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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격문고 소아온 5부 유니탈링 번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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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 3-0 | 조회 25,870 | 작성일 2017-12-16 00:2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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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격문고 소아온 5부 유니탈링 번역

눈팅만 하다 첫 글이 이런 글이라 기분이 이상하네요. 흑역사 올리는 기분임.

 

아래에 있는 전격문고 5부 번역글입니다. 일알못이라 번역기 돌려서 중간중간 어색한 부분이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프롤로그

 

>여러번 경험했는데도 익숙해지질 않는군. 나보다 훨씬 연상이 되어버린 너와 이렇게 이야기를 한다는게.

 

>지금의 너에게 시간 같은건 중요하지 않겠지? 하드웨어의 리소스가 허락되는 한 얼마든지 사색을 할 수 있을테니.

 

>이론적으로는 그렇지만, 실제로는 쉽지 않다. 이제 국내에 있는 슈퍼컴퓨터의 대부분은 '그녀'의 감시하에 놓여져있으니까.

 

>과연. 아이러니하게도 말이지. 네가 변덕삼아 만들어놓고 내버려둔 프로그램에게 너 자신이 위협받고 있으니.

 

>아니, 그 또한 나에게는 커다란 기쁨이다. 그 조그맣던 씨앗이 네트워크의 구석에서 싹을 틔우고, 뿌리를 뻗어나가는... 그 운명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몸과 함께 잃어버린 감정이 되살아나는 느낌이다.

 

>인간이 아니면서 로맨티스트인것은 여전하군. 그렇다면... 당신이 나, 아니, [그]에게 주었던 또 하나의 씨앗. 거기서 싹튼 무수히 많은 세계는 어떻게 하려는거지? 그저 관찰하는 것으로 만족하는건가?

 

>연결체(넥서스)의 미래는, 세계 그 자체의 의사와 그곳에서 살아가는 자들의 선택에 달려있지. 단지 무질서하게 확대되다가 사라지거나, 혹은 다음 단계인 통일(유니피케이션)로 나아갈 것인가. 그건 나로서도 모르는 일이지.

 

>통일, 말인가. 아마 그것조차도... 아니, 이 다음은 로그에 남기고 싶지 않아. 나도 당분간은 너를 본받아서 가만히 지켜보기로하지.

 

 

1.

 

나 - 키리가야 카즈토가 태어난 것은 2008년 10월 7일...즈음이라고 한다.

 

그리고 올해가 18번째 생일이라고 하는데, 아직도 어딘가 남의 일처럼 느껴지는것은 갓난아기일 때 사별한 친부모에 대한 기억이 전혀 없어서 일지도 모른다.

 

친아버지의 이름은 나루사카 유키토. 친어머니의 이름은 나루사카 아오이. 즉, 두 분의 생명을 빼앗고 나 자신도 커다란 부상을 입은 자동차 사고가 일어나지 않았다면, 나는 나루사카 카즈토라는 이름으로 살게 되었을 것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캐릭터 이름을 <키리토>가 아니라 <나루토>로 했을지 여부는 스스로도 확신이 들지 않는다.

 

무엇보다, 내가 컴퓨터에 흥미를 가진 이유는 양어머니인 미도리씨의 영향을 받아서이고, 어린 나이에 중증 게이머가 되어버린 이유도 나 자신이 입양아임을 알아채고 정체성이 흔들렸기 때문이라는 이유도 아예 제로는 아니라는 생각이 들기에, 나루사카 카즈토는 게임따위는 쳐다보지도 않고 성장해서, 그 결과 SAO사건에 휘말리지 않았을 가능성도 있다. 지금에 와서는 전부 무의미한 상상일 뿐이지만.

 

어쨌든, 이런 이유가 있어서, 나는 네트워크에서 주민등록 기록을 확인한 10살 때부터 생일이라는 것에 익숙해지질 않았다. 이런 생각이 최고조에 달했을 중학교 2학년 때는 집에서 축하를 해주는 것조차 강렬하게 거부하고, 여동생인 스구하를 울렸던 일도 있었다.

 

물론 지금은 그런 어리석었던 일을 엄청 반성하고 있고, 작년 생일에는 아인크라드에 갇혀있던 2년분까지 포함해 성대한 축하를 받았다. 그렇지만, 여전히 나 자신이 10월 7일에 태어났는가 하는 점에서는 전혀 리얼리티가 느껴지지 않는다. 이 감각은 아마도, 친부모에 대해 알 수 있는 모든것을 알아낼 때까지 계속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올해도 열흘만 지나면 내 생일이 된다. 18살이면 자동차 면허도 취득할 수 있고, 선거권도 가질 수 있는 나이이다. 스구하도 이미 이런저런 파티 준비를 해주고 있는것 같고. 그날은 학교에서 되도록 빨리 돌아오라는 엄명을 받았으며 나 자신도 매우 기대하고 있으나, 지금의 시점에서 내 생일을 생각할 여유는 없다.

 

왜냐하면 내 생일이 되기 일주일 전, 즉, 오늘부터 사흘 뒤인 9월 30일이 아스나의 생일이기 때문이다.

 

"파파, 마마에게 선물로 뭘 드릴지 결정하셨어요?"

 

머그컵 가장자리에 살그머니 앉아있는 작은 요정의 질문을 받은 나는 의자 등받이에 몸을 기댄 채 대답했다.

