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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마 키쇼와 어린왕자 : 아리마에게 있어서 하이세는 무엇이었을까
예쁘시네요 | L:12/A: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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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 52-2 | 조회 21,793 | 작성일 2016-04-27 18:4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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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마 키쇼와 어린왕자 : 아리마에게 있어서 하이세는 무엇이었을까

 

• 필자의 자의적인 해석과 현재로선 불확실하고 지극히 개인적인 추측이 상존합니다. 이 부분은 독자적으로 판단하여 받아들이시길 바랍니다.

• 문학작품에 대한 이야기가 열거되고 있지만, 특정 작품을 폄하하거나 평가절하하고자 하는 의도는 없습니다.

• 츄잉의 시스템적 한계상 사진보다는 글이 많습니다(사진 최대 30장).

• PC버전에 편의를 맞추어 작성되었습니다.

 

본고는 이전에 제가 작성하였던 글(http://blog.naver.com/account2000/220657523365)을 모태로 하여 작성되었습니다. 다만 해당 글은 현 시점에서 일시적인 비공개로, 이유는 본문에서 밝히지 않겠습니다. 사실 이 글이 주소의 글의 일부였다고 합니다

 

A.어린왕자는 무엇의 착상인가

 

본고에서는 다른 문학작품보다도 우선적으로 <어린왕자>를 구심력으로 놓고 글을 전개하나, 생텍쥐페리의 <어린왕자>의 특징상 주체성을 갖는 어린왕자보다도, 그의 주변인물에 대해 초점을 더 맞추는데에 그 의의를 둡니다.

 

이러한 접근은 한 객체의 성장이 객체 그 자체의 성찰보다도, 그 성찰을 촉진시킨 환경과 같은 근저에 놓인 어떠한 구조자의 손길에 본질이 담겨있는듯 묘사하는 <어린왕자>의 스토리텔링을 십분 수용하고자 하는 의사에서 착안되었고, 무엇보다도 이와 같은 전개방식은 도쿄구울에서도 훌륭히 이용되고 있습니다.

 

 

「네 장미를 그토록 소중하게 만든 것은, 네가 그 장미에 들인 시간이었단다.」

「이해해줘, 너무나도 멀어. 나로서는 이 몸을 이끌고 나아갈 수 없어. 내게는 너무 무겁다고.」

 

일력의 6월 29일과 6월 30일에서, 아리마 키쇼와 코쿠리아 수감번호 240번은 마치 어린왕자와 그의 장미를 연상시키는 관계로 착상이 나타난 바 있습니다.

 

<어린왕자>의 한 구절에서 혹자는 어린왕자에게 너의 장미가 특별해진 까닭은 그 장미가 내재한 특별함이 빛을 발했기 때문이 아니라, 단순히 네가 그 장미에게 쏟아부은 시간(노력)이었다고 가르쳐줍니다. 그리고 "그렇기에 네 장미는 너에게 있어서 유일한 것." 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여기서 이목을 끌었던 것은 어린왕자에게 있어서의 특별한 장미는 그 자체적인 관점에 입각하여서는 그저 아무런 특별함도 지니지 않은 평범한 장미에 그치고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여우도 이 점을 지적하였는데, 후술하겠지만 이는 도쿄구울 내에서도 유효합니다. :

 

「─하지만 네게 있어서 그 특별한 장미도 다른 이에게 있어서는 그저 꽃밭에 널린 평범한 것에 지나지 않겠지.」

 

여하간 해당 부분은 <어린왕자> 본편에서도 꽤 중요하게 다뤄지는데요, 어린왕자는 실제로도 장미들이 가득 모여있는 정원에 들어가 많은 아름다운 장미들을 보았지만 어느것에도 자신의 장미와 같은 특별함을 느끼지 못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과정중 정립된 어떠한 깨달음을 통해 결론을 내린 어린왕자는 꽃밭의 장미들에게 '너희는 아름답지만 속은 비어있다'며 자신을 길들이고 마찬가지로 자신이 길들인, 요컨대 서로가 서로에게 시간과 정성을 들인 그 장미만이 자신에게 있어서 절대적인 가치를 지닐 수 있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따라서, 아리마에게 있어서 나타난 장미가 그 어떤 태생적인 특별함을 지닌 것은 별달리 중요한 점이 아닐 것이라는 관측이 가능합니다. 시간 그 자체가 환기시킨 영예이기 때문입니다. 동일한 선상 위에서 6월 30일에 나타난 어린왕자의 장미는 카네키 켄보다는 사사키 하이세쪽에 더욱 가까우리라는 것이 어느정도 타당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도 아리마가 3년간 함께 지냈던 인격적 주체는, 그리고 그로서 만들어진 어떠한 성질은 사사키 하이세에게 더 깊고 공고히 예속되는 듯한 분위기를 작중에서 많이 관찰할 수 있었어요.

 

또한 전술했던 바와 같이 아리마의 장미는 역설적으로 다른 이들에게 있어서는 별달리 특별한 점 없는 '많은 것들 중 하나'로 비춰졌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그들의 입장에서는 아리마가 장미를 아끼는 이유를 이해하지 못했을 수도 있죠. '어째서 위협이 되는 구울을 구축하지 않고 살려두느냐', '하이세는 구울이다.', '이해할 수 없어' …….

 

아리마를 향해 내심 중얼거렸을법한 언사들이고, 또 실제로도 작중에서 몇번씩이고 등장했었던 대사들이기도 합니다.

 

 


카네키가 에토와의 유사성이 강조된다면 하이세는 아리마와의 동질성을 환기시키는 연출이 빈번하게 등장했었다는 점도 하이세가 <어린왕자>에서 장미로서의 지분을 차지한다는 주장의 기초가 되어줍니다.

