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게 문학] 재앙 2장 - 찰나의 순간
"하늘이 어둡네? 흐음.. 비가 오려나? 그런 이야기는 없었는데 이상하네.."
맞는 말이다. 분명 최근 일기예보에서 오늘 비가 온다든가 하는 소리는 없었다. 그렇기에 이런 상황은 더더욱 안좋은 느낌이 들 수 밖에 없던 걸지도 모른다.
"뭐 날씨야 이렇게 오락가락 할 수도 있는거지 하하! 자자 이러고 있지 말고 어서 영화나 보러 가자구!"
"그래 그래 빨리 영화보러 가자!"
이런 내 마음을 알긴 아는지 우리 아버지와 누나는 별로 대수롭게 여기지 않고 들떠있다. 그런 모습을 보고 있자니 나도 덩달아 걱정이 조금씩 사라지고 마음이 편해지는 느낌을 받았다.
그러나, 이 느낌은 얼마 지나지 않아 완전히 부정되었고 내가 느꼈던 불안한 느낌은 현실이 되었다.
꺄아아악!
날카로운 쇠붙이로 철판을 긁는 듯 여성들의 칼날같은 비명소리가 내 귀에 꽂혔다. 순간 등골이 서늘했다.
"도망쳐요! 괴...괴인이.. 출..."
찌지직
대략 50~100m 정도 앞이었을까.. 그 앞에서 우리를 포함 한 사람들에게 도망치라 소리치던 여성의 몸은 반으로 토막 났고 피와 내장이 쏟아졌다.
그 뒤에서 인간이라 볼 수 없는 거대한 형상을 한 무언가가 그 여성의 머리통을 밟아 터뜨리고서는 서서히 우리 쪽을 향해 다가오기 시작했다.
순간 우리 가족을 포함한 주위의 모두는 얼어붙고 말았다. 몸을 미동조차 하지 못한채. 비명조차 지르지 못했다. 그야말로 시간이 정지한 듯한 풍경. 살면서 처음 느껴보는 공포. 어릴 적 무서운 만화나 이야기를 접하고 그 날 밤 공포에 떨어 부모님의 방에서 자곤 했었다. 하지만 그 날의 공포는 쉽게 사르가들어갔다.
그러나 이번의 공포는 그야말로 격이 다르다고 말 할 수 있을 것이다. 눈 앞에서 방금까지 살아있던 사람이 토막난 채 짓밟혀 터져나가는 모습을 실제로 접한 다는 것은 충격과 공포 그 자체라는 말을 제외하곤 형용할 수 없을 것이다.
그 때였다. 누군가가 입을 열었다.
"다들 뭐합니까!! 어서 도망치세요!! 여기 이렇게 서 있다간 우리 모두 죽어요!!"
아버지였다. 아버지의 말을 듣고 모든 사람들은 그제서야 정신이 든 듯 하나같이 비명을 지르며 그 자리에서 벗어나기 위해 달려 나가기 시작했다.
"이와키시! 뭐하고 있어! 어서 도망쳐야 돼!!"
어머니였다. 누나는 겁에 질려 있었고 나 역시 사고가 정지해 있었다. 하지만 정신이 돌아오는 것은 다행인지 불행이었는지 한순간이었고 난 정신을 차린 채 누나를 데리고 아버지와 어머니를 따라 그 자리에서 공포에 쫓긴 채 도망가기 시작했다.
"크흐흑... 아직도... 아직도 배가 고프구나... 그라하하하하하!"
뒤 쪽에서 괴인이 소리내어 비명을 지르 듯 크게 웃으며 사람들을 향해 전력으로 달려오기 시작했다. 우리보다 뒤쳐진 사람들은 하나 둘 그 괴인에게 한 손에 각 3명씩 도합 6명이 든 채 괴인은 우리를 쫓고 있었다. 더욱 경악스러운 것은 그 괴물은 달려오면서도 손에 들고 있던 인간들을 머리부터 아그작, 아그작, 와드득, 와드득 산 채로 인간들을 씹어 먹으며 달려오기 시작했고 몇몇 사람들은 이 상황에 공포로 인하여 얼어붙은 것인지 그 자리에서 도망치던 걸음을 멈추고 주저 앉아 버렸다. 그런 사람들은 또 다시 괴인에게 붙잡혀 산 채로 잡아 먹히거나, 혹은 괴물에게 짓밟혀 장기가 터져나가고 온 몸이 낫으로 난도질 당한 것 마냥 갈가리 찢긴 채 바닥에 널부러져 있었다.