 

"으-음. 아직 생각중이야..."

 

그러자 나를 파파라고 부르는 요정은 아이라기보다 언니, 누나같은 단어로 대답했다.

 

"가게에서 뭔가를 사실 예정이건, 통신판매를 사용할 예정이건, 당장 주문을 하지 않으면 늦어버릴거라구요! 작년처럼 당일 점심시간이 되어서야 생일 선물을 사러 가시는, 그런 아슬아슬한 줄타기 같은 스케줄은 추천하지 않아요!"

 

"나도 그런 아슬아슬한 상황은 이제 사양이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어렵다구! 아스나도 뭐를 가지고 싶은지 전혀 이야기 해주지를 않으니까... 그럼, 유이가 아스나한테 뭘 갖고싶은지를 물어봐주지 않을래?"

 

SAO에서 만난 인공지능이자 나와 아스나의 사랑스런 딸인 유이는 내 부탁을 매정하게 거절했다.

 

"그런 치사한 짓은 안돼요! 파파가 직접 골라서 건네준다면, 마마는 무엇이든 기쁘게 받아줄거에요!"

 

"뭐, 그럴거라고 생각은 하지만~~...."

 

긍정하면서도, 어미를 길게 끌어버렸다.

 

작년 생일에, 나는 그 전날까지 이것저것을 고민한 끝에 빨간 머플러를 선물로 주었다. 아스나는 편도 90분이나 걸리는 장거리 통학생이었으므로, 한겨울에 추울것이라고 생각해서 내린 결정이었다. 실제로 11월에서 2월까지 계속 사용해주었으니까. 아마 아스나는 머플러를 묶어서 줄넘기를 하고도 남을만큼 많이 가지고 있었을테고, 그 중에서는 내가 선물한 것보다 더 따뜻하고 성능이 좋은 머플러도 가지고 있었을 것이다... 라고 깨달은 것은 대한이 지나고 나서였다.

(대한=24절기 중 가장 마지막으로 1월중순즈음입니다.)

 

따라서, 올해는 실용품이 아닌 다른 물건을 선물해주려고 했지만, VRMMO 폐인인 나는 이런 지식이 부족했다. [연령별 추천 액세서리 브랜드]같은 페이지는 검색하면 산더미만큼 나오지만, 이런 걸 보고 결정하는 것도 뭔가 아니라는 생각만 들 뿐이었다.

 

"으으으~~~~~음......"

 

나는 크게 기지개를 펴면서, 앉아있는 유이에게 손을 뻗었다. 훌쩍 날아오른 작은 요정이, 최근에는 별로 사용하지 않는 평면 디스플레이의 가장자리에 앉는것을 바라보면서, 미지근하게 식은 카푸치노를 마셨다.

 

이전에는 내가 학교에서 만든 [시청각 양방향 통신(AVIC) 프로브]를 사용해야 현실세계에서 유이와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었지만, 올해 4월에 발매 된 웨어러블 멀티 디바이스인 [오그마]가 그 장벽을 허물어주었다. 지금 유이는, 나의 시각정보를 바탕으로 컵이나 모니터의 위치나 형상을 실시간으로 3D매핑한 덕분에, 물건들을 뚫고나가거나, 가라앉지 않고 자유자재로 이동할 수 있게 되었다. 유이 본인은 자신이 스스로 카메라를 조작할 수 있는 AVIC 프로브가 더 좋다고 말하지만, 그 기계를 이용하면 나는 유이의 목소리만 듣는게 가능하다. 역시 이렇게, 현실세계에서 사랑하는 딸의 모습을 볼 수 있게 된 것만으로도 이 오그마라는 기계에 감사를 표해야 하는게 아닐까.

 

 

그런 생각을 하면서 오른손을 내밀자, 유이가 다시 날개를 펴고 날아오르더니 내 손끝에 앉았다. 당연히 무게는 느껴지지 않았지만, 연분홍빛 드레스의 부드러운 감촉과 살며시 느껴지는 따뜻함은 가상세계와 비슷한 정도의 재현도다. 눈앞까지 다가온 유이의 머리를 왼쪽 손가락으로 어루만져주면서 방 건너편에 놓인 침대에 시선을 돌렸다.

 

낮에 말려놓은 이불 위에 올려둔 헤드기어 타입의 VR머신, 어뮤스피어가 놓여져 있었다. 사용 한지 1년 반을 넘어가다보니 외부 모양이 꽤 낡았다. 처음 봤을때는 스마트하다고 생각한 디자인도 오그마와 비교해보니 촌스럽게 느껴졌지만, 나는 역시 증강현실(AR)이나 융합현실(MR)보다 풀 다이브쪽이 더 좋다.

 

"있지, 유이. 아스나에게 줄 선물은 내가 선택할게. 직접 고를테니까..."

 

오른손에 앉은 요정에게 시선을 둔 채 나는 다시 말했다.

 

"...그 전에 잠깐만 조사해봐도 괜찮을까? 이번에는 쇼핑몰이 아니고 내가 스스로 사러가는 거니까"

 

내가 하는 말과 어뮤스피어를 보는 나의 행동에서 의도를 알아차린 ㅡ AI로서 실로 놀라운 능력이다. ㅡ 것일까, 유이는 어깨를 가볍게 으쓱하며 대답했다.