 

본편에서 직접적으로 언급된 것 내지는 대부분의 독자들이 생각하는 일관된 설정은 하이세가 아리마를 닮아간다는 것이었겠지만, 사실 외에도 역으로 아리마가 하이세를 닮아간다고 생각할 수도 있을법한 묘사 역시 암암리에 꾸준히 등장해온 바 있었습니다.

 

타카츠키 센의 정신적 토대를 고스란히 물려받았던 카네키 켄. 그에게 있어서 알게모르게 에토와의 인연을 만들었던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십수년전의 외로웠던 어린시절로 돌아가 그가 읽었던 책 한권이 발단이었다고 합니다. 그건 그 자신의 외로움과 번민을 충실히 대변해주는 것이었고, 무의식상에 내재된 부모에 대한 원망과 반감, 스스로의 무력함에 대한 혐오를 공감해주었던 얼굴도 모르는 작가의 그 한 권은 정신적 지주를 잃어버려 딜레마에 빠진 소년에게는 신이나 다름없는 존재로 자리잡았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외에도 리제와의 만남 역시 타카츠키 센의 <검은 산양의 알>이 계기였다고 해요.

 

이렇듯이 도쿄구울에서 정서를 나누고 공유하는 계기는 대부분 '책'이라는 매개를 통해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는 걸 짐작할 수 있는 부분들이 자주 노출됩니다.

 


 

▲카프카의 잡종(튀기)가 마음에 들었다고 말한 아리마. 그건 그 누구를 떠올렸기 때문인가?

 

이에 기초하여 아리마가 하이세에게서 책을 빌리고, 굳이 꼭 그에게 빌린 책을 돌려주러 간다는 언급은 가장 대표적이고 좋은 예제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심지어는 본편이 아닌 개그성 번외에서조차도 이런 점은 부각됩니다(http://blog.naver.com/account2000/220599405769).

 

서로가 서로를 알고자 하고, 또 실제로도 닮아가는 것은 <어린왕자>에서 자주 던져지는 화두인 '길들임'의 가장 이상적인 도해이기도 합니다. 아리마가 하이세가 권하는 책을 읽고 하이세가 아리마를 닮아가고 있었던 3년의 시간은 어린왕자와 장미의 관계와 취합되어 서로를 길들여가는 과정이었음을 토로하는 것이었다고 읽혀져야 한다고 봅니다.

 

한 편으로 <어린왕자>의 결말에 이르러 영원할 것만 같았던 왕자와 장미의 이야기는 다소 씁쓸한 끝맺음을 짓습니다. 둘의 관계가 유전된 아리마와 하이세 역시도, 그들 자신의 의지와는 관계없이, 관계의 끝이 암습해오고 있음을 최근에 이르러서는 매우 노골적으로 관찰할 수 있었어요.

 

그런 <어린왕자>의 극 중에서 이러한 말로를 야기한 가장 상징적인 인물은,

 


 

바로 양입니다.

 

왕자의 시선에 반사된 양은, 실제로도 양이 그러했듯이 장미와 자신의 관계에 종막을 선언하는 사자로서 나타났을 것입니다. 물론 양의 목적은 왕자를 괴롭히기보다는 장미 그 자체를 얻고 싶어했던 것이었겠지만, 왕자 자신의 입장에서는 별다른 차이를 느끼지 못했겠죠.

 

어린왕자는 늘 양이 자신의 장미를 집어삼킬것을 두려워합니다. 화자는 왕자에게 두려워하지말라며 자신이 양에게 재갈을, 장미에게 덮개를 씌워주겠다고 위로해주는 면모를 보이기도 했었습니다.

 

<어린왕자>가 도쿄구울에 장미와 왕자의 이야기로서 지분을 차지한다면 마찬가지로 양에 상응하는 인물이 있었으리라고 생각됩니다. 양의 입지가 긍정성과 부정성을 막론하고 상당히 중추적인 입지를 거머쥐고 있다는 점을 토대로 양의 입지를 도쿄구울로서 재해석하는 것 역시도 상당히 유의미한 작업이라고 여깁니다.

 

재미있게도 작중에서 직접적으로 양의 입지를 갖는 인물은 현 시점 기준 단 두 명 밖에 존재하고 있지 않습니다. 그리고 그 두 명 모두 해석에 따라 어린왕자와 장미로 나타났던 아리마와 하이세의 관계에 영원한 파탄을 불러온 주모자였다고 읽힐 수 있다는 점 역시도 괄목할만합니다.

 

  
 

 「아아, 나의 귀여운 결핍자. 네 부모는 너를 키우는데 실패했어.」

 

<검은 산양의 알>에서 '검은 산양'으로서의 입지를 갖는 에토와 그 알로서 잉태된 카네키 켄.

 

하이세가 카나에에게 구타당하던 그 시련의 시간동안, 아이러니하게도 그에게 닿은 에토의 목소리와 카네키의 목소리는 하이세 본인에게 있어서는 완전히 같은 울림이었을 것입니다. 관련한 자료는 '알'의 시점에서 작성된 검은 산양의 마지막 구절들에서 포착할 수 있었습니다.

 

둘 다 동일한 사상을 그에게 관철시키며 하이세가 바라본 시야와 믿음을 전면으로 부정하였고, 나아가 하이세의 죽음을 소원하고 있었어요. 에토에 이르러서는 알다시피 그간 타키자와나 카나에 등을 이용하여 다양하게 외적이고 물리적인 방법도 서슴치않고 구사하기도 하였습니다. 특히 아리마와 하이세의 관계가 파괴되기 시작했던 것은 에토가 카네키를 되돌리는 것을 성공한, 그리고 카네키가 육신의 주도권을 쥐기 시작한 바로 그 시점부터였다는 점 역시도 신경써볼 부분입니다.

