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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모토 카오리 팬픽 [오리모토 카오리는 언제라도 히키가야 하치만의 시작점이 된다] 1화
히나탕 | L:0/A: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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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 0-0 | 조회 1,274 | 작성일 2015-08-22 14:1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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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모토 카오리 팬픽 [오리모토 카오리는 언제라도 히키가야 하치만의 시작점이 된다] 1화


일주일 전쯤의 이야기다. 방학이니까, 고 2의 마지막 방학이니까, 일생에 두 번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시간이니까.

 집에 있자.

 그런 생각으로 소파에 누워 빈둥거리는데 휴대폰이 울렸다. 코마치는 눈앞에서 TV를 보고 있으니 더 이상 내게 문자를 보낼 사람은 없을 텐데도 휴대폰은 울렸다. 그러니 자이모쿠자나, 도박이나, 대출에 관련된 스팸 메일이 확실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혹시나, 혹시나 하는 한심하기 짝이 없는 기대감을 가지고 메일을 확인한다.

  「히키가야, 시간 있어?」
 
 아아, 그래. 한 명. 내게도 한 명이 남아 있었다.
 
 오리모토 카오리.

 중학교 시절의 동창생. 과거에 내가 꼴사나운 모습으로 고백했던 여자애다. 뜻밖의 장소에서 재회를 하고, 뜻밖의 사태에 계속해서 엮였다. 요 한동안은 집 밖으로 나간 적이 없으니까, 무심코 잊고 있었다. 저도 모르게 휴대폰을 쌔게 쥐고 있다.
 모처럼 휴대폰이 제 역할을 했다는 것에 감동 했던 것이리라.
 
 오리모토의 용건은 간단했다. 주말 아르바이트를 하는데 갑자기 결원이 생겨 곤란하다는 것. 조금 늦게까지 하지만 괜찮다면 함께 해줬으면 한다는 것. 아무래도 그녀는 내 이야기를 모르는 듯 했다. 하기야 카이힌 종합고니까, 직접 찾지 않는 이상에서야 소식을 들을 수 있을 리가 없다.
 그것이 한편으로는 서운하고, 한편으로는 마음이 놓였다.

 방학이라고 해봤자 일정 없이 단순히 집에서 빈둥거릴 뿐이다. 꿈에도 바라고 바라던 생활이지만, 나는 오리모토의 문자에  「알겠다.」 라고 답장했다.
 
 첫 날, 나는 주방에서 오리모토는 홀에서. 생각 외로 각자의 경계가 분명한 영역이어서 서로 마주칠 세도 없이 일만 했다. 일은 정말이지 바쁘고 바빠 아무 것도 생각지 않을 수 있어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
 걸어갈 여력조차 남겨두지 않은 건, 정말이지 멍청한 일이었지만.

 당장이라도 쓰러질 것 같지만, 적어도 집에서 쓰러지고자 마음먹고 버스 정류장에 우두커니 서 있었다. 그러던 중, 낯익은 벨 소리가 울렸다.

 “오리모토…?”
 “…으엑. 히키가야, 너무 열심히 일한 거 아냐?”

 아무래도 표정이 많이 안 좋은지 오리모토는 걱정스런 눈길로 나를 쳐다본다.

 “아아… 하얗게 불태웠지.”
 
 의자에 앉는다면 그대로 야부키 죠를 따라갈 수 있을 정도다. 농담이었건만 이해를 못한 건지 아니면 그만큼 걱정을 하고 있는 건지 오리모토는 평소와는 다르게 웃음기 하나 없는 얼굴이다.

 “공사 중이니까, 버스 조금 늦을 걸. 아니, 안 오려나.”

 그제야 한 땐 사축으로 가득했었던 정류장이 텅텅 비어있는 원인을 깨닫는다. 그런 건 조금 빨리 말해줬어야지요. 다음 정류장까지 걸어 갈 여력은 없다. 주저앉아서 자고, 내일 아침에 출근하면 좋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오리모토는 자전거 짐받이를 툭툭 두드렸다.
 
