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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압 주의] C문서편에서 생략된 부분입니다.
마토사쿠라 | L:0/A:0
52/2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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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 0-0 | 조회 1,907 | 작성일 2018-10-20 16:5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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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압 주의] C문서편에서 생략된 부분입니다.

생략된 장면이 많아서 정말 글이 많습니다

주의해주세요

 

 

좌방의 테라.

그는 바티칸의 성 피에트로 광장에 있었다. 광장은 폭 240미터 정도의 타원형으로 중심에서 약간 벗어난 곳에는 분수가 있다. 테라는 그 분수 가장자리에 걸터앉아 머리 위의 밤하늘을 조용히 올려다보고 있다.

인공적인 불빛이 적은 광장에서는 그의 얼굴이 보이지 않는다. 그 실루엣만이 부드러운 어둠에 감싸여 일종의 베일 역할을 하고 있었다.

찰랑 하는 작은 물소리가 들린다.

분수에서 나는 소리는 아니다.

테라의 오른쪽에는 싸구려 적포도주가 든 유리병이 있었다. 잔도 쓰지 않고 직접 병 입구에 입술을 댈 때마다 찰랑거리는 소리와 함께 병 속의 알코올이 파도를 만든다.

단, 테라의 몸에서는 음주에 의한 들뜬 분위기는 느껴지지 않는다.

지금이 낮이고 테라의 얼굴이 똑똑히 보였다면 너무 맛없게 술을 마시는 남자라고 누구나 생각했을 것이다. 마치 야근이라도 하는 것 같은 얼굴이었다.

"또 마시는 거냐, 테라?"

남자의 낮은 목소리가 들렸다.

테라는 분수 가장자리에 걸터앉은 채 고개만 그쪽으로 돌린다.

그쪽에 있는 것은 테라와 마찬가지로 '하느님의 오른쪽 자리'의 일원인 후방의 아쿠아. 푸른색 계열의 골프웨어 같은 옷을 입은 남자다.

그의 옆에는 호사스러운 예복 차림을 한 노인도 있다.

로마 교황.

이 바티칸에서 가장 힘이 있는 인물은 그일 테지만, '하느님의 오른쪽 자리'가 두 명이나 모여 있으니 이상할 정도로 존재감에 그늘이 지고 만다.

테라는 입술 끝에서 흘러내린 붉은 액체를 팔로 닦으면서,

"이래 봬도 일단 보충하고 있는 건데요ㅡ. '하느님의 피'라는 걸."

"빵에 포도주라. 미사의 구조로군."

"제 '라파엘(하느님의 약)'은 흙을 가리키니까 힘을 보충하기 위해서는 대지의 '열매'나 '은총'을 이용하는 게 빠르거든요."

진지하게 대답했다고 생각했는대, 아쿠아와 교황 양쪽에서 한숨이 새어나왔다. 그들은 각각 테라의 발치로 시선을 떨어뜨린다.

거기에는 속이 빈 병이 여기저기 굴러다니고 있다.

유리 측면이 붙어 있는 라벨을 보고 아쿠아는 고개를 저으며 말한다.

"싸구려 술이군. 이런 건 관광객을 상대로 하는 가게에서도 볼 수 없는 술이잖아. '하느님의 오른쪽 자리'의 이름을 이용하면 좀 더 나은 술을 모을 수 있었을 텐데."

"그러지 마십시오. 술 맛 같은 건 알지도 못 해요. 단순한 의식에 사용하는 도구니까요ㅡ. 사치를 부린다면 진짜 애주가에게 실례입니다."

아쿠아와 테라의 대화를 듣고 교황이 옆에서 끼어든다.

"...신자들의 지도자로서는 지나친 음주는 삼가주었으면 좋겠는데."

"이런, 제가 야단을 맞다니 의외인데요."

테라는 낮은 목소리로 웃으면서,

"제 경우는 의식으로서 필요해서 어쩔 수 없이 하고 있을 뿐이지만, 아쿠아는 그렇지도 않으면서 술의 맛이나 상표를 너무 잘 아는 것 같은데요ㅡ?"

교황이 날카롭게 노려보자 아쿠아는 살짝 몸을 뺐다.

다른 멤버와는 달리 왠지 그만은 교황을 마냥 무시하지는 않는다.

"용병 시절의 취미야. 싸움터에서는 그런 것도 필요하거든."

"하핫, 아쿠아는 건달이니까요ㅡ. 우리 경건한 신자들과는 달리 나쁜 아이예요."

가벼운 말투로 덧붙이는 테라에게 교황은 얼굴을 찌푸렸다.

똑같이 취급하지 말아달라는 것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러고 나서 교황은 30만 명이나 되는 인원을 수용할 수 있는 커다란 광장을 둘러보며,

"그런데... 제대로 된 호위도 거느리지 않고 '하느님의 오른쪽 자리' 두 사람에 나(로마 교황)까지 야외에 모이다니. 역시 회합은 실내에서 해야 했던 게 아닐까? 이 상황을 경비가 본다면 거품을 물지도 몰라."

"괜찮지 않을까요ㅡ. '크로체 디 피에트로(사도십자)'의 효과는 아직 유효하니까요."

테라는 와인을 마시면서 밤하늘을 올려다보고는,

"기분 나쁜 하늘이 펼쳐져 있지 않습니까. 수많은 결계가 지나치게 많이 충돌·경합해서 오로라처럼 흔들리고 있어요. 저 벽을 부수고 주술 저격을 하는 건 어렵지요."

결계뿐만 아니라 모든 마술은 그 방식만 풀어내면 대처법이나 대항책을 역산하는 것도 본래 가능하다. 그 집대성이 영국 청교도가 자랑하는 마도서 도서관인 금서목록일 것이다.

그러나 이 나라 전체를 지키는 다중결계는 바티칸에 있는 건조물의 90퍼센트 이상이 갖고 있는 기독교적인 '의미'가 복잡하게 얽힌 결과, 금서목록에 의한 해석은 물론이고 이미 그 최고 관리자인 로마 교황조차 전체적인 모습을 완전히 파악할 수 없는 상태였다.

긴 시간을 들여 복잡한 암호를 푼다 해도 그 패턴이 1초마다 바뀌면 낡은 '해답'에는 아무런 의미도 없게 되고 만다. 열쇠구멍의 모양뿐만 아니라 수까지 변동하니 열쇠 따윈 만들 길이 없다.

교황을 비롯해 로마 정교 신자 중 누구도 명확한 제어는 할 수 없게 되었지만, 바티칸을 감싸고 있는 다중결계는 그렇게 모든 해석 술식을 튕겨내왔다.

"자, 그럼."

테라는 말한다.

빈 와인 병을 분수 가장자리에 놓는다.

그가 성역에 가지고 들어온 싸구려 술은 방금 그것이 마지막이었다.

테라는 느린 동작으로 일어서서 가볍게 등을 펴면서,

"'하느님의 피' 보충도 끝났고, 슬슬 저는 가볼까요ㅡ."

그 말을 듣고 아쿠아의 눈썹이 희미하게 움직였다.

"그것을 쓰려고?"

테라는 입술을 살짝 벌리며 웃는다.

말투로 미루어 짐작했을 것이다. 아쿠아의 마음속에 씁쓸한 감정이 있다는 것을.

"민간인을 이용하는 게 불만인가요ㅡ, 아쿠아."

"...죽고 죽이는 일이라면 그걸로 입에 풀칠을 하는 병사들에게 맡기면 되잖아."

"하핫, 귀족님다운 의견이네요. 하지만."

테라는 유쾌한 듯이 웃음을 지으며,

"우리 로마 정교의 최대의 무기는 수입니다. 20억 명이라는 숫자는 큰 장점이지요. 일부러 이걸 아끼는 게 더 부자연스러워요. 학원도시의 총수는 겨우 230만. 글자 그대로 자릿수가 다르다는 거죠."

"전쟁의 승패는 인원과 물자의 양으로 정해진다..., 라. 야만적이군. 구시대의 전쟁을 들여다보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야."

"정말도 단순한 해답은 과거와 무엇 하나 달라지지 않는다는 뜻이지요ㅡ."

테라는 결계로 덮인 밤하늘을 올려다보며 말했다.

뒤집어쓰듯이 술을 마셨을 텐데도 그의 발걸음은 조금도 흔들리지 않는다.

"우리 '하느님의 오른쪽 자리'는 불완전하지만, 그 신비로움으로 백성을 이끄는 자."

양손을 수평으로 펼치고 한쪽 다리로 서서 빙글 돌듯이 아쿠아 쪽을 돌아보며,

"그렇다면 겁먹은 어린양들은 멋대로 이끌려 가라고 하죠. 이 양치기인 제 손으로... 피리 소리에 맞춰 사라져간 아이들처럼."

 

애니에선 표현되지 않은 테라와 로마정교가 움직이기로 시작하는 모습과 아쿠아의 대화입니다.

C문서로 민간인을 조종해서 폭동을 일으키려는 테라를 못마땅하게 생각하는 아쿠아를 볼 수 있습니다.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닿지 못하는 창을 도로 끌어당기고, 카미조를 감싸듯이 위치를 변경한 이츠와가 낮게 중얼거렸다.

그리고 그녀는 창끝에 묻어 있는 분말을 알아차리고,

"...밀가루?"

잠시 생각하고 나서 이츠와의 얼굴이 흠칫 굳어진다.

"설마, 그 무기... '예수님의 몸'에 대응하는 건..."

"흐음, 동양인도 아나요?"

할 말을 잃은 이츠와에게 테라는 도발하듯이 말한다.

"미사에서는 포도주는 '예수님의 피', 빵은 '예수님의 몸'으로 취급되지요. 그리고 미사의 모델이 된 이벤트는 말할 것까지도 없이 『십자가를 사용한 '하느님의 아들'의 처형』이잖아요ㅡ?"

테라의 말에 이츠와는 입술을 깨문다.

카미조는 모르지만 마술을 아는 사람에게 있어서 테라의 말에는 파괴력이 있는 모양이다.

"『'하느님의 아들'은 십자가에 못박혔다』..., 냉정하게 생각하면 평범한 인간이 '하느님의 아들'을 죽일 수 있었다는 건 보통이 아닙니다. 나라도 어려울 테지요ㅡ. 하지만 신화는 때로 '우선순위'를 변경합니다. 예를 들면 '하느님의 아들'이 세계 인류의 '원죄'를 짊어지기 위해, 본래의 순위를 무시하고 '평범한 인간'에게 맥없이 죽임을 당하고 만 것처럼."

그 기요틴이 사르륵 소리를 내며 무너지기 시작한다.

경계하는 카미조를 아랑곳하지 않고, 테라의 얼굴은 점점 즐거운 듯이 변해간다.

"'하느님의 아들'의 신화를 완성하기 위한 비밀 의식...우선순위의 변경. 그것이 바로 제가 다루는 유일한 술식 '빛의 처형'입니다. 밀가루를 매체로 한 칼날을 임의로 변형하는 것은 그 부산물 같은 거죠. 이해하셨나요?"

다시 말하면 이런 것이다.

'와이어'보다 '테라의 몸'이 우선시되었기 때문에 그의 몸은 상처 하나 나지 않았다.

'외벽'보다 '밀가루로 만든 칼날'이 우선시되었기 때문에 그만한 파괴력이 생겼다.

'창'보다 '공기'가 우선시되었기 때문에 이츠와의 공격은 도중에 멈추고 말았다.

"이 내 앞에서 강하고 약하고는 상관이 없어요. 애초에 그 '순서'를 제어할 수 있으니까요."

이것이 '하느님의 오른쪽 자리'의 힘.

전방의 벤토는 신이 다루는 '천벌'을 휘둘러 학원도시의 기능을 빼앗아갔다.

이번에는 '하느님의 아들'의 처형.

마술사란 하나같이 카미조가 모르는 이론이나 법칙을 다루는 놈들이지만, 그중에서도 특히 '하느님의 오른쪽 자리'가 사용하는 것은 특수한 것 같다.

 

애니만 보고선 이해하기 힘들 것 같아 원작의 글을 가져왔습니다.

간단하게 글자가 큰 부분만 보셔도 어느정도는 이해하실 것 같습니다.

 

"말했지, 좌방의 테라."

츠치미카도는 한 손으로 권총을 겨누면서 다른 한 손을 주머니에 넣었다.

그가 꺼낸 것은 검은색 종이다.

"다음에는 체크메이트라고."

"ㅡㅡ."

좌방의 테라는 츠치미카도 모토하루의 말을 듣고 짧게 침묵했다.

그리고 천천히 츠치미카도를 향해 기요틴을 겨눈다.

폭동에 휘말려 있었을 거리에 묘한 고요함이 떠돌고 있었다.

'움직인다...'

카미조는 그렇게 생각했다.

좋은 뜻으로든 나쁜 뜻으로든, 다음에는 상황이 크게 움직일 것이다.