 

그렇기에, 둘 중 누가 <어린왕자>에 등장하였던 양의 입지를 가졌는가에 관계없이 결과적으로 어느쪽이던 유사한 결론으로 다다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어쩌면 특정 개체 하나로 범위를 좁히는 것이 아니라 둘 모두를 의미하는 중의적 키워드였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분명한 것은 어린왕자는 장미에게 위협이 되는 양을 배제하고자 하는 노력을 기울였으며, 그건 아마도 작중에서 상당히 다방면적으로 나타났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입니다. 본고에서 굳이 지적해드리지는 않겠지만 이미 작중에서 이 부분을 암시하는, 그러한 아리송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연출은 상당히 노골적으로 빈번히 등장하지 않았던가 합니다.

 

B.어린왕자와 장미에 담긴 또다른 착상 : 치린의 방울

 

B.i.늑대가 바라본 치린

 

 

 

「난 지지않아, 늑대보다도 더욱 강해질거야. - 치린의 방울 中」

 

밝혀진 소수의 아리마 관련 이야깃거리들 중, 가장 흥미를 끈다고 말할 수 있는 점은 단연 <치린의 방울>과 관련된 이야기일것입니다.

 

본고에서는 직접적으로 치린의 방울에 대한 이야기를 요약해드리지는 않으며(글길이 제한), 대신 다른 분의 주소로 대체하도록 합니다. 자막은 없습니다만 만화를 보고 싶다고 하시는 분들을 위한 유튜브 주소도 동봉하였습니다.

 

* 치린의 방울 리뷰 : http://blog.naver.com/rs_100613_pa/220408004111

* 치린의 방울 : https://www.youtube.com/watch?v=Yoorxhh5C2A

 

어머니의 복수를 하기위해 늑대의 땅을 밟은 치린은 근처에서 어미새가 둥지를 지키기위해 뱀과 싸우는 장면을 발견합니다. 치린은 새들을 지키기위해 뱀과 싸우고 뱀을 처치하는 것 자체는 성공합니다만, 과정 중 새 둥지에 담긴 알을 깨뜨리고 맙니다. 본래의 목적을 크게 상실한 쓰라린 실패의 아픔을 맛봐야만 했죠.

 

이에 치린은 어째서 나약한 이들은 늘 도태되어야만 하는 것이냐며 분개합니다. 여기서 지켜보고 있던 늑대는 상당히 재미있는 답변을 해줍니다 :

 

 

 

「누군가가 살기 위해서는 반드시 누군가가 죽어야만 하는 것이다. 그것이 자연의 법칙이다. 이곳은 싸움뿐인 세계야.」

 

늑대가 말하고자 하는 세상의 단면은 사실 현재 도쿄구울의 세계관, 그것도 전투와 유혈이 늘 팽배해있는 구울들의 세계를 많이 연상시키는 구석이 있습니다. 물론 모든 구울들이 늑대와 같은 세계관을 갖고 있다고는 말할 수 없겠으나, 적어도 구울들의 보편적인 가치관의 근간을 관류하는 것임은 확실하다고 볼 수 있어요.

 

본편에서도 몇명의 구울들에게서 비슷한 내용들이 종종 나타납니다.

 

 

 

에토가 조직한 아오기리 나무의 기본적인 모토는 약육강식 위주의 '힘이 세상을 지배한다'는 중심사상을 견지하며 자라났고, 카네키 켄은 1부부터 매우 빈번하게 '살아간다는 것은 곧 타인을 먹는 것(배제하는 것)'이라며 강박적인 습관을 보였습니다. 요시무라는 조금 모호했지만 안테이크전에서 생명의 저변이 담지한 본질이 타인의 생명을 갈취하는데 있다고 주장함에 따라 늑대의 그것과 같은 근간임을 검증하였다고 볼 수 있습니다.

 

특히나 이들 모두는 각각 늑대가 고해준 세상의 쓰라린 단면에 대한 설움을 안타까운 과거와 경험들을 통하여 깊게 통감하고 있습니다.

 

범고래전 이후 카네키가 앓았던 조울증의 너머에는 반카쿠쟈가 보장해준 강함의 이면에 들끓는 통제할 수 없는 힘에 의해 지키고자 하는 이들을 상처입혔다는 죄책감이 머무르고 있었고, 요시무라는 딸과 아내를 지켜내지 못했던 자신의 무력함을 떠올리며 '무엇인가를 지켜내는 것은 힘든 것'이라고 조언합니다. 모두 치린이 겪었던 조난자의 번민과 같은 맥을 공유하고 있으며, 늑대가 생각하는 세상의 본질과도 살이 맞닿아있지요.

 

에토, 요시무라, 카네키. 이들 모두에게 나타나는 공통점은 작중에서 상당히 괄목할만한 입지를 지닌 강자축에 속한 구울들이라는 점입니다. 안테이크전에서의 이리미 카야, :re 초반에서 CCG의 의사의 공통된 언급대로, 구울들의 강함의 내면에는 그들이 받아온 무수한 상처와 고통이 흐르고 있습니다.

 

따라서 <치린의 방울>에서 연출되는 늑대의 사상은 구울들 중에서도 유난히 강하고, 또 그렇기에 유난히 상처받은 구울들이 담지하고 있는 그것이라고 볼 수 있는 것입니다. 공교롭게도, 늑대의 그러한 이 대사는 그간 아리마의 입에서 종종 내뱉어졌던 언사와도 유착되는 측면이 상존합니다.

 

 

「일어서라 하이세. 네 일을 해야지. 죽여, 나처럼. 그게 싫으다면 하이세, 한번 더 죽을테냐?」

 

언젠가 아리마는 하이세에게 구울들을 죽이는 것이 네 일이라며 그것을 거부한다면 자신에게 죽게될 것임을 통보했던 적이 있습니다.

