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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압주의] 6화에서 생략된 장면입니다 -후반부-
마토사쿠라 | L:0/A: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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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 1-0 | 조회 2,538 | 작성일 2018-11-10 20:4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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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압주의] 6화에서 생략된 장면입니다 -후반부-

"아프네."

카키네 테이토쿠는 시선을 우이하루에게서 액셀러레이터에게로 옮기며 조용히 말했다.

"그리고 열 받아. 과연 제1위. 엄청나게 열받는데. 역시 네놈부터 쳐 죽이지 않으면 소용없을 것 같아."

"핫, 나랑 싸우는 게 무서워서 핸디캡을 찾던 겁쟁이 녀석이 뭘 잘난 척이야. 그 꼬맹이를 노리는 방법을 선택한 시점에서 이미 전력 차이는 정해진 거라고."

"바보 아니야? 그 녀석은 보험이야. 누가 네놈 같은 빌어먹을 녀석에게 정정당당한 승부를 걸겠어? 귀찮다고, 네놈에게 그럴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냐?"

학원도시 제1위와 제2위.

액셀러레이터도, 카키네 테이토쿠도 몰래 은폐하는 것에는 신경도 쓰지 않았다.

그런 뒤처리는 어딘가의 누군가에게 맡기면 된다.

"돼지 같은 놈. 통구이할 밑준비는 되어 있겠지."

"그건 그렇고 과연 '언더라인'. 예상 이상으로 빠르게 등장해주었어."

"앙?"

"웃기는군, 개자식. 그렇게 약자를 지키기 위해 싸우면 선인(善人)이 될 수 있기라도 하다는 거야?"

"핫, 모르는군."

액셀러레이터는 현대적인 디자인의 지팡이를 옆으로 내던지면서 조용히 말했다.

"마침 잘됐어. 악당에도 종류가 있다는 걸 가르쳐주지."

파방!! 폭음이 울려 퍼졌다.

액셀러레이터와 카키네 테이토쿠가 정면에서 격돌한다. 그 여파인 충격파가 주위 일대에 균등하게 작렬해 사람들이 쓰러지고 유리도 산산조각으로 부서져 흩어졌다. 여기저기에서 소동이 일어났지만 두 사람은 그쪽에 눈길도 주지 않았다.

격돌의 결과는 분명했다.

액셀러레이터의 일격을 받은 카키네 테이토쿠가 뒤쪽으로 날아갔다. 길에 면해 있는 카페 안에 처박혀 내부 장식을 부수는 소리가 이어졌다. 그러나 액셀러레이터의 얼굴에는 불쾌감밖에 없다. 반응을 의도적으로 빗나가게 한 감촉이 손바닥에 남아 있다.

"네놈은 지금 이 자리에 있는 벡터를 제어하는 능력자지."

폭탄 테러라도 당한 것 같은 가게 안에서 그런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렇다면 모든 벡터를 모아도 움직일 수 없을 만큼 거대한 질량을 부딪치면 어떻게든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는데 역시 안 되는군. 나 자신의 벡터도 조작당해서야 손을 쓸 수가 없잖아."

다친 데가 없다.

가게에서 나온 카키네의 온몸은 하얀 고치 같은 것에 감싸여 있었다. 아니, 아니다. 멋대로 펼쳐진 그것들은 날개다. 천사 같은 여섯 장의 날개가 그의 등에서 천천히 날갯짓을 한다.

액셀러레이터는 희미하게 눈살을 찌푸렸다.

"안 어울려, 메르헨 자식."

"걱정하지 마, 알고는 있어."

그런 말을 하면서 두 사람은 다시 움직였다.

액셀러레이터가 다리 힘의 벡터를 조작해 똑바로 돌진하자 카키네는 날개로 공기를 내리쳐 옆으로 날았다. 단숨에 수십 미터나 나아가 큰길 중앙분리대 위에 착지한 카키네. 반면 액셀러레이터는 팔을 휘둘러 공기를 찢고 그 대기의 흐름이 벡터를 글자 그대로 장악한다.

쿵!! 거센 바람이 뒤에서 앞으로 불어갔다. 풍속 120미터에 달하는 공기 덩어리가 포탄이 되어 중앙분리대 위의 카키네를 쏘아 떨어뜨리려고 한다.

카키네가 능숙하게 날개를 움직여 피했을 때,

뚜벅 하는 소리가 들렸다. 쳐다보니 카키네가 서 있는 중앙분리대 바로 옆 노면에 액셀러레이터가 발을 올려놓은 참이었다. 대체 어떻게 접근했는지, 어느새 그것을 실행했는지, 그 의문이 풀리기도 전에 액셀러레이터는 기세 좋게 카키네 테이토쿠의 코앞으로 날아들어 오른손을 뻗었다.

카키네는 말했다.

"알고 있어? 이 세계는 전부 소립자에 의해 만들어져 있지."

그러면서 그는 날개를 사용해 몸을 지켰다. 액셀러레이터의 오른손이 날개에 꽂히는 것과 동시에 스스로 날개 중 한 장을 수많은 깃털로 바꾸어 흩뿌림으로써 충격이 자기 자신의 몸에 전해지는 것을 저해한다.

"소립자라는 건 분자나 원자보다 더 작은 물체야. 게이지 입자, 렙톤, 쿼크..., 그리고 반립자나 쿼크가 모여서 만들어지는 하드론이라는 것도 있지만 뭐, 대개는 몇 가지 종류로 나뉘지. 이 세계는 그런 소립자로 구성되어 있는 거야."

하지만, 이렇게 카키네는 중얼거리며,

"내 '다크 매터'에 그런 상식은 통하지 않아."

쿵!! 하는 바람의 으르렁거림과 함께 카키네 테이토쿠의 등에서 다시 여섯 장의 날개가 돋았다.

"내가 만들어내는 '다크 매터'는 이 세계에는 존재하지 않는 물질이야. '아직 발견되지 않았다'거나 '이론상으로는 존재할 거'라느니 하는 하찮은 얘기가 아니야. 정말로 존재하지 않는다고."

학문상의 분류에 들어맞지 않는, 레벨5에 의해 만들어진 새로운 물질.

물리법칙을 무시하고 마치 다른 세계에서 직접 끌어낸 것 같은 하얀 날개였지만 액셀러레이터는 조금도 동요하지 않았다.

소재가 무엇이든 벡터 변환 능력은 모든 것을 분쇄한다.

"오케이. 쓰레기와 함께 묻어주지."

더욱 발을 내디디며 카키네 테이토쿠의 심장을 움켜쥐려고 하는 액셀러레이터.

그러나,

"모르는 거냐, 네놈."

카키네가 말한 순간 그의 하얀 날개가 파앗!! 엄청난 빛을 내뿜었다.

"?!"

지릿지릿 타는 것 같은 아픔을 느낀 액셀러레이터는 저도 모르게 카키네와 거리를 두었고, 그러고 나서 사태의 이변을 깨달았다.

모든 벡터를 '반사'하는 액셀러레이터가 외부로부터 영향을 받았다.

"방금 그건 '회절'이야. 광파나 전자의 파도는 좁은 슬릿을 통과하면 파도의 방향을 바꾸며 확산되지. 고등학교 교과서에도 실려 있는 현상이야. 여러 개의 슬릿을 사용하면 파도끼리 간섭하게 만들 수 있어."

말하자면 하얀 날개에는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가느다란 틈이 있고, 그 틈을 통과한 햇빛이 성질을 바꾸어 액셀러레이터를 덮쳤다... 는 것이리라. 하얀 날개가 빛을 내뿜은 것이 아니라 하얀 날개를 통과한 빛이 성질을 바꾼 것이다.

"뭐, 무엇이든 응용하기에 달려 있다는 거지. 햇볕에 타서 죽는 기분은 어때?"

하지만,

"...물리 공부가 부족한 것 같군, 멍청이. 아무리 '회절'을 이용해도 햇빛을 살인광선으로 바꿀 수 있을 리가 없잖아."

"그게 이 세계에 있는 보통의 물리라면 그렇지."

카키네는 여섯 장의 날개에 활을 당기듯이 힘을 더해갔다.

"하지만 내 '다크 매터'라는 건 이 세계에 존재하지 않는 새로운 물질이야. 거기에 기존의 물리법칙은 통하지 않아. 그리고 '다크 매터'에 닿아서 반사한 태양빛도 독자적인 법칙에 따라 움직이지. 이물(異物)이라는 건 그런 거야. 단 하나만 섞여도 세계를 완전히 바꿔버리거든."