두 사람의 대치에 삼켜질 뻔한 카미조였지만, 그때 어느새 가까이 있던 이츠와가 카미조에게 슬쩍 귓속말을 했다.

"(...저어, 츠치미카도 씨가 움직이면 그 틈을 타서 달리는 거예요)."

"어?"

"(...저 사람의 전언이에요. 중요한 건 적을 물리치는 게 아니라 교황청 궁전에 있는 C문서를 막는 거라고)."

그렇게 말하는 이츠와의 손에는 종이가 있었다.

어느 틈에 건넨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마 츠치미카도는 테라와 대화를 나누면서 전언을 적은 종이를 이츠와에게 날려 보냈을 것이다.

츠치미카도와 테라가 천천히..., 서로 한 발짝씩 앞으로 나아간다.

두 사람이 부딪친다.

그렇게 생각한 카미조의 귀에 고막을 찢을 정도의 굉음이 울려 퍼졌다.

'ㅡㅡ?!'

그것은 마술에 의한 것이 아니다.

폭약이 아비뇽의 거리를 무너뜨리는 소리다.

당연한 일이지만 그것은 츠치미카도나 테라가 일으킨 것이 아니다.

제삼자가 끼어든 것이다.

그 증거로 두 사람은 분한 듯이 혀를 차고는 서로 물러나 거리를 둔다.

갑작스러운 일에 놀라는 카미조 앞에서, 길가에 절벽처럼 우뚝 솟아 있던 집합주택의 외벽이 와르르 무너진다. 회색 먼지가 피어 올라 카미조 일행의 시야를 빼앗는다.

그 맞은편에 폭음의 원흉인 실루엣이 보였다.

다만 그것은 인간의 실루엣과는 크게 동떨어져 있다.

"...이게 뭐야. 뭐가 어떻게 된 거야."

저도 모르게 낮게 중얼거리는 카미조.

그 시선 너머, 회색 커튼에 가려진 맞은편에서 일그러진 실루엣이 꿈틀거리고 있었다.

 

이츠와가 전하는 츠치미카도의 말이 생략되었습니다.

츠치미카도의 빠른 상황판단과 지휘 능력이 나타나는 부분인데 15권에 내용에선 잘 표현되길 바랍니다.

 

 

 

학원도시의 비공식 편성 기갑부대는 도시 바깥둘레에서 아비뇽 구 시가지로 침공을 개시했다.

그들의 주요 무기는 HsPS-15, 통칭은 '라지 웨폰'. 학원도시 기술의 정수를 모아 만들어진 파워드 슈트(구동 갑옷)다.

파워드 슈트란 서양의 금속 갑옷처럼 온몸을 특수한 장갑(裝甲)으로 덮고, 거기에 관절을 전력 구동으로 움직임으로써 살아 있는 인간의 수 배에서 수십 배나 되는 운동능력을 쏟아내는 학원도시의 신무기다.

규격에 따라 크기나 전력(戰力)은 제각각이지만 거기에 있는 것은 전체 길이 2,5미터 정도 크기의 금속덩어리였다.

푸른색과 회색의 특수한 보호색으로 칠해져 있는 기체는 각각 두 개의 팔다리를 가진 로봇 같은 '장갑'으로 손가락도 다섯 개 달려 있다. 그러나 그 파워드 슈트가 '인간다우냐'고 묻는다면 대답은 '노'일 것이다. '머리'에 해당하는 부분이 거대하고, 부풀어 오른 흉부 장갑도 있어성니지 마치 드럼통 모양의 경비로봇을 뒤집어쓰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목은 없고 가슴에 직접 고정된 '머리 부분'이 회전하고 있다.

따닥따닥따닥따닥!! 단단한 물건이 뭉개지는 소리가 울린다.

기계 다리가 건물 잔해의 파편을 밟고 앞으로 나아가는 소리다.

수백 년 이상의 시간을 지내온 돌바닥이나 벽돌의 잔해가 아주 간단히 짓밟혀간다.

파워드 슈트의 손에는 꼴사나울 정도로 총신이 굵은 특수한 총기가 들려 있다.

전차 포신을 억지로 짧게 잘라 만든 것 같은 총은 대형 라이플로도 보이지만, 엄밀하게는 다르다. 그것은 리볼버 방식의 대(對) 격벽용 샷건이다.

이 총기에 사용되는 탄환은 특수한 것으로, 단 하나의 숏셀(바깥 껍질) 속에 흔히 안티머티리얼이라고 분류되는 탄환을 수십 발 채워넣었다. 한 발 한 발이 전차를 쏘아 꿰뚫을 수 있을 정도의 파괴력을 감추고 있고, 근거리에서 몇 발 쏘면 핵대피소의 문도 부숴 열 수 있다. 보통 같으면 화약의 폭발력을 총신의 힘이 견디지 못하지만 화약의 종류와 채어넣는 배치를 섬세하게 조절함으로써 폭발력의 방향을 조종하고, 총신에 걸리는 부하는 최소한으로 줄이면서 최대의 파괴력을 발휘하게 하는 것이다.

적이 농성을 벌이는 대피소의 두꺼운 출입구를 정면에서 부수고 유린하기 위해 개발된 대형 통기를 수십 기의 파워드 슈트는 일제히 아비뇽 성벽 쪽으로 향한다.

『침공 개시.』

단 한마디.

그 목소리와 함께 대 격벽용 샷건이 불을 뿜었다. 펌프액션 같은 슬라이드를 당길 때마다 리볼버의 실린더가 회전한다.

수백 년이나 사람의 출입을 제한해온 돌벽이 순식간에 종잇장처럼 날아간다.

파워드 슈트는 건물 잔해를 밟고 아비뇽 구 시가지로 들어간다.

인공물인 두 다리는 진짜 인간보다 매끄러운 움직임으로 나아간다.

그들의 앞에는 지금까지 아비뇽에서 날뛰던 젊은이들이 있었다.

거기에는 단일한 공포나 분노는 없다. 갑작스러운 일인지라, 그런 감정으로 분류되기 이전의 좀 더 복잡한 감정의 소용돌이에 희롱당하며 벌벌 떨고 있다.

그에 비해 파워드 슈트의 대응은 지극히 단조로웠다.

그들은 한 발에 성벽을 무너뜨린 대 격벽용 샷건의 굵은 총구를 살아 있는 인간에게 직접 들이댄다.

짧은 목소리가 무전을 통해 동료들에게 전해졌다.

『적 세력을 발견.』

 

파워드슈트의 등장 장면 입니다.

 

"기다려!!"

츠치미카도는 그렇게 외쳤지만 그 직후에 옆으로 펄쩍 뛰었다.

카미조가 그 진의를 파악하기도 전에, 파워드 슈트가 어떤 공격을 가했는지 집합주택 안에서 요란한 폭풍(爆風)이 불어닥쳤다.

팡!! 하는 굉음과 함께 카미조의 보잘것없는 몸이 뒤로 쓰러진다.

테라가 들어간 커다란 구멍은 눈 깜짝할 사이에 불꽃에 휩싸이고 말았다.

"아얏...?!"

"괘, 괜찮으세요?!"

이츠와가 당황하며 카미조의 손을 잡았다.

그녀의 손을 잡고 일어서는 카미조에게 츠치미카도는 큰 소리로 말한다.

"카미양, 움직일 수 있어? 우리도 교황청 궁전으로 간다!!"

"저 파워드 슈트, 아무리 생각해도 학원도시에서 만든 거잖아?! 놈들은 움직이지 않는 게 아니었어?! 문제를 복잡하게 만드는군. 저 놈들을 막지 않아도 돼?!"

"지금은 테라를 뒤쫓는 게 먼저야!! 게다가 놈들의 목적도 C문서고, 그 영적 장치를 파괴함으로써 이 혼란을 수습할 수 있을지도 몰라!!"

"빌어먹을, 정말로 저 놈들은 혼란을 수습할 생각이 있는 거겠지."

카미조는 분한 듯이 중얼거렸다.

아비뇽 사람들은 C문서의 폭동과 파워드 슈트 중 과연 어느 쪽을 미워하고 있을까.

"가자, 카미양. 지금까지는 '하느님의 오른쪽 자리'도 우리를 만만하게 보고 있었는지도 몰라. 하지만 이렇게 돼버렸으니까 놈들도 본격적으로 도주하려고 하겠지. C문서를 부수려면 지금밖에 없어!!"

제길, 카미조는 저도 모르게 내뱉었다.

그때 테라가 들어간, 그리고 지금은 불꽃에 휩싸여 있는 큰 구멍 맞은 편에서 몇 대의 파워드 슈트가 좁은 길로 몰려나왔다.

같은 학원도시 사람일 텐데 파워드 슈트의 총구를 이쪽으로 정확하게 겨누고 있다.

어디 소속인지 일일이 확인할 생각은 없는 모양이다. 이 아비뇽에 있는 사람 전원이 공격대상으로 설정되어 있는 것이다.

"...카미양, 여기에서 두 패로 나누자. 이츠와였나? 너도 카미양이랑 같이 교황청 궁전으로 가."

"츠치미카도?"

"아무래도 이 아비뇽에는 두 가지 문제가 있는 것 같아. 파워드 슈트 쪽은 내버려둘까 했는데 그것도 어려울 것 같군. 카미양은 테라를 쫓아가서 C문서를 어떻게든 해. 난 나중에 온 학원도시의 바보들을 막아줄게."

"그런 게..."

가능할 리 없잖아, 말하려던 카미조를 츠치미카도의 말이 가로막는다.

"놈들은 완벽한 적이 아니야. 일시적으로는 싸우겠지만 기본적으로는 대화할 수 있는 기회를 엿보도록 할게. 이런 거래는 카미양보다 내가 더 잘 하잖아."

"...빌어먹을."

"가, 카미양!!"

"빌어먹을!!"

카미조는 외치면서 이츠와와 함께 좁은 도로를 달렸다. 뒤에서는 파워드 슈트가 내는 기계의 작동음과, 츠치미카도가 뭔가 했는지 얼음이 깨지는 것 같은 소리가 이어졌다. 마술을 한 번 쓰기만 해도 피투성이가 되는 것을 알고 있는 카미조는 이를 갈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다.

좁은 길을 달려 아비뇽 구 시가지를 나아간다.

화약과 연기 냄새가 코를 찔렀다.

도망쳐 다니는 사람들과 그 뒤를 정확하게 쫓는 파워드 슈트가 거리 여기저기에 보인다.

'어떻게 된 거야!!'

시위나 폭동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군사행동이라는 압도적인 폭력을 보고 카미조는 머리 혈관이 끊어질 것만 같았다.

목적지인 교황청 궁전의 위치는 전부터 아비뇽을 조사하고 있던 이츠와가 기억하고 있다. 그녀가 안내하는 방향을 바라보니 멀리 교황청 궁전인 듯한 실루엣이 보였다.

 

애니메이션에서는 순식간에 넘어간 장면입니다.

 

 

츠치미카도 모토하루는 피투성이가 되어 있었다.

파워드 슈트에서 쏜 총탄을 맞은 것이 아니다. 그들의 눈을 피하기 위해 종이 마술을 쓴 부작용이다.

거의 없는 거나 마찬가지인 기회를 얻은 츠치미카도는 좁은 도로를 달린다. 그대로 구르는 듯한 기세로 길에 주차되어 있던 자동차 뒤로 숨는다.

몇 개나 되는 총성이 공기를 찢으며 덮쳐왔다.

단순한 공포탄임에도 그 공기덩어리에는 폭도 진압 효과까지 갖추어져 있었다. 일격에 자동차 유리가 깨져 흩어지고, 소리덩어리에의해 금속제 문이 눈 깜짝할 사이에 움푹움푹 팬다.

'웃기고 있어...'

츠치미카도는 자동차 문면에 달라붙은 채 혀를 찼다.

맞아도 쉽게 죽지는 않겠지만 기절할 것은 분명하다. 방패 그늘에서 꼼짝도 못 하게 된 츠치미카도는 그때 또 다른 둔한 쿵!! 소리를 들었다.

흠칫 놀라 그쪽을 보니 여러 개의 파워드 슈트 중 한 대가 경이적인 도약력으로 10미터 이상이나 공중을 나아가 츠치미카도의 머리 위로 다가와 있던 참이었다.

'

"제길!!"

츠치미카도가 순간적으로 물러남과 거의 동시에 파워드 슈트의 거대한 몸이 자동차를 짓밟았다. 중량을 견디지 못하고 크게 찌그러진 차체가 단숨에 폭발한다. 그 폭풍을 받은 츠치미카도의 몸이 자신이 도약 이상의 거리를 억지로 날아간다.

길 위를 데굴데굴 굴러가는 츠치미카도에게, 불꽃 속의 파워드 슈트는 태연하게 대 격벽용 샷건의 총구를 향했다.

주위는 좁은 길 좌우에 절벽 같은 건물이 늘어서 있는 구획이다. 츠치미카도는 모퉁이를 빠져나가 건물을 방패로 삼으려고 했지만, 그보다 먼저 파워드 슈트가 움직였다. 총성과 함께 발사된 공기덩어리가 츠치미카도의 다리를 직격한다.