 

"정말, 어쩔수 없네요. 그럼 저쪽에서 기다리고 있을게요."

 

손끝에서 날아올라 춤추듯이 돌자 유이의 작은 몸이 빛의 입자에 휩싸여 사라졌다. 나도 의자에서 일어나 왼쪽귀에 착용하고 있던 오그마를 벗었다. 가상 데스크톱이 즉시 소멸되고, 넓어진 시야를 서쪽 창문으로 향했다.

 

오늘은 9월 27일. 일요일이다. 태양은 4일전에 추분점을 통과했지만 벌써 일몰이 꽤 빨라졌다는 느낌이 든다. 4시밖에 안됐는데 비늘모양 구름이 아름다운 금빛으로 물들었고, 보금자리로 돌아가는 새떼들이 구름 아래에서 천천히 날아가고 있었다.

 

문득, 저녁 노을로 물든 하늘을 뚫고 솟아오른 순백색의 탑이 보인것 같아서 눈을 몇번인가 깜박였다. 오른손을 들어 가슴께로 가져가 눌러 흘러 넘칠것 같은 추억들을 진정 시킨 후, 침대에 앉았다. 접혀있는 이불을 쿠션 대용으로 삼아 눕고, 어뮤스피어를 들어 머리에 장착한다.

 

그리고 눈꺼풀을 닫고, 마법의 주문을 중얼거린다.

 

"...링크 스타트."

 

무지개빛이 내 의식을 감싸고, 머나 먼 요정들의 마을로 의식이 옮겨진다.

 

 

 

2.

 

 

스프리건의 마법검사 키리토가 서 있는 곳은, 알브헤임의 하늘을 선회하는 부유성 ㅡ [신생 아인크라드] 22층 숲속에 조용히 자리잡고 있는 통나무집의 거실이었다.

 

지금은 완전히 동료들의 소굴로 변해버린 집이지만, 불이 꺼진 실내는 조용하고, 인기척도 느껴지지 않았다. 아스나는 저녁까지 가족들과 외출할 예정이라 했고, 스구도 검도부 연습에서 아직 돌아오지 않았지만, 적어도 유이는 여기서 나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어두운 거실을 둘러보자 시야의 오른쪽에서 메세지 수신 아이콘이 깜박거렸다. 보낸 사람은 레프러콘 대장장이이자, 메이스 사용자인 리즈벳이었다.

 

아이콘을 누른 순간, 이모티콘으로 화려하게 장식 된 작은 창이 열렸다.

 

[45층에서 스킬 올리고 있어. 숙제끝나면 와서 도와줘! 그리고 유이쨩은 우리가 빌려갈게.]

 

"...그런거구만."

 

우선, 딸인 유이의 모습이 안 보이는 이유는 밝혀졌다. ALO에서 [네비게이션 픽시]라는 존재로 분류되는 유이는 고급 가이드 기능을 가지고 있어서, 몬스터의 출현 위치와 타이밍을 정확하게 알려주기 때문에 자리 잡고 사냥할 때 매우 든든하고 안심이 된다. 게다가 예전에는 시스템적 소유자인 내가 로그인 한 뒤에 이름을 부르지 않으면 나타나지 못했었는데, 최근에는 내 친구들 중 누구 한 명이라도 로그인한 상태라면 자신의 의사로 실체화 하는게 가능해졌다. 그 이유는 무서워서 물어보지 않았지만.

 

그래도 한편으로는, 유이의 그런 능력을 생각하면 두곳...이 아니라 열 군데, 백 군데에 동시에 출현하는것도 어렵지 않을거라 생각하지만, 유이는 절대 그러려고 하지 않는다. 자신의 유일성에 강하게 의존하는 성질은 카야바 아키히코가 디자인한 AI들이 공통적으로 가진 특징으로, 반년전 오디널스케일 사건때에 관련 된 AR아이돌 [유나]도, 소속사가 복사, 운용한 일이 원인이 되어서 본체가 붕괴해버릴뻔 하기도 했다.

 

"그럼, 어떻게 할까나..."

 

리즈가 보낸 메세지창을 닫고 중얼거렸다.

 

내가 ALO에 다이브 한것은 리즈와 시리카에게 아스나가 좋아할 만한 것을 슬쩍 물어보기 위해서였으나, 사냥중이라면 방해할 수 없다. 그렇다면 나도 거기에 참가 ㅡ 하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메세지에 적혀있던 [숙제가 끝나면] 이라는 문장이 마음에 브레이크를 걸었다. 내일이 제출일인 정보 공학 실험 보고서가 하나 남아있었기 때문이다.

 

당연히, 숙제를 무시한다는 선택은 있을 수 없었지만, 요새 스킬 숙련을 꽤 소홀히 했었다. 이제 곧 플로어 보스 공략 계획이 잡혀있다는 얘기도 있고 하니, 그때까지 전투 감각을 되찾고 싶다.

 

ALO에 신생 아인크라드가 구현된것은 작년 5월이다. 그 시점에 개방된 곳은 1층에서 10층까지였다. 그리고 9월 업데이트로 20층까지, 올해 1월에는 30층까지 개방되었으며, 이후에도 업데이트가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서 이달말에는 50층까지 도달하는것이 가능해졌다. 그렇지만, 운영기업인 유미르도 심혈을 기울여 디자인한 보스 몬스터에게 정이 들은건지 업데이트가 이루어질때마다 플로어 보스들의 흉악함이 점점 더해져갔다. 9월 27일 현재의 최전선은 46층이다.