 

하이세에게 있어서 '일'이란 곧, 구울을 죽이는 것. 언젠가 시라즈 긴시가 살아생전에 지적했던대로 그건 한 생명을 빼앗는 일입니다. 상당히 야만적인 행동이겠지만, 사사키 하이세에게는 선택권이 없었을거에요. 그 '일'을 하지 않으면 자신이 죽게되기 때문입니다.

 

요컨대, 하이세가 살기위해서는(누군가가 살기 위해서는), 한 생명이 불합리한 방식으로 죽음을 맞이해야만 한다(반드시 누군가가 죽어야만 하는 것이다)는 것입니다. 또한 결정적으로 그에게 있어서 생명을 보장받기 위한 '일'의 본질은 ─

 

 

 

▲CCG에서의 일을 통해서 끊임없이 자신의 쓸모(존재가치)를 증명해야 하는 하이세를 비판하는 카네키.

 

─ 바로 그의 존재가치로 환유되는 것이기도 합니다.

 

존재가치, 곧 그 자신의 생명의 본질이 타인의 생명을 앗아가는데에 의의가 담겨있다는 하이세가 놓인 상황은 생명의 모집단으로 인해 형성된 세계가 생명을 앗아가는 어떠한 싸움만이 존재할뿐이라고 생각한 늑대와 동일한 원안을 두고 현상되어 있음을 보여줍니다.

 

그리고 늑대가 치린에게 말해주었듯이 아리마는 늑대로서의 가치관을 하이세에게 전달합니다. 하이세에게 있어서 아리마는 단순히 어린왕자일뿐만아니라 치린의 입장에서 투영된 늑대라고 생각하는 것도 타당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헌데, 몇가지 이상한 일이 있습니다.

 


 

늑대의 밑에서 자라남에따라 점차 늑대와 닮아가게 된 치린.

 

본고의 상단에 삽입된 일러스트에 그려진 아리마 키쇼는 아직 고등학생 시절의 앳된 모습이었고, 다른 무엇보다도 그의 우측에 기입된 글귀는 사실 늑대보다는 결의를 다지는 치린에 가까워 보입니다. 게다가 늑대의 언사에서 파악할 수 있던 상처받은 구울들의 신념을, 어떻게 인간 아리마가 지니고 있을 수 있다는것인지?

 

치린이 점차 늑대의 모습을 찾아간 양이었음을 고려해보면 하이세의 늑대인 아리마 역시도 언젠가 누군가의 치린이었다는 말인가?

 

현재로서는 잘 알 수 없는 일이지만 만약 아리마가 그의 '늑대'에게서 가르침을 받았던 것이라면, 분명 그의 늑대는 아마도 굉장히 강력한 구울이었으리라는 추측은 남겠군요. 아리마의 고고하지만 한 편으로는 고독해보이는 이질감은 어쩌면 그의 존재가 인간 사이에 녹아든 구울과도 같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그런 아리마에게 있어서 사사키 하이세는 굉장히 이례적인 존재였을것입니다.

 

하이세는 치린으로서 정의되는 과거의 자신과 굉장히 닮아있었고, 본고에서 묘사한 추측에 기초하여 아리마가 겪었을법한 많은 번민들을 지속적으로 보여주었던 적도 있었어요.

 

아리마가 구울과 인간의 양가적 특성 사이에서 고뇌하며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 외로운 인물이었다고 한다면, 마찬가지로 하이세 역시 구울로서의 일면이 강조되는 부정하고 싶은 과거의 자신으로 살아가느냐, 아니면 그러한 모든 과거와의 절연을 선언한 인간 하이세로서 살아가느냐라는 실존문제에서 늘 고민하고, 그렇기에 어디에도 진정 소속되지 못한 역설적 개인으로 성장합니다.

 

사사키 하이세는 그렇기에 아리마에게 있어서 자신을 이해해줄 수 있는, 적어도 자신이 공감하며 애정을 쏟을 수 있는 유일한 인물이었을 것입니다. 구원 따위는 없었을 사고무인의 외로운 벌판에 아주 오랜시간동안 홀로 서 있어야만 했다면 더더욱이 그러했겠죠. 애정을 나타내는 방식은 여러 측면에서 차이가 날 수 있지만 그 동기자체는 에토가 카네키와 사랑에 빠졌던 이유와도 큰 맥락에서는 상통한다고 생각해볼 수도 있으리라고 생각합니다.

 

이와같은 초상이 카네키 켄일적에는 강조되어 드러나지는 않은 도쿄구울 본편의 묘사에 힘입어, 아마도 아리마가 정서를 공유할 수 있다고 믿었던 정서상은, '20년의 비극으로 묶인 카네키'가 가지고 있던 것이 아니라, '3년의 도화지 위에 쌓인 사사키'로서 함양되었다고 이해해야 합니다. 아리마와의 유사성은 카네키가 그 자신의 기억을 잃어버린 3년의 공백 속에 채워졌기 때문입니다.

 

이 부분은 본고 초반에 밝혀두었던 <어린왕자>에서 '네 장미가 특별해진 것은 그 장미와 함께한 시간 때문'이었다는 구절과 동일한 알레고리로 읽을 수 있습니다.

 

B.ii.비극

 

 

「아아, 나는 너처럼 되지 못했어. 이제 어쩌면 좋은걸까.」

「─결국, 당신이 원하던 수사관은 되지 못했어요······.」

▲아리마가 바랬던 것은 자신과 닮은, 그렇기에 외로운 자신을 이해해줄 수 있는 수사관(하이세).

 

자신의 옛 고향, 마굿간. 그곳의 양을 죽이라고 명령한 늑대는 치린이 그 명령에 따르지 못하자 자신이 시범을 보여주겠다며 공포에 질린 양들을 학살하려합니다. 이에 반발한 치린은 늑대와 싸우다가 우발적으로 그를 죽이고 마는 실수를 저지르게 되죠.

