다. 그러다 이내 테칸이 휴지에 스크렘블을 뱉고는 헛기침을 하며 드가에게 말했다.
 
크흠. 아니 그게… 기다리다가 너무 배가 고파…미안.
 
테칸은 능글거리는 말투로 이 상황을 모면하고자 노력하였지만 드가의 치솟고 있는 눈썹을 보더니 이내 입을 꾹 하고 다물고 말았다. 그 후 속사포로 쏟아지는 드가의 잔소리에 테칸은 겨우 곁눈질로 나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184 이름 : ◆gi3woILdRvf 2018/11/05 21:16:13 ID : xxCpfcL9dBg  
저, 드가. 저. 음. 저 배고파요.
 
난 한참을 머리를 쥐어짜내서 배고프다는 말을 내뱉었다. 망할. 이게 맞는 말인지 모르겠지만 다른 이들에게는 충분히 멍청히 보였음에 분명할 것이다. 드가는 세 명에게 잔소리를 하던 도중 고개를 돌리며 아직도 층계 중간에서 이도 저도 못하는 나의 모습을 보더니 밝게 웃으며 말했다.
 
참! 루세 많이 배고프겠다! 하긴 3일동안 아무것도 안 먹었을텐데! 조금만 기다려!
 
드가는 옆에 나있는 조그마한 부엌을 향해 사라졌다. 그녀의 사라지는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테칸은 작게 말했다.
 
…좋았어!
 
185 이름 : ◆gi3woILdRvf 2018/11/05 21:20:13 ID : xxCpfcL9dBg  
테칸은 입 모양으로 내게 너무 배가 고팠다고 미안하다고 말하였고 슬며시 엄지를 들어올려 나에게 잘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여댔다. 그리고 클레인 또한 작게 한숨을 쉬며 나에게 고맙다고 작게 속삭였다. 나는 그 모습이 너무 우스워 작게 웃어대며 층계를 마저 내려왔다. 그러자 부엌 쪽에서 드가가 안 도와줄 것이냐며 외치는 소리에 테칸과 클레인이 허둥대며 부엌으로 들어갔다.
 
…그래서 이제는 어때? 몸은 괜찮아?
 
186 이름 : ◆gi3woILdRvf 2018/11/05 21:27:38 ID : xxCpfcL9dBg  
칼이었다. 약간은 어색해 보이는 말로 나에게 넌지시 묻는 물음에 나는 그 전에 첫만남 때부터 그에게 모진 말을 내뱉었던 것이 떠올랐다. 상황도 상황 나름이었지만 그렇게 자세한 상황에 대해 알지도 못하고 내뱉은 말이었기에 나는 그에게 말했다.
 
괜찮아. 그리고 그때는 미안했어. 그때는 좀… 많이 혼란스러워서… 미안.
 
뻣뻣하게 내뱉은 사과의 말이 내 입 속을 거칠게 쓸어간 듯 텁텁하게 남아있는 것 같았다. 나의 사과에 칼은 멀거니 나를 바라보다가 살짝 웃어 보이고는 말했다.
 
뭐, 괜찮아. 처음에는 다들 그랬으니까. 게다가 나도 그랬기도 하고. 잘 지내보자.
 
187 이름 : ◆gi3woILdRvf 2018/11/05 21:28:37 ID : xxCpfcL9dBg  
음... 오늘은 여기까지 하도록 할까?
 
188 이름 : 이름없음 2018/11/05 21:37:02 ID : rcMi60pPdA1  
스레주 필력 오져.....더 보고 시퍼...궁금ㅁ매...
 
189 이름 : ◆gi3woILdRvf 2018/11/05 21:46:52 ID : xxCpfcL9dBg  
>>188 고마워 :D 앞으로는 미리 적어두고 올리는 식으로 바꿔야할까봐 그럼 좀더 많이 이야기해줄 수 있기도 하고말이야
 
190 이름 : 이름없음 2018/11/05 21:47:08 ID : r89BvBe2K0m  
와..진짜 글 잘써.. 다음이ㅜ너무궁금해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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