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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모토 카오리 팬픽 [오리모토 카오리는 언제라도 히키가야 하치만의 시작점이 된다] 3화
히나탕 | L:0/A:0
LV6 | Exp.16% | 경험치획득안내[필독]
추천 1-0 | 조회 1,869 | 작성일 2015-08-22 14: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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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모토 카오리 팬픽 [오리모토 카오리는 언제라도 히키가야 하치만의 시작점이 된다] 3화


촉촉하게 젖은 눈동자와 분홍빛 입술 사이로 내뱉은 그 말은 내가 아닌 다른 남자였다면 유혹으로 받아들였을지도 모른다. 나기에 망정이지. 두근거리는 심장을 진정시키고자 헛기침을 몇 번하고 입을 열었다.

 “오리모토. 오늘은 늦었어.”
 “…”
 “에, 그러니까. 집에 부모님도 걱정할 테고…”
 “…”
 “너희 집에 부모님도 놀래실 거 아니냐.”
 “…없어.”
 
 오리모토는 무슨 말을 하는 것일까. 그에 대한 답변을 줄 생각도 않고, 오리모토는 휙 뒤돌아 맨션으로 걸어갔다. 그렇게 신경 쓰이는 말을 내뱉고 링에서 내려가는 건 반칙이다. 이러면 따라갈 수밖에 없잖아? 응? 그렇지?
 
 ‘없어.’의 의미를 알 수는 없지만 적어도 맨션 안에는 아무도 없는 듯 했다. 오리모토는 말없이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문을 닫지 않은 건, 들어오라는 뜻이겠지. 설탕 공예품이라도 매만지듯 조심스럽게 문을 닫았다.

 “실례하겠습니다.”
 “…히키가야, 바보?”
 
 예의범절을 지킨 보람이 퍽이나 있었다.
 
 거실을 빼곤 어둑한 집은 조금 휑한 기분이 들었다. 슬슬 정좌하고 있는 다리가 저렸다. 오 분 전 오리모토는 거실에 나를 방치시켜 놓곤 제 방으로 들어갔다. 옷을 갈아입거나 그런 일이겠지. 결국 다리를 풀었다.
 남의 집이기도 하고, 처음 방문하는 곳이니까. 분위기상 코트조차 벗기가 힘들다. 에, 그래도 젖은 체로 있으면 찝찝하니까. 하고 코트를 벗으려는 찰나. 오리모토가 제 방에서 나왔다.
 정돈된 느낌으로 청바지에, 하얀 셔츠를 입고 나온 오리모토는 어딘가 나긋했다.
 
 “미안. 오래 기다렸지?”
 “…아니, 그다지.”

 코트를 벗으려는 것도 아니고, 입으려는 것도 아닌 어정쩡한 자세다. 내가 생각해도 웃긴데, 웃음기 많은 오리모토는 오죽할까. 그녀는 풋 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푸훕! 아하하. 히키 뭐야. 너무 어색하잖아.”
 
 히키? 부르는 명칭이 좀 달라지셨는데요? 그에 대한 자각은 없는 모양인지 오리모토는 한바탕 웃곤 숨을 거칠게 내쉬었다. 오리모토 감기 걸렸던 거 아니었나? 그에 대한 질문을 할 시간도 없이 오리모토는 성큼 걸어 다른 방으로 들어가더니 옷 무더기를 가져왔다.
 
 “아빠 옷이니까, 맞을지는 잘 모르겠지만. 감기 걸리는 것 보단 나을 테니까. 갈아입고 와.”
 
 감기 때문인지 묘하게 들 떠 있는 오리모토는 어디서 갈아입을지 말도 하지 않고 곧장 주방으로 들어갔다. 오리모토씨, 적어도 어디서 갈아 입어야할지는 가르쳐주셔야죠. 어정쩡하게 서있다간 또 웃음거리가 될 것 같아 코트를 벗어두곤 발매트가 놓여 있는 문 안으로 불을 켜고 들어갔다.