츠치미카도의 몸이 태클을 당한 것처럼 구른다.

그는 땅바닥에 엎드린 채 간신히 모퉁이를 돈다.

'큭..., 아아아아아?!'

발목 언저리를 보니 검푸르게 변색되어 있었다. 가까스로 뼈는 부러지지 않은 모양이지만 움직임이 제한될 것은 틀림없다.

'파워드 슈트의 수는... 대충 본 것만으로도 열넷. 장갑은 얇은 것 같지만 저건 대 전차 미사일 정도라면 정면에서 받아낼 수 있을 거야. 게다가...'

모퉁이 맞은편에서 들려오는 기계 동작음을 들으면서, 츠치미카도는 주머니에서 응급처치용 테이핑을 꺼내 발목을 억지로 고정시킨다.

'...신형 구동보정장치를 사용하고 있지. 싸움터의 조건을 그 자리에서 학습하고 가장 효율적인 퍼포먼스를 만들어내도록 자동조절하는 드라이버야.'

열대우림이나 남극대륙 등, 같은 무기를 사용하는 경우라도 환경에 따라 성능은 달라진다. 사막에서는 모래가 들어가는 데에 주의해야 하고, 습지에서는 진흙에 빠지지 않도록 조심할 필요가 있다.

통상적으로 지역마다 '사용하기 쉬운 정비'를 하거나 지역마다 자연스럽게 무기의 특색이 바뀌곤 하지만, 이 파워드 슈트는 다르다. 기계가 주변 환경을 스캔하고 자동적으로 조정을 하기 떄문에 디폴트 상태인 채로 전 세계의 싸움터에서 활약할 수 있는 것이다.

'자동조절정보는 작전행동 중인 모든 파워드 슈트에 송신되고 있을 거야. 하핫, 아마 이 아비뇽을 걸어다니는 방법을 제일 잘 아는 건 놈들이겠군.'

다리가 있는 무기의 경우에는 그 균형을 유지하기가 어렵지만 그들에게 그 약점은 통하지 않는다. 발밑이 불안정해도 살아 있는 인간보다 더 잘 걷고 뛰어넘을 것이다.

'제길, 어떻게 공격한다...'

츠치미카도 모토하루는 테이핑으로 고정한 발목의 상태를 확인하면서 생각한다.

그러는 동안에도 놈들은 다가온다.

 

파워드슈트에 대한 설명입니다.

츠치미카도의 파워드슈트와의 교전이 잘려나갔더라고요.

 

 

"...그런데 그 파워드 슈트, 대체 어디에서 나온 걸까."

"네?"

이쪽을 보는 이츠와에게 카미조는 말한다.

"타고 있는 건 학원도시 사람일까? 아니면 협력파 기관에 장비를 빌려준 걸까. 이렇게까지 요란하게 움직이면 은폐고 뭐고 없잖아. 학원도시은 대체 어쩔 셈이지...?"

휴대전화에는 텔레비전 기능이 있다.

이 상황에서 섣불리 소리를 내는 것은 위험하지만, 그래도 역시 정보는 필요하다.

카미조는 주위에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하고는 휴대전화를 꺼내 텔레비전 기능을 켜 보았지만, 해외 채널에는 대응하지 않는지 아무것도 비치지 않는다. 카미조는 잠시 생각하고 나서 휴대전화의 등록 메모리를 불러냈다. 거기에 있는 번호 중 하나로 전화를 건다.

"미사카!!"

『뭐, 뭐야.

통화 상대는 미사카 미코토다.

"좀 물어보고 싶은 게 있는데, 지금 괜찮아?"

『흐, 흐음. 그건 내가 아니면 안 되는 거야? 다른 사람한테 물어봐도 되잖아. 예를 들면 우리 엄마라든가.』

"응? ...그런가, 그러네. 꼭 미사카가 아니라도 미스즈 씨한테 물어봐도ㅡㅡ."

『농, 농, 농, 농!! 잠깐, 너 나한테 뭔가 물어보고 싶은 게 있어서 전화한 게 아니었어?!』

"??? 하긴, 미스즈 씨보다 학원도시 안에 있는 사람이 더 나으려나."

카미조는 고개를 갸웃거리고 우선 본론으로 들어갔다.

"미사카, 뉴스 볼 수 있어? 인터넷이라도 좋아. 해외 뉴스에서, 아비뇽이라는 도시에서 뭔가 일어나지 않았는지 조사해줬으면 하는데."

『뭐어?』

너무 갑작스러운 질문이라서 그랬는지 미코토는 그런 목소리를 냈다.

...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아무래도 사정은 다른 모양이다.

『너 무슨 소리야? 텔레비전이라니, 어딜 틀어도 임시 뉴스밖에 안 하잖아. 아비뇽이라면 프랑스의 도시지? 거기에서 뭔가, 무슨 종교단체가 국제법에 저촉되는 특별파괴무기를 만들고 있어서 그 제압토벌작전이 개시됐다고 난리도 아니잖아.』

"...... 뭐라고?"

어리둥절해하는 카미조에게 미코토는 말을 잇는다.

『원래는 프랑스 정부가 처리해야 되는 건데, 특수기술 관련 전문가가 필요하다고 해서 학원도시가 꽤 깊이 관여하고 있다고 하던데. ...아니, 너 지금 어디 있는 거야? 오히려 이 정보가 들어와 있지 않은 곳을 찾기가 더 어렵지 않을까?』

"어, 어어, 그러니까..."

카미조는 어떻게 얼버무릴지 생각했지만 도중에 생각이 중단되었다.

소리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총소리를 중심으로 한 전투의 소음이 어느새 뚝 그친 뒤였다. 교황청 궁전이 본래 갖고 있었을, 귀가 아파질 정도의 정적이 천천히 돌아온다.

'......'

전화에서 미코토가 뭔가 말하고 있었지만 카미조는 대답하지 않는다.

숨을 죽이고 귀에 의식을 집중하지만 역시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옆에 있는 이츠와와 얼굴을 마주보고 천천히 앞으로 나아간다.

'뭐지...?'

통로 안쪽에서, 벽 틈에서, 문 너머에서, 정체를 알 수 없는 긴장감에 배어나오는 것 같았다. 분위기 자체가 그때까지 있었던 것에서 다른 것으로 덧칠되어 가는 느낌이다.

카미조는 그 원인을 간파할 수는 없었다.

간파하기 전에 해답은 스스로 다가오고 말았기 때문이다.

쿵!!

굉음과 함께 카미조의 바로 옆에 있던 두꺼운 벽이 갑자기 부서졌다.

벽을 뚫어 무너뜨린 것의 정체는 파워드 슈트다.

카미조의 몸에 파워드 슈트가 부딪쳤다. 카미조는 그대로 바닥에 쓰러진다. 손에 들고 있던 휴대전화가 바닥에 떨어져 액정화면이 산산이 부서졌다.

"?!"

이츠와가 당황하며 창끝을 파워드 슈트에 들이댔지만 그 손에 도중에 멈춘다.

팔다리를 축 늘어뜨린 파워드 슈트는 완벽하게 기능정지 상태에 빠져 있었기 때문이다. 누군가가 집어던졌다ㅡㅡ그렇게 표현하는 것이 가장 적절하고 정확할 것이다.

파워드 슈트가 던져진 곳 주변에 통 모양의 물체가 여기저기 떨어딘다. 350밀리리터의 캔 주스만 한 통의 정체는 파워드 슈트가 사용하던 대 격벽용 샷건의 탄환일까. 다른 곳에는 거대한 리볼버 방식의 총기도 떨어져 있다.

 

카미조의 눈치없음에 당황하는 미코토가 잘려서 아쉬웠습니다.

 

"정말이지, 귀찮은 놈들이에요. 나 혼자서 쫓아내는 건 간단하짐나 이걸 다루는 술사가 집중적으로 공격을 받는다면 역시 술식 행사에 영향이 생기죠. 정말이지, 인간의 술식을 다룰 수 없다는 내 '체질'도 문제로군요. 덕분에 평범한 술사에게 발목이 잡힌 꼴이니..., 이번에는 이쯤에서 물러가는 게 나을 것 같네요ㅡ."

"그냥 보내줄 거라고 생각해?"

카미조는 천천히 오른주먹을 움켜쥐면서 말했다.

"C문서는 바티칸에 돌아가서도 다룰 수 있지. 그걸 알면서 내가 보내줄 거라고 생각하냐?"

"그래서 뭐 어쨌다는 겁니까? 이 아비뇽을 제압한 학원도시의 부대는 날 막을 수 없는데요ㅡ. 아니면 당신의 오른손이 그들 전원보다 더 뛰어나다고요? 그렇게 단언할 수 있는 근거가 있습니까?"

"......!"

이 교황청 궁전에서 총소리가 사라진 시점에서, 이곳에 돌입한 파워드 슈트 놈들은 전부 그에게 격파되고 말았다고 생각해야 한다.

그 정도의 실력을 자랑하는 테라는 더욱 비웃듯이 카미조 일행에게 웃음을 짓는다.

"그렇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고 납득하라는 것도 어려울 테죠."

그는 왼손에 든 C문서를 품에 넣고 오른손의 하얀 기요틴을 느긋하게 겨누면서,

"충분히 도전하고 충분히 포기하세요. 저도 그런 전개가 더 재미있어서 좋거든요."

 

개인적으로 테라 성우분의 연기가 좋아서 만족하고 있습니다.

다만 목소리가 익숙해서 왠지모를 묘한 기분은 어쩔 수 없지만요.

 

아비뇽의 거리가 차례차례 무너진다.

충격파 같은 공포탄으로 의식을 빼앗긴 폭도들은 튼튼한 파워드 슈트에게 질질 끌려 산처럼 쌓이고, 방탄 섬유를 짜넣은 기구에 강제로 타고는 어디론가 운반되어간다.

그런 곳을 츠치미카도 모토하루는 달리고 있었다.

그는 건물 잔해나 자동차 그늘로 차례차례 위치를 바꾸어 짧은 이동을 되풀이함으로써 추격하는 파워드 슈트에게서 도망친다. 가능한 한 엄폐물에 의해 사격범위에서 벗어나는 움직임을 취하고 있지만, 그래도 가끔 발포음이 작렬한다. 가능한 한 평탄한 땅은 피하고 가로등이 쓰러져서 누워 있거나 도로가 무너진 곳을 골라 나아가지만,

'칫. 역시 이 정도로는 넘어지지는 않아. 구동보조장치가 효과를 거두고 있는 건가...!!'

균형을 잡기가 어려운 이족보행형(二足步行型)임에도 상당한 중량을 자랑하는 파워드 슈트지만, 놈들의 거동에는 조금도 위태로움이 없다. 평지일 때 보여주던 한 걸음 한 걸음 짓뭉개는 것 같은 보행이 아니라, 바퀴벌레처럼 매끄럽게 움직이는 것이다.

모든 환경을 스캔하고 그 상황에 가장 적합한 조정을 자동으로 해나가는 파워드 슈트. 그들은 자동차 같은 속도로 나아가면서 인간보다도 유연하게 땅을 밟으며 츠치미카도를 뒤쫓는다.

체크메이트는 시간 문제였다.

츠치미카도는 도로 한가운데에서 걸음을 멈춘다. 좌우에 있는 키 큰 건물이 크게 무너져 산사태처럼 길을 막고 있었다. 건물 잔해는 상당히 크다. 파편의 돌기를 붙잡고 기어올라가면 뛰어넘지 못할 것도 없지만 파워드 슈트들은 그런 시간을 주지 않을 것이다. 벽에 달라붙어 있는 사이에 등을 총에 맞은 게 고작이다.

등 뒤에서 철컥 하는 금속소리가 울렸다.

톱니바퀴가 돌아가는 것 같은 둔한 소리.

츠치미카도의 등골이 오싹해진다. 지금까지 들은 적이 없었던, 뭔가를 바꾸는 것 같은 소리. 그 정체를 상상하는 것은 간단하다.

'...대 격벽용 샷건.'

폭도 진압용 공포탄에서 핵대피소의 문을 비틀어 열기 위한 실탄으로 변환하는 소리.

'ㅡㅡ온다!!'

츠치미카도는 돌아보지 않고 온 힘을 다해 옆쪽으로 점프했다. 그 직후, 몸을 때리는 듯한 폭음이 작렬했다. 지금까지 앞길을 막고 있던 산사태 같은 건물 잔해가 쿵!! 하며 순식간에 허공으로 사라지낟. 겨우 한 발에 직경 수 미터의 원형 구멍이 뚫렸다.

"......!!"

츠치미카도는 귀를 막으면서 등 뒤를 보았다.

주먹이 통째로 들어갈 것 같은 총구를 이쪽에 겨눈 파워드 슈트가 다시 방아쇠에 손가락을 건다.

아비뇽의 길은 좁다.