 “타고 갈래?”
 
 페달을 밟을 힘도 없는 사람에게 그게 할 말일까. 오리모토. 잔인한 아이. 혀라도 한 번 차줄까 싶었는데, 너무 지쳤다. 말하는 것도 힘들다. 일 하는 것도, 밖에 나온 것도 오랜만이라 너무 기합이 들어가 있었던 탓이다.

 오리모토는 말없이 자전거에 올랐다. 그냥 가버려도 내가 할 말은 없다. 나는 뚜벅이, 녀석은 라이더. 애당초 맞춰주는 게 이상하다. 아르바이트도 녀석은 권유만 했고, 하겠다고 한 건 나니까. 이건 자업자득. 그래, 자업자득이다.
 이 상황은.
 
 그리 생각하고 있는데, 다시금 벨 소리가 울린다.

 “뭐하는 거야. 타.”
 “예?”
 
 멍한 되물음에 오리모토는 짐받이를 툭툭 두들겼다. 매끈하고 길게 뻗은 다리가 페달에 닿아있다. 이건, 신종 괴롭힘일까. 건장한 남자가 여자의 뒤에 매달리는. 그런 종류의 괴롭힘일까. 아무리 여력이 없다고 해도 이건 아니다. 남자의 체면이라는 녀석이 굳게 거절한다.
 슬림하고 탱탱한 각선미에서 시선을 돌렸다.
 여전히 보기 좋은 다리이지만 내가 다리 패치도 아…닌 건 아닌가? 여하튼 더 이상 보고 있다간 저도 모르게 저 짐받이의 유혹에 끌려갈 것 같았다.

 “됐어.”
 
 어떻게 기어라도 가다 보면 다음 정류장은 나올 것이다. 내가 죽든가, 정류장에 도착하든가. 어느 쪽이든 결판이 나겠지.

 땡, 하고 다시금 자전거의 벨이 울린다.

 오리모토는 떠나지 않고 있다. 시간도 제법 늦었건만, 겁도 없는 걸까. 이래저래 집에만 있다 보면 뉴스도 보게 되는 법이다. 요즘의 일본은 무섭다. 치바 현은 무서운 일본이 아니니까, 괜찮지만.

 “역시, 타고 가는 게 좋겠어.”
 “괜찮아.”
 
 여자 동급생의 뒷좌석에 앉아 가는 건 모양새가 나쁘다.

 “히키가야 군.”
 
 오리모토는 언짢은 듯 눈살을 찌푸린다.

 “추우니까, 타.”

 오리모토는 눈을 내리 깔아 짐받이로 향했다. 아무리 봐도 내가 알고 있는 오리모토 카오리와 갭이 너무 크다. 내가 알고 있는 오리모토 카오리는 좀 더, 좀 더 가벼운 녀석이 아니었던가.

 목소리도, 표정도 무겁다. 이런 모습의 오리모토 카오리는 처음 보는 것 같았다. 그녀는 잇시키 이로하와 비슷한 과니까, 타인의 앞에서 자신의 캐릭터를 부수지 않는다.
 그녀와 나의 관계는 단순한 중학교 시절 단 한번 같은 반이었던 동창생. 우연찮게 만난 인연이다. 분명히 그럴 터인데 어째서 오리모토가 저런 표정을 짓는 것일까. 아니, 애당초 답은 찾을 수 없다. 나는 그녀의 성격 따윈 모른다. 그녀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중학교 이후부터 우연찮게 마주치기 전까지, 어떻게 지내왔는지, 무엇을 생각했는지 아무 것도 모른다.
 생각해보면 나는 단 한 번도 타인에 대해 안 적이 없다.
 단지, 안다고, 알고 있다고 착각했을 뿐이다. 그러니 오만에 빠져, 자의식에 빠져 있었을 뿐이다. 멍청했다. 나는, 실로. 멍청했다. … 이미 끝난 일이다. 더 이상의 생각은 옳지 않다. 우울해하면 코마치가 걱정할 테니까. 오빠로서 안 될 일이다. 암. 그렇고말고.
 마음속으로 결론을 내려놓고, 오리모토의 얼굴을 물끄러미 쳐다본다. 웃음기 하나 없는 얼굴이다. 평소와는 다르게 무섭다. 겨울의 한기보다 차갑게 느껴질 정도다.
 오리모토씨, 쿨해도 너무 쿨해요.