 

그러나 늑대는 오히려 기쁘게 :

 

「─언젠가 이렇게 될거라 예상하고 있었다, 치린. 그래도 네 손에 죽게되다니 기쁘구나.」

 

늑대의 죽음으로 완전히 홀로 남게 된 치린은 슬피 울부짖습니다.

 

늑대가 되고자 했으나 결국에는 완전한 늑대가 될 수는 없었던 치린이 언젠가 늑대를 죽이고 다시금 목장으로 돌아갔을 때, 목장의 양들은 그저 그 무서운 늑대를 도륙한 치린의 강함에 전율했을 뿐, 누구도 그가 옛날 목장에서 자라난 그 순진한 양이었음은 알아주지 않습니다.

 

이는 어쩌면 아리마가 하이세의 등장 이전까지 고립무원의 굴레 속에 빠져버리게 된 계기였을지도 모르겠습니다만, 하이세로서의 카네키가 밟게될 가망이 있는 운명이기도 합니다.

 

구울의 가치관을 물려받았으나, 구울을 압도하는 강함을 가지고 있었으나 결국 완전한 구울이 되지는 못했던 아리마. 그렇다고해서 그가 인간에게서 인정받았던 것도 아니었을 것입니다.

 

인간이 되고 싶었지만, 오히려 인간보다도 인간적이었지만 결국 다시 인간으로 돌아갈 수는 없었던 하이세. 마찬가지로 그렇다고한들 그가 모든 구울들에게서 환대받았던 것도 아니었어요. 대개는, 아예 그 입장상 발견하자마자 구축해야만 하는 의무에 예속되어 있었습니다.

 

C.척안의 왕의 죽음 : 경쟁?

 

 

 

 「─만일을 위해 부탁을 말해놓을게. 척안의 왕을 죽여줘.」

 

:re 66, 에토의 대사는 상당히 신랄합니다.

 

현재로서는 누가 '첫번째 왕'이었는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지만 본고에서는 유대 신앙과 관련된 몇가지 추측과 까닭에 기초하여 아리마가 왕이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 이를 바탕으로 전개합니다. 그 이유에 관해서는 해당 글에서는 그다지 중요하게 다루지 않으므로 생략하도록 합니다.

 

만약 아리마가 초대 왕이었다고 한다면, 여러모로 에토와는 면식이 있었을 것입니다. 1부의 종반부, 에토와 아리마의 미묘한 눈빛교환과 중얼거림은 이 부분과 관련한 가장 중요한 떡밥이기도 해요. 하지만 곰곰히 돌이켜보면, 단순한 유착관계라고 단정짓기에는 본문의 내용은 물론이요,

 

 

 

▲카네키를 한번 되돌리는데에 실패한 옥션전 이후,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개입한 츠키야마 가 섬멸전. 하지만 도통 돌아올 생각을 하지 않는 카네키를 보면서, 그녀가 뱉은 한숨과 굳은 표정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지금까지 에토가 보여온 행보와도 충돌하거나 괴리를 일으키는 부분들이 몇가지 관찰되는 것도 사실입니다.

 

특히나 굳이 잘 살아있는 척안의 왕인 아리마를 제거하면서까지, 카네키 내지는 하이세를 추대할 필요가 있었을까요? 상징적인 의미만이 남아있다고 보기에는 지나치게 불필요하고, 2부에 걸쳐 종종 연출된 에토와 아리마 사이에 어떠한 경쟁관계가 있다는 기류를 암시하는 부분들이 많이 꺼림칙합니다.

 

완전한 유착은 아니었다, 즉 협업에도 한계선이 있었을거란 말인가?

 

그건 아예 타당성없는 추측은 아니지만, 적어도 현재로서는 이쪽에 무게를 싣을만한 근거는 많지 않습니다.

 

하지만 '왕'의 입지가 바뀌어야만 하는 것이, 에토 본인으로서도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다는 가설을 세워볼 수도 있을것입니다 : 작중에서 아직 묘사되지 않은 유구한 시계열의 어딘가, 모종의 이유에 기인하여 에토와 아리마 사이의 동맹관계가 틀어졌다.

 

이 경우 도대체 동맹인지 아닌지 의심을 가게 만들었던 몇몇 전개는 풀릴 수 있을 뿐더러, 앞서서 어린왕자와 대립각을 세웠던 양의 입지에 에토가 대입되었던 방정식도 합리성을 가지게됩니다.

 

하지만 물론, 이것마저도 조금 이상한 감이 있죠.

 

 

 

현재로서는 어떤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당시의 에토가 바라본 뒤틀린 세상에서 그녀에게 V(현 체제)의 붕괴는 단순한 혁명이 아니라, 버림받은 추한 삶의 처절한 복수극. 다시말해 그녀가 살아가는 동력원(분노)이었을 것입니다.

 

아리마의 경우에도 살아온 궤적을 막론하고 왕이라는 공고한 지분을 차지했던 것이라면 에토의 계획에 상당히 깊게 관여하고 있었음을 추측해볼 수 있습니다. 에토가 바래왔던 목적성과는 다를지 몰라도, 최소한 현 체제의 붕괴의 필요성까지는 인식하고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됩니다.

 

여기서 에토와 아리마의 입장 사이에 생겨나는 공통점은 바로 서로가 혁명으로 묶여있었다는 점입니다. 특히나 둘 다 각자의 계획에서 상당한 지분을 차지하고 있었고, 어느 한 쪽이 위태로워지면 마찬가지로 역풍이 몰아칠 가능성을 계산하지 못했으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자신의 목숨이 개미마냥 날아가는 것은 물론이고, 자칫하다가는 삶의 이유나 다름없는 위업을 성공하지 못한 채로 공중분해 시켜버릴 가망도 있는 것이겠죠.