더 이상 옆으로 뛰어서 피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 나무인형들아, 최소한 방패로 도움이 돼라(푸른 나무 부적으로 내 몸을 지켜라)!!"

츠치미카도가 종이를 꺼내며 외치는 것과 동시에 총소리의 폭음이 정면에서 다가왔다.

쿵!! 하는 굉음과 함께 발사된 십여 발의 총알은 츠치미카도의 바로 앞에서 방패에 튕기듯이 주위로 흩어져 건물의 벽을 하나하나 파괴한다.

츠치미카도의 입술에서 핏덩어리가 왈칵 새어나왔다.

마술에 의한 부작용.

그것을 받고도 츠치미카도는 검은 종이를 또 꺼내며 외친다.

"자, 일어나라, 빌어먹을 놈들. 전부 부수고 깔깔 웃는 거다(검은 색은 물의 상징. 그 폭력으로 길을 열어라)!!"

아무것도 없는 공간에서 갑자기 직경 1미터 정도의 물 구체가 생겨나더니 기세 좋게 파워드 슈트에 꽂혀 그 거대한 몸을 단숨에 뒤로 날려보냈다.

그러나 거기가 한계.

계속해서 마술을 쓴 탓에 츠치미카도의 옆구리에서 피가 서서히 나왔다. 오래된 건물 외벽에 손을 짚으려고 했지만 그 손이 닿기 전에 한쪽 다리가 털썩 꺾인다.

"제길..."

가볍게 주위를 관찰하기만 해도 몇 대의 파워드 슈트가 보였다. 거기다 건물 지붕에서 이쪽을 노리고 있는 놈도 있다.

'......'

츠치미카도는 적의 위치를 확인하면서 천천히 양손을 들었다.

입술을 움직여 말을 자아낸다.

"항복이다. ...지지든 볶든 마음대로 해."

단, 그는 덧붙였다.

"너희들이 할 수 있다면 말이야."

츠치미카도 모토하루가 그렇게 말한 순간, 그에게 총구를 들이대고 있던 파워드 슈트에 변화가 일어났다.

덜컹.

살아 있는 인간보다 더 매끄럽게 움직이던 파워드 슈트가 갑자기 굳어버린 것이다. 그들은 당황하며 거동을 체크하기 시작하지만 마치 톱니바퀴가 막힌 것처럼 삐걱삐걱 소리를 낼 뿐이다. 손가락 끝도 움직이지 않는지, 총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알고 싶어?"

츠치미카도가 천천히 다가가자 파워드 슈트 안에서 흠칫 하는 분위기가 전해졌다. 강력한 무기라도 그것을 다루는 것은 같은 인간이다.

"그 녀석에게는 신형 구동보조장치가 탑재되어 있지. 사막이든 남극이든, 기계 쪽에서 멋대로 환경을 자동적으로 유지 보수를 해주는 거야."

하지만, 이렇게 그는 중얼거렸다.

"경우에 따라서는 그게 족쇄가 될 수도 있어. 예를 들면 특정 조건이 갖추어진 루트를 순조롭게 나아가면 자동장치가 에러를 일으키고 마는 거야. 간단하게 말하자면 '오른쪽으로 꺾는다'와 '왼쪽으로 꺾는다', 상반되는 조건을 한꺼번에 입력하면 판단능력이 둔해져버린다는 보안상의 허점이지. HsPS-15는 이제 겨우 영격 무기 쇼에 내보낼 수 있는 정도의 시제품이라는 걸 잊은 거 아냐?"

게다가 이 버전의 파워드 슈트는 입수한 환경정보를 다른 기체와 공유하도록 만들어져 있다. 반대로 말하면 한 대의 고장이 전체에 영향을 줄 위험도 있는 것이다.

츠치미카도는 움직임을 멈춘 파워드 슈트 바로 옆까지 접근해서 그 기체의 팔에서 억지로 대 격벽용 샷건을 빼앗고는,

"...구동보조장치 에러는 전체에 걸쳐 있어. 거기에서 나오고 싶으면 탈출 장치를 수동 설정으로 바꾸고 나서 실행할 수밖에 없을 거야. 여러 가지 귀찮은 작업이 필요하니까 최소 10분은 걸리겠지."

전차 포신을 작게 만든 것 같은 대형 샷건을 어깨에 메면서 말한다.

파워드 슈트 안에 들어 있는 놈들은 츠치미카도의 말을 멍하니 듣고 있는 것 같았다. 자신들조차 몰랐던 기체의 문제를 눈앞에 있는 남자가 어떻게 알고 있는지 상상도 가지 않는 모양이다.

그러나 츠치미카도는 가까이 있던 파워드 슈트의 장갑을 주먹으로 두드리며 시시하다는 듯이 말했다.

"나올 가라면 서둘러. 공격해오지 않는다는 걸 알면 아비뇽의 폭도들이 일제히 덮쳐들 거라고."

그 말과 함께 파워드 슈트 안에서 덜컹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아무래도 상당히 초조한 모양이다. 그것을 보면서 츠치미카도는 생각했다.

'그럼...'

파워드 슈트의 기능을 일시적으로 빼앗는 데에는 성공했지만 군대 자체는 죽지 않았다.

여기에서부터가 진짜 싸움이로군, 츠치미카도는 생각했다.

우선 그들이 탈출 장치를 복구시키고 밖으로 나올 때까지는 움직임을 막을 수 있다. 전투 상태를 벗어났으니 대화도 가능할 것이다.

'우선은 내가 학원도시의 요원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것부터 설명할까? 아니, 이번에는 상층부의 의도와는 다르게 움직이고 있었지. 정말이지, 복잡해지지 않고 얘기가 진행되면 좋겠는데.'

어떻게 '교섭'을 해나갈지 고민하고 있던 츠치미카도였지만, 도중에 생각을 멈추고 갑자기 얼굴을 들었다.

폭음이 들린다.

츠치미카도의 시야에는 푸른 하늘을 유유히 춤추는 칠흑의 폭격기가 있었다.

100미터급의 기체는 하나만이 아니다. 10기 이상의 폭격기가 크게 호를 그리며 아비뇽 상공을 크게 돌고 있다.

그 특징 있는 실루엣을 보고 츠치미카도는 저도 모르게 이를 갈았다.

'학원도시에서 만든 HsB-02..., 초음속 스텔스 폭격기인가?!'

츠치미카도와 카미조가 아비뇽에 올 때 이용했던, 시속 7,000킬로 이상을 내는 초음속 여객기. 그것과 같은 기술을 사용한 폭격기다. 그 압도적인 속도는 그냥 똑바로 날기만 해도 유도 미사일을 따돌릴 수 있다고까지 한다.

냉정하게 생각해보면 한 가지 의문이 있었다.

이 아비뇽에 있는 대량의 파워드 슈트들은 대체 어디에서 온 걸까 하는 의문이.

그 답이 이거다.

학원도시에서 폭격기에 실린 파워드 슈트를 약 한 시간만에 프랑스까지 옮기고, 상공에서 파워드 슈트를 사용해 아비뇽 근교에 일제히 투하한다. 너무나도 강압적인 방법이지만 학원도시의 정교한 테크놀러지에 의해 실현되고 만 것이다.

당연히 HsB-02가 싣고 있는 것은 그것만이 아니다. 본래의 '폭격'을 위한 것도 있을 것이다.

'제길...'

츠치미카도는 상공을 노려보며 생각한다.

'먼저 파워드 슈트를 투하한 건 이 아비뇽에 C문서가 있다는 걸 확인하기 위해. 그러면 그후에는 폭격기를 사용해 단숨에 교황청 궁전을 통째로 날려 보낼 생각이었던 건가?!'

거칠고 뻔한 작전이긴 하지만 '하느님의 오른쪽 자리'의 좌방의 테라가 갖고 있던 특수한 술식의 효력을 생각하면 확실한 성과를 낳을 거라고는 생각하기 어렵다.

탕! 하고 츠치미카도는 가까이 있던 파워드 슈트의 장갑을 두드렸다.

"이봐! 아비뇽 주민의 피난 상황은 어떻게 되고 있지?! 폭격은 언제 결행돼?! 최신형 HsB-02라는 건, 설마 여기에서 '그것'을 사용할 셈이냐!!"

외치면서 그는 자신의 생각에 초조감이 섞이는 것을 느낀다.

'무슨 생각이냐, 아레이스타. 다른 놈들이라면 몰라도 넌 마술 세계에 대해서도 알고 있을 텐데. 보통의 군사 행동으로 전부 원만하게 수습된다면 '네세사리우스(필요악의 교회)' 같은 조직은 생기지 않았어. C문서를 확실하게 말소하려면 이 정도로는 부족하다는 걸 미처 파악하지 못한 거냐?'

아니면, 츠치미카도는 생각을 고친다.

'...설마 아직 숨겨둔 패가 있는 건가.'

 

왜 고장이 일어났는지 자세한 설명은 애니에선 생략되어서 가져왔습니다.

 

아비뇽 상공 9,000미터.

11기의 초음속 스텔스 폭격기 HsB-02 중 하나에 목발을 짚은 '레벨5(초능력자)'가 타고 있었다. 본래 같으면 대량의 폭탄을 실어야 하는 넓은 공간에는 '레벨5'와 몇 명의 유지보수 요원밖에 존재하지 않는다.

기내에 장치되어 있는 스피커에서 새된 경고벨과, 잡음이 섞인 연락이 들려왔다. 그것을 들은 유지보수 요원 중 한 명이 '레벨5'에게 얼굴을 돌린다.

"작전행동 A의 목표를 달성! 이대로 작전행동 B로 이행합니다. 작전행동 C가 시작되면 이 격벽이 열립니다. 낙하산 준비를!!"

"필요 없어."

유지보수 요원의 말에 그 '레벨5'는 귀찮다는 듯이 대답했다.

'레벨5'는 느긋하게 목발을 짚은 채 기체 벽에 장치되어 있는 얇은 모니터를 바라보고 있다.

'그건 그렇고 귀찮군. 이쪽은 이쪽대로 바쁜데. 학원도시 밖에서도 멋대로 전쟁이나 시작해대고. 정말이지, 시시한 일은 얼른 끝내고 '본론'으로 돌아가도록 할까.'

상공에서 본 아비뇽은 오래된 외벽에 빙 둘려 있는 작은 도시였다. 벽에 의해 부지가 제한되어 있기 때문인지 그 내부는 키 큰 건물이 복잡하게 꽉꽉 들어차 있는 것 같은 인상을 준다.

그것을 보고 '레벨5'는 웃었다.

"하핫, 꼭 학원도시의 미니어처 같군."

"네?"

"아무것도 아니야. 그런데 세상 참 편해졌어. 학원도시에서 프랑스까지 한 시간 정도에 날아올 수 있다니."

"부, 불편한 점도 있습니다만."

유지보수 요원은 머릿속에서 말을 고르면서 '레벨5'와의 대화에 응한다.

"초음속 비행을 할 때는 공기마찰에 의해 기체의 표면 온도가 심하게 올라갑니다. 최고속도를 냈을 경우 1,000도 가까이까지 되기 때문에 기체 전체에 액상 냉각제를 흘려보내는 파이프를 두를 필요가 있죠."

"액체산소에 액체수소 말이야?"

"네. 저응고점 냉각제 파이프를 이 탱크들 안에 흘려보내서 냉각작용을 증강시킵니다. 이 액체산소나 수소는 스페이스셔틀의 추진제로도 사용되고, 이 비행기의 연료 중 하나로 채택되고 있는데..., 다시 말해서 연료를 소비하면 소비할수록 냉각효과도 잃게 된다는 뜻이죠."

"그래서 유턴을 하지 않고 돌아올 때에는 런던에 들르게 되어 있는 건가? 용케도 폭격기 보급을 받게 하는 일에 허가가 내려졌군. 원래 일본은 폭격기 소유가 허용되지 않을 텐데."

'레벨5'가 어이없다는 듯이 말했을 때 다시 기내 스키퍼에서 경고벨이 울렸다.

방송을 듣고 유지보수 요원이 소리를 지른다.

"작전행동 B, 시작합니다!!"

목소리와 함께 주위를 날고 있던 폭격기 중 네 대가 코스에서 이탈했다.

천천히 원의 반경을 넓혀가듯이 선회하면서 15킬로미터 정도 멀어진다.

거기에서 기수를 돌려 이번에는 단숨에 속도를 높인다.

네 대가 정사각형을 그리는 듯한 궤도다.

폭격기 아랫부분에는 '레벨5'가 타고 있는 것과는 다른 부품이 달려 있었다.

기체 전체 길이의 절반 정도 되는 칠흑의 블레이드다.

경봉처럼 길게 늘인 블레이드의 표면은 전기수렴할 수 있도록 만들어져 있고, 100분의 1밀리미터 단위로 요철이나 무늬를 제어하는 것도 가능했다.

그 장대하고도 섬세한 대형 블레이드는 초음속 폭격기의 가속력에 휘둘려 대기를 시속 7,000킬로미터 이상으로 잘라나간다.