 “나도 남자인데, 그… 왜 체면이라는 게.”

 오리모토는 무표정한 얼굴로 짧게 한숨을 내쉬었다 다시 눈을 마주친다.

 “히키가야. 저번의 답례라고 하면 타겠어? 히키가야 군이 남자인 건 누구보다 내가 잘 알고 있으니까, 그냥 타. 어차피 신경 쓸 사람도 없잖아.”
 
 딱딱한 어조의 말투에 문득, 옛 일이 떠올랐다. 지금은 상관없지만. 아무래도 좋지만. 떠올려버렸다. 이래서야 체념할 수밖에 없다. 히키가야 하치만은 극복은커녕, 다가가지 조차 못했다. 한심한 인간이다. 차라리 아무 것도 몰랐다면 좋았을 텐데.
 아, 이젠 정말 아무래도 상관없다.
 처음으로 돌아왔을 뿐이다.
 단지 그 뿐. 그래, 단지 그 뿐.

 “무거울 텐데.”
 “로드 라이더니까, 괜찮다고.”
 
 언뜻 봐선 매끄럽게 뻗어 있을 뿐이지만, 탄탄한 장딴지는 그녀의 말이 거짓이 아님을 뜻했다. 농담이 아니고, 발차기라도 한 대 맞으면 하야마의 주먹질보다 아플지도 모른다. 이미 다 나았을텐데, 입안이 쓰라렸다.
 그런 경험을 다시 하고 싶진 않다. 이제 와서 자존심을 지키면 무엇 할까, 그런 생각이 들어 스스럼없이 짐받이에 앉았다. 언제였더라, 이 반대로 앉았었다. 내가 앞, 오리모토가 뒤.
 그 때, 오리모토는 틀림없이 등에 손을 대지 않았다. 이전에 오리모토가 그러했던 대로 안장 아래쪽을 붙잡는다. 자세도 불편하고, 생각보다 고 난이도다.

 “늦었으니까, 속도를 올려볼까~”
 
 오리모토는 페달을 밟아나간다. 페달을 밟을 땐 몰랐지만, 생각보다 버티기가 힘들다. 손이나, 배나, 힘의 분배에 집중하지 않으면 쓰러질 것 같다. 대체 어떻게 이 자세로 오리모토는 대화를 했던 걸까. 속도가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넘어질 것 같다. 오리모토가 사납게 운전한다고 생각지는 않지만 꽤나 힘들다.
 앞에선 긴장과 전혀 인연 없는 목소리가 말을 걸어왔다.

 “오늘은 생각보다 힘든 편이었지. 지금까지 일하면서 오늘이 제일 힘들었던 것 같아. 원래 이렇게 힘들 지는 않았는데 말이야. 히키가야의 액신이라도 붙은 걸까~?”
 
 소녀의 키득거리는 웃음소리가 들려온다. 안타깝게도 이쪽엔 항변할만한 겨를이 없다. 균형을 유지하느라 온 몸에 힘이 들어간다. 삐걱삐걱 밟는 건 매한가지인데, 어쩜 이리 빠르고 위태위태한지 다 다음 둔턱즈음에는 떨어져도 이상치 않다.

 “히키가야?”
 
 오리모토가 고개를 흘끗 뒤쪽으로 돌렸다. 눈이 마주쳤다. 무어라도 대답치 않고선 남자로서 체면이 서지 않는다. 이럴 때 일수록 당당해져야한다. 나를 이상케 쳐다보는 오리모토와의 눈싸움을 피하지 않고, 당당히 말했다.