 

때문에 어느 하나가 다른 하나를 배신하거나, 동맹이 흔들리는 것은 그다지 쉽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이 둘의 관계가 엇갈렸다면 그건 상당히 양 쪽 모두에게 중요한 입지를 갖는 어떠한 것이 계기로 놓여있었다는 말이 됩니다. 아리마와 에토 모두에게 있어서 일생의 숙업을 한 귀퉁이로 잠시나마 차치하고서라도 얻고 싶었던 것. 어쩌면 그건 그들 자신에게 내재된 가장 원초적인 설움과 고뇌를 대변하거나, 혹은 해소해줄 수 있는 것이었을수도 있습니다.

 

* * * 

 

 

<어린왕자>에서 어린왕자와 양 사이에 생겼던 불화는,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왕자의 장미에 대한 바람과, 양이 가졌던 바람이 결국 서로 공존할 수 없는 모양새로 나타났기 때문이었습니다.

 

사사키 하이세와 카네키 켄. 경위와 드러내는 방식은 다를지언정 각각 아리마가 사랑하고, 에토가 사랑하던 인물들입니다. 그리고 둘 모두 동시에는 공존할 수는 없었다는 점까지도, 어린왕자의 슬픈 이야기와 닮아있는 점입니다.

 

 
  

그녀는 어떤 것에도 희망을 느끼지 못해서, 절망에 굴복하여 모든 것을 파괴하는 것이었다고 생각해요.

 

자신을 내버리고 홀로 방황하게끔 만든 세상에게 복수의 의지를 갖게 된 것은, 그녀 자신의 마음 속에 가장 깊이 내재된 어떠한 외로움과 사랑에 대한 욕구로 환유되기도 하는 것입니다.

 

비단 반구울이었기 때문만이 아니라, 온당히 받았어야만 할 부모의 사랑과 애정마저도 받지 못한 채로, 그저 버려진 생명으로서 해답이나 구원 따위는 없이 방황하는 삶만을 전전했다면 고독감을 채워줄 수 있는 어느 누군가의 존재는 그만큼 절박했을거에요. 하지만 아주 오랜 시간동안, 그런 사람은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사인회에서 처음 만났던 그 날부터, 카네키는 애정에 대한 깊은 갈망을 눈에서 드러내고 있는 인물이었고, 나아가 에토 자신이 책 속에 숨겨두었던 비밀마저도 읽어내는 모습을 보이곤 했어요.

 

   

 

그는 사신이라고 불리고 있어요. 하지만 모두들 어째선지, 그에 대해 물어보면 "모른다"라고 대답하죠.

 

정체성 사이에서 혼란을 겪고, 누구나가 하얀 사신을 경외하지만 누구도 아리마 키쇼를 돌아봐주지 않는, 인파 속에서 느꼈던 그런 악질적인 고독함은 비단 아리마뿐만이 아니라 그 누구도 버텨내기 힘든 것이었을거에요.

 

공개된 최신화(:re 74)에서도 아리마에 대한 감상을 묻는 하이세의 질문에, 모두가 그에게서 상당히 거리감을 느끼는 양상을 보였습니다.

 

아리마를 존경한다던 우이도 그를 그저 '천재'. 아리마를 흠모하던 하이루도 그의 강함에 대한 묘사의 반복. 고등학교 동창이던 후라마저도 그를 이해할 수 없다며 이질적인 존재로 치부하는 느낌을 표현했죠. 그나마 가깝다고 볼 수 있는 사람마저도 그를 이해하지 못한다고 하거나, 아니면 오로지 하얀 사신이라고 불리우는 CCG의 절대적인 무력으로 여기는 모습은 3자의 입장을 견지하는 독자로서도 상당한 고립감을 느끼게 합니다.

 

그리고 그렇기에, 개중에서도 아직 완전히 아리마를 이해할 수는 없어도 적어도 그에게 책을 한 권 가져다주며 아버지를 투영하는 하이세의 모습은 굉장히 독특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아리마의 삶에서 굉장히 드물게, 아직 미숙하지만 자신과 무척이나 닮아있는 외로운 아이가 늘 넓은 벌판에 홀로 서 있던 자신에게 손을 내밀어준 것이었기 때문입니다.

 

에토와 아리마에게 각각 카네키와 하이세가 가졌던 의미는, 보시다시피 그들 자신의 가장 결핍된 부분들. 그렇기에 갈망했으나, 결국에는 보답받지 못한 부분들을 충족시켜주는 것으로서 나타납니다. 그들의 '구원'을 관통하는 것이겠죠. 하지만 끝까지 하이세와 카네키는 공존할 수 없었고, 언젠가 하이세가 눈을 감고 카네키가 부활함으로서 사실상 에토의 승리로 막이 내렸음에도, 장기적으로 신뢰할 수 없게 된 한 쪽은 자연스럽게 도태되어야만 하는 것이었을거라고 생각해본다면,

 

   
 

왕의 죽음은 그것이 불러일으킬 여러 파장을 떠나 개인적인 감정도 다분히 껴 있었다는 생각에는 어렵지 않게 이를 수 있습니다.

 

D.결어 : 늑대의 죽음과 왕자의 죽음의 연관성

누군가에게 길들여진다는 것은 눈물을 흘릴 일이 생긴다는 것일지도 모른다.

 

<치린의 방울>의 늑대, <어린왕자>의 어린왕자. 모두 자신이 길러낸 자식과도 같은 존재를 위하여 죽음을 맞이합니다.

 

늑대의 경우에는 언젠가 자신이 치린의 손에 의해 죽게될 것임을 알고 있었음에도 그를 길렀고, 왕자는 장미에 대한 자신의 마지막 책임을 다하기 위해 뱀에 의한 최후와 마주서기를 결정합니다. 노란 뱀에 관한 이야기를 색깔과 결부지어 설명하고자 한다면 왕 그 자체에 대한 이야기를 해야하므로, 지면 낭비 및 요지가 삼천포로 샐 가능성을 염려하여 관련해서는 다른 글에서 다루도록 하고 본문에서는 생략합니다.