아래 방향으로 발생하는 대기의 칼날은 이것만으로도 절대적인 파괴력을 갖고 있다.

게다가 여기에서 소량의 사철(砂鐵)을 대기의 칼날에 섞었을 경우 어떻게 될까.

그 답은 곧 제시된다.

탕!! 하고,

네 대의 폭격기에 의해 대지가 아비뇽 거리를 에워싸듯이 정사각형으로 잘라냈다.

블레이드 측면에서 뿌려진 사철은 겨우 몇 그램.

그 금속분말은 시속 10,000킬로미터 이상이라는 절대적인 속도를 얻은 결과 액체를 뛰어넘어 기체가 되었다. 섭씨 8,000도를 넘는 기체 상태의 블레이드는 상공 수천 미터라는 거리도 아랑곳하지 않고 오렌지색 빛과 함께 지구를 절단한다.

덜컹!! '레벨5'가 타고 있는 폭격기가 흔들렸다.

아군의 초음속 폭격기가 통과한 것 때문에 대기가 휘저어진 것이다.

".......!"

가까운 벽을 손으로 짚으면서도 '레벨5'는 모니터에서 눈길을 떼지 않는다.

우선 제일 먼저 있었던 것은 폭 20미터, 깊이 10미터 이상의 고랑이었다.

직후에 그 고랑이 오렌지색으로 녹아 무너진다. 지질 자체가 마그마처럼 들끓고 있는 것이다. 눈 깜짝할 사이에 아비뇽 구 시가지가 용암의 강에 의해 격리되고 만다. 전기나 수도는 물론이고 도시 근처를 지나는 론 강의 흐름마저 강제로 끊겨, 도시 바깥둘레 부분에서는 벌써 범람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이걸로 아비뇽 구 시가지에 있는 인간은 완전히 갇힌 셈이 되었다.

아비뇽 외벽 바깥에도 시가지는 있다. 용암의 강이 된 지역은 사전에 파워드 슈트가 주민들을 강제로 퇴거시켰다고 했지만, 그렇다고 감사할 사람은 한 명도 없을 것이다.

'핫, 겨우 3킬로그램의 사철만 있으면 한 시간 안에 유라시아 대륙을 잘라놓을 수 있는 『어스 블레이드(지각파단)』라, 학원도시도 재미있는 걸 만들어낸단 말이야.'

본래 폭격기는 여러 대의 전투기에 의해 호위를 받는 법이다.

대형 폭격기는 소형 전투기와 달리 급선회를 할 수는 없다. 그런 짓을 하면 당장 속도를 잃고, 자칫하면 관성의 힘에 져서 기체가 공중분해되고 만다. 다시 말해서 적 측에 록 온 되었을 경우, 미사일을 피할 방법이 없는 것이다. 채프나 플레어 등으로 어느 정도 록을 얼버무릴 수도 있지만, 그것도 완벽하지는 않다. 따라서 폭격기 주위에 전투기를 배치해 적 측이 록 온하지 못하도록 협조를 받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러나 이 초음속 폭격기 HsB-02에 그 법칙은 통하지 않는다.

직진밖에 못한다면 직진하기만 해도 미사일을 따돌릴 수 있는 기체를 만든다.

시속 7,000킬로미터급이라는 압도적인 속도가 그것을 실현한다.

전투기에서 발사되는 공대공미사일은 물론, 사전에 폭격 지점에서 기다리고 있는 지대공미사일도 록 온 된 직후에는 이미 폭격을 완수하고 미사일 사정거리 밖으로 도망친 후다.

종래의 공중전 법칙을 힘으로 뒤집은, 강공 고속 폭격전술.

여기에 학원도시에서 만든 고성능 스텔스 기능이 더해지면 HsB-02의 공격을 미연에 방지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해진다.

"작전행동영역 격리를 확인!!"

기내에서 유지보수 요원이 큰 소리로 외친다.

'어스 블레이드'를 내쏜 폭격기는 20킬로미터 이상의 거리를 두고 속도를 줄이기 시작한다. 그 사이에 블레이드의 표면의 '무늬'를 제어했는지 '아래쪽을 향한 강풍'은 전혀 불지 않는다.

"이어서 작전 목표를 포함한 작전영역 전역의 공중폭격에 들어갑니다!!"

극히 섬세하지 못할 것처럼 여겨지는 '어스 블레이드'지만 블레이드 표면의 '무늬'를 전기적으로 조종함으로써 그 폭격은 직선뿐만 아니라 곡선, 점 공격 등도 가능해서 직소퍼즐의 조각을 잘라내듯이 섬세한 파괴를 가능하게 한다. 마음만 먹으면 한 대의 폭격기로 여러 개의 선을 동시에 그릴 수도 있는 모양이다.

"이 폭격에 사용하는 여덟 대의 비행 루트를 확보하기 위해 본 폭격기의 코스도 변경합니다. 불의의 충격에 대비하십시오!"

다음 공격은 아비뇽 구 시가지 내부.

표적은 '교황청 궁전'이라는 건물 하나가 아니라 구 시가지라는 한 구획 전체다. 저 도시에는 먼저 내려간 파워드 슈트 부대도 있지만 그들은 일종의 발신기를 장비하고 있고, 폭격기는 그 신호만 피하는 형태로 철저하게 아비뇽을 불태워서 용암 바다로 바꿀 예정이다.

작전상으로는 파워드 슈트도 한 번 쓰고 버리는 것으로 폭격용 '어스 블레이드'를 사용해서 태워버리고, 파일럿은 이 지방 사람인 척하며 바로 가까이에 있는 지중해 연안으로 이동해 그곳에서 대기하고 있는 잠수함을 이용해 프랑스를 떠나기로 되어 있다. 파워드 슈트를 입은 채 장거리를 이동하는 것은 역시 지나치엑 눈에 띄기 때문에, 회수할 수 없는 장비는 현지에서 태워버리는 것이다.

다만 이 작전대로 하면 지상에 내려간 부대는 용암의 바다를 자력으로 넘어야 한다. 그 점에 대해서도 아마 어떤 장비를 갖춰 보냈을 것이다. 마침 도시는 알맞게 용암투성이가 되어 있을 테고 그 때문에 다소는 상승기류가 생겨날 테니, 민들레 홀씨의 이론을 응용한 휴대장비라도 사용해서 유람비행을 할 생각인지도 모른다.

"......"

모니터로 확인한 바로는 아비뇽 구 시가지에는 지금도 미처 도망치지 못한 사람이 꽤 많이 있다. 운 좋게 부대 옆에 있는 이는 살겠지만 그 대부분은 섭씨 8,000도의 블레이드에 태워질 것이다.

"변경이다."

"네?"

"목표는 교황청 궁전이잖아. 먼저 그쪽을 집중공격해. 그래도 성과가 안 날 것 같으면 내가 내려가지. 그후에 나한테서도 연락이 없으면, 그때는 예정대로 구 시가지 전체를 폭격해."

"아니, 하지만... 레벨5 투하작전은 작전행동 C로 분류됩니다. 통상적으로는 작전행동 B로 적 세력의 토벌은 끝난다는 계산이니ㅡㅡ."

"변경이야."

'레벨5'는 딱 한마디만 되풀이했다.

유지보수 요원의 등이 긴장한다. '레벨5'가 왜 폭격기에 탑재되어 있는지 그 이유를 떠올린 것이리라.

이 '레벨5'는 폭탄이다.

원자폭탄이나 수소폭탄과 마찬가지로, 대형 폭격기에 싣고 작전행동영역에 투하하는 폭탄인 것이다.

유지보수 요원은 가까이 있던 무전기를 움켜쥐고는 어딘가와 연락을 취하기 시작했다. 작전을 담당하고 있는 상층부와 교섭하고 있는지, 몇 번이나 대화의 응수를 되풀이한 후 유지보수 요원은 무전기를 놓고 조용히 '레벨5'를 보았다.

"...시, 신청은 받아들여졌습니다. 작전행동 B의 예정을 변경해 교황청 궁전에 대한 공격에 집중하겠습니다."

딱딱한 상층부에서 어째서 이렇게 유연하게 대응했는지 이상해서 견딜 수 없다는 얼굴이었다.

그 말에 '레벨5'는 입꼬리를 끌어올리며 웃는다.

"좋아."

"하, 하지만 대체 어째서...?"

유지보수 요원이 묻자 '레벨5'는 재미없다는 듯이 혀를 찼다.

모니터에 비치는 것은 격리된 아비뇽의 거리와 쌀알처럼 작아 보이는 도망쳐다니는 사람들이다.

"너한테는 다 똑같아 보일지도 모르겠지만, 한마디로 악(惡)이라고 해도 종류나 강약이라는 게 존재해."

격벽을 열기 위한 절차를 밟고 있는지, 기내 여기저기에서 전자음이 울려 퍼진다.

그 소리를 들으면서 '레벨5'는 유지보수 요원을 향해 말했다.

"일류 악당이라는 건 말이지, 일반인의 목숨을 노리지 않는 거야."

 

액셀러레이터의 대화와 설명이 줄어서 가져왔습니다.

 

"이런, 용감하군요."

테라는 고통을 견디는 이츠와를 바라보며 작게 웃고 있었다.

"하지만 이제 한계겠죠. 발목을 잡는다..., 정말 그 말 그대로로군요ㅡ."

그 말에 카미조는 발끈할 뻔했지만,

"...확실히 그러네요."

이츠와는 작게 중얼거렸다.

그러나 그 입가에는 웃음이 있다.

"하지만 이제야 당신은 약점을 드러내주었어요. 결정적인 약점을."

"무슨 뜻이죠?"

"그, 츠치미카도 씨가 하려고 했던 말. 당신이 특기로 하는 우선술식 '빛의 처형'의 약점. 지금의 당신의 움직임에는 분명히 부자연스러운 데가 있었으니까요..."

흐음, 테라는 재미있다는 듯이 맞장구를 쳤다.

이츠와는 천천히 창끝을 테라 쪽으로 들이대면서,

"아마쿠사식 크리스트 처교는 주문이나 마법진 등을 사용하지 않고 생활용품이나 습관 속에 남아 있는 마술적 기호를 조합해 술식을 형성하거든요. 그런 기호를 찾은 것은 우리의 특기입니다."

"과연. 그거 곤란하게 됐군요."

테라는 감정이 담기지 않은 목소리로 말했다.

"하지만 알아차렸다 해도 당신에게는 그걸 활용할 시간이 없을 텐데요ㅡ?"

테라는 그렇게 말하면서 오른손을 머리 위로 든다.

거기에 있는 기요틴이 나사처럼 뾰족해져서 높은 천장을 찌른다.

"우선시한다. ㅡㅡ천장을 하위로, 밀가루를 상위로."

테라의 손이 형광등 끈을 당기듯이 움직인 순간 그것은 왔다.

쑤욱.

오래된 성의 덫처럼, 갑자기 플로어의 천장이 떨어진 것이다.

천장을 받치는 기둥은 부자연스러운 정도로 매끄럽게 바닥 속으로 가라앉는다.

"!!"

이츠와는 당황하며 창을 수직으로 든다.

떨어진 천장과 바닥 사이에 창이 끼어, 가까스로 깔려 죽은 것은 면했다.

그러나 그 때문에 이츠와는 무기를 빼앗겼다.

거기에,

테라의 기요틴이 사정없이 덮쳐든다.

쿵!! 굉음이 작렬했다.

옆으로 쓸듯이 날아온 기요틴은 무기가 없는 이츠와의 몸을 직격했다. 그녀의 몸이 기역자로 꺾이고, 충격을 이기지 못한 그 작은 몸이 둔한 소리를 내며 뒤쪽으로 날아간다. 두 번, 세 번 바닥 위를 튀어오르며 몇 미터나 굴러가다가 겨우 기세를 잃고 움직임을 멈추었다.

축 늘어진 이츠와는 일어나지 않는다.

팔다리를 축 늘어뜨리고 있다. 그 가슴이 천천히 오르내리는 것을 보아 아직 죽지는 않는 모양이지만 의식을 되찾을 기미도 없다.

 

애니메이션에선 묘사가 부족해서 이게 뭐지하는 느낌을 저도 많이 받았습니다.

 

 

"테라!!"

그렇게 외치지만 테라 쪽이 빠르다. 계속해서 밀가루 기요틴을 휘두르더니 땅바닥에 꽂으며 한마디.

"우선시한다. ㅡㅡ바닥을 하위로, 밀가루를 상위로."

두꺼운 돌바닥이 튕겨 날아가고 그 가느다란 파편이 카미조에게 덮쳐든다. 소년은 그것을 옆으로 뛰어 피하면서,

"네놈이 이렇게까지 하는 이유는 뭐지! 우리뿐만 아니라 아비뇽 사람들까지 끌어들여서! 그렇게까지 해서 실행할 가치는 있는 거냐?!"