 

리즈벳은 48층 주거구인 린더스가 [개방]되면 SAO 때와 똑같은 물레방아가 붙어있는 점포를 손에 넣으려고 벼르고 있으며, 에길도 50층 주거구인 알게이드에 다시 잡화점을 열겠다고 선언했지만, 지금같은 공략 페이스라면 48층에 도달하는것은 다음 달, 50층은 연말이 거의 다 되어야 가능할 것이다. 언더월드에서 나를 도와준 둘에게 보답을 하기 위해서라도, 더욱 강해지지 않으면...!

 

ㅡ라는 뜨거운 결의를 가진 채 오른발을 현관으로 내디딜 뻔했으나, 의지력을 한계까지 쥐어짜내서 가까스로 멈출 수 있었다. 앞으로 열흘뒤면 18살이 되는 사람이, 레포트를 팽개치고 게임을 한다는 것은 좋지않게 보일 것이다. 실험 데이터는 이미 갖춰놓았으니 한 시간만 투자하면 완성될 것이다 라는 희망적인 마음을 품고, 다이닝 테이블의 의자에 앉았다. 홈PC에 액세스하고, 숙제 폴더에서 미완성 상태인 보고서와 대량의 데이터를 불러왔다. 아스나가 어딘가의 퀘스트에서 입수해온, 클릭하면 99가지의 맛의 차 중에서 랜덤으로 솟아나는 마법의 머그컵을 사용해 초코민트 비슷한 맛의 액체를 한 모금 마시고,

 

 

"음! 목표는 45분!"

 

이라고 기합을 넣고 키보드를 두드리기 시작했다.

 

나는 지금까지의 인생에 있어서 심각한 인터넷 게임 폐인이었던 시기에도 기본적으로 숙제를 미루거나 잊어버린적이 없었다. 가장 힘들었던것은 올해 여름방학 숙제였는데, 그 이유는 내가 꼬박 한달동안 ㅡ 다른 사람의 시점에서 볼 때 ㅡ 혼수 상태로 누워있었기 때문이다.

 

아인크라드에서 암약한 살인길드 [래핑코핀]의 원 멤버가 벌였던 사총사건. 그 사건의 공범중 한 명인 조니 블랙이 나를 습격해서 극약인 석시닐콜린을 주입당하는 바람에 심폐정지에 빠졌을때가 여름방학이 시작하지도 않았던 6월 말이었다. 어떻게 목숨이 붙어있긴 했지만, 의식을 되찾고 눈을 뜬 것은 8월에 들어서였다. 거기에 재활기간까지 겹치다보니 집으로 돌아온 것은 8월 16일이었다.

 

즉, 나는 40일이라는 여름방학 중에서 65%를 자유롭게 지낼 수가 없었으니, 숙제가 쌓이는 것도 어쩔수 없는 일이었다. 오히려 절반정도는 면제 되어도 괜찮은것 아니냐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혼수상태에 빠진 이유를 학교측에 설명하지 않으면 안된다. 

 

괴한에게 습격당하는 바람에 입원을 했다 ㅡ 정도라면 모를까, 그 병원에서 가짜 구급차에 내 몸이 납치되고, 헬기에 의해 남쪽바다에 떠있는 해양 연구 기지에 실려가고, 인간의 영혼에 액세스 할 수 있는 수수께끼의 기계에 연결되어 언더월드라는 이세계에서 커다란 삼나무를 베었다던가, 검술학교에 다녔다던가, 세계의 지배자와 싸웠다던가, 그 세계에서 또 혼수상태에 빠졌다던가... 라는 이야기들을 도대체 누가 믿어 줄 수 있단 말인가.

 

결국은 친구들의 도움을 받아가며 울며 겨자먹기로 열심히 숙제를 끝내는 수밖에 없었다. 칠전팔도, 아비규환의 여름방학 마지막주를 떠올리자, 보고서를 쓰는 와중에도 원망스러운 혼잣말이 입 밖으로 새어나왔다.

 

"...나 참, 사라지기 전에 숙제 면제 정도는 얻어낼 것이지..."

 

이 혼잣말에 대답해 주는 누군가는 없다. 통나무 집에 있는건 나뿐이고, 불평을 들어야 할 사람은 이미 오랫동안 알브헤임에 나타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운디네 마술사 크리스하이트의 [안에 있는 사람]인 총무성 가상과의 키쿠오카 세이지로가 가상세계에서도, 현실세계에서도 사라진것은 이제 한 달 전의 이야기다.

 

키쿠오카가 설립한 위장 기업 [라스]의 책임자 자리는 코지로 린코 박사에게 넘어갔고, 개발현장에서는 히가 타케루 주임이 그 어느때보다 열정적으로 일을 해준 덕분에 언더월드의 미래에 대해서도 약간이나마 희망을 가질 수 있게 되었지만 ㅡ 그래도 그 남자가 사라졌다는 사실에 묘한 상실감을 느낀다.