솨아!! 여섯 장의 날개가 기세 좋게 퍼덕였다. 일어나는 거센 바람을 '반사'로 억누른 액셀러레이터는 그때 상대의 의도를 파악했다. 정면을 노려보자 카키네는 슬쩍 웃고 있었다.

"ㅡ역산, 끝났어."

"!!"

그 목소리를 들은 액셀러레이터가 처음으로 회피로 옮겨가려고 했을 때 이미 여섯 장의 날개는 발사되고 있었다. 그때까지와 다른, 단순한 박살용(撲殺用) 둔기로.

뚜둑두두두둑!! 둔한 소리가 액셀러레이터의 몸속에서 작렬한다.

몯느 벡터를 '반사'하는 그의 몸이 기세 좋게 날아가 10미터 이상 앞에 있는 가로수에 격돌하고 굵은 가지를 단번에 부러뜨렸다.

"컥, 커헉...?!"

'방금 그, 햇빛과, 거센 바람의 의미는ㅡ!!'

"액셀러레이터, 네놈은 모든 걸 '반사'한다고 하지만 그건 정확하지 않아."

카키네의 날개가 소리도 없이 뻗는다.

20미터 이상에 달한 날개는 거대한 검처럼 보였다. 빌딩 옥상으로 날아오른 액셀러레이터였지만 수직으로 겨누어진 카키네의 날개는 마치 탑이 무너지듯이 액셀러레이터를 직격했다.

"소리를 반사하면 아무것도 들리지 않아. 물체를 반사하면 아무것도 잡을 수 없어. 네놈은 무의식중에 유해와 무해의 필터를 만들어내고 필요 없는 것만을 골라서 '반사'하고 있지."

입에서 피를 토한 액셀러레이터는 저수탱크의 잔해를 부수며 옆으로 뛰었다.

휘둘러 내려진 하얀 날개는 빌딩 옥상에서부터 중간까지를 단숨에 찢고 먼지를 흩뿌렸다.

"'다크 매터'의 영향을 받는 지금의 햇빛과 거센 바람에는 각각 25,000개의 벡터를 주입해뒀어. 이제는 네놈의 '반사' 상태에서 유해와 무해의 필터를 식별하고, 네놈이 '무의식중에 받아들이고 있는' 벡터 방면에서 공격을 가하면 되지."

액셀러레이터가 설령 '반사'의 구조를 변경한다 해도 카키네는 곧 재탐색할 것이다. 이대로는 끝이 없다. 공방을 되풀이하는 사이에 타격이 축적되어갈 뿐이다.

"이게 '다크 매터'."

카키네 테이토쿠는 웃으면서 여섯 장의 날개를 겨누고,

"이물이 섞인 공간. 여기는 네놈이 아는 곳이 아니라고."

그러자 액셀러레이터는 대기를 조종해서 자신의 주위에 네 줄기의 소용돌이를 일으킨다.

그리고 격돌.

액셀러레이터의 소용돌이는 카키네의 하얀 날개를 잡아 뜯었고 카키네의 하얀 날개는 거센 바람을 동반하고 액셀러레이터의 소용돌이를 날려 보냈다. 그 여파로 철근 콘크리트 구조물이 삐걱삐걱 불안하게 흔들릴 무렵에는 이미 두 사람은 그곳에서 사라지고 없었다. 평행하게 이동하면서 서로의 능력을 격돌시키는 두 사람은 때로 풍력발전 프로펠러로 뛰어 옮겨갔고, 때로는 신호기 측면을 걷어차면서 무시무시한 속도로 거리를 달려간다.

"'핀셋'을 강탈하거나 '언더라인'의 내용물을 조사하는 등 나도 여러 가지로 대책을 써봤지만 어느 것도 성공하지 못했어. 역시 제1위인 네놈을 쳐 죽이는 게 간단할 것 같은데!!"

카키네는 수십 미터로 뻗는 하얀 날개를 휘두르면서 외쳤다.

"뭐야, 구더기 같은 놈. 이제 와서 숫자의 순서가 그렇게까지 콤플렉스냐!!"

"그렇지 않아. 다만 나는 아레이스타와의 직접교섭권이 필요했을 뿐이야!!"

액셀러레이터는 그 말을 무시하고 발치의 아스팔트를 일부러 밟아 부쉈다. 충격으로 떠오르는 작은 돌을 이단차기 요령으로 힘껏 걷어찼다.

퍼벅!! 무시무시한 소리가 작렬한다.

벡터 조작을 받아 '레일건' 이상의 속도로 날아간 작은 돌은 겨우 4, 5센티미터 정도 나아가다가 소멸했다. 다만 충격파는 살아 있었다. 그 폭음은 이미 소리를 파열시키고 있었다. 그러나 카키네도 하얀 날개에 모든 힘을 담아 충격파를 흐트러뜨렸다. 두 사람의 중간에서 파도와 파도가 격돌하고, 공기의 해일이 간판이나 신호등을 하나하나 뜯어낸다.

"빌어먹을 아레이스타 녀석은 여러 개의 플랜을 동시병행으로 진행하고 있어. 놈에게는 최우선 사항인 모양이지만, 만일 그 대단한 계획이 막힌다 하더라도 병행하던 다른 라인으로 일단 궤도를 바꿔 타고, 나중에 다시 원래 플랜으로 돌아가니까 고약하지. 사다리 타기에서, 일단 다른 선으로 갔다가 최종적으로는 원래의 선으로 돌아오는 거랑 비슷한 거야."

평행하게 달리고 있던 액셀러레이터와 카키네 테이토쿠는 갑자기 그 궤도를 직각으로 꺾어 서로가 최단거리에서 부딪치듯이 달렸다. 그곳은 편도 4차선의 도로가 종횡으로 부딪치는 거대한 스크램블 교차로다. 그들의 격돌에 의해 교통의 흐름은 완전히 차단되었지만 불평을 하는 사람은 없었다. 있을 리가 없다. 은폐 따윈 생각할 것까지도 없이, 말하면 죽는다고 본능이 말하고 있다.

두 사람의 몸이 교차했다.

공기가 폭발하고 몇 초 후에 파앙!! 하는 폭음이 울려 퍼진다.

"그렇다면 얘기는 간단해. 예비 플랜을 전부 뭉개버리면 아레이스타는 '다른 선으로 도망친다'는 타협을 할 수 없게 되지. 그런 후에 이 나 자신이 '스페어 플랜(제2후보)'이 아니라 진짜 핵에 자리를 잡고 나면 아레이스타도 날 무시할 수 없을 거야. 딱히 학원도시를 없앨 생각은 없어. 이 도시는 이용할 수 있거든. 그러니까 그 중심에 파고들어서 수중에 넣어주겠다는 거야!!"

액셀러레이터와 카키네 테이토쿠 양쪽에서 피가 튀었다.

"그러니까 지금 현재 '진짜 핵'에 있는 날 죽이면 네가 계획의 기둥으로 군림한다는 건가?"

두 사람은 걸음을 멈추고 나서 서로 천천히 돌아보았다.

그렇게까지 호언장담하는 이상, 카키네 테이토쿠는 아레이스타가 얼마나 많은 수의 플랜을 병행적으로 전개시키고 있는지 그 정확한 정보를 모을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을 것이다.

그리고 카키네 테이토쿠에게는 그렇게까지 할 만한 어떤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것에 대해서 액셀러레이터는 깊이 생각하지 않는다. 학원도시의 어두운 부분에 가라앉아 있으면 비극의 수는 산이나 별처럼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아마 카키네 테이토쿠는 그 비극들 중 하나에 닿아 부서졌을 것이다. 액셀러레이터가 '실험'으로 만 명으 넘는 사람들을 죽인 것처럼, 액셀러레이터가 단 한 사람을 위해 목숨을 버린 것처럼.

"방귀로군."

그것들을 예측한 후에 그는 말했다.

"넌 성인군자의 정론을 늘어놓을 생각인지도 모르겠지만, 실제로 지저분한 입에서 뿡뿡 새어나오는 건 방귀야."

"핫. 아레이스타와의 직접교섭권에 가장 가까운 곳에 있으면서 그 가치도 몰랐던 네놈에게서 그런 말을 들을 이유는 없는데."

"그 한 마디가 이미 싸구려 악당이란 말이다, 너는."

너덜너덜해진 스크램블 교차로에서 액셀러레이터는 시시하다는 듯이 말했다.