 다행이도 사이즈는 크게 차이가 없었다. 오리모토의 의외의 세심성에 놀라며, 그리고 그녀의 아버지께 남자로서 사과하며 전부 다 갈아입었다. 그러던 중 밖에서 오리모토의 목소리가 들렸다.

 “히키가야, 밖에다가 봉투 놓고 갈 테니까. 갈아입은 거 넣어.”

 오리모토, 세심한 아이.

 거실에는 허브향이 은은하게 풍겼다. 모락모락 김이 피어오르는 찻잔이 있는 걸로 보아 차를 끓인 듯 했다.

 “생각보다 잘 어울리네.”
 “트레이닝 복에 어울리고 자시고 할 게 어디있냐.”
 “그런가? 허브티 싫어하진 않지? 티백이지만. 꽤 고급품이야.”

 어떤 경우에도 맥스 캔이 훨씬 좋다만. 성의라는 게 있는 법이다. 에? 어쩐지 데쟈뷰가… 소파에 앉은 오리모토는 허브티를 홀짝였다. 나도 그녀를 따라 허브티라는 걸 홀짝였다. 맛은, 없었지만 향이 좋았다.
 오리모토는 소파에 앉아 있고, 나는 그 아래 바닥에 앉아 있다. 그러니 시선이 그녀의 다리에 닿는 것도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길게 뻗은 다리에 달라붙은 청바지. 스커트보다 훨씬 관능적이다. 무심코 만져 보고 싶단 생각이 들었다.

 “히키, 이거 알아?”
 
 오리모토의 갑작스런 물음에 화들짝 시선을 위로 올렸다. 판사님 전 아무 생각도… 도둑이 제 발 저리다고 가슴이 쿵쾅쿵쾅 뛰었다. 오리모토는 언제 아팠냐는 듯 목소리가 낭랑했다.

 “친구가, 우리 집에 온 거 처음이야.”
 
 친구 집에 온 것도 처음입니다. 그보다 친구인가? 오리모토와 나의 관계는 단 한 번도 제대로 정의된 적이 없다. 중학교 동창이고, 일방적으로 고백을 했었다. 그리고 지금은 뭐지? 친구가 맞나? 친구라기 보단 직장 동료의 느낌에 더 가깝지 않을까.

 “너 몸은 좀 괜찮은 거냐? 무리하고 있는 거 아냐?”
 
 괜스레 어색해질 수 있는 화제는 피하는 게 옳다.

 “옷도 갈아입었고, 아까보단 괜찮네. 응. 확실히 더 좋아. 히키덕일지도 모르겠네. 고마워.”
 
 평소의 쿨 모드가 집에 오면 꺼지기라도 하는 걸까. 호칭은 왜 그렇고 또 목소리는 왜 이렇게 나긋나긋하데.
 오리모토는 차를 홀짝이며 배시시 웃는다. 그 모습은 평소 내가 알던 오리모토와는 너무 다르다. 이질적일 정도여서 미열이 있는 게 아닐까 의심쩍기까지 하다. 이마에 손을 대보면 확실하게 밝혀질 일이지만, 그건 여동생 전용 커맨드다.

 “엄밀히 따져서 밥 대신이니까. 너무 고마워해 할 필요는 없어.”
 “아하하, 그건 그럴지도. 그럼 이걸로 쌤쌤인 걸까.”
 “그렇게 되겠지.”

 침묵.
 오리모토의 시선은 여전히 어딘가 맹하다. 그렇다고 해도 본인이 괜찮다고 말하니 손을 댈 이유가 있는 것도 아니고. 눈 내리는 밖도 아니고 안이니까. 아프다 한들 심각한 상황까진 가지 않을 것이다. 거기다 오리모토는 평범한 소녀가 아니다. 남자 한 명 즈음은 짐칸에 싣고 간단히 자전거를 모는 로-드 라이더다.

 “그럼 난 이만 가볼게.”
 “벌써?”
 “늦었잖냐.”