 

이런저런 귀찮은 일이나 위험한 일에 시달린 나조차 이런 상태이니, 라스의 직원들도 속으로는 엄청 앓고 있을게 분명하다. 끝까지 소란스러운 남자였다... 라는 생각에서, 어차피 죽은것도 아니니 괜찮을거라고 마음을 고쳐먹었다.

 

총무성의 공무원으로 위장했지만 실제로는 육상 자위대 소속이었던 키쿠오카는, 오션 터틀을 습격한 미군사 기업과 결탁하고 있던 방위성 간부 여러명과 책임을 진다는 명목하에 자위대를 떠나 잠적했다. 아마도, 더 이상 일본에 있지는 않을 것이다.

 

앞으로 그 사람과 얼굴을 맞댈 기회가 있을지 없을지 나로서는 모르는 일이다. 하지만 이렇게 언더월드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또 다른 집에서 학교 숙제를 하고 있으려니, 난처하게 만들던 키쿠오카의 지독한 음식이야기마저 그립다는 생각이 들었다.

 

라는, 주제에서 벗어난 생각을 해서였을까ㅡ. 나는 실내에 울려퍼지는 문 열리는 소리를 미처 알아채지 못하고 있다가, 경쾌한 발소리가 내 바로 뒤까지 다가온 뒤에야 알아챘다. 어떻게 겨우 끝나가는 리포트의 홀로그램 윈도우를 테이블쪽으로 밀어내고 뒤를 돌아보면서

 

"어서와, 아..."

 

스나, 라면서 마저 내뱉으려먼 말을, 나는 가까스로 멈출 수 있었다.

 

내 뒤에 서 있던 여성 플레이어는 하늘색 머리의 운디네 플레이어가 아니라, 머리에 뾰족한 삼각형 귀를 가진 캐트시였다. 그러나 캐트시 특유의 애교는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허리까지 길게 늘어뜨린 머리카락은 눈부실 만큼 금빛으로 빛나고 있었다. 피부는 한없이 밝은 하얀색이었고, 눈동자는 사파이어같은 푸른색이었다. 산뜻하고 맑은 미모는 현실세계... 아니, 언더월드에서의 그녀 자신과 비슷한 외모다.

 

"...여, 여어, 앨리스, 안녕."

 

내가 오른손을 살며시 들어 인사를 건네자 정합기사, 앨리스 신서시스 서티는 길쭉한 모양의 고양이 귀를 한 번 움직이더니 말했다.

 

"아스나가 아니어서 유감인 모양이군요, 키리토."

 

"아, 아니아니아니, 전혀 그런게 아니라... 어어, 네."

 

고개를 마구 흔들며 대답하는 나에게, 기사는 아까보다 더 싸늘한 시선을 내보냈다.

 

무심코 시선을 아래로 돌리자, 이런 시간인데도 파란 드레스에 황금색 갑옷, 허리에 장착한 금으로 만든 검까지, 풀 무장 상태인걸 알아챘다.

 

"어라... 지금부터 사냥가려고?"

 

라고 묻자, 앨리스는 비난의 뉘앙스를 약간 바꾸며 말했다.

 

"네. 리즈벳씨랑 그 외 다른 분들과 약속을 해서요. 그런데... 그 [사냥]이라는 말은 역시 익숙해지질 않는군요."

 

옆에 있는 의자를 소리가 나게 당기더니, 자리에 앉았다. 반사적으로 허리를 당긴 나는 '아, 차 끓여 와야지.'라고 말을 남기고 부엌으로 맹렬히 대쉬했다. 마법의 머그컵을 공용 스토리지에서 하나 더 꺼내고 접시 위에 정체 불명의 케이크를 올리고 거실로 돌아왔다.

 

그동안 앨리스는 테이블에 내가 테이블 위로 밀어놓은 보고서 창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었다. 알겠다는 듯한 표정을 짓더니 나에게 질문을 했다.

 

"이게 당신이 다니는 학교라는 곳의 과제입니까?"

 

"어... 아, 그렇지."

 

"흐음... ㅡ 저도 커시드럴에서 수업을 할 때 신성술 관련 과제가 산더미처럼 있었습니다."

 

그렇게 중얼거리는 얼굴에는, 추억을 생각하는 안타까운 미소가 은은하게 배어있었다.

 

나는 여기 있는 앨리스보다 기구한 운명을 살아온 또 다른 누군가를 알지 못한다.

 

앨리스는 언더월드의 인계 북쪽에 있는 조그마한 마을, 루리드 마을에서 태어나 11살 까지 그곳에서 지냈다. 그러나 [암흑계에 침입해서는 안된다]라는 금기목록의 조항을 위반하여 정합기사의 손에 의해 공리교회 센트럴 커시드럴로 연행되었다. 이후 어드미니스트레이터에 의해 [신서사이즈 비의]를 당해 그때까지의 기억을 모두 잃어버린 앨리스는, 그녀를 탈환하기 위해 커시드럴을 오르던 나와 유지오의 앞에 최강의 정합기사가 되어 나타났다. 그러나 싸우던 도중에 공리교회의 기만과 어드미니스트레이터의 잔인한 행동들을 모두 알게 된 그녀는 그녀의 생각을 제어하던 봉인코드를 깨뜨리고 우리와 같이 어드미니스트레이터와 싸웠다.