"비극을 사용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야. 가슴에 품는 것도 좋고, 이야기해서 들려주는 것도 좋고, 인생의 지침으로 삼는 것도 좋지. 하지만 그걸 품었다고 해서 상관없는 꼬맹이들을 노려도 된다는 이유는 못 돼. 대단한 이유가 있으면 일반인을 죽여도 된다고 생각한 시점에서 네 악은 너무 싸구려야."

"설득력이 부족한 설교로군."

카키네 테이토쿠도 흥미 없다는듯이 대답했다.

그는 말을 이었다.

"나도 신나서 일반인을 노릴 생각은 없어. 기분이 좋을 경우엔 악당이라도 격이 떨어지면 놔주지. 하지만 그건 목숨을 내던지면서까지 할 만한 짓은 아니야. 네놈도 방금 전투 때 구경꾼이나 통행인을 실컷 때려눕혔잖아. 콘크리트나 아스팔트 파편은 음속을 넘어서 날아갔어. 충격파는 모든 걸 쓸어냈지. 우리들의 싸움으로 말이야."

"......"

"라스트 오더를 노린 것도, 그 보호자인 것 같은 꼬맹이를 노린 것도 그런 거야. 위에서 설교하지 마, 살인자. 날 죽이기 위해서 구경꾼의 죽음을 외면한 네놈한테서 이런저런 말을 들을 이유는 없어. 자신만은 예외라는 논리가 통할 거라고 생각해?"

"핫, 널 죽이기 위해서 구경꾼의 죽음을 외면했단 말이지."

그러나 규탄당한 액셀러레이터는 웃었다.

"덜떨어진 놈이군. 어째서 나와 네가 제1위와 제2위로 나뉘는지 알아?"

액셀러레이터는 웃으면서 양손을 펼치고 말했다.

"그 사이에 절대적인 벽이 있기 때문이야."

카키네 테이토쿠의 머리가 끓어오를 뻔했지만 그때 그는 깨달았다.

주위의 상황을.

분명히 액셀러레이터와 다크 매터의 격돌로 거리는 엉망진창이었다. 고층빌딩의 유리창은 깨졌고, 신호기는 부러져 인도에 쓰러진 상태고, 가로수가 날아가 콘크리트 벽에 꽂혀 있을 정도다.

하지만 거기에는 부족한 것이 있다.

비극이다.

비처럼 유리 파편이 쏟아졌음에도 다친 사람은 없었다. 불어닥치는 강풍이 유리 파편의 궤도를 바꾸고, 미처 피하지 못한 사람을 감싸듯이 간판이 날아가, 오가던 사람들을 기적처럼 지키고 있었다. 다른 곳도 마찬가지다. 다친 사람이 한 명도 없다. 자세히 확인한 것은 아니지만 아마 자신들이 온 길을 되돌아가면 보이지 않는 손에 보호를 받은 '일반인'이 많을 것이다.

'설, 마...'

카키네의 목이 바싹 말랐다.

"지켰다는, 거냐...?"

생각해보면 처음 한 발, 액셀러레이터는 카키네 테이토쿠에게 거센 바람을 사용한 일격을 날렸지만 사실은 더 위력이 높은 기습을 가할 수도 있었다. 다만 그것을 실행했다면 여파를 받은 라스트 오더의 지인은 바람에 불려 날아갔을 테지만...

말하자면 그것이 그의 삶의 방식.

설령 학원도시의 레벨5끼리, 그것도 제1위와 제2위가 진심으로 서로를 죽이려는 싸움에서도, 조금이라도 한눈을 팔면 그것이 치명적인 빈틈이 되는 싸움터 안이라 해도 액셀러레이터는 아무 인연도 없는 일반인을 계속 지키고 있었던 것이다.

"웃, 기지, 마. 네놈, 어디까지 장악하고 있었지?"

액셀러레이터는 지루해 보였다. 그 정도는 당연한 일이라는 듯이. 오히려 그런 것도 못 한 카키네 테이토쿠를 경멸하듯이 비웃고 있을 뿐이었다.

"열 받았냐, 피라미."

경악으로 물드는 카키네 테이토쿠에게 액셀러레이터는 심드렁하게 말했다.

"이게 악당이야."

여기까지 와서 아직도 악당 타령. 그렇다면 액셀러레이터가 그리는 선인이란 대체 어느 정도의 레벨이 요구되는 것일까.

"!! 스스로에게 도취되지 마, 액셀러레이터어어어어어어어어어!!"

고함이 울려 퍼지는 동시에 파앗!! 하고 카키네 테이토쿠의 여섯 장의 날개가 단숨에 힘을 축적했다. 길이를 바꾸고 질량을 바꾸어 살인무기로 변한 하얀 날개가 펼쳐졌다. 마치 팽팽하게 당겨진 활처럼 휘고 그 조준이 액셀러레이터의 급소 여섯 군데에 정확하게 맞춰진다.

그 광경을 보고도 액셀러레이터는 웃고 있었다. 웃으면서 그는 말했다.

"와라."

"여유 있군. 네놈의 '반사'의 유해와 무해 필터는 이미 해석했어. 사기 같은 그 방어능력도 여기에는 통하지 않는다고."

"확실히 이 세계에는 네가 조종하는 '다크 매터'라는 건 존재하지 않아."

액셀러레이터는 검지를 움직여 유인하면서 말했다.

"거기에 교과서의 법칙은 통하지 않고, 다크 매터(소립자)에 닿은 광파나 전파가 보통 같으면 있을 수 없는 벡터 방향으로 휠 수도 있겠지. 그러니까 뭐, 이 세계의 이치에 따라 벡터 연산식을 짜고 있다간 '빈틈'이 생기고 마는 것도 무리는 아니지만."

두 사람 사이에서 살의가 팽창했다.

스크램블 교차로의 중심점이 죽음으로 뒤덮였다.

"그렇다면 그것도 포함해서 다시 연산하면 되지. 이 세계는 '다크 매터'를 포함한 소립자로 구성되어 있다고 재정의를 내리고서 네 공식을 깨부수면 체크메이트야."

"내 '다크 매터'도... 네놈의 벡터 환산으로 조종하겠다고..."

"못 할 것 같아?"

"핫, 내 밑바닥까지 움켜쥘 생각이냐?"

"얕은 밑바닥이군."

"......!!"

"미안하지만 일일이 움켜쥘 필요도 없어."

쿠궁!! 폭음이 작렬한다.

서로의 교차는 한순간.

그걸로 제1위와 제2위의 승패는 정해졌다.

 

애니에서는 검은색 이펙트가 있었지만... 뭐, 솔직하게 카키네 테이토쿠와 액셀러레이터의 싸움은 잘 그렸습니다.

이후의 흑익 장면에서 힘이 빠져서 그렇지...

 

 

액셀러레이터는 땅바닥을 내려다보았다. 목발이 떨어져 있었다. 아마 전투의 여파로 바람에 휩쓸려 구경꾼 쪽에서 날아온 것 중 하나일 터였다. 그는 그것을 주워 초커형 전극의 스위치를 통상 모드로 되돌렸다. 그 순간 스크램블 교차로를 중심으로 한 주면의 잡음이 다가온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목격자의 수는 백 명에서 오백 명 정도인가. 그러나 은폐에신경을 쓸 생각은 없었다. 그것은 잡일 담당자가 할 일이다. 그런 사소한 일로 곤란해지는 것은 자신이 아니다.

"......"

돌아본다.

복잡하게 그려진 스크램블 교차로의 중심에 카키네 테이토쿠가 엎드린 자세로 쓰러져 있었다. 자신이 만들어낸 하얀 날개의 벡터를 읽히고 제어를 빼앗겨 몸을 꿰뚫린 채, 마치 정체를 알 수 없는 마법진처럼 교차로 한가운데에 붉은 피가 퍼져 있었다.

그러나 아직 다크 매터는 죽지 않았다.

그리고 액셀러레이터는 선인이 아니라 악당이었다.

이럴 때 그 재수 없는 '선인'이라면 숨통을 끊어놓지 않을 것이다. 그대로 떠날 것이다. 어쩌면 악당을 상대로 보살펴주고 재생의 발판을 남겨줄지도 모른다. 하지만 액셀러레이터는 이때 바지 벨트에서 권총을 뽑았다. 액셀러레이터를 쓰러뜨리기 위한 약점으로 라스트 오더나 일반인을 선택한 카키네 테이토쿠를 그냥 봐준다는 선책의 여지는 머릿속에 없었다. 그것이 선인과 악당의 차이일 거라고 그는 멍하니 생각했다.

