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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금
대갈맞나 | L:47/A: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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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 0-0 | 조회 124 | 작성일 2018-12-09 00:2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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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금

손을 맞잡고, 우리는 점술사의 천막 안으로 걸어들어갔다.

 

2009년부터 매년 이 축제에 왔지만, 남자친구는 한 번도 점을 치게 해 준 적이 없었다.

그곳은 어두운 보랏빛이었고 한 테이블과 점술사가 앉아 있는 의자를 제외하고는 텅 비어 있었다.

점술사는 누덕누덕한 옷을 입고 손가락에 많은 반지를 낀 늙은 여성이었다.

한 마디로, 아주 전형적이었다.

"자, 누구의 손금을 볼까요?"

 

"이쪽이요, 이쪽!" 나는 남자친구를 테이블로 밀었다.

그는 마지못해 팔을 뻗고 손을 폈다.

노파가 그 손을 잡고 주름을 따라서 손가락을 문지르기 시작했다.

남자친구는 도움을 청하듯 내 쪽으로 고개를 돌려 눈을 향했다.

그를 여기까지 데려오는 데엔 정말 많은 노력이 들었지.

 

점술사의 손이 점점 떨리며 손바닥 가운데로 향했다.

그녀는 이마를 찡그렸고 입술을 깨물었다.

그리고 눈을 크게 뜨며 입을 열어 조용한 비명을 질렀다.

점술사는 숨을 헐떡거렸고 벌떡 일어섰다.

그녀가 앉아 있던 의자가 뒤로 쓰러졌다.

 

그녀의 손가락은 아직 남자친구의 손바닥에서 떠나지 않았다.

"살인이야!" 그녀가 새된 목소리로 외쳤다.

공포에 질린 눈으로 그녀는 손을 놓았다.

"지금까지 본 것 중 가장 끔찍해! 살인이라니!"

그녀는 내 고막이 아프도록 소리를 질렀다.

 

내 남자친구는, 완전히 풀이 죽어서 텐트 밖으로 걸어나갔다.

심지어 나한테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자기, 내가 무슨 일인지 똑바로 알아올게.

 

"이게 무슨 짓이예요?" 나는 숨을 가다듬는 노파를 추궁했다.

"좋은 말도 할 수 있었잖아요. 실제로 미래를 보는 것도 아니면서."

점술사는 몸을 움츠리며 나를 쳐다보고, 이어서 아직도 멀어지는 남자친구를 멍하니 응시했다.

"아가씨." 그녀가 떨리는 목소리로 속삭였다.

"나는 미래를 보지 않아요. 과거를 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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