 이런 늦은 시간에 어른이 없는 집에서 여자 아이와 있을 수는 없다. 상상해보라, 코마치가 아무도 없는 집에서 타이시와 노닥거리는 모습을. 문답무용 정의의 철권을 날려도 이상치 않다.

 “그치만, 괜찮은 걸.”
 
 내가 안 괜찮아요 이 아가씨야.

 “옷 고마워. 다음 주에 아르바이트 할 때 빨아서 돌려줄 게.”
 
 오리모토는 대답치도 않고 말없이 바라본다. 무언가를 기대하는 시선은 거북하다. 어젯밤 나를 도와주었던 아는 여자애가 오늘 아팠다. 그러니 도와주었을 뿐이다. 그 외에는 아무 것도 아니다. 지금 오리모토가 저러는 것도 단순한 변덕, 한낱 열병이다. 진심이 아니다.

 속에서 들끓는 물음은 무시했다.

 “차 잘 마셨어.”

 봉투를 손에 들고 자리에서 일어난다.

 “히키가야.”
 “왜?”

 다가가지는 않는다. 그저 흘끔 뒤돌아 볼 뿐이다. 오리모토는 소파에 몸을 눕히듯 앉아있다. 그 모습은 요염하고 동시에 위태위태해서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인간관계에선 맺고 끊음이 중요하다. 끊지 못하면, 오해하고, 오해는 잔인한 비극을 가져온다. 이미 경험했지 않은가. 두 번이나.

 “미안해.”
 “…무슨 말이야?”
 “…”

 고개를 푹 숙인다. 오리모토의 몸은 줄이라도 풀린 마리오네트처럼 축 늘어졌다.

 “오리모토씨?”
 
 *

 상냥함은 때때로 잔혹하다. 그러니 나는 상냥한 여자가 싫다. 단적으로 말하자. 오리모토 카오리가 싫다. 덫을 쳐놓고 자신의 책임이라곤 일말도 없다는 듯 깔깔거리는 여자, 오리모토 카오리가.
 나는 싫다.

 *

 생긴 것 답지 않게 오리모토의 방은 소녀틱했다. 벽지 자체는 거실의 그것과 다르지 않지만 군데군데 인형도 있고 인테리어에 신경 쓴 부분이 코마치의 방과 비슷했다. 그 방에서 나는 짧게 한숨을 내뱉었다. 정말이지 정신없었다. 오리모토 카오리가 쓰러지듯 기절하고, 몸을 만져보니 불덩이였다. 상태가 이상했던 것이 납득 갈 정도여서 굉장히 초조했다. 어디서 힘이 솟은 건지. 지금 생각해도 신기할 정도로 빠르게 움직였다.
 오리모토를 침대로 옮기고, 근처의 편의점에서 해열제를 구입하고, 먹이고. 덕택에 오리모토 아버지의 옷에는 흙탕물이 튀고 젖었지만. 딸래미를 위해서였으니까. 충분히 납득해주시리라 믿는다. 그보다 대체 오리모토의 부모님은 언제 돌아오는 거람. 그녀의 휴대폰을 사용해 전화하려 했지만, 안타깝게도 비밀번호가 걸려 있었다.

 해열제가 효과를 발휘했는지 지금은 숨결도 거칠지 않고 전체적으로 안정되어 있단 느낌이다. 아마 내일 즈음엔 멀쩡히 깨어날 것이다.

 “히…키가야?”
 
 혹은 지금. 순간 헛웃음이 튀어나올 번 한걸 간신히 참았다. 로-드 라이더라는 건 열이 내려가는 것만으로 곧장 깨어나는 종족인가.

 “해열제 먹었으니까. 지금은 아무 생각 없이 자라.”
 
 그리 말해놓고 순간 아차 싶었다. 나는 언제까지고 이곳에 있을 수 없다.

 “오리모토, 휴대폰 비밀번호 알려 줄 수 있어? 안 되면 부모님 전화번호라도.”
 “…그냥 가.”