얼마나 도망치고 있었을까 나와 누나의 체력은 슬슬 한계를 향해 달리기 시작했고 그 괴인은 여전히 우릴 쫓고 있었다.
아버지는 뒤를 돌아 우리를 보고선 체력에 한계가 온 것을 눈치챈 듯 보였다.
"크윽.. 이래선 모두 붙잡히겠어... 어쩔 수 없지 여보! 우리 애들 부탁해 내가 저 괴물 새t끼 최대한 막고 있을태니까 어서 애들 데리고 도망쳐!"
"그러면.. 당신은 어쩌고!!"
"빨리 도망쳐!! 모두가 살 순 없어 우리 자식들만이라도 살려야 돼! 어서 도망가!!"
"여보..."
"어서!!!"
아버지는 평상시에 소리 한번 안지르고 화 안번 안내시던 좋은 분이었다. 그러나 그 때 만큼은 그 어떤 상황 이상으로 화가 난 듯 소리를 지르며 우리를 향해 어서 도망치라는 말을 남겼다.
"이와키시! 만약 이 아부지가 잘못되면 우리 가족에 남자는 너 뿐이야! 너희 누나랑 너희 엄마를 잘 부탁한다.. 마지막으로 모두들 이런 부족한 가장 믿고 따라와 주느라 항상 고생했어.. 다들 사랑한다!"
이 말만을 남긴 채 아버지는 괴인에게 달려들어갔다.
"이건 또 뭐냐?"
아버지는 괴인에게 달려들었고 어머니와 누나는 눈물을 흘리며 멈춰버렸다.
"다들 뭐해! 우리 아부지가... 목숨을 걸고 괴인을 막으러 갔잖아!! 여기서 멈춰있으면 안돼! 도망쳐야 돼! 여기서 우리마저 죽어버리면 우리 아버지는 그야말로 개죽음이야! 어서 달려!!"
나는 왜인지 아버지에게 영향을 받은 것인지 어머니와 누나를 향해 소리를 질렀고, 누나와 어머니는 아버지에게 눈을 때지 못하고 그대로 달려가려 했었다.
그러나 아버지가 괴인에게 들러붙은지 10초 정도 지났을까 우리가 발을 때려 하던 찰나 우리 옆으로 사람의 머리로 보이는 무엇인가가 날아와서 벽에 쳐박혔다.
그 형체는 분명 인간의 머리라곤 볼 수 없을 정도로 처참하게 뭉개져 있었으나.. 우린 분명히 알 수 있었다.. 우리 아버지였다.. 확실했다.. 항상 우리 가족의 영원한 히어로였던 아버지가 그 괴인 앞에선 고작 10초 만에 이런 처참한 몰골이 되어 있었다.. 그리고 뒤를 돌아보니 우리 아버지는 어느세 괴물에게 뜯어 먹히고 있었고 어느세 다리밖에 남지 않았었다..
그 모습을 본 나는 더 이상의 의욕도 공포도 분노도 없었다. 공허함. 그저 이런 기분이었다. 몸이 메말라 가듯 눈물 한방울 나오지 않았고 근육이 마비된 듯 장기까지 작동하지 않는 기분이었다. 그 자리에서 한발자국은 커녕 일어 설 수 조차 없었고 우리 가족은 모두 고통 속에 서서히 잠식되어 갔다.
그리고 이 때는 난 아직 몰랐다. 내가 20분도 채 안되는 시간동안 겪었던 괴인 출몰 사건.. 이는 그저 앞으로 내가 겪을 고통의 서장이었을 뿐이란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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