"잘 가라, 덜떨어진 놈."

액셀러레이터는 엄지로 권총의 해머를 올리고는 기절한 카키네에게 중얼거렸다.

"뭐, 선인에게 당하는 것보다는 비참하지 않을 거야."

방아쇠에 검지가 걸리낟. 이걸로 끝. 사람의 선의나 신의 기적에 의지하지 않고, 그저 행동의 결과에 의해 미래를 만드는 악의 길. 액셀러레이터는 자신의 삶의 방식을 다하기 위해 자신의 적의 머리에 총구를 대고 그 오른손에 마지막 힘을 가했다.

모든 것이 완수되고 죽음에 의해 평화를 쌓기 일보 직전에,

"기다려, 액셀러레이터!!"

그의 시야 바깥에서 끼어드는 것 같은 큰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쪽을 쳐다보니 구경꾼의 벽에서 낯익은 얼굴이 튀어나왔다.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센스가 없는 초록색 체육복에 화장기 없는 얼굴. 학교 교사임과 동시에 치안유지조직인 안티스킬의 일원인 여자.

요미카와 아이호.

그녀는 똑바로 이쪽으로 달려왔다.

"지금까지 어디에 가 있었는지는 모르겠다. 지금 이 상황이 무엇을 나타내는지도 아마 이해하지 못할 거야. 하지만 나도 이것만은 말할 수 있거든. ...그 총을 이쪽으로 넘겨. 그건 네게는 필요 없는 거잖아!!"

요미카와는 총을 갖고 있지 않다. 특수경봉이나 스턴 건 같은 최소한의 호신도구조차 없다. 주위의 구경꾼들은 바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저만 한 짓을 저지른 폭주 능력자에게 오직 맨손으로만 다가가다니 자살 행위라고.

아마 요미카와 아이호 자신도 그 위험성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을 것이다.

오히려 안티스킬로서 최전방에 서는 그녀는 단순한 구경꾼보다 훨씬 더 잘 이해하고 있다.

"난 악당이야."

"그렇다면 내가 막겠어."

"진심으로 하는 소리야?"

"막는 것 이외의 선택을 나는 모르니까."

쓰러뜨리는 게 아니라 막겠다고 했다. 그것이 그녀의 방식이었다. 액셀러레이터가 악당의 삶을 선택한 것처럼, 요미카와 아이호는 지켜야 할 아이에게 무기를 겨누는 것을 긍정하지 않는다. 액셀러레이터는 요미카와 아이호의 눈을 정면에서 응시했다. 그 눈에는 의지의 빛이 있었다. 액셀러레이터가 보기에는 바보스럽게 여겨지는 행동지침. 아마 거기에서 그녀는 자신의 목숨을 바칠 만한 가치를 찾아냈을 것이다.

"액셀러레이터, 네가 선인인지 악인인지는 상관없어. 네가 어떤 세계에 잠겨 있는지도 상관없어. 중요한 건 거기에서 도로 데려오는 거야. 아무리 어두운 세계에 있어도, 아무리 깊은 세계에 있어도 나는 절대로 널 포기하지 않아. 거기에서 반드시 널 끌어올려주지."

그 순간, 두 사람은 같은 필드에 있었다. 학원도시 최강의 레벨5나 아무 힘도 없는 평범한 어른, 그런 것과는 다른 차원에서 요미카와 아이호는 액셀러레이터 앞에 버티고 섰다.

"그러니까 난 막을 거야. 지켜야 할 아이들을 위해서, 사랑해야 할 평화를 위해서. 그건 네가 있고, 라스트 오더가 있고, 모두가 웃으며 살아가는 풍경이야. 그 미래를 위해서는 네가 지금 갖고 있는 권총은 필요 없는 거잖아."

"......"

액셀러레이터는 잠시 말없이 그 말을 듣고 있었다.

그리고 결론을 내렸다.

카키네를 향하고 있던 총구를 요미카와에게 들이댄다.

'그러니까.'

요미카와 아이호는 적이다. 설령 선인이라 해도, 그 행동 이유가 액셀러레이터 자신의 행복이라 해도 그녀는 액셀러레이터가 군림해야 하는 악의 길을 저해하고 만다. 따라서 처리한다. 죽이지는 않는다. 타격을 조절할 수 있을 정도로는, 총을 다루는 데에도 익숙해졌다.

'여기에서.'

액셀러레이터에게는 지켜야 할 사람이 있다. 그것은 라스트 오더이고, 시스터스이고, 요시카와 키쿄우이고, 그리고 요미카와 아이호다. 그렇기 때문에 철저하게 냉혹해진다. 설령 세계 전부를, 그야말로 지켜야 할 사람을 적으로 돌리더라도 그 지켜야 할 사람을 어둠에서 구하겠다고 결의했으니까.

'쏜다!!'

"무리야."

정신을 차려보니 요미카와 아이호가 바로 가까이에서 액셀러레이터의 손을 권총째 상냥하게 감싸고 있었다.

"넌 그 정도의 악당이 아니잖아."

그걸로 승부는 났다. 권총을 쥔 액셀러레이터의 손가락을 요미카와는 하나하나 떼어냈다. 그녀는 그립 아래로 탄창을 빼내고는 슬라이드를 당겨 총신에 들어 있던 탄환을 꺼냈다. 액셀러레이터는 그 결말에 대해서 잠시 멍하니 생각하고 있었다.

그때,

파앗!!

카키네 테이토쿠의 '다크 매터'가 덮쳐 들어 액셀러레이터의 생각을 차단했다.

카키네가 노른 것은 그가 아니다.

요미카와 아이호의 눈이 놀란 듯이 크게 뜨여 있었다. 그녀는 그러고 나서 천천히 자신의 눈길을 아래로 향했다. 그 옆구리에서 정체불명의 하얀 날개 끝이 마치 칼날처럼 튀어나와 있었다. 초록색 체육복이 새빨갛게 물들어 있었다. 물들어 있는 부분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무서울 정도로 퍼져간다.

"......"

요미카와는 뭐라 말하려고 했다. 그러나 그 몸은 크게 비트럭리면서 저항 없이 아스팔트 위에 쓰러지고 말았다. 액셀러레이터는 그것을 바라보고 있었다. 요미카와 아이호가 쓰러진 맞은편에 한 사람의 그림자가 있었다. 지금까지 기절해 있었을 카키네 테이토쿠였다.

그의 등에 있는 것은 여섯 장의 날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새삼 설명할 것까지도 없었다.

주르륵, 요미카와의 옆구리에 꽂혀 있던 날카로운 깃털이 조용히 빠진다.

"...아무리 어두운 세계에 있어도, 아무리 깊은 세계에 있어도 반드시 거기에서 도로 데려오겠다... 고..."

카키네 테이토쿠가 피투성이 얼굴로 뭔가 말하고 있었다.

그가 요미카와를 노린 것은 요미카와가 방해가 되었기 때문이 아니다. 테이토쿠는 처음부터 액셀러레이터만을 보고 있었다. 요미카와의 앞에서 '악'을 중단하려고 한, 그 희미한 망설임. 카키네 테이토쿠를 죽일 이유 자체를 철회하려는 행위, 그것이 바로 '방해'였던 것이다.

이러면 무엇 때문에 졌는지도 애매하다.

그렇기 때문에 카키네 테이토쿠는 분노했다.

"할 수 있을 리 없잖아. 그렇게 간단할 리가 없을 텐데! 이게 우리들의 세계야. 이게 어둠과 절망이 펼쳐져 있는 끝이다!! 위에서 실컷 잘난 척 지껄여놓고 마지막 순간에 매달리다니, 이게 네놈이 말하는 미학이냐!!"

지리멸렬한 말, 분노와 악의가 앞서서, 결과적으로 논리와 정합성이 사라진 말들이 그저 충격파만이 되어 액셀러레이터의 몸을 때린다.

"결국 네놈은 나와 마찬가지야. 아무도 지키지 못해. 앞으로도 많은 사람이 죽을 거야. 나 같은 인간의 손에 죽을 거야. 이봐, 그렇잖아, 액셀러레이터!! 지금까지도 이런 식으로 많은 인간들을 죽게 해왔잖아!!"

천천히, 카키네 테이토쿠는 피투성이 몸을 질질 끌고 일어섰다.