 오리모토의 목소리엔 힘이 없었다. 아무리 빨리 깨어날 수 있다고 한들 그녀가 아프다는 건 바뀌지 않는다. 병자를 내버려 두고 어찌 떠날 수 있을까. 아플 때는 누가 곁에 있어 줘야 하는 법이다.

 오리모토는 알려줄 생각이 없는지 입을 꾹 다물고 있다.
 
 오리모토의 이마에 놓인 수건을 들어 물에 넣고 한번 쭉 짜 다시 올렸다. 본인이 말해 줄 생각이 없다는 데 어찌할까. 누운 오리모토를 홀로 두고 방 밖으로 나갔다. 휴대폰을 찾다 식겁하며 봉투 속에서 꺼냈다. 다행이도 정상적으로 작동이 되었다. 물기를 쓱쓱 닦아내고 코마치에게 전화했다.
 활달하게 전화를 받은 코마치에게 자초지정을 설명했다.
 
 「응, 알았어. 오늘 늦을 거란 거지?」
 「그, 미안하다. 친…구가 아파서.」
 「신기하네. 오빠한테 아직 친구가 남아 있을 줄은 몰랐어. 미안. 방금 발언 취소. 코마치적으로 포인트가 마이너스였어.」
 「틀린 말도 아니고. 여하튼 이해해줘서 고맙다. 혹시라도 부모님이 물어보면 그렇게 말해줘.」
 「알았어. 그럼 고생해. 오빠.」

 뚝 하고 전화가 끊겼다. 오리모토가 부모님의 전화번호만 알려준다면 싱겁게 끝날 일이지만. 환자한테 닦달하는 것도 뭣해서 결국은 남아 있기로 했다. 혹시라도 목이 마를지 모를 일이니까. 부엌에 들려 쟁반에 물과 컵을 담았다.

 “들어간다.”

 자고 있을 테지만. 소녀의 방이다. 노크 정돈 기본 상식이다.

 들어간 방 속에서 오리모토는, 흐느끼고 있었다. 당장 문을 닫고 그대로 홀랑 잊고 집으로 돌아가고 싶을 정도로 머리가 아팠다. 열병으로 성격이 이상해진 오리모토는 평소 모습과의 갭만큼이나 큰 벽이다.
 
 왜 울고 있느냔 물음만큼 진부하고 어색한 관계로 빠지는 말은 없다. 모른 척, 듣지 못한 척 어딘가 난청계 주인공처럼 쟁반을 탁자에 내려놓고 컵에 물을 따랐다. 오리모토는 여전히 팔로 눈을 가린 체 울고 있다.
 
 울음이 멎을 때까지 진득하게 기다렸다.

 “물 마실래?”
 “…”

 당연하다면 당연하달까. 대답은 없다. 어째서 그녀가 운 것 인진 모른다. 단지 아프니까, 울 수도 있다고 생각할 뿐이다. 한 시라도 그녀의 부모님이 빨리 와주면 좋겠지만. 어느 가정이나 나름대로의 사정이 있는 법이다. 말해주지 않는 이상 캐묻지 않는다. 그게 예의다.

 “어, 그 왜 있잖냐. 아플 땐 자는 게 제일 좋으니까. 우는 것도 좋지만. 일단 자고 내일 생각해라.”
 
 정말이지. 나란 인간은 말재주가 없다. 오리모토는 여전히 두 눈을 가린 상태다.

 “뭣하면 나가 있어 줄까?”

 아무래도 그편이 더 나으리라. 타인이 보고 있는 와중에 잠에 드는 건 누군가에겐 힘든 일이다. 이마 위에 놓인 수건을 다시 한 번 짜고 물에 적셔 그녀의 이마에 올렸다. 그리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가….”

 미세한 목소리가 들렸다. 오리모토 답지 않은 작은 목소리였지만 말뜻을 알아먹지 못할 정도로 멍청하지 않다. 발걸음을 돌려 의자에 앉는다. 해줄 수 있는 거라곤 열기로 마른 수건을 짜는 것 밖에 없지만. 오리모토가 바란다면 심리적인 안정제가 될 수도 있다.
 어느 순간에 여자 애의 방이라는 걸 의식해버려 정신적으로 곤란해졌을 때, 오리모토가 대뜸 입을 열었다.