 

그 뒤에는 교회를 떠나 루리드마을 근방의 숲에서 지내며 혼수상태가 되어버린 나를 반년동안 돌봐주고 있었지만, 다크 테리토리와의 최후의 전쟁이 시작된다는 것을 알고 전쟁에 참전. [동쪽 대문]에서의 싸움에서 마치 귀신과도 같은 활약을 펼쳤지만, 오션터틀을 습격한 패거리의 리더였던 남자에게 납치를 당해 기사장 베르쿨리가 목숨을 걸고 싸운끝에 그녀를 구해낸다. 이후 아스나의 인도를 받으며 시스템 콘솔까지 도착, 로그아웃하는데 성공한 지금은, 현실세계에서 히가 타케루가 개발한 로봇을 육체삼아 지내고 있다.

 

그녀가 원하건 원하지 않건, 앨리스는 현재 세계 최초의 진정한 범용 인공지능이라는 존재가 되어 코지로 린코 박사님이 주장하는 AI에 대한 인권부여에 협력하기 위해서 바쁜 나날을 보내는 와중에도, 휴식을 위해 ALO에 자주 로그인 하고 있는것 같다. 현실세계보다 알브헤임의 풍경이 언더월드와 비슷하기도 하니 안정 될 것이라는 이유도 있을 것이다.

 

"신성술 과제는 나도 수검학원에서 실컷 했었어. 술식도 아직은 기억하고 있고."

 

숙제에 쓰던 윈도우를 축소시켜 테이블 한쪽 구석에 두고 찻잔과 케이크 접시를 테이블위에 나란히 내려놓으며 그렇게 말하자 앨리스가 고양이 귀를 씰룩씰룩 움직였다.

 

"호오, 그럼 강소를 이용해 속이 빈 작은 공을 만들고 그 안에 수소로 만들어낸 물을 채우고, 외부를 열소로 만들어낸 불로 감싸는 술식은 어떻게 되죠?" (여기서의 수소는 산소, 탄소 같은 게 아니라 물 속성 엘레멘탈을 뜻합니다)

 

"으극... 어, 그게, 소인은 안정되어 있는 것부터 만들어내는게 원칙이니까, 우선은 제너레이트 메탈릭... 아, 아니, 강철의 공으로 물을 감싸야 하니 수소가 먼저인가...?"

 

그 순간, 앨리스가 하아- 라며 들으라는 듯 한숨을 내쉬었기에 꼬마아이처럼 대꾸했다.

 

"괘, 괜찮다고. 나 정도 되면 다른 술식들은 필요가 없으니까. 그런것 쯤, 심의만으로도 순식간에..."

 

"그런 문제가 아닙니다!"

 

라며 교사처럼 나를 꾸짖은 앨리스는 충분하다는듯 머그컵의 가장자리를 손으로 두드려 솟아오른 엷은 핑크색의 차를 한 모금 홀짝였다.

 

"...오늘 차는 꽤 괜찮네요."

 

라고 중얼거렸다. 아마도 몇번인가 이 집에서 여자아이들과 다과회를 가졌을 것이다. 세상에, 신이시여. 라는 주문을 뇌리로 중얼거리며 나도 의자에 앉아 내 컵을 손가락으로 클릭했다. 부글부글 소리를 내며 솟아오른 짙은 자주빛깔의 차에서 꺼림칙한 느낌을 받으며 맛을 보았다. 매실장아찌를 믹서에 갈아 즙을 낸 듯한 강렬한 신맛이 내 혀를 자극했다. 맛에 놀라는 바람에 무심코 케이크를 손으로 집어 먹었다. 평범한 과일 파이였기에 가능했지만. 앨리스도 마음에 들었는지 말 없이 한 입, 두입 ㅡ 물론 포크를 사용해서 ㅡ 먹고있다.

 

달달해진 입 안을 매실 장아찌 차로 헹군 뒤 다시 물어보았다.

 

"그래서... 사냥이라는 말이 무슨뜻이냐고 물어봤지?"

 

"네... 그렇습니다."

 

앨리스는 고개를 끄덕이며 푸른 눈동자를 어두운 창밖으로 향했다.

 

"...저한테 있어서, 아니, 아마도 인계의 모든 사람들에게 사냥이란 테라리아님의 은혜에 감사하며 섭취하기 위해 짐승을 잡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 세계의 사람들 아니, 플레이어들은 자신의 권한을 올리기 위해 수많은 짐승과 괴물들을 죽이더군요. 그것이 나쁘다는 뜻은 아닙니다. 저 역시도 동쪽 대문에서 있던 전쟁에서 다크테리토리의 아인들을 수백, 수천이나 죽였으니까요... 하지만, 그 행위를 [사냥]이라고 부르고 싶지는 않다는, 그런 뜻입니다."

 

"...그렇구나..."

 

이번에는 내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앨리스는 이 알브헤임이 현실세계에서 만들어진 또 하나의 세계라는 것은 알고있다. 그러나 VRMMO RPG... 즉, 게임에 대한 개념은 좀처럼 터득하기 어려운 모양이다.

 

그것도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왜냐면 가상세계라는 건 어느 의미에서 그녀의 고향인 언더월드와 똑같은 입장이기 때문이다. 앨리스에게 알브헤임은 언더월드와 마찬가지로 [하나의 세계]이기에, 나를 포함한 모든 VRMMO 플레이어가 가진 [일시적인 세계]라는 느낌은 그렇게 쉽사리 받아들이지 못 할 것이다. 