액셀러레이터에게 이를 드러내기 위해서가 아니다. 악이라는 것을 피부로 아는 그는 알 수 있다. 카키네의 악의는 좀 더 다른 곳을 향하고 있었다.

즉 땅바닥에 무너진 요미카와 아이호에게.

"그, 만둬."

"안 들려."

버걱!! 소리가 들렸다.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 수가 없었다. 카키네가 손도 대지 않았는데 요미카와의 몸은 보이지 않는 무언가에 짓밟혔다. 그 몸이 흠칫 떨렸다. 검붉은 얼룩이 압박을 받아 눈깜짝할 사이에 퍼져간다.

"그만둬!!"

"안 들린다고 했잖아아아아아아!!"

액셀러레이터의 말은 카키네의 화난 고함소리에 지워졌다.

"헤롱거리지 마, 멍청아! 뭘 대화로 해결하려는 거냐, 악당!! 아니잖아, 그런 건 우리 방식이 아니잖아!!"

카키네의 능력이 한층 중압감을 더한다.

옆구리뿐만 아니라 요미카와의 입에서도 끈적거리는 붉은 액체가 넘쳐났다.

"움직임을 멈추고 싶으면 죽이면 돼. 마음에 들지 않는 게 잇으면 부수면 돼. 악이라는 건 그런 거야! 구원 같은 걸 원하지 마!! 실실 웃으면서 휩쓸리려 하지 말라고!! 네놈 같은 빌어먹을 녀석에게 그런 게 주어질 리 없잖아!! 뭐야, 보여줘. 실컷 잘난 척 떠들던, 네놈의 악이라는 걸 말이다아아아아!!"

ㅡ바보로군, 하고 내뱉었다.

일반인이나 통행인을 전투에 끌어들이지 않겠다고 해놓고 결과는 이거다. 빛의 길을 버렸는데, 어둠의 정점에 군림하겠다고 결심했는데, 따뜻한 말에 현혹되어 내밀어진 손을 잡으려 하고 말았다. 

자신이 있는 어둠의 세계에서 한순간이라도 눈길을 돌리고, 이제 닿지 않는 빛의 세계에 한순간이라도 닿으려고 하고 말았다. 그 행동의 결과가 한시라도 빨리 카키네 테이토쿠라는 장애물을 처리한다는 우선사항을 잊어버리게 만들고, 생겨나지 않아도 되었던 비극을 낳았다.

그렇기 때문에,

액셀러레이터는 이번에야말로 철저한 '악'이 된다.

설령 무엇을 잃더라도 카키네 테이토쿠를 분쇄하겠다고 지금 맹세한다.

우뇌와 좌뇌가 갈라진 느낌이 들었다. 벌어진 그 틈새로 뭔가 날카롭고 뾰족한 것이 두개골 안족으로 튀어나오는 착각이 분명히 들었다. 뇌에 파고든 무언가는 눈 깜짝할 사이에 액셀러레이터의 모든 것을 삼켜간다. 뿌직, 과일을 으깨는 것 같은 소리가 들렸다. 두 눈에서 눈물 같은 것이 넘쳤다. 그것은 눈물이 아니었다. 더 검붉고 지저분하고 불쾌감을 가져오는, 쇠 비린내가 나는 액체일 뿐이었다. 눈물샘에서 넘쳐나는 것조차도 이미 혐오감밖에 없었다.

그리고 찾아오는 것은,

하나의 폭주.

"오."

자신을 구성하는 기둥이 부서지는 소리를 들었다. 중심에서 말단까지 끈적끈적한 감정에 물들었다. 이를 악물고, 안구를 붉게 물들이고, 액셀러레이터는 세상 끝까지 포효한다.

"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옷!!"

등이 터져나갔다. 거기에서 거무칙칙한 날개가 튀어나왔다. 분사에 가까운 검은 날개. 그의 의식조차 날려 보내고 자아조차 때려부술 정도의 분노를 받아 폭발적으로 펼쳐진 한 쌍의 날개는 눈 깜짝할 사이에 수십 미터나 뻗어 아스팔트를 쓸어내고 빌딩 외벽을 깎아냈다.

"하."

카키네 테이토쿠는 그것을 보고 알았다.

이 세계에 존재하지 않을 터인 소립자 '다크 매터'. 그것은 대체 무엇이었는지, 어디에서 끌어내 온 것인지, 무엇을 의미하고 있었던 것인지.

"굉장하군... 굉장한 악이야. 하면 할 수 있잖아, 악당. 분명히 이 정도라면 '다크 매터'는 '스페어 플랜(제2후보)'이야. 하지만 그게 승패까지 결정한다고 정해져 있지는 않지!!"

고함소리에 호응하듯이 카키네 테이토쿠의 여섯 장의 날개가 폭발적으로 전개되었다. 수십 미터에 달하는 그 날개들은 신비한 빛을 띠고 있지만 동시에 기계 같은 무기적(無機的) 느낌을 감추고 있었다. 마치 신이나 천사의 손에 어울리는 막대한 무기처럼.

파앙!! 여섯 장의 날개에 닿은 공기가 비명을 질렀다.

액셀러레이터와 다크 매터가 각가 품고 있는 것은 유기(有機)와 무기(無機). 그것도 이곳과는 다른 세상의 유기와 무기다. 신과도 같은 힘의 편린을 휘두르는 이와, 신이 사는 천계의 편린을 휘두르는 이. 이 조건이라면 승부는 호각이다. 그리고 카키네 테이토쿠는 액셀러레이터와 달리 자아를 잊지는 않았다.

지금까지 느낀 적도 없을 정도의 힘이 몸 안에서 날뛰고 있었다.

그러면서도 그 구석구석까지 완벽하게 장악하고 있다는 자각이 있다.

이걸로 학원도시의 제1위와 제2위의 순위는 역전되었다고 카키네는 생각했다. 그것은 무리한 허세나 지고 나서 하는 아쉬운 소리가 아니다. 감정에 의한 각색은 없었다. 그저 단순한 감상이었다. 지금이라면 전 세계의 군대를 상대로 하더라도, 학원도시에 있는 모든 능력자와 동시에 맞서더라도 상처 하나 없이 이길 수 있다. 그는 솔직하게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하하하하하!!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핫!!"

웃고 또 웃으면서 카키네는 진정한 각성을 이룬 여섯 장의 날개를 액셀러레이터에게 부딪쳤다.

이제 액셀러레이터 따윈 안중에 없다. 우선 가까이 있는 것으로 실험을 해보고 싶다. 카키네의 마음에는 그 정도 생각밖에 없었지만,

찌걱.

직후에 카키네 테이토쿠의 몸은 막대한 힘을 받아 아스팔트에 처박혔다.

"고...?!"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 수 없다.

액셀러레이터는 검은 날개를 움직이지 않았다. 그저 이쪽을 보며 느리고 손을 움직였을 뿐. 그것만으로도 절대적 위치에 군립하고 있던 카키네는 패배하고 땅바닥 깊숙한 곳까지 짓눌려 있었다.

푸직푸직 소리가 들린다.

'핀셋'을 장착한 오른손이 팔꿈치 부근까지 단숨에 뜯겨나간 소리였다.

'커... 허, 억!! 뭐, 뭐가, 대체 무엇이ㅡ!!'

액셀러레이터는 어떤 벡터를 주워 그 방향을 변환하고 한 점에 집중시켜 카키네 테이토쿠를 공격하고 있다. 그 사실을 알겠지만 설령 전 세계에 있는 모든 벡터를 긁어모으더라도 이만한 현상을 일으킬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되지 않았다. 지금의 카키네 테이토쿠가 이 세계에 질 거라고는 생각할 수 없었다.

논리가 없다.

이해할 수가 없다.

다만 압도적으로 군림하는 액셀러레이터는 짓눌린 카키네 테이토쿠에게 한 발짝 한 발짝 천천히 다가오고 있었다. 그 보폭이 카키네의 수명이라는 것을 그는 알았다. 거리가 제로에 다다랐을 때 목숨이 다한다. 그리고 이미 액셀러레이터는 마지막 한 걸음을 내딛고 있었다.

"하, 하."

"ㅡㅡyjrp악pw."

"빌어먹을. ...네놈, 그런 거냐!! 네놈의 역할은ㅡ?!"

대답은 없고 살의의 주먹이 휘둘러진다.

압도적인 학살이 시작되었다.

 

... 굳이 코멘트를 하지는 않겠습니다.