 “…부모님, 안 오실 거야.”
 “알고 있어.”
 
 침묵. 정적. 오리모토는 오 분이 지난 시점에서야 다시 말을 했다.

 “안 물어 보는 거야?”
 “안다고 해서, 달라지는 게 있는 것도 아니잖냐.”

 병이나 예의 그 사정이라는 게 좀 더 나아지는 것도 아니다.

 “…”

 다시금 정적.
 
 “난 여기 계속 있을 테니까. 넌 잠이나 자.”
 
 다행인지, 불행인지. 내일이라고 딱히 할 게 있는 게 아니다. 끽해봤자 집에서 빈둥거리기 밖에 더할까.

 “히키.”

 이름은 제대로 불러줬으면 싶다. 오리모토는 팔을 눈에서 때고 몸을 일으켰다.

 “물 줘.”

 울음을 터뜨린 두 눈은 퉁퉁 불어 있었다. 초췌한 모습에, 퉁퉁 분 눈. 그 모습은 무척이나 안타깝고, 귀여워서 저도 모르게 웃음을 터뜨릴 뻔 했다. 간신히 웃음을 참고 탁자 위에 놓인 물 컵을 오리모토에게 넘겼다.
 꿀꺽, 꿀꺽. 아무래도 목이 많이 말랐던 모양인지 그녀는 기세 좋게 물을 마셨다.

 “한 잔 더 줄까?”

 물 컵을 내게 건넨 오리모토는 고개를 도리 저었다. 아프면 사람이 어려진다더니, 이런 말일까.

 “열은 없는 모양이지만.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더 자.”
 
 다시 도리도리 고개를 저었다. 아프지 않다면 이곳에 내가 남아 있을 이유는 없다만. 안타깝게도 히치가야 하치만이라는 인간은 맺고 끊음이 분명한 인간이 아니다. 그로 인해 몇 번이고 고통을 겪었지만 그 사실만은 변하지 않았다. 

 “히키가야.”
 
 오리모토는 고개를 똑바로 눈을 마주쳤다. 들었다. 비록 눈은 퉁퉁 불어 있지만.

 “미안해.”
 “그럼, 당연히 미안해해야지. 갑자기 쓰러져선 얼마나 놀랐는데.”
 “…”
 “편의점 가느라 옷도 다 젖었다고.”
 “그런 게 아니야.”

 오리모토의 목소리는 차분하다.

 “나는 히키가야한테, 사과해야해. 사과를 해야만 해.”
 “…”
 “기억해? 너희 집에 처음으로 갔던 날. 사실, 나는 너희 집을 알고 있었어. 모르는데, 너희 집으로 향하는 사거리에서 그렇게 물어 볼 리가 없잖아.”
 
 그게 뭐 어쨌단 말인가. 나도 오리모토의 집은 알고 있다. 알고, 있다. 왜? 나는 어째서 오리모토의 집을 알고 있었던가.

 “졸업하고 몇 번이고, 몇 번이고 찾아갔는걸.”
 “…”
 
 오리모토의 발언은 자못 충격적이다. 사고가 그에 따라가지 못할 만큼.

 “미안해. 미안해. 나는 사과하고 싶었어.”
 
 천천히 말을 내뱉는 그녀의 말엔 흐느낌이 뒤섞인다. 그러나 그녀는 말을 멈추지 않는다.

 “히키가야에게 고백 받고, 나는 나빴어. 생각이 부족했고, 짧았어. 그렇게 될 수도 있다는 걸, 생각하지 못했어. 히키가야가 그렇게 되고도. 나는…”
 “오리모토, 그만해.”

 짓궂은 농담이라면 지금으로 끝내라. 바람과는 다르게 그녀는 계속해서 이야기를 이어갔다.