"핫, 소동의 절반 이상은 당신들 학원도시 때문이라고 생각하는데요ㅡ?!"

통통 가볍게 뛰듯이 뒤로 물러난 테라는 손에 밀가루 분말을 모으면서 대답한다.

"기독교도 전체의 최종 목표ㅡㅡ'하느님의 나라'입니다."

"뭐?"

"이런, 기독교 문화권의 인간이라면 신호등 색깔보다 더 대중적인 정보인데요ㅡ. 뭐, 종교색이 옅은 극동의 섬나라 출신인 것 같으니 어쩔 수 없으려나요."

가벼운 지루함이며 실망을 담아 테라는 말한다.

"최후의 심판 후에 하느님이 그 손으로 만들어주신다는 천국입니다. 깊은 신앙에 의해 자신을 갈고닦은 사람만이 머무를 수 있는, 영원한 구원이라는 장소. 정말 멋지다고 생각지 않으십니까? 나는 그곳을 목표로 하고 있고, 또 똑같이 목표로 하는 분들을 돕고 있었는데요ㅡ."

테라가 밀가루 기요틴을 던지고 카미조의 오른손이 그것을 튕겨낸다.

바닥에 있던 통 모양의 탄환 중 몇 개가 풍압에 밀려 굴러간다.

분말 상태로 흩어져가는 무기를 바라보면서 테라는 말한다.

"그러다 문득 생각했지요."

바람도 불지 않는데 분말은 기분 나쁠 만큼 규칙적으로 테라의 손으로 돌아간다.

"사람은 이 하느님의 나라에서 싸움을 하지는 않을까 하고요. 설령 하느님이 완벽한 왕국을 만들어내고 거기에 올바른 신앙을 쌓은 전 세계의 사람들을 불러 모은다 해도, 사람들이라는 '집단'은 하느님의 기대에 응할 수 있을까요ㅡ."

카미조는 그 말을 들으면서 앞으로 달린다.

테라는 그것을 막으려고 기요틴을 던진다.

"하느님은 크리스트교를 끝까지 믿은 자를 '하느님의 나라'로 이끈다고 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로마 정교 안에서만 해도 수많은 파벌로 나뉘고 말았지요. 만일 하느님이 '경건한 로마 정교만을 선택한다'는 검색조건으로 구원을 주셨을 경우, 이 '하느님의 나라'에는 로마 정교 내에 있는 파벌 문제가 그대로 옮겨가게 되고 말겠지요ㅡ."

테라의 오른손에 호응해 밀가루가 꿈틀거리며 거대한 칼로 변한다.

하얀 기요틴과 카미조의 주먹이 격돌한다.

"...하느님이 아무리 완벽한 왕국을 건설하신다 해도 그 내부에서 인간이 추하게 분열하고 만다면 의미가 없죠ㅡ. 완벽해야 할 왕국에 지금까지와 똑같은 싸움이 끼어든다면 죽도 밥도 안 돼요. 그건 '영원한 구원'이라고는 할 수 없습니다."

밀가루 기요틴을 오른손으로 없애면서 카미조는 듣는다.

테라도 더 이상 물러나봐야 의미가 없다는 것을 알았는지 앞으로 나선다.

"구원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구원을 주고 싶어요. 하느님의 계획이 완벽하다 해도 우리 인간들이 하느님의 기대 이하라면 모든 것은 소용없죠! 그래서 나는 알고 싶은 겁니다!! 현재 상태의 인류는 '하느님의 나라'에서 싸움을 하는 건지 아닌지. 그리고 만일 해버린다면, 심판의 날까지 사람들을 어떤 방향으로 이끌어야 좋을지를!!"

그렇기 때문에 존재하는 '하느님의 오른쪽 자리'라고 테라는 외쳤다.

같은 멤버인 전방의 벤토와는 달리 로마 정교를 위해 스스로가 선택한 길.

그렇게까지 하는 것을 보면 테라는 로마 정교를 믿는 사람들을 진심으로 지키려고 하는 건지도 모른다.

하지만,

"...구원이라는 건 그 정도냐?"

카미조는 저도 모르게 어금니를 악물고 있었다.

카미조를 움직이기 위해 스스로 총탄을 맞은 오야후네 모나카의 얼굴이 떠오른다.

함께 싸워준 츠치미카도나 이츠와를 생각한다.

"로마 정교가 나쁘다는 게 아니야. 올소라나 아녜제를 키운 로마 정교라는 가르침이 잘못되었다고는 지금까지 생각하지 않았어. 네놈은 그 이전의 문제야. 구원이라는 말의 뜻을 전혀 모른다고, 네놈은!"

아비뇽 거리에서 날뛰던 폭도들.

그것을 제압하기 위해 와서, 테라에게 당한 파워드 슈트.

"네놈들의 신도 이런 싸움을 만들어내기 위해 가르침을 퍼뜨린 건 아니잖아! 웃기지 마, 멋대로 구원의 정의를 정해놓고 혼자서 만족하겠다면."

그저 앞을 보며, 눈앞에 있는 남자를 노려본다.

거기에 그의 적이 있었다.

"그 웃기는 환상은, 지금 당장 여기에서 부숴주지!!"

카미조는 외치면서 테라의 코앞으로 뛰어든다.

테라는 더욱 뒤로 물러나면서 오른팔의 기요틴을 든다. 이대로는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따라잡을 수 없다.

그래도 카미조는 앞으로 나아간다.

바닥에 있던 파워드 슈트의 탄환이 밟혔지만 무시하고 더욱 세게 짓밟는다.

그리고 발치에 있던 것을 앞쪽으로 힘껏 찼다.

이츠와가 떨어뜨린 프리울리 스피어다.

창은 쉽게 차올려지지 않고 바닥 위를 미끄러져 나아갔다. 파워드 슈트가 떨어뜨린 대 격벽용 샷건의 총신에 격돌하고, 약간 궤도를 휘면서 테라의 발목을 덮쳤다.

"!!"

테라는 기요틴을 휘둘러 이츠와의 창을 억지로 바닥에 내동댕이쳤다.

가볍게 발을 들면 피할 수 있었을 공격을 일부러 기요틴을 사용해서 막았다.

'역시.'

카미조는 그 사이에 테라에게 더욱 바싹 다가선다.

지금까지 가까이 가지 못했던 코앞 깊숙이 날카롭게 파고든다.

'테라 자신에게 처음부터 강대한 힘이 있었다면 『우선순위를 바꾸는』따위의 마술은 필요 없었을 거야. 바꿀 것까지도 없이 톱에 군림하고 있는 녀석은 처음부터 정점에 있으니까. 신체능력이 높은 건 아니야.'

다시 말해서, 카미조는 결론을 내린다.

그 오른쪽 주먹에 모든 힘을 담으며,

'ㅡㅡ좌방의 테라는 강하지 않아. 안전지대에 숨어서 강한 것처럼 보이게만 할 뿐인 놈이 실제로 이 다리로 싸움터에 서 있는 나나 이츠와보다 강할 리가 없잖아!!'

이츠와의 창을 바닥에 내리친 테라는 칼을 되돌려 '우선시한다'고 중얼거리며 밀가루 기요틴을 던졌지만 카미조의 오른쪽 주먹은 그 공격을 파괴했다.

"늦었어!!"

그의 주먹이 그대로 테라의 얼굴에 꽂힌다.

탕!! 둔한 소리가 작렬했다.

굳게 쥔 주먹에서 손목으로 직격의 둔한 반동이 돌아온다.

온 체중을 오른팔에 실었기 때문에 카미조의 몸이 앞으로 고꾸라진다.

'잡았다!!'

확신이 있었다.

그러나 테라는 아직 쓰러지지 않는다.

"네, 놈... 이교도 원숭이 주제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

노성과 함께 '하느님의 오른쪽 자리'에게 힘이 돌아온다.

구두 밑창이 바닥을 미끄러지는, 지직 하는 소리가 났다. 테라는 쓰러져 있는 파워드 슈트의 몸에 다리가 걸려 넘어질 뻔했다. 테라의 몸은 균형을 잃고 크게 젖혀졌지만 그래도 그의 전의는 부서지지 않았다. 테라는 그 불안정한 자세로 오른손을 휘두르더니 카미조의 배를 향해 힘껏 미락로 기요틴을 내민다.

"우선시한다. ㅡㅡ 인체를 하위로, 밀가루를 상위로!!"

던져지는 칼날은 인간을 절단할 수 있도록 설정된 것.

그 반면 카미조는 지금 막 테라의 얼굴을 후려친 참이었다.

그 상태로는 오른손을 사용해 기요틴을 튕겨내는 것은 어렵다. 몸을 틀어 피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ㅡㅡ!!'

카미조는 순간적으로 바치에 있던 것을 힘껏 밟았다.

그것은 극단적으로 총신이 룩은 대 격벽용 샷건ㅡㅡ테라에게 당한 파워드 슈트가 갖고 있던 것 이다.

건물 잔해의 파편에 의해 비스듬히 기울어 있던 샷건은 카미조의 발에 밟히자 시소처럼 크게 움직이고, 반동을 얻은 금속덩어리가 그의 앞에 똑바로 선다.

"안이하군요!!"

하지만 테라의 표정은 변하지 않는다.

대 격벽용 샷건은 무거워서 쉽게 들 수는 없다. 설령 카미조가 거대한 총기를 움켜쥔다 해도 이 상태에서 양손으로 다시 들고 테라를 겨눈 후 방아쇠를 당기기까지는 몇 초의 시간차가 생길 것이다. 기사회생의 방법은 통하지 않았다. 카미조가 필사적으로 움켜쥐려고 한 대 격벽용 샷건째로 테라의 기요틴이 카미조의 배에 꽂혔다.

퍼억!! 무시무시한 소리가 교황청 궁전에 울려 퍼졌다.

붉은 피가 춤추었다.

기역자로 몸을 꺾은 카미조의 입에서 끈적거리는 체액이 뚝뚝 떨어졌다. 오른손으로 막지도 못하고, 몸을 틀어 피하지도 못하고, 일직선으로 배에 일격을 맞은 그의 몸에서 조용히 힘이 빠져 나간다.

"뭐..."

숨을 삼키는 소리.

다만 그 소리를 낸 것은 카미조가 아니라 좌방의 테라다.

무리도 아니다.

'우선'의 마술을 사용해 기요틴의 위력을 증강했는데도 카미조의 몸통은 둘로 잘리지 않았으니까.

"......"

카미조는 씩 웃으며 배에 꽂힌 기요틴을 오른손으로 움켜쥐었다.

그것만으로도 밀가루 칼날은 산산이 부서져 흩어진다.

좌방의 테라는 뒤로 물러나려고 했지만 그보다 먼저 카미조 쪽에서 앞으로 발을 내딛었다.

그곳은 이미 카미조의 주먹이 닿는 사정권 안이다.

"뭐야, 이 웃기는 결과는... 이매진 브레이커는 오른손에만 적용될 텐데, 무슨 일이 일어난 거냐. 이교도 원숭이가, 설마 이미 그 힘에는ㅡㅡ!!"

"그런 게 아니야."

카미조는 오른손을 굳게 움켜쥐고,

"방금 그건 이매진 브레이커와는 상관없어."

"그럼...?!"

테라는 외치려고 했지만 그전에 카미조가 움직였다.

경악으로 물든 좌방의 테라의 얼굴을 똑바로 노린다.

"대답할 것 같아?"

쿵!! 하는 둔한 소리가 났다.

이번에야말로 테라의 몸은 바닥에 내팽개쳐졌다.

 

"윽..."

카미조는 지끈지끈 아픈 배를 감싸고 비틀거리는 다리에 힘을 주며 가까스로 그 자리에 버티고 선다.

기요틴이 후려친 배는 찢어지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검붉은 멍이 꽤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

'간시히... 살았, 나.'

카미조는 충격으로 일그러진 대 격벽용 샷건과 이츠와의 창 등을 바라보며 겨우 안도의 숨을 내쉰다.

테라가 마지막으로 던진 밀가루 기요틴..., 카미조를 노리고 가해진 그 일격에는, 당연한 일이지만 '카미조의 몸보다 기요틴의 위력을 우선시한다'는 마술이 담겨 있었을 것이다. 그대고 직격했으면 카미조의 배 따윈 간단히 찢어졌을 것이다.

그래도 카미조가 살아 있는 것은 직격하기 직전에 카미조가 차올린 '파워드 슈트의 대 격벽용 샷건' 덕분이다.

확실히 테라의 '우선'은 강력하지만 그 우선 조건은 한 종류의 항목에만 적용된다. 어떤 항목에서 다른 항목으로 '우선'을 변겨하려면 그때마다 조건을 다시 설정할 필요가 있다.

다시 말해서 '카미조의 몸보다 기요틴의 위력을 우선시하는' 상황에서는, 반대로 말하면 '카미조의 몸 이외의 물건에는 특별히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하고 만다. 따라서 '카미조의 몸'과 '기요틴' 사이에 '다른 물체'를 끼워넣어버리면 기요틴은 멈춘다. 공기나 지갑 등 본래 부드러운 물건이라면 효과는 없겠지만 샷건은 금속이다.