 

 

 

살을 때리는 소리만이 학원도시에 울려 퍼지고 있었다. 그때마다 아스팔트에 균열이 생기고, 여진처럼 대지가 떨리고, 건물이 기분 나쁘게 흔들렸다. 구경꾼은 목소리도 낼 수 없었다. 눈길을 피하는 것에도 용기가 필요했다. 많은 사람들은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그저 압도적인 광경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큭..."

그런 가운데 요미카와 아이호는 눈을 떴다.

몽롱한 의식 속에서 그녀는 포효를 들었다. 짐승보다도 무섭고 악마 보다도 끔찍한 외침. 그러나 요미카와에게는 그것이 어린아이의 울음소리처럼 들리기도 했다.

막아야 한다.

요미카와는 자연스럽게 그렇게 생각했다.

"요미카와 씨!!"

그러나 쓰러져 있는 요미카와가 움직이기 전에 누군가가 그녀의 팔을 잡았다. 그대로 떠메어져 급속하게 사건 현장에서 멀어진다. 그 재빠른 솜씨는 같은 안티스킬의 손에 의한 것이었다. 다만 체육복 차림인 요미카와와 달리 총기와 보디 아머(장갑복)로 완전무장하고 있다.

"......, 사이고, 냐? 놔, 나는 아직ㅡㅡ!!"

"안 됩니다, 요미카와 씨!!"

요미카와는 뿌리치려고 했지만 평소의 힘이 나지 않았다. 그러고 있는 사이에 타타타타타타타타!! 하고 공기를 때리는 소리가 들려 왔다. 요미카와가 올려다보니 푸른 하늘을 찢듯이 검은 공격 헬기가 머리 위에서 춤을 추고 있었다. 최신예 '여섯 장의 날개'다.

"아까 일시적으로 회복된 위성이 이변을 포착했습니다. 상대성 논리로도 설명할 수 없는 일그러짐이 주위 100미터에 걸쳐 펼쳐져 있습니다. 분석반의 이야기로는 아마 AIM 확산역장이 이상한 간섭을 하고 있는 것 같다고."

"그래서 자멸을 각오하고 일그러짐의 원인을 공격한다는 건가, 웃기지 마!!"

고함친 순간 피를 토했지만 요미카와는 이번에야말로 안티스킬 사이고의 팔을 뿌리쳤다. 새삼 주위를 둘러보니 그 외에도 완전무장을 한 안티스킬이 많고 파워드 슈트나 장갑차 등의 부대까지 전개되어 있다. 악몽 같은 광경이었다. 액셀러레이터의 성장을 다소나마 조사한 요미카와에게는 기시감마저 느껴지는 장면이다. 옛날에 어렸던 그는 이렇게 포위되어 살아갈 희망을 잃고서 투항했다가 어두운 연구소에 내던져졌던 것이다.

되풀이하게 할 수는 없다.

요미카와는 옆구리에 입은 상처도 아랑곳하지 않고 피투성이인 채로 안티스킬을 막아섰다.

"총을 내려!! 액셀러레이터를 '설득'하는 데에 그런 건 필요 없어!!"

"하지만 요미카와씨!!"

"저기 있는 게 누구인 줄 알아? 우리가 지켜야 하는 어린애잖아! 그러니까 그 아이에게 총을 들이대는 걸 난 인정할 수 없어. 그런 걸 어떻게 인정하냐!!"

그때 액셀러레이터가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검은 날개의 분사 기세가 더욱 강해진다.

"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옷!!"

쿵!! 충격이 그 자리의 전원을 스쳤다.

그것은 물리적인 것이 아니다. 그저 단순한 목숨의 위기다. 동물로서의 본능이 마음을 바싹 조였다. 방심하면 그대로 땅바닥에 뭉개질 것 같을 정도의 중압감이었다. 액셀러레이터의 분노는 구경꾼이나 안티스킬을 향하고 있지 않다. 그는 그런 것을 보지 않았다. 그럼에도그 감정의 조각만으로도 그는 세계를 지배하고, 비틀어 누르고, 때려 부수려 하고 있었다.

액셀러레이터가 노리는 것은 카키네 테이토쿠일 것이다.

그러나 지금의 액셀러레이터를 보고 그 한사람만으로 끝날 거라고 믿을 수 있을까. 표적이 사라진 후 갈 곳을 잃은 분노가 다른 곳을 향할 가능성은? 그 가능성, 아니, 위험성을 고려하지 않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를 잘 아는 요미카와조차 액셀러레이터의 움직임을 예측하기는 어렵다.

'제길, 뭔가... 없을까...'

요미카와는 액셀러레이터 쪽으로 다가가려다가 거기에서 피를 토했다. 사이고가 당황하며 뒤에서 꼼짝 못하게 껴안아 요미카와의 움직임을 막는다. 움직임이 봉해진 상태로, 그래도 흐려지는 눈으로 액셀러레이터를 보며 그녀는 생각했다.

'저 녀석을 막을 방법은 없는 걸까. 이런..., 이런 시시한 일로 저 애의 미래를 끝내고 마는 건가!!'

또 포효가 내질러지고 세계가 온통 검은색으로 물들었다. 그의 등에 있는 검은 날개가 보여주는 것은 사람의 영역을 뛰어넘은 절망. 지시가 없어도 반사적으로 총을 들고 마는 안티스킬도 보였다. 그러나 그 방아쇠가 당겨지면 모든 것이 끝난다. 그 행동에 따라 사회에서 거부당한 액셀러레이터의 마음은 다시 부서질 테고 다시 되찾을 수 있을 거라는 보장은 없다.

압도적인 힘 앞에서 모두가 희망을 잃었다.

그 힘의 폭주에 휘말리지 않으려고 몸을 웅크리며 떨 수밖에 없었다.

그런 그들 앞에,

ㅡ라스트 오더(마지막 희망)가 내려온다.

그것은 열 살 남짓한 소녀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어깨까지 오는 갈색 머리카락, 활발해 보이는 얼굴. 하늘색 캐미솔에 헐렁헐렁한 남성용 와이셔츠를 걸친 '희망'은 공포에 뒤덮인 구경꾼을 열심히 밀어내고 스크램블 교차로로 다가왔다.

미아를 찾고 있다고 그녀는 말했다.

겨우 찾아낸 그 미아 앞에서 그녀는 겁먹지 않았다. 압도적인 광경이 펼쳐져 있어도 그녀는 똑바로 액셀러레이터에게 다가갔다. 그거을 본 사람은 모두가 끝났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느끼면서도 손을 뻗어 그녀를 말릴 수도 없었다. 이미 그만큼 그녀는 파멸의 중심점에 지나치게 접근한 상태였다.

"찾았다 하고 미사카는 미사카는 천천히 말을 걸어본다."

그녀는 포효를 계속하는 액셀러레이터의 등으로 다가갔다.

액셀러레이터가 천천히 돌아본다.

부웅!! 바람이 으르렁거리는 굉음이 작렬했다.

학원도시 최강의 레벨5가 취한 행동은 실로 간결했다. 그 분사 같은 검은 날개가 공기를 찢었다. 돌아보자마자 압도적인 위력을 숨기고 있는 날개를 사용해 아무렇게나 막대한 공격을 펼쳐냈다.

그 자리의 전원이 비극을 떠올렸다.

그녀의 어린 몸이 구깃구깃하게 찌그러져 노면에 흩어지는 광경을 떠올렸다.

하지만,

끼이이!! 엄청난 소리를 내며 검은 날개는 라스트 오더의 앞에서 정지했다.

액셀러레이터가 휘두른 공격은 보이지 않는 벽에 가로막혀 있었다. 그녀의 얼굴에서 겨우 몇 센티미터 위치에서 부들부들 떨면서도 그 이상은 다가가지 않는다. 그러나 그녀에게 액셀러레이터의 검은 날개를 받아낼 만한 능력은 없을 것이다. 애초에 전 세계를 뒤져도 그런 능력이 있는 인간이 있을지도 알 수 없다.

그녀가 할 수 없는 거라면, 전 세계의 누구도 막을 수 없는 거라면 대체 어느 누가 어떻게 검은 날개를 막았을까.

멍하니 바라보고 있던 요미카와는 이윽고 하나의 답을 떠올렸다.

"일방통행이야..."

학원도시 최강의 레벨5. 누구도 닿을 수 없을 만큼 압도적인 힘을 막을 수 있는 이가 있다면 그것은 힘을 만들어내고 있는 본인뿐이다. 최후의 최후의 순간에 액셀러레이터는 날개를 멈춘 것이다.