 “미안해. 결국 사과하지 못했어. 평판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으니까. 사과하면, 그런 게 떨어지는 거라고 생각했어. 바보같이. 그래도 졸업하고, 몇 번이고 몇 번이고 찾아갔지만. 결국 사과하지 못했어. 히키가야에게. 사과해야 했는데. 나는, 결국 잊었어.”
 
 고등학교 들어와서 처음 오리모토를 보았을 때, 그녀는 중학교 때와 달라지지 않은 모습이었다. 깔깔거리고, 사람을 업신여기는. 그런, 사람이었다. 그러니까 변함없구나. 그리 생각했다.
 오리모토는 천천히 마지막 말을 내뱉듯, 천천히. 한 글자씩 또박또박, 흐느끼면서 멈추지 않고 내뱉는다.
 
 “나는, 구제불능이야. 미안해. 히키가야. 너를 곤경에 빠트려서, 미안해.”
 
 히키가야 하치만은 오리모토 카오리에게 고백을 했기에 청춘을 믿지 못하게 되었다. 장장 고등학교 2년간, 히키가야 하치만은 그것을 토대로 살았다. 은연 중 나는 그것을 거짓이라 생각했다. 진실하지 못한 삶이라 생각했다. 진실을 찾아 헤매고, 끝낸 찾지 못했다. 그렇게 이야기는 끝났다. 분명히 그럴 터인데, 오리모토는 이야기의 시작점과 함께 마침표를 어지럽혔다.

 “히키가야. 미안해.”
 
 그것을 끝으로 그녀는 참았던 울음을 터뜨렸다.

 흐느끼던 오리모토 카오리는 다시금 열이 오른 모양인지 이내 잠들었다.
 갑작스런 그녀의 고백은 어안이 벙벙할 정도로 당황스럽다. 요컨대, 이런 이야기다. 고등학생인 오리모토 카오리는, 중학교 시절 히키가야 하치만에게 행한 행동을 후회한다. 아마 고백을 받지 않은 게 아니라. 본격적인 아싸 루트로 돌입하게 된 계기. 반의 아이들이 내 고백을 알게 된 것. 그것을 말하는 것이다.

 “당황스럽다고.”
 
 이미 지나간 이야기고, 오리모토가 사과한다 해도 변하는 건 없다. 히카가야 하치만은 아싸였고, 아싸가 되었다. 그리고 아싸가 된다. 히키가야의 인생에 있어 오리모토의 사과는 무슨 가치가 있는가. 그저, 자신을 부정하게 될 뿐이다.
 오리모토를 그리고 상냥함을 미워했다. 그러나 그녀의 속은 내가 바라던 이상 그대로였다. 그렇기에 오리모토를, 상냥함을 미워하는 것으로 지금까지 지켜왔던 신념은 하나같이 거짓이 되어버린다.

 “울고 싶은 쪽은 이쪽인데.”

 주먹을 꽉 쥐었다.

 생각해보면, 이상한 일이다. 오리모토 카오리는 인맥이 넓다. 굳이 내가 아니어도 아르바이트를 같이할 사람은 바닥에 차고 넘칠 일이다. 굳이 나를 찾은 이유, 내가 해줬으면 했다고 했던 이유. 오리모토 카오리는 자신의 과거와 마주하길 원했다. 그리고 그녀는 과거의 잘못에 용서를 구했다. 그것에 옳고 그름을 떠나, 그녀는 도망치지 않았다.

 이래서야 인정할 수밖에 없다.
 
 오리모토 카오리는 내가 좋아한 모습, 상상으로 그려왔던 모습 그대로다.

 끝났다고 생각한 이야기를 그녀는 바꾸기 위해서 용기를 냈다. 적어도, 그녀를 좋아한다면. 그녀의 그런 모습을 동경한다면. 될 수 없다는 걸 알더라도, 이미 끝난 이야기를 되돌리려 노력은 해봐야 하지 않는가.

 그녀가 깨어나도 당황하지 않도록, 쪽지를 남겼다. 가장 간단하고 명료하게. 내 마음이 닿을 수 있도록.