기요틴의 본래의 위력은 직격해도 내장을 상하게 하지 않을 정도의 것이다. 어느 정도 강도가 있는 물체를 방패로 사용하면 그 일격을 막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문제는 어디까지가 '카미조의 몸'으로 우선마술에 적용되는지 알 수 없었다는 것인데...'카미조의 옷'이나 '카미조의 물걸'이라면 몰라도, 적어도 남의 물건이었던 '파워드 슈트의 대 격벽용 샷건'은 카미조의 몸의 일부로 취급되지 않았던 모양이다.

그 직전에 카미조가 차서 날린 이츠와의 창도 샷건과 마찬가지로 '남의 물건'이다. 그렇기 때문에 테라는 '창과 함께 카미조의 몸을 둘로 가를' 수는 없었다. 만일 카미조가 평소부터 창을 가지고 다녔다면 테라도 그렇게 대처해 왔을 것이다.

그 창이 있었기 때문에 카미조는 테라의 약점을 알아챌 수 있었다. 그것이 없었다면 지금쯤 카미조의 몸은 절단된 뒤일 것이다.

"ㅡㅡ."

카미조는 바닥에 쓰러져 있는 테라를 보았다.

대량의 밀가루는 칼의 형태를 유지하지 못하고 그의 주위에 흩어져 있다.

'겨우..., 이걸로 끝났군... 이츠와는 괜찮을까. 츠치미카도는... 아직 파워드 슈트랑 싸우고 있을지도 몰라...'

카미조는 마술사로서의 효력을 잃고 바람에 불려 날아가는 밀가루 분말을 바라본다.

아픔을 견디면서도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새삼 테라의 얼굴을 본다.

바닥에 쓰러진 테라의 품에서 통 모양의 물건이 굴러나와 있었다. 오래된 양피지를 둥글게 만 그것은 Document of Constantineㅡㅡ통칭 'C문서'라고 불리는 강대한 영적 장치다.

카미조는 몸을 굽혀 그것을 오른손으로 잡았다.

아니, 잡기 전에 무너졌다.

카미조의 손끝이 C문서에 닿은 순간, 마치 길게 재가 생긴 담배를 재떨이 가장자리에 내리친 것처럼 양피지가 툭 끊어졌다. 그것은 분말 모양으로 형태를 잃고는 완만한 바람을 타고 어디론가 날아간다.

너무나도 싱거웠다.

지금까지의 소동이 오히려 허무해질 정도로.

 

카미조가 테라의 기요틴을 한대 맞아준 장면이 삭제되었습니다.

상당히 아쉬웠습니다.

 

 

그 충격으로 이츠와는 정신을 차렸다.

이곳은 교황청 궁전이다. 전에 의식을 잃기 직전에는 바닥 중앙 쯤에서 쓰러졌다고... 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정신을 차려보니 벽 가까이까지 굴러와 있었다. 자신이 갖고 있던 창도 가까이에 있다.

타격이 남아 있는지 온몸이 나른하고 움직이기 어렵다.

느릿느릿한 동작으로 창을 쥔다.

몸이 뜨겁다.

그렇게 생각한 이츠와였지만 그 직후에 그 정체를 깨달았다.

앞쪽.

십여 미터 앞에 있는 돌벽과 바닥, 천장 등이 고열에 녹아 끈적끈적한 오렌지색 점액으로 변해 있었다. 철판에 물을 흘리는 것 같은 쉬익쉬익 하는 소리가 들리고, 시야의 대부분이 희끄무레한 김에 가려져 있었다.

"무... 슨 일, 이...?"

주위를 관찰한다.

조금 떨어진 곳에 움직임을 멈춘 파워드 슈트가 쓰러져 있었다. 그 근처에 이매진 브레이커 소년이 위를 향한 채 쓰러져 있다. 의식이 있는 것 같지 않았다. 다가가보니 소년의 피부에는 붉은 기가 돌고 있었다. 상기된 것이 아니라 가벼운 화상을 입은 모양이다.

이 정도라면 흉터는 남지 않을 것이다.

얼음이라도 있으면 좋겠지만 갖고 있는 물건 중에 그런 것은 없고, 얼음에 관한 마술도 특기는 아니다. 이츠와는 주머니 속을 뒤져 물수건을 꺼내고는 카미조의 팔에 부드럽게 대어주었다. 상처는 얕은 것 같아서 이츠와는 안도의 숨을 내쉰다.

'좌방의 테라는...?'

응급처치를 하면서 이츠와는 멍하니 생각한다.

'C문서도... 이 참사는 테라가 저지른 건가? 그런 것치고는 지금까지와는 꽤 성격이 다른 현상 같은...'

자신들은 이긴 걸까, 진 걸까.

그것조차 판별할 수 없다.

언뜻 보기에는 이매진 브레이커 소년의 상처는 얕다. 우선은 그가 깨어나기를 기다렸다가 상황을 설명해달라고 하는 게 좋을 것이다. 그리고 필요하다면 지금부터라도 테라를 추격해야 한다.

"......"

테라와의 결말에 끝까지 관여할 수 없었던 자신.

도중에 정신을 잃어서, 뒷일을 문외한인 소년에게 떠맡기고 만 자신.

그 무력함을 이츠와는 가만히 곱씹는다.

'어떻게든 해야 해...'

그녀는 그렇게 생각한다.

그러나 위기는 그럴 만한 시간을 일일이 준비해주지 않는다.

"칫, 왠지 일이 귀찮아졌는데."

갑자기 들린 목소리 때문에 이츠와의 온몸에 긴장이 스친다.

그 목소리의 질 자체도 불길했지만 무엇보다도 그녀가 놀란 것은 목소리가 날아온 방향이다.

이츠와는 창을 쥐면서도, 믿을 수 없는 것을 보는 듯한 눈으로 그쪽을 돌아본다.

앞쪽.

고열 때문에 질척질척한 용암으로 변한 통로.

확실히 목소리는 그 한가운데에서 들려왔다.

피어오르는 증기 때문에 자세한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다만 그 실루엣만 봐도 그림자가 지극히 평범하게, 자연스러운 거동으로 서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아마 수천 도는 될 용암 속에 서 있음에도 불구하고.

피어오르는 김만 해도 100도를 넘을 그 중심부에서.

"위력이 너무 높다는 것도 생각해볼 문제네. 아니, 대륙 절단용 블레이드를 살아 있는 인간에게 겨누는 게 잘못 아닌가? 시체를 확인하는 사람 입장도 생각을 해야지. 뭐, 절단 전후로 폭동이 완전히 가라앉았으니까 적어도 최소한의 목표는 달성한 거겠지만."

상대는 이쪽 따윈 신경 쓰지 않는다.

얼굴도 향하지 않는다.

그의 말은 이츠와를 향한 것이 아니다. 아마 무선이나 휴대전화를 사용해 멀리 떨어져 있는 상대와 대화하고 있을 것이다.

그게 낫다고 이츠와는 생각한다.

창을 쥔 손에서 이상한 땀이 배어나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유는 모른다. 그러나 저 용암 한가운데에 서 있는 그림자는 격이 다르다. 어떻게 맞서야겠다든가, 기적이 일어나면 이길 수 있을지도 모른다든가, 그런 단계를 가볍게 뛰어넘은 것이다. 예를 들자면 어떻게 할 수도 없이 거대한 쇳덩어리를 향해 가느다란 창을 휘두르는 것 같은, 그런 감각밖에 얻은 수 없다.

그는 말한다.

무기를 든 이츠와 따윈 시야에 넣지도 않고.

"일단 이 근처를 뒤져서 시체를 찾아보긴 할 테지만, 10분이 지나도 아무것도 못 찾으면 난 돌아가겠어. 그 후에는 이 일대가 식고 나서 머리카락이든 혈흔이든 찾아내서 DNA 감정이라도 하든지. 응? 기능 정지한 파워드 슈트를 회수하라고? 그런 건 잡일 담당한테 떠넘겨. 프랑스에도 학원도시 협력파 조직이나 기관 정도는 있을 텐데."

거기에서 대화는 끊겼다.

떨어져 있는 상대와의 대화는 끝난 걸까.

"......"

수풀에 숨어 맹수를 지나쳐 보내는 초식동물처럼 이츠와는 숨을 죽이고 있었다.

상대는 한 번도 이쪽을 보지 않았다.

그래도 이츠와의 온몸을 공포가 감싸고 있었다.

정체를 알 수 없다.

창을 든 손이 떨리기 시작한 이츠와를 무시하고 그림자는 등을 돌린다. 아무래도 교황청 궁전 안족으로 갈 모양이다. 용암이 퍼져 있는 통로 너머로 사라져간다.

이츠와는 쫓아갈 수 없었다.

말을 걸 수도 없었다.

정체불명의 그림자가 사라진 후에도 이츠와는 한동안 긴장 때문에 움직일 수가 없었다.

 

액셀러레이터의 묘사가 상당히 아쉬웠습니다.

강렬한...? 임팩트를 위해 일부로라도 줄인 것인지 상당히 아쉬웠고요

 

 

바티칸, 성 피에트로 대성당에 발소리가 울린다.

보폭은 어디까지나 일정했다. 천천히, 느릿하게, 발소리의 주인의 정신 상태를 나타내듯이, 그 리듬에는 여유가 있다.

그 발소리가 갑자기 딱 그쳤다.

발소리의 주인 앞에 그림자가 나타났기 때문이다.

"테라."

"아아, 아쿠아인가요..."

발소리의 주인ㅡㅡ좌방의 테라는 눈앞에 나타난 후방의 아쿠아를 날카롭게 노려보며 짧게 말했다. 머릿속으로 생각을 하고 있어서 대화 때문에 중단하는 게 귀찮다는 듯하다.

교황청 궁전에서 테라를 덮친 초음속 폭격의 위력은 강대했지만, 테라는 '한 종류의 같은 공격'은 '우선'을 사용하면 한꺼번에 막을 수 있다. 그에게 무서운 것은 여러 개의 공격이 동시에 덮쳐오는 것이다.

"그 모습을 보니 C문서는 잃은 모양이군."

"네."

아쿠아의 말을 테라는 간단히 인정했다.

"그 이매진 브레이커가 사용되었으니 회수하기는 어렵겠죠ㅡ."

"그런 것치고는 꽤 기분이 좋아 보이는데."

"하하. 아쿠아, 그족에도 얘기는 들어가지 않았습니까?"

테라는 희미하게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러시아 정교가 정식으로 우리와 손을 잡기로 결정했다고요."

아쿠아는 잠시 침묵하고 있었다.

이윽고 그는 입을 연다.

"우리는 로마 정교 신자야. 본래 같으면 다른 종파의 협조에그렇게 매달리는 것은 탐탁지 않은데."

"후후. 어디까지나 이용할 뿐이에요. 그쪽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테고요."

테라의 얼굴에서 여유는 사라지지 않았다.

그는 아직 꺾이지 않았다.

"이번 C문서 사건 때 학원도시와 영국 청교도는 비밀리에 손을 잡고 행동했어요. 뭐, 물론 양쪽 모두 그걸 인정하려고 하지는 않겠지만요."

"하지만 중요한 건 그 사실을 안 러시아 정교가 어떻게 생각하느냐인가."

"이미 학원도시와 영국 청교도 사이에는 일종의 파이프가 구축되어 있어요. 거기에 신참인 러시아 정교가 협조를 제안해봐야 달콤한 꿀을 빨 수 있을 거라는 보장은 없죠. 이 '전쟁'에서 승리자의 이익을 추구하는 러시아 정교로서는 과학 측이 이긴다 해도 자신들은 좋을 게 없다..., 그렇게 생각하고 만 거겠죠?"

현재의 학원도시와 로마 정교의 전력은 비슷하다.

거기에서 중요한 것은 영국 청교도나 러시아 정교 같은 제3세력의 동향이다.

가능하다면 영국 청교도도, 러시아 정교도 '마술 측'의 협력자로서 맞아들이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러나 영국 청교도는 이미 학원도시와의 사이에 연결을 만들고 말았다.

그리고 로마 정교와 영국 청교도는 '법의 서'나 올소라 사건, 대패성제나 '크로체 디 피에트로(사도십자)' 사건을 돌아보면 알 수 있다시피, 양 진영에 심각한 골이 파이고 말았다.

따라서 지금은 영국 청교도는 포기한다.

최악의 전개ㅡㅡ영국 청교도와 러시아 정교 양쪽이 과학 측에 붙는 것을 피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서라도 러시아 정교의 시선을 이쪽으로 끌 필요가 있었다.

그것을 위한 C문서다.

그 영적 장치를 잃은 것은 마이너스지만 당초의 목적은 달성할 수 있었다는 뜻이 된다.