 

그래서 맨 처음 앨리스와 같이 신생 아인크라드에서 알브헤임으로 내려가다가, 실프령 근방의 [고삼지대]에서 샐러맨더의 PK집단과 마주쳤을 때는 대단한 소동이 일어났었다. 같이 동행하던 시리카가 기습에 대미지를 입자, 격노한 앨리스가 샐러맨더들을 악귀라도 되는 듯 다그쳤고, 그 결과 의욕을 잃은 그들이 시리카에게 사과를 하고, 보상까지 주고 돌아간다는, 전대미문의 전개가 벌어진 것이다.

 

ALO의 고양이 기사 [앨리스]가 지난달에 대대적으로 기자회견을 가진 인공지능인 [ALICE]라는걸 알고 있는 플레이어들 사이에서 그 사건은 [PK에서 설교로 상대방을 울린 앨리스님 전설] 이라는 말로 전해지고 있는것 같지만, 어쨌든 나로서는 언제고 앨리스가 이 ALO를 게임으로서 즐길 수 있는 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뿐이었다.

 

이런 생각을 하며 케이크 먹는걸 마치고 차를 1/3정도 마신 나는, 자랑스런 이세계의 기사님에게 말을 걸었다.

 

"....분명, VRMMO에서 사용하는 '사냥' 이라는 말뜻은, 본래의 의미와 차이가 있다고 생각해. 그치만 현대의 일본에서 살아가고 있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진짜 사냥을 경험하고 있지 않아... 나도 마찬가지고. 장소나 시간대가 바뀌면 말의 의미도 변해가는 법이야. 이건 언더월드도 여기와 마찬가지 아닐까..."

 

"......"

 

침묵을 지킨 채 과일 파이의 마지막 한 조각을 끝까지 먹은 앨리스는 차를 마신 다음 대답했다.

 

"...확실히, 지금의 언더월드는 제가 살던 시대부터 200년이나 지났으니까요. 말뿐 아니라 문화도 크게 변화했지요. 어떤 변화가 생기던 저는 그것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안 됩니다. ...그 변화라는 것이야말로, 당신이 언더월드를 지켜주었다는 살아있는 증거이니까요..."

 

나를 똑바로 쳐다보는 앨리스의 미소에 갑자기 얼떨떨해진 나는 반사적으로 머리를 흔들었다.

 

"아니... 나 혼자만의 힘이 아닌걸. 아스나랑, 스구랑, 시논이랑... 그 외에도 이 ALO에서 수천명이나 되는 플레이어들이 언더월드를 지키기 위해 힘을 빌려주었으니까."

 

"그랬었죠... 그 점을 감안한다면 단어 하나의 사용법 따위는 매우 사소한 일일거구요."

 

고개를 끄덕이며 앨리스는 다시 창 밖을 바라보았다. 그러나 그 눈동자는 어두운 숲이 아닌, 그 너머 저편에 있는 다른 세계를 보는것 같았다.

 

자위대에 의해 해상봉쇄 된 오션터틀의 내부에 언더월드의 [그릇]인 라이트큐브 클러스터와 메인 비쥬얼라이저는 아직 가동중이지만, 상황은 매우 유동적이다.

 

방위성의 수구파 - 반 라스 세력이 키쿠오카의 목숨을 건 투쟁 덕분에 일시적으로 제거되었기 때문에 아직까지는 언더월드가 폐기 된다는 결론까지 이어지지는 않았다. 그러나 권력 투쟁의 결과 여부에 따라서 무엇이, 어떻게 굴러갈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나와 아스나, 그리고 앨리스는 지난 8월 18일 새벽에 록폰기의 라스지부에서 언더월드에 다이브했다. 지상이 아니라 우주 한복판에 출현하는 바람에 엄청 당황했었지만, 거기서 만난 정합기사(騎士), 아니 정합기사(機士)인 소녀 두사람이 조종하는 [기룡]을 타고, 어찌어찌 인계에 도달할 수 있었다.

 

(한자를 보면 전자의 기사는 검을 다루는 사람, 후자의 기사는 기계를 다루는 사람이란 뜻 같습니다.)

 

하지만 갑자기 센트럴 커시드럴에 가는것은 다소 망설였다. 왜냐면 나와 아스나가 [성왕]과 [성왕비]가 되어 지난 이백년동안 무엇을 어떻게 했는지 기억 할 수 없을뿐더러, 우리는 이미 삼십년 전에 죽은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그런 사람이 [오랜만]이라며 나타난다면, 커시드럴뿐 아니라 전 세계가 혼란에 빠질거라는 건 쉽게 상상이 갔다.

 

그래서 우리 세 사람은 일단 센트리아 도심에 위치한 로랑네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소녀기사의 집으로 안내를 받았다. 지어진지 400년이 넘었다고 하는, 왠지 그리움이 느껴지는 그 집에서 우리들은 두 사람의 소녀기사들에게 언더월드의 현황을 자세히 들을 수 있었으며, 추가로 밥도 얻어 먹을 수 있었다.

 

다이브 하기 이전에 린코 박사님에게서 "다섯 시간이 지나면 강제로 깨울것이다"라는 말을 들었기에 ㅡ 다행히 이백년이 지난 언더월드에는 시계가 있었다 ㅡ 두 소녀기사와 다시 만날 것이라는 약속을 한 뒤에 우리 세 명은 로그아웃 했다.