 악필로 쓴 쪽지를 그녀의 머리말에 두었다. 이제 해야할 일은 하나다. 하루노의 말마따나 시시하게 끝나버린 이야기를 바로잡아야 했다. 그래야만, 적어도 노력은 해야만 오리모토 카오리라는 소녀와 대등한 관계가 되어 마주볼 수 있다.

 휴대폰을 챙겨들고, 코트를 입고 밖으로 나갔다.

 전화를 걸었다. 예상했던 대로 받지 않는다. 아마, 스팸 주소로 등록되어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곧장 버스에 탔다.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할 뿐이다. 설령, 그것이 어떠한 결과를 낳던, 단 한줌의 후회도 남기지 않기 위해.

 나는 이야기를 다시 시작한다.
 

-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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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나탕
에필로그


오리모토 카오리는 잠에서 깨어났다. 깨어나자 마자 든 생각은 첫번째론 히키가야 하치만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과 자신이 어젯밤 저지른 일에 대한 감상이었다. 단적으로 부끄러워서, 죽고 싶었다. 더 이상 살아갈 용기가 없다. 그래도 후회는 되지 않는다. 계속해서 마음속에 담아왔던 말을, 풀어냈다. 되려 후련했다.

카오리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툭 하고, 종이 한 장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하얀색 종이, 검은 건 글. 악필이라 읽기 힘들다. 그녀는 호기심 어린 시선으로 그것을 바라보다 이내 주웠다.
누가 썼는진 생각해 볼 필요도 없다. 히키가야 하치만. 오리모토 카오리는 배시시 웃었다. 그녀는 휴대폰을 찾았다. 이번이 두번째. 열 번은 찍어야 한다지만 긴 시간이었으니까. 봐줄까. 그리 생각하며 오리모토 카오리는 히키가야 하치만에게 전화를 걸었다.
2015-08-22 14:17:31
[추천0]
바까야로
좋은 창작 소설입니다! 근데 그...잘읽었습니다만 ^^; 여쪽 게시판이 아니라 츄잉 상단에[커뮤니티] 게시판에 [창작공간]이라고 따로 만들어진 곳이 있습니다 그쪽에다가 올려주셔쓰면 감사하겠습니다ㅎㅎ
2015-08-22 20:36:41
[추천0]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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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85
[역시 내 청춘 러브코메디는 잘못됐다] 12권 표지 공개
악어농장
2017-09-01 0-0 614
2184
[역시 내 청춘 러브코메디는 잘못됐다] 12권 개요 공개
악어농장
2017-08-18 0-0 420
2183
다시 살아나라!
올레루스
2017-08-08 0-0 142
2182
여기 다시 부활함?
올레루스
2017-06-16 0-0 175
2181
세계일주록을 써도 됬겄다 진짜
대족장
2017-04-29 0-0 216
2180
이 씹망작 어휴
문맥
2017-04-28 0-1 477
21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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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셀
2017-04-26 0-0 167
2178
역내청 11권 다음 내용
한국빠돌이
2017-04-22 0-0 388
2177
청춘은 흘러간다
쵸파카루
2017-04-21 0-0 186
2176
내청춘 12권
시로네코
2017-04-19 0-0 295
2175
아니 12권은 대체 왜 안나오냐
철수123
2017-04-18 0-0 225
2174
이건뭐 옛날생각나네
할게없어
2017-04-16 0-0 219
2173
내청춘12권 기다리다 내청춘다지나가겠다
국위선양
2017-04-16 0-0 574
2172
발매 취소?
편의점샛별
2017-04-16 0-0 170
2171
가가가 6월 신간에도 오레가이루 12권 읎네여
카인츠
2017-04-15 0-0 222
2170
이거마지막에누구랑 이어짐? [1]
온달
2017-04-15 0-0 527
2169
이거
지오그랙
2017-04-13 0-0 174
2168
12권
Fpaxpstl
2017-04-13 0-0 1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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