삐걱삐걱 하고 검은 날개는 떨고 있다.

괴물의 오열처럼 떨고 있다.

그때 타앙!! 화약이 터지는 소리가 들렸다.

흠칫 놀란 요미카와가 그쪽을 보니 안티스킬 중 한 명이 발포한 참이었다.

큰일났다, 요미카와는 생각했다.

라스트 오더가 가까이 있는 상황에서 액셀러레이터를 향한 발포다. 그의 검은 날개가 찢어지고 여러 개의 날카로운 깃털로 변모한다. 그 끝이 향하는 곳은 주위의 안티스킬. 라스트 오더가 공격을 받았다고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액셀러레이터를 중심으로 파방!! 하고 일제히 공격이 펼쳐졌다.

그러나,

"스톱 하고 미사카는 미사카는 충고해본다."

라스트 오더의 한 마디.

그것을 신호로 안티스킬의 목 앞까지 닥쳐들었던 날개 끝이 움직임을 딱 멈추었다.

"괜찮아 하고 미사카는 미사카는 손을 뻗어본다."

작은 소녀는 상황을 이해하지 못한 것이 아니다. 액셀러레이터가 얼마나 위험한 존재인지를 알면서, 그래도 가냘픈 손을 내밀었다.

"이제 이런 일 하지 않아도 괜찮아 하고 미사카는 미사카는 옳은 말을 해본다."

그 말을 뿌리치듯이 액셀러레이터는 다시 검은 날개를 그녀에게 내던졌다.

그러나 역시 검은 날개는 그녀의 눈앞 일보 직전에서 멈추었다. 끼이잉!! 둔한 소리만이 작렬했다. 그것은 액셀러레이터의 갈등이었다. 그의 마음은 그냥 버리라고 말하고 있었다. 이런 생각을 할 바에는, 비극을 되풀이할 바에는 그냥 전부 버리고 말라고. 하지만 어떻게 해도 버릴 수가 없다. 손가락 끝을 조금만 움직이면 죽일 수 있으면서, 그녀의 작은 몸을 날려 보내는 것 따윈 일도 아니면서, 무엇을 어떻게 해도 액셀러레이터는 이 희망을 버릴 수가 없다.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앗!! 그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앗!!"

포효가 작렬했다.

오직 검은 날개를 휘두르는 소리만이 이어졌다.

그러나 거기에서는 이미 압도적인 중압감은 느껴지지 않았다. 작은 아이가 떼를 쓰는 것과 같았다. 그녀는 그것을 바라보고 있었다. 차례차례 휘둘러지는 공격에 대해 눈을 감지도 않았다. 신뢰가 있었다. 그래서 그녀는 놀라지 않았다.

한층 크게 날개가 휘둘러지고 혼신의 일격이 그녀에게 가해졌다.

그것이 그녀의 얼굴 앞에서 딱 멈추었을 때, 액셀러레이터의 움직임도 멈추었다.

고개를 숙인 그의 표정은 아무에게도 보이지 않는다.

그 등에 있던 한 쌍의 날개가 소리도 없이 공기에 녹아들 듯 사라지고 있었다. 그와 동시에 액셀러레이터의몸에서 모든 힘이 빠졌다. 그녀는 양손을 벌리고 액셀러레이터를 맞아들였다. 크게 흔들린 그녀는 천천히 그녀를 향해 쓰러졌다.

액셀러레이터의 체중에 짓눌릴 뻔하면서도 그녀는 끌어안았다.

그녀는 액셀러레이터의 귓가에 입을 대고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다행이야 하고 미사카는 미사카는 말해본다."

 

... 말을 아끼겠습니다.

 

 

정신을 차려보니 액셀러레이터는 구급차에 태워져 있었다.

그러나 그 내부에 있는 기재는 진짜 구급차와는 다르다. 아마 이 구급차는 병원으로 향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런 곳과는 다른 곳으로 옮겨질 것이다.

운전석에는 누군가가 있겠지만 여기에서는 보이지 않는다. 달리 같이 타고 있는 인물도 없다. 그리고 액셀러레이터와 가까운 바닥에는 휴대전화가 놓여 있었다. 그가 그것을 알아차리자 마치 어디에선가 감시하고 있는 것 같은 타이밍으로 전화에서 착신음이 울려 퍼졌다.

액셀러레이터가 전화를 받자 어떤 의미로 귀에 익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번에는 지나쳤군요.』

"... 또 너냐. 아무것도 못 하고 높은 데서 구경만 하고 있던 너희들에게서 일일이 설교를 들을 이유는 없어. 거만하게 굴 자격이 있는 건 실제로 몸을 던져서 막으려고 한 녀석들뿐이야."

『알고 있겠지요.』

"칫."

남의 이야기를 듣지 않은 전화 속 목소리를 향해 액셀러레이터는 분한 듯이 혀를 찼다.

"알고 있어."

『뭐, 카키네 테이토쿠에 관한 정보를 넘긴 건 저니까 너무 심하게 말할 수도 없지만요. 좀 더 유효하게 제 정보를 활용해주셨으면 합니다.』

"페널티는."

『글쎄요, 어떻게 할가요. 단순히 빚의 양을 늘린다 해도 당신에게는 실감이 나지 않을 테고. 처분을 하기에는 아까운 인재이기도 합니다. 이거이거, 정말 어떻게 할까요.』

꿍꿍이가 있는 말이었다.

그것이 액셀러레이터를 초조하게 했지만 문득 전화 목소리는 이런 말을 했다.

『그런데 당신은 정말 돌아갈 마음이 있는 겁니까?』

"아?"

『단순한 흥미입니다. 거기까지 떨어져놓고도, 어둠의 정점에 서겠다고 선언해놓고, 그래도 당신은 그 온기를 포기할 수 없는 겁니까?』

"그런 거야 뻔하지."

『그래요?』

"안 말려?"

『버둥거릴 권리 정도는 드리지요. 이룰 권리가 있다고는 보장할 수 없지만요.』

좋아, 말하고 액셀러레이터는 통화를 끊었다.

그는 잠시 화면을 바라보고 있었지만 이윽고 휴대전화를 주머니에 넣고는 커튼으로 가로막힌 창문을 열고 바깥 풍경을 바라보았다.

'......, 아아.'

팔 안에는 아직 그 작은 소녀의 온기가 남아 있었다.

주먹을 쥐고 그 감촉을 뿌리치다시피 하면서 액셀러레이터는 조용히 생각했다.

'반드시 앞질러 보이겠어. 학원도시도, 상층부의 빌어먹을 놈들도 전부.'

품에는 초커형 전극의 설계도가 들어 있는 USB 메모리가 있다.

작전을 수행하는 도중에 확인해보았지만 구조는 간단한 것이 아니었다. 부품 1을 만들기 위해서는 재료 2와 기재 3이 필요하고, 그것들을 만들기 위해 또 설비 4나 5가 필요한데다 전부 개구리 얼굴을 한 의사의 독자 기술에 의한 것이었다. 마치 카구야 히메가 낸 어려운 문제를 보는 것 같은 심정이었다. 전극을 해석해서 쓸데없는 부품을 제거하거나 전극의 카피를 만드는 것은 상당히 손이 많이 갈 것 같다.

그래도 액셀러레이터는 맹세한다.

겨우 손에 넣은 작은 단서를 품에 감추면서.

 

우나바라 미츠키는 병원 정면 현관을 통해 밖으로 나갔다.

'조직'의 자객으로 찾아온 쇼치틀은 이 결말을 원망할 것이다. 목적을 달성하지도 못하고, 죽음이라는 막을 내리는 것조차 허락되지 않고, 최대의 무기인 마도서의 '원전'을 빼앗긴 채 그냥 살아 있다니, 지금의 그녀에게는 고통에 불과할 것이다.

그래도 쇼치틀은 살아 있다.

진짜 육체는 전체의 3분의 1도 되지 않고 나머지는 단순히 피부를 감았을 뿐인 유사 육체라 해도, 그래도 그녀의 목숨은 거기에 있다. 그것이 우나바라는 기뻤다. 자기만족에 지나지 않더라도 우나바라 미츠키에게는 하나의 구원이었다.

"욱..."

빙글, 의식이 흔들린다.

'원전'을 받아들임으로써 그의 머리에는 방대한 지식이 생겼다. 그러나 그것은 인간의 몸에는 익숙해지지 않았다. 마치 뇌 주름에 사절(砂鐵)이라도 갈아 넣은 것처럼, 긴장을 풀면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단숨에 격통이 스치고 지나간다.