 

 

 

「이걸로, [원하는 대로]인가?」

 

 :re 74화, 아리마는 카네키를 죽일 기회가 여러차례 있었음에도 그저 허벅지를 찌르거나, 다리를 걷어차는 수준으로 치명타를 입히지 않습니다. 이 부분은 무려 645번이나 그의 목숨을 살려주었다고 하는 아리마 본인의 자체적인 언급에서도 드러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아리마는 카네키의 눈 바로 앞에 IXA를 겨누며, 이것으로 원하는 바가 이루어졌느냐는 말을 남깁니다. 1부 안테이크 섬멸전처럼 그저 그의 눈을 관통하면 다시 하이세로 만들어버릴수도 있었을 문제입니다. 하지만 그는 그러지 않고 무기를 거두며, 그저 네 선택은 무엇이느냐고 이택을 재촉할뿐이었어요. '선택을 강요하는 것'은 곧, 바꿔말하면 '선택지를 제공해준다'는 말이기도 합니다.


그저 기억을 없애고 이승을 멤도는 망자로 부활시키는 것이 무의미하다는 것을 각인시킨 4년의 추억이 불러일으킨 말로 외에도, 아리마가 굳이 카네키에게 선택지를 제공한 배경에는 분명히 카네키가 모든 것을 깨우친 뒤에도 자신의 곁에 남겠다는 선택을 해줄 수도 있으리라는 희망이 있었을거라고 생각합니다. 2초면 죽일 수 있었다는 아리마의 표정에 깃든 씁쓸함은 어딘가 쉽게 연결되지요.


그에 대한 반증인 것인지 카네키가 여전히 옛 인연들을 지키기위해 자신에게 칼을 겨누겠다고 말하자 ─

 

 

 

「네게 허비한 시간은 무의미한 것이었군.」


─ 그의 소망과는 엇나간 선택을 하는 카네키에게 짐짓 분노섞인 중얼거림을 전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모두 아리마가 하이세를 아직도 마음에 담아두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는 부분들입니다. 그는 구울과는 대화하지 않는다는 자신의 신념을 결국 깨버리기도 했어요.


이같은 착상은 <어린왕자>에서 이야기의 끝까지 자신의 장미를 다시 만나고 싶어했던 왕자의 이야기와도 취합되는 구석이 있습니다. 왕자가 뱀에 물려 죽는 것을 선택했던 것 조차도, 별로 돌아가 자신의 연약한 장미와 다시 만나기 위함이었다고 합니다.


실제로도 왕자가 뱀에게 죽음을 맞이하기전 어딘가 노란뱀에게 이를 '부탁'하는 듯한 모습이 암시됩니다.


마찬가지로 아리마 역시 어떤 방법으로든 하이세를 다시 만나기를 소망하고 있다고 해득해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카네키는 아리마가 제시한 선택지에서 결국 카네키로서의 삶을 택했고, 하이세로서의 그는 잠들어버렸지요.

 

결국 아리마는 하이세와 다시 만나기 위해, 그리고 그로서 자신의 책임을 다하기위해 카네키의 손에 맞이하는 죽음을 선택하게 될거라는 말로도 현재로서는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에는 비단 '죽음'의 액면 그대로의 의미만이 함의되어있진 않습니다. 어린왕자 역시 작품 내에서 '자신은 죽는 것처럼 보여도 죽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한 바 있었고, 무엇보다도 비단 <어린왕자> 뿐만 아니라, <치린의 방울>의 입지 역시 고려해봐야 하는 부분이기 때문입니다.

 

 

 

제가 죽는 것 처럼 보여도, 그건 사실이 아니에요. 단지 그곳은 너무나도 멀고, 육신과 함께하기에는 너무나도 무거운걸요.


늑대는 치린에게 죽음을 맞이하고, 그로서 치린의 모습은 언젠가의 고독한 늑대와도 같이 변모합니다.

 

어린왕자는 죽음으로서 장미를 다시 만날거라고 했고, 그것은 죽음처럼 보여도 결코 죽음이 아니라고 단언합니다.

 

어린왕자는 어떻게 죽음을 통하면 자신의 장미를 다시 만날 수 있을거라고 믿었을까요? 거시적 관점에서 이 둘에게 나타나는 모든 착상은 세상에 어떠한 잔여물을 남긴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게다가, 죽음이라는 상징성 그 자체가 갖는 의미에 불멸 역시도 남아있다는 점도 흥미로운 부분입니다.

 

<어린왕자>와 <치린의 방울>을 어떻게 해석할지는 현재로서는 알 수 없어도, 조금 비약된 추측을 겸해보자면 어떠한 흔적을 남겨두는 것으로서 맺음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야모리는 이미 죽었으나 카네키에게 그의 습관이나 가치관들이 대물림되었던 것 처럼, 만약 아리마가 카네키의 사상과 정신적 배경에 모종의 입지를 남겨둘 수 있다면 카네키는 아리마처럼 사고하고 행동하게 될 것이며, 그것만으로도 불멸의 상징성에는 의미가 맞물리게 되는 셈입니다. 치린이 늑대의 죽음 이후, 평생동안 늑대를 잊지 못하며 늑대의 환영까지 보았던 것을 연상시키는 대목이기도 합니다.

 

※ 요약

 

- 아리마와 하이세는 늑대와 치린, 어린왕자와 장미의 관계로 착상이 나타나고 있다.

 

- 아리마에게 있어서 하이세는 누구도 이해하지 못하는 외로운 자신을 이해해줄 수 있는 유일한 존재였고, 그렇기에 특별하게 인식되고 있다. 그리고 하이세가 사라진 지금, 아리마는 알게모르게 그를 그리워하고 있다.