 “…속도…좀.”

 굿바이 체면. 굿바이 자존심. 천재도 아닌데 요절하고 싶진 않다.

 “줄여줘.”
 
 그 말에 어디가 웃겼는지, 아니 당연히 웃겼겠지.
 오리모토는 풉 하고 웃음을 터뜨리더니, 배를 잡고 웃기 시작했다. 배를 잡고? 앞도 보지 않고, 배를 잡고 폭소한다. 균형은 겨우 아슬아슬하다. 그만 웃어 짜샤! 목숨의 위기다. 풍경이 제멋대로 돌아간다.

 “오리모토! 앞앞! 핸들핸들!”
 “푸하핫, 히키가야. 너무 웃기다구~!!”
 
 오리모토는 정말, 겨우 아슬아슬할 시점에서 자전거를 멈췄다. 멈추자마자, 나는 곧장 자전거에서 내렸다. 두 발로 땅을 내딛을 수 있는 게 행복한 일이라는 걸 깨닫는다. 두 다리가 후들후들 떨려서 제대로 서 있을 수가 없다. 결국 주저앉는다.
 실로, 한심한 꼴이다.

 가로등의 아래에서 여전히 자전거를 타고 있는 일의 주범은 한바탕 웃고 기분이 풀렸는지 숨을 몰아쉬곤 명랑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히키가야, 혹시 개그맨이 장래희망?”
 “그럴 리가 있겠냐!”
 
 방금은 정말로 죽을 뻔했다. 살아 있는 게 신기하다. 어딘가의 기적이나 치바현의 악마의 손바닥이 힘을 발휘한 게 틀림없다. 진짜, 큰 사고가 났어도 이상치 않았다. 그걸 아는지 모르는지, 오리모토 카오리는 그저 흡족한 미소를 짓는다.

 “히키가야가 나한테 소리 지르는 거 처음인 거 같네.”

 오리모토와 눈이 마주친다. 어딘가 진중한 눈빛에 정신 사납던 분위기가 순식간에 어색해진다.
 오리모토는 굽슬굽슬한 머리카락을 쓱쓱 매만지다 자전거에서 내려왔다. 한 줄기 가로등의 불빛, 적막한 공간. 오리모토 카오리는 자전거를 한편에 세워두곤 내게 다가왔다.
 어째선지, 숨 막힐 정도로, 긴장해버린다.
 오리모토씨, 분위기가 조금 이상한데요. 왜 그런 말을 하는 거죠?
 머릿속으로 정신없이 오리모토의 말의 의미에 대해 이것저것 상상해버린다. 어째서 그런 말을 하면서 평소와 다른 미소를 지었는지. 어째서 지금 다가오고 있는지. 머리는 금세 과부하에 걸려버리고 아무 것도 생각이 나지 않게 된다.
 
 “히키가야?”
 “어?”
 
 정신을 차리니 오리모토가 다가와 있었다. 그녀는 무릎을 숙여, 손을 내밀고 있었다. 아, 하고 짧은 탄성이 튀어나왔다. 힘이 없는 건 여전하지만, 부축을 받을 정도는 아니다. 펄떡 자리에서 일어났다.
 오리모토는 멋쩍은 웃음을 지으며 손을 거둔다.

 “흐응, 히키가야. 원래 그런 캐릭터였던가?”
 “무슨 말이야.”
 “아니, 소리 지르는 건 히키가야 답지 않잖아. 은근 웃겨.”
 
 오리모토는 소리 낮춰 웃는다. 이전 같은 폭소는 없다. 그저, 웃어야하기에 웃는 그러한 느낌. 이전이라면 아무렇지도 않게 분위기를 맞추듯 같이 웃었으리라.
 
 “사람은 변하는 법이니까.”
 
 오리모토가 웃다 말고 눈을 커다랗게 뜨곤 나를 빤히 바라보았다. 마치 신비한 동물이라도 발견한 듯 한 눈빛이 심하게 부담스럽다. 이내 오리모토는 시선을 거두곤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그래.”
 