'피를 조금 지나치게 흘렸나요...'

우나바라 미츠키는 품에 손을 넣었다.

거기에서 꺼낸 것은 쇼치틀에게서 분리된 본래의 '원전'이었다. 동물 가죽으로 된 기나긴 두루마리 형태의 마도서. 수 미터에 이르는 지식의 띠를 펼쳐 그 내용을 훑어본다.

아픔은 조금씩 사라져갔다.

이 아픔이 전부 사라졌을 때, 우나바라 미츠키는 '원전'인지 뭔지를 이해하게 될 것이다.

'하하. 영국 청교도에게 들키면 다짜고짜 처리되겠죠, 이건."

하지만 이 '원전'은 힘이 된다.

그리고 지금의 우나바라 미츠키에게는 아무래도 힘이 필요했다.

'...저는 학원도시의 어두운 부분에 파고드는 데 필사적이었어요.'

우나바라는 펼친 두루마리를 조심스럽게 다시 말고 나서 다시 품에 넣었다.

'그 '조직'이 지금 어떻게 되어 있는지, 쇼치틀 같은 상냥한 아이가 왜 자객으로 변모하고 말았는지, ㅡ제게는 다시 한 번 그 '조직'과 마주할 필요가 있어요.'

새로운 힘을 갖추고 우나바라 미츠키는 앞을 본다.

어둠 안쪽은 들여다볼 수 없지만 아스텍의 마술사는 두려워하지 않았다.

 

 

무스지메 아와키는 검은 연기를 내뿜는 소년원을 떨어진 곳에서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었다.

피투성이 다리에는 붕대 같은 것이 감겨 있었다. 옥수수 섬유를 이용한 유기성 인공 피부다. 지금은 아직 위화감이 있지만 조만간에 육체의 재생능력에 의해 융합되어 자연스러운 형태로 흉터가 남지 않도록 '인간의 피부'를 만들어갈 모양이다.

"......"

그 애처로운 상처에 눈길도 주지 않고 그녀는 오직 소년원만을 바라보고 있다.

그녀가 학원도시의 어두운 부분의 장기 말이 되는 대신 신변 안전을 보장받은 '동료'들. 그러나 실제로 뚜껑을 열어보니 소년원이 습격을 당했을 때 학원도시 측은 안티스킬의 증원군조차 보내주지 않았다. 용병들이 학원도시의 외벽을 넘었을 때에는 최신예 공격 헬기 HsAFH-11을 파견했으면서.

'역시 놈들의 말을 신용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어.'

그렇다고 해서 당장 반기를 들 수 있을 리가 없다. 학원도시의 실권은 놈들이 장악하고 있다. 예를 들면 소년원의 특별실에서 '동료'들을 놓아준다 해도 도망칠 곳이 없다. 무스지메 아와키는 바로 얼마 전에 뒷골목에서 암약하던 스킬아웃을 토벌한 참이었다. 아마 '동료'들을 무작정 도주시키더라도 비슷한 말로가 기다리고 있을 뿐일 것이다. 아니면 그런 인식을 심어주기 위해 상층부는 그 작전을 무스지메에게 의뢰했을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이 빚은 반드시 갚아주지.'

무스지메는 맹세했다. 오늘 여기에서 있었던 사실, 그리고 싹튼 감정을 강하게 가슴속에 새기기로 했다. 얼굴도 모르는 누군가나 무언가에 의지해 '동료'들을 지켜달라고 하는 단계는 여기에서 끝났다. 앞으로는 자신의 눈으로 확인하고, 자신의 손에 닿은 것만을 믿고 방벽을 쌓아올릴 것이다.

무스지메 아와키는 다시 한 번 소년원이 있는 방향을 바라보았고, 그러고 나서 등을 돌렸다.

소리도 없이 떠나는 그녀는 조용히 생각한다.

'반드시 저기에서 구해내고 말겠어.'

 

 

그리고 언제인지도 알 수 없는 시간, 어디인지도 알 수 없는 곳에서 액셀러레이터, 츠치미카도 모토하루, 우나바라 미츠키, 무스지메 아와키 네 사람은 다시 모였다.

츠치미카도의 손에는 기계 글러브 같은 것이 있었다. 검지와 중지 두 개에는 각각 유리로 만든 긴 손톱이 장착되어 있다. 피투성이 도구는 분명히 카키네 테이토쿠가 갖고 있던 것이다.

이름은 '핀셋'.

액셀러레이터는 그것을 보며 어이없다는 듯이 중얼거렸다.

"혼란을 틈타서 회수한 거냐. 용케 구경꾼 사이에 숨어 있었군."

"이 안에는 '언더라인'이라는 나노 디바이스가 들어 있는 모양이야. '스쿨'의 놈들은 아무래도 대기 중에서 '언더라인'을 채취해서 내용물을 조사하기 위해 움직이고 있었던 것 같아."

어째서 거기까지 알고 있는 거냐고 액셀러레이터는 수상하게 생각했지만, 어차피 자신이 모르는 곳에서 또 암약했을 거라고 결론을 내렸다.

그리고 왠지 안색이 나빠진 우나바라가 평소보다 느린 어투로 물었다.

"내용물의 데이터인지 뭔지는?"

"'언더라인'은 학원도시에서 아레이스타의 직통 정보망을 형성하는 중추야. 그 체내에 들어 있는 내용도 일반적인 '뱅크(서고)'에 들어 있는 것과는 레벨이 달라."

그러고 보니 이전에 액셀러레이터는 토마스 플라티나버그라는 총괄이사회 중 한 명의 저택을 습격해 거기에서 정보를 훔치려고 한 적이 있다. 그때에는 일정 이상의 정보를 얻을 수 없었지만 그것은 일반적인 네트워크와 '언더라인'이 만드는 특수 네트워크로 정보의 기밀도를 나누고 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무스지메는 지루하다는 표정으로,

"귀찮네. 결국 그 나노 디바이스 안에는 어떤 정보가 숨겨져 있다는 거지?"

"잠깐, 지금 나오는 중이야."

삣 하고 '핀셋'의 손등에 닿는 부분에 있는 소형 모니터에서 전자음이 울려 퍼졌다. 글씨가 깨진 것 같은 해석 결과가 빠른 속도로 스크롤되고 그에 이어 문장이올바른 형식으로 변환되어갔다.

"학원도시의 어두운 부분에 있는 기밀 취급 코드들... 이군."

"그게 상황을 타개하는 단서가 된다는 건가?"

"이름은.... '그룹', '스쿨', '아이템', '멤버', '블록'... 이쪽 건 '핀셋'..., 이건 '견우성 II호'의 데이터. 그 외에는 '소년원의 겨냥도'..."

"뭐가 기밀 코드야. 거창하게 말해놓고. 결국은 상층부가 이번 '그룹'의 움직임을 감시하기 위해서 정보를 모으고 있었던 것뿐이잖아. 이제 와서 그런 데이터를 보여준들."

"그리고 또 하나."

츠치미카도가 그렇게 말하자 '그룹'의 전원이 '핀셋'의 화면에 주목했다. 일부러 츠치미카도가 다른 것과 구별했다는 것은, 그때까지의 정보와는 다르다는 의미라고 받아들인 것이다.

새로 얻은 정보.

거기에 표시된 글씨를 츠치미카도 모토하루는 천천히 중얼중얼 읽었다.

"마지막으로 나온 건ㅡㅡ'드래곤'."

싸움의 끝에 얻은 것은 작고 작은 돌파구.

확실한 열쇠를 손에 넣은 '그룹'의 네 사람이 이제부터 다시 움직이기 시작한다.

 

여기까지가 15권이었습니다.

애니를 보니까... 솔직하게 19권. 매우 걱정됩니다.

안그래도 주인공이 두명이고 풀어야할 이야기가 15권보다 많은데 전부 살릴 수는 있을지... 어떻게 그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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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고아스카
애미x발 이런 갓갓파트를 허수아비 작화로 말아처먹다니
2018-11-10 20:56:56
추천0
[L:40/A:351]
KAMIJO
이게 애니냐
2018-11-10 21:20:52
추천0
[L:2/A:408]
클로버보이
이게 JC다
2018-11-10 21:26:15
추천0
[L:25/A:607]
Megumi0923
아무리 봐도 하마즈라랑 무기노로 한파트 반 때우고
2파트 반을 액셀 카키네로 때웠어야 함
2018-11-10 21:57:14
추천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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