 

- 아리마는 카네키를 원하던 에토와 의견적 충돌이 빚어졌을 가능성이 있으며, 때문에 한 때 동맹이었으나 작중시점에서는 이것이 깨져있었을 수도 있다. 이 경우 '척안의 왕을 죽여달라'고 부탁한 에토의 언질은 이를 겨냥했다고 볼 수 있다.

 

- 최종적으로 아리마는 하이세로서의 카네키에게 어떠한 흔적을 남김으로서 늑대의 죽음과 유착되는 상징성을 이룸과 동시에, 어린왕자가 장미를 다시 만나고자 했던 방법과도 상통하는 의미를 지닐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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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장
언제나 깔끔한 해석, 좋은글 잘읽었습니다.
2016-04-27 19:08:22
추천0
감수성훈련
그냥 무조건 추천..
2016-04-27 19:24:37
추천0
Machiavelli
고생한 글에는 일단 추천

재밌게 잘 봤습니다
확실히 처음 에토와 아리마가 슬쩍 대화하는 씬에서는 둘이 동맹이라고 보는 의견이 많았지만, 지금 츠키야마가 소탕전 이후로 봐선 에토가 아리마를.. 이게 뜻이 맞지 않는 적으로서인지 노선이 달라진 동료인지 혹은 연적인지; 모르겠지만, 경쟁자로 보고 있는 느낌입니다

어린왕자도, 치린의방울도 아리마-하이세의 관계를 생각하면 매우 흥미롭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여기에 더해 둘의 부자관계 코스프레로부터, 아리마의 죽음과 그 유산이 반드시 카네키에게 또 하나의 묵직한 짐이 되고 인생을 바꿀 것 같아요
서씨딩 유, 퐈덜..
왕위를 잇고 그 외로움과 의무도 얹어가야겠죠
우훗 ㅠ
2016-04-27 19:34:38
추천0
somel
ㄷㄷㄷ
2016-04-27 19:38:05
추천0
[L:5/A:197]
카네키™
하이세가 아리마를 이해해 줄 수 있다.
머야 추천누르려 했더니 이미 했었군
2016-04-27 20:42:16
추천0
뻐꾹
검은산양... ㅎㄷㄷ 소름이네여
2016-04-27 20:02:36
추천0
knkrom
항상 예쁘시네요 님 글 잘 읽고 갑니다!
2016-04-27 20:33:06
추천0
Unknow인
아리마 외로웠구나 ....
2016-04-27 20:35:36
추천0
WRYYYYYYYYYY
여자도 있을탠데 하필 남자를 사랑한 Ang리마씨...
2016-04-27 20:38:07
추천0
Unknow인
여장시키면 되니까요 헤헤헤
2016-04-28 07:16:02
추천0
집사야
도게도 연구탭 하나 줘도 될정도로 양질의 연구글이 참 많네요 언제나 수고 많으십니다.

저도 상경계긴 하지만 문돌이인데도 이정도 추측은 도저히 못하겠던데 이런걸 어떻게 다 연상하시고 찾으시는지 ㄷㄷ 도굴 연구러들 보면 무섭
2016-04-27 20:47:28
추천0
호옹잉
언제나 깔끔하고 세련된 필력과 연구력에 감탄하고 갑니다
2016-04-27 20:51:18
추천0
롄타로
요약만 처음에 봤는데 도저히 그냥 지나갈수가 없어서 다 봤습니다 아리마 항상 외로웠군요 .. 반구울인 에토도 그렇고 후에 아리마가 죽게된다면 슬플겁니다
2016-04-27 22:03:31
추천0
dkdhrlflsorj
에토 정말로 사랑해요
2016-04-27 21:23:29
추천0
흑사사키
아리마하고 에토 하고 월래 연인 관계 이었으면 되게 재미 있겠네여 ㅋ
2016-04-27 21:32:22
추천0
즐거운뽑기
헐 흥미롭다
2016-04-27 23:57:47
추천0
OneOkRock
엄청난 글입니다... 추천!
2016-04-27 21:51:36
추천0
아라땅
잘 읽었습니다..굉장히 설득력 있는 글...!
2016-04-27 21:52:32
추천0
피에로우타
어후 읽으면 읽을수록 나중에 아리마 죽을것같아서 슬프네요ㅠㅜㅜㅜ 양질의 추측글 진짜 잘봤습니다:)
2016-04-27 22:00:46
추천0
뉴컬
오우 먼가 스이님의 생각과 비슷할듯 하내요 소오름
2016-04-27 22:34:46
추천0
식물인간
굉장히 소름돋고 입이 빨간마스크급으로 벌어지는 연구글이었습니다! 추천
2016-04-27 23:08:52
추천0
[L:22/A:369]
Amon
노란 뱀에 대한 이야기가 궁금하네요.
그리고 이정도로 글을 길게 쓰는 체질이시면 책을 내십쇼 ㅋㅋ
2016-04-27 23:16:46
추천0
아리마쨩
퍄..볼때마다 뭐하시는 분인지 궁금하네요 개추개추개추
전 단지 아리마가 자신을 죽여주길 바라는 입장에서 결단력을 내지 못하는 카네키를 각성시키기 위해 도발하는 중이라고 생각했는데
이 글을 보니 그동안의 하이세로서의 삶을 버리고 구울로서의 삶을 선택하는 카네키를 보고 아리마가 알게모르게 씁쓸했을것 같단 생각을 하게되네요..그렇게되면 진짜 아리마가 하이세에게 쏟은 시간은 전부 무의미해지는거고..아리마가 카네키에게 선택을 종용했던건 다시 자신의 곁에 남아 있을 수 있다는 미련때문이었을까요...ㅠㅠ
2016-04-27 23:5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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