 침묵. 정적. 무슨 말로 이 분위기를 깨야할지 생각해야 했지만, 우둔한 머리는 아무 것도 생각해내지 못한다. 갑작스러운 상황에서 제대로 말을 못 하는 건 변하지 않는 모양이다.

 “잠시 쉬었다가 갈래?”
 
 오리모토는 덩그러니 놓인 벤치를 가리켰다. 공원과 도보의 경계에 놓인 벤치. 평소라면 ‘집에 갈래.’하고 간단히 거절했겠지만, 어째선지 오늘의 나는 고개를 끄덕이곤 자전거를 끌고 가는 그녀의 뒤를 따랐다. 가끔은 이런 날도 있는 법이겠지.

 벤치에 앉자 오리모토는 총총 걸어 근처의 자판기에서 캔 음료를 뽑아왔다. 웃챠, 하고 손에 든 캔 하나를 내게 던졌다. 아무리 힘이 없다곤 해도 이 정도를 받지 못할 건 아니다. 나이스 캐치.
 그녀가 내게 던진 건 흔한 브랜드의 홍차 음료다.

 “얼마야?”
 “됐어.”

 세상에는 성의라는 게 있고, 무릇 성의란 거절하기 힘든 법이다.

 “고마워.”

 다음번에 기회가 있을 때 보은하면 될 일이다. 홍차 캔을 땄다. 오리모토는 잠시 캔 커피의 끝부분을 매만지다 딴다.
 오리모토는 서 있고, 나는 밴치에 앉았다. 그 묘한 간격은 두 사람 사의 간격을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었다. 연인 사이도 아니고, 옆에 앉는 건 곤란하겠지. 이럴 때 남자가 앉아있는 것도 뭣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오리모토 카오리는 의문스러운 눈빛으로 그 행동을 바라보았다.

 “앉지 그래?”

 그때서야 행동의 의미를 깨달은 듯 그녀는 손을 저었다. 그렇다고 다시 앉을 수는 없고, 결국 둘은 벤치를 내버려 두고 서 있는 애매모호한 상태로 따뜻한 캔 음료를 홀짝홀짝 마셨다.   흘끔 고개를 돌려 오리모토를 보았다. 뒤에 남자를 태우고 달렸음에도 땀방울 하나 나지 않은 멀쩡한 얼굴. 역시 라이더구나, 그런 생각을 한다. 별달리 힘들어 보이지도 않는데. 왜 굳이 쉬고 가자고 했지?

 “오리모토.”
 “히키가야.”

 교차하는 목소리에 어색한 분위기가 폭발한다. 어색해 오리모토 쪽으로 시선을 돌리지 못하고 하염없이 바닥만을 바라볼 뿐이다. 그것은 오리모토 쪽도 마찬가지인지, 침묵은 쉽사리 무너지지 않는다. 밤이 내려왔다, 언제까지고 이러고 있을 수는 없다.
 신경 쓰이는 것도 있고. 우선은, 레이디 퍼스트.

 “먼저 말해.”
 “그냥, 히키가야도 많이 변했구나. 싶어서. 아하하, 무슨 말이래. 완전 웃겨.”
 
 안타깝게도 그리고 대체로 그랬던 대로 오리모토 카오리의 말은 전혀 웃기지 않는다. 오리모토는 입가를 가리며 웃으려 한다. 어색한 분위기를 바로 잡으려는 노력 같아 어쩐지 보고 있기 괴로워 적당히 따라 웃는다.
 시답잖은 웃음이 멎고, 다시 적막이 찾아왔을 때. 나는 입을 열었다.

 “그만 가도 돼.”
 
 오리모토는 무슨 말이냐는 듯 고개를 갸웃거린다.