"자, 이걸로 '로마 정교·러시아 정교'파와 '학원도시·영국 청교도'파라는 구도가 완성되었군요ㅡ. 뭐, 학원도시와 영국 청교도는 각각 다른 사이드(세계)의 조직이니까 반드시 거기에 빈틈이 생길 거라고 생각하지만요ㅡ. 러시아의 협조를 얻으면 일본을 침공하기 위한 발판은 튼튼해집니다. 목에 칼을 들이댄 상태... 라고 할까요ㅡ. 우방의 피암마와도 상의해서, 앞으로 병사를 어떻게 움직일 것인지에 대해서도 결정해두는 게 좋을지도 몰라요. 사실은 좀 더 학원도시의 대응 패턴을 조사하거나 이매진 브레이커의 상태를 보고 싶었지만, 뭐 어쩔 수 없죠."

"그래? 하지만 그전에 네게 할 얘기가 있어."

아쿠마의 목소리는 엄격하다.

테라는 가볍게 말했다.

"뭡니까?"

"뭐, 간단한 거야. 너밖에 다룰 수 없는 특수 술식 '빛의 처형'..., 그 조준을 위해 로마 근교의 아이들이나 관광객을 사용했다는 보고는 진실인가?"

"아아, 네."

테라는 놀랄 정도로 간단히 인정했다.

다만,

"특별히 소란을 피울 만한 일입니까, 그게?"

좌방의 테라는 한마디로 잘라 말했다.

아쿠아의 눈이 가늘어진다.

"...분명히 넌 세계 전 인류를 평등하게 구원하기 위해 행동하는 게 아니었던가? 신앙에 의해 사람들을 '하느님의 나라'로 이끈 후, 사람이 거기에서 파벌 문제를 계속 일으키지 않을지를 알고 싶어서 움직이고 있는 게 아니었어?"

"네, 그러니까."

무슨 바보 같은 질문을 하는 거냐는 얼굴로 테라는 대답한다.

"분명히 저는 세계 전 인류를 평등하게 구원할 생각이지만 애초에 이교도는 인간이 아닙니다. 아쿠아, 당신은 서류를 제대로 체크하고 있는 건가요? 나는 대상이 로마 정교 신자가 아닌지를 꼼꼼하게 확인하고 나서 조준 조정용 '과녁'으로 채택했던 것 같은데요."

"......"

"아아, 혹시 스페인을 경유해서 '사형에 처하지 못한 흉악 범죄자'를 조달해 온다는 얘기에 신경을 쓰는 건가요? 일단 보고해두겠는데, 난 그쪽에는 손을 대지 않았어요. 그들은 크리스트교 로마 정교파 신자고 이 내가 구원해야 할 대상이니까요ㅡ. 내 부하는 인재 확보라고 하면 금세 범죄자를 들먹이는 버릇이 있는 모양이지만 그건 안 되죠. 과녁으로 소비하려면 로마 정교 신자 이외의 사람이어야지."

이것이 좌방의 테라에게 있어서의 '평등'.

세계 전 인류를 구원한다고 하면서, 애초에 '인간'으로 취급하는 시야가 아주 좁다. '인간'으로서의 조건에 들어맞지 않는 이는 가축으로 취급해도 상관없다는 생각. 이 성직자의 밑바닥은 그런 생각으로 물들어 있다.

후방의 아쿠아가 입을 다물고 있자 테라는 귀찮다는 듯이 말을 이었다.

"놈들은 한번 연옥에 떨어진 후에 그 영혼에 붙어 있는 죄를 씻어냄으로써 '하느님의 나라'로 가는 길을 얻는 거예요. 그 제1보는 우리 성직자에게 목숨을 맡기는 데에 있잖아요. 그것도 못 하는 자는 이미 연옥에 떨어질 자격도 없고, 영겁의 지옥에서 괴로워할 뿐입니다."

"...그래?"

아쿠아는 짧게 말했다.

"그 술식을 얻었을 때부터 정기적으로 유지보수를 해왔다고 했지."

"글쎄요. 좀 비켜주세요, 아쿠아. 내게는 해야 할 일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어요. 과학 측에 대한 다음 공격도 생각해야 하고, 내 우선 술식 '빛의 처형'도 여러 가지로 개선점이랄까, 습관 같은게 발견되고 말았거든요ㅡ. 다시 조준을 미조정할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아니, 그 전에 한 가지 해둘 일이 있어."

예? 라는 말을 테라는 입 밖에 낼 수 없었다.

쿵!! 무시무시한 소리와 함께,

좌방의 테라의 몸이 이번에야말로 정말로 산산이 부서져 흩어졌기 때문이다.

후방의 아쿠아가 실행한 일은 지극히 단순했다.

성 피에트로 대성당의 천장을 받치는 기둥 중 하나를 부러뜨려 한 손으로 휘둘러서 테라의 몸을 후려친다. 그저 그것뿐인 동작이, 압도적인 힘과 속도에 의해 노도의 폭풍처럼 보인 것이다.

좌방의 테라가 자랑하는 '우선'의 마술ㅡㅡ'빛의 처형'.

학원도시의 대규모 초음속 폭격마저 능가한 경이적인 술식이지만 후방의 아쿠아는 그것을 사용하는 것조차 허락하지 않는다.

툭 소리가 들렸다.

육체의 대부분을 잃고 가슴 윗부분과 오른팔과 머리만 남은 좌방의 테라였다.

"오... 아...?"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이쪽을 올려다보는 테라.

아무래도 '빛의 처형'을 사용해 상처를 막으려는 모양이지만 머리 쪽이 술식을 짜기 전에 실패하고 있는지 아무 일도 일어날 기미가 없다.

그것을 후방의 아쿠아는 경멸하는 눈으로 내려다보고 있었다.

테라의 생각은 아직 살아 있다.

그러나 이 상태는 테라가 만들어낸 것이 아니다. 아쿠아가 너무나도 재빠르게 죽였기 때문에 육체의 생명반응이 사라지지 않은 것이다.

"후, 하."

목소리인지 숨소리인지 판별할 수 없는 소리가 들렸다.

아쿠아는 눈썹을 찌푸린다.

산산이 부서지고도 테라는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그 표정에는 여유가 남아 있다.

"...왜 그러지, 좌방의 테라?"

묻고 나서, 대답을 듣기 전에 아쿠아는 답을 알았다.

하느님의 나라.

테라에게 죽음은 진정한 구원으로 가는 과정일 뿐이다. 여기에서 죽는다 해도 최종적으로 '최후의 심판'에서 하느님에게 선택되어 '하느님의 나라'에 맞아들여진다면 그걸로 테라는 구원받고 만다.

'이건 또 나름대로 대단한 놈이군.'

여기에 이르러서도 아직 자신은 로마 정교의 가르침을 지키는 경건한 어린양이라고 생각하는 건가.

그렇게 생각하고 아쿠아는 저도 모르게 한숨을 쉬었다.

"한 가지 말해두겠는데, 네가 하느님에게 선택받는 일은 절대로 없어. 설마 이 단계에서 착각을 하고 있을 줄이야. 지옥 이외에 네가 갈 곳이 있을 것 같아?"

모멸에 가득 찬 아쿠아의 표정을 보고 테라의 여유가 사라졌다.

거기에 잇는 것은 분노.

그러나 아쿠아는 더 이상 제대로 상대하려고 하지 않고 지극히 사무적으로 말했다.

"하느님은 모든 걸 알고 계시지. 자세한 건 최후의 심판 때 직접 듣도록 해."

고깃덩어리에서 신선도가 떨어지듯이 생명반응이 사라지고, 진정으로 단순한 바닥의 쓰레기가 된 테라에게서 아쿠아는 시선을 뗀다.

 

원작에서의 아쿠아의 테라 처형장면 입니다.

 

 

"여기는 성 피에트로 대성당이야. 그렇게 쉽게 파괴하지 말아주었으면 좋겠군."

"미안해."

비난하는 말에 아쿠아는 순순히 머리를 숙였다.

"역사적, 학술적인 가치를 생각하면 이곳에서의 전투는 삼가야 했어. 훌륭한 건물에 상처를 내고 말았군."

"...이곳은 동시에 로마 정교 최대의 요새이기도 한데 말이지. 그렇게 쉽게 파괴되다니 방어 기능에 의문이 생기는군."

흠, 아쿠아는 잠시 생각했다.

이윽고 그는 말한다.

"그건 성 피에트로 대성당뿐만 아니라 모든 것에 해당되는 문제야. 예를 들면 '하느님의 오른쪽 자리'. 아무리 뛰어난 조직이고 유능한 인재가 모였다 해도 한번 폭주하면 끝도 없이 파괴를 흩뿌리지. 마치 이번의 테라처럼 말이야."

"......"

"당신은 '하느님의 오른쪽 자리'를 목표로 하고, 카미조가 됨으로써 더 많은 신자를 직접적으로 구원할 생각이지. 그 의견에는 감복할 뿐이짐나 그걸로는 부족해."

아쿠아는 로마 교황의 얼굴을 정면에서 응시했다.

"'하느님의 오른쪽 자리'가 '하느님의 오른쪽 자리'로서의 기능을 유지해나가기 위해서는 외부에서 감시하고 이끌어 가는 이의 존재가 필수적이야. 그리고 나는 그 역할에 가장 어울리는 건 당신이라고 생각해."

그 말을 듣고 로마 교황은 슬며시 웃었다.

"'하느님의 오른쪽 자리' 얘기를 들었을 때에는 이렇게 쉽게 신자를 이끌 수 있는 방법은 없겠다고 기뻐했는데..."

그는 웃으며 말했다.

"하지만 하느님은 안이한 구원을 바라시지 않아. 아무래도 나를 지켜보는 아버지는 어지간히도 시련을 좋아하시는 모양이지."

단언하는 교황에게 아쿠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번에는 로마 교황 쪽에서 묻는다.

"다음은 어떻게 움직일 생각이지?"

"벤토는 못 움직여. 테라도 숙청했어. 그럼 방법은 하나뿐이지."

"테라의 말대로 러시아를 경유해서 일본을 습격할 셈인가?"

"이번 일로 깨달았어. 역시 민간인은 싸움터에 서서는 안 돼. 전쟁을 하는 건 군대면 족한 거야."

그것은 은근히 자신이 나서겠다고 선언하는 것과도 같다.

후방의 아쿠아.

그가 가진 특성을 생각해보고 로마 교황은 저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하느님의 오른쪽 자리'이면서 성인으로서의 자질도 겸비한 네가 나서겠다고?"

 

생략된 교황가 아쿠아의 대화입니다

 

미사카 미코토는 휴대전화를 든 채 굳어 있었다.

스피커 맞은 편에서 들려온, 잡음이 섞인 말을 듣고 꼼짝도 할 수 없었다.

식은땀이 온몸에서 배어나오는 것을 알 수 있다.

카미조가 알 길도 없는 일이지만, 그의 휴대전화는 액정화면이 깨지고 관절 부분이 부서져서 접을 수 없게 되었어도 통화 기능 자체가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다시 말해서 교황청 궁전에서 있었던 카미조와 테라의 대화는 전화로 미코토의 귀에도 들리고 있었다.

미코토는 두 사람이 나눈 대화의 대부분을 이해하지 못한다.

아니, 설령 이해했다 해도 그 대부분을 잊어버렸을 것이다.

그녀의 가슴을 꼭 조이고 있는 것은 단 한마디다.

"......"

입 밖에 내려다가 미코토는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 것을 깨달았다.

떨리는 손을 움직여 겨우 휴대전화의 전원을 끄고, 연결이 끊긴 전화를 한동안 바라본다. 몸의 떨림이 가라앉을 때까지 가만히 있으려고 했지만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가라앉을 기미는 없었다.

그래도 조금씩 충격 상태에서 벗어난 미코토는 이번에야말로 입술을 움직인다. 의도하지 않았는데도 기분 나쁠 정도로 쉰 목소리가 자신의 입에서 나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녀가 내뱉은 것은 작은 목소리다.

"...잊어.., 버렸어...?"

말로 내뱉고 나서, 미사카 미코토는 그 의미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생각해본다.

기억상실이라고?                   

 

왜인지 모르겠지만 샤워하는 장면으로 변경된 장면입니다.

사실 생각해보면 테라와 카미조가 싸우는 시간, 카미조가 기절해있는 시간동안 핸드폰을 부여잡고 있는 것 보다는 어찌보면 이게 더 낫겠지만... 하는 생각도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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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산
아쉬운 점 투성이네요
2018-10-20 17:13:41
추천0
[L:32/A:861]
니트로리
길어..
2018-10-20 17:19:12
추천0
GarterBelt
생략되고 축소된 장면들이 많으니까요.
2018-10-20 17:21:04
추천0
[L:7/A:145]
인간맨
예전에 14권을 읽어봤는데 다시 보니 이해가 잘되네요.
2018-10-20 18:10:00
추천0
뿔이난금게
아니 첫등장씬
와인마시는거 ㅆ발 코믹스 개간지였는다
2018-10-21 21:50:47
추천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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