 “정류장도 다 왔고. 늦었으니까. 오리모토도 집에 빨리 돌아가는 쪽이 나을 테고, 또 위험하기도 하고…”
 
 횡설수설 말해지만 요점은 이만 헤어지잔 소리다. 그 말에 오리모토는 몇 걸음 다가와 얼굴을 가깝게 붙여 지그시 바라본다. 갑작스러운 행동에 심장이 덜컥 내려앉는다. 옅은 숨결과 살짝 벌어진 촉촉한 입술은 너무나도 자극적이며 옅은 미소를 머금은 그녀는 그 어느 때보다 요염하다.
 혹여나 숨결이 닿을까, 숨을 쉴 수 없었다.

 “아까 전 보단 나아진 것 같고.”
 
 자전거에 강제로 태운 것은 그녀 나름대로의 배려였을 것이다. 오리모토 카오리는 기본적으로 좋은 녀석이니까. 과로로 당장이라도 쓰러질 것 같은 동급생을 보고 지나치지 못했으리라.
 상냥하다. 한 때 나는 그것을 다르게 생각해 고백을 했었다. 결과는 처참하고 처절했다. 그랬기에 청춘을 믿지 못했고, 봉사부에 들어가고, 진실을 추구했다. 추악한 결과론일지 몰라도 나는 오리모토 카오리에게 고백을 했기에 거기까지 닿을 수 있었던 것이리라.

 “응, 걱정은 없겠네.”

 오리모토는 싱긋 웃으며 나를 빤히 바라본다. 지근거리에서 닿는 숨결엔 희미한 열기가 느껴진다. 무언가에 사로잡힌 듯 눈을 땔 수가 없다. 이 이상 바라보단, 선을 넘을 것 같아 주먹을 꽉 쥐고 입을 열었다.

 “오리모토. 너무 가깝다.”
 “에?”

 그제야 오리모토는 가까운 거리를 인식했는지 어둠 아래 희미하게 뺨을 물들이며 시선을 돌렸다. 부끄러운 듯 제 머리를 손으로 슥슥 빗어 내리며 조심조심 이쪽을 쳐다보며 수줍게 웃어 보인다.

 “…또, 히키가야 답지 않은 말이네.”

 이것저것 생각하다 전번에 했던 말을 재탕하기로 한다.

 “사람은 변하는 법이니까.”

 그에 오리모토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일리 있어.”

 총총, 오리모토는 자전거로 걸어가 능숙한 몸놀림으로 그 위에 올라탄다. 늘씬하게 뻗은 다리, 곱게 뻗은 종아리. 혹여나 들킬까 애써 눈을 땠다. 오리모토는 서글서글한 미소를 지으며 페달에 달칵 발을 올렸다.

 “이만 갈게~ 히키가야도 조심해서 들어가.”

 하고 그녀는 화답할 시간도 없이 부지런히 페달을 밟아나갔다. 오리모토는 금세 시야의 저편으로 사라졌다. 역시, 로드 라이더. 하릴 없이 집에만 있느니 로드라도 살까.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무렵 공원의 저편에서 신경 쓰였던 것이 다가온다. 힐 특유의 또각또각 거리는 소리와 함께.
 몸을 숨길 생각은 추호도 없다는 듯, 그녀의 가볍게 내딛는 걸음은 오만해 보이기까지 한다.
 유키노시타 하루노는 진홍빛 코트를 나부끼며 손을 흔들었다.

 

2화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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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내 청춘러브코미디는 잘못됐다 속 2기 오프닝
히나탕
2015-04-03 0-0 534
2200
내청춘 2기 핀업 이미지.JPG [7]
히나탕
2015-03-27 0-0 1169
2199
(스포,네타주의) 10.5권 하치만-이로하 데이트 장면 일부 발췌 part 2 [6]
히나탕
2015-03-21 0-0 6631
2198
(스포,네타주의) 10.5권 하치만-이로하 데이트 장면 일부 발췌 part 1 [3]
히나탕
2015-03-21 0-0 3420
2197
[원서네타] 이로하 부분 짤막하게 스포 [12]
히나탕
2015-03-20 1-0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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