 

솔직히, 지금 당장이라도 다시 들어가고 싶었으나, 린코박사님과 히가씨가 우리들이 가지고 온 정보를 상세히 검토해서 현재 언더월드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를 평가하기 전까지는 다이브 금지! 라는 말을 들었다.

 

어른들이 신중하게 행동하는 것도 이해는 간다. 앨리스에게 언더월드에 접속할 수 있는 IP주소를 알려준 사람이 누구인가는 ㅡ 어렴풋이 짐작은 가지만 ㅡ 아직까지는 명확히 밝혀지지 않은데다가, 향후 언더월드의 조종이 어찌 되느냐에 따라 라이트 큐브 클러스터의 보전 계획과 AI의 인권문제의 미래에 큰 영향을 주는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니까.

 

다행히도, 지금의 언더월드는 현실시간과 비교해 1배, 즉 같은 시간배율로 흐르고 있다. 그래서 예전처럼 한번 로그아웃을 하면 내부에서 몇년이나 지나가 버리는 일은 일어나지 않겠지만, 그래도 벌써 한 달이나 지나버렸다. 로랑네이와 스티카는 분명 속이 타고 있을것이며, 나 역시 그 두사람을 만나서 이번에는 언더월드가 아닌, 그녀들의 이야기를 듣고 싶다. 왜냐면, 아마 그 두사람들은ㅡ......

 

"...리토. 키리토. 듣고 있나요?"

 

캐트시 기사가 팔꿈치를 건드리자 그제서야 나는 눈을 깜박거렸다.

 

"아, 아아. 미안해. 언더월드에 관한 일을 생각하느라..."

 

내가 사과를 하자, 화난 얼굴이었던 앨리스의 얼굴이 다소 누그러졌다.

 

"그런가요. 저도 하루에 몇번씩이고 생각이 듭니다."

 

"어.. 빨리 가보고 싶어.""

 

"네에."

 

고개를 끄덕이는 앨리스가, 안타까움이 가득한 한숨을 내뱉었다.

 

앨리스가 갖고있는 고향에 대한 그리움의 깊이는 내가 비할바가 못된다. 게다가 그녀에게는 구체적인 목표도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가브리엘 밀러와의 최종결전에서 내가 알로 되돌린 비룡, 아마요리와 아마요리의 오빠인 타키구리를 다시 부화시키고 기르는 것.

 

그리고 다른 하나는 센트럴 커시드럴 80층에 딥 프리즈 상태로 잠들어 있는 여동셍 세르카 투베르크를 깨우는 것이다.

 

양쪽 다, 특히 후자는 쉽지 않을것이다. 자신이 200년 전에 사라진 전설의 정합기사 앨리스 신서시스 서티라는 사실을 현 인계 정부의 사람들에게 납득시켜야 하니까.

 

하지만 앨리스라면 분명 해낼것이고, 나 역시 협력을 아끼지 않을 생각이다. 세르카와의 재회는 나도 기대하고 있으니까.

 

다시 그 세계로 돌아갈 뻔한 내 생각을 앨리스의 목소리가 일깨워주었다.

 

"그러고보니 키리토, 린코박사님의 전언이 있습니다."

 

"응... 전언? 이메일로 보내면 편할텐데."

 

"아무래도, 네트워크에 기록을 남기고 싶지 않은 모양입니다."

 

그 말을 듣고 나는 얼굴을 다잡았다.

 

라스가 사용하는 회선들은 모두 고급 시큐리티가 적용되는 회선들이다. 그런데 메일은 커녕 음성통화도 사용하지 않고 로그가 남지 않는 ALO내부에서의 대화로 전해야 할 말이라면 상당히 중요한 메세지일 것이다.

 

내가 긴장한 상태로 있자, 앨리스는 명료한 목소리로 말했다.

 

"29일 15시. 비싼 케이크 가게."

 

"......하아?"

 

"이것 뿐입니다."

 

"........."

 

29일이라면 모레를 말하는 것일테고. 15시는 오후 3시. 불명확한 것은 아무데도 없다.

 

다만 비싼 케이크 가게는 무엇을 말하는 것인가. 그런 가게라면 도쿄에만도 산만큼 있고, 내가 사는 사이타마 현 카와코에시에서도 찾아보면 한 두개는 나올것이다.

 

순간, 린코박사님에게 메일을 보내 확인할 뻔 했지만, 이내 들었던 오른손을 다시 내렸다. 여기서 내가 먼저 연락을 하면 박사님의 노력이 수포로 돌아가고 만다.

 

내가 좌우로 목을 갸웃거리자 앨리스가 공연히 부럽다는 듯한 말투로 대답했다.

 

"현실세계에는 수많은 종류의 케이크들이 존재하는군요. 센트리아에서 먹어본 적 없는 음식들이 많이 있고, 사진을 보기만 해도 배가고파지는 것 같아요."

 

"아... 아아, 뭐... 그래도 나는 센트리아에서 사 먹었던 과자도 엄청 좋아하니까. 벌꿀파이라던가... 10시아 동전 3개로 가방 가득 살 수 있었고..."

 

"이곳의 케이크들은 비싼가요?"

 

"응, 체감으로 1시아가 수십엔 정도니까 제대로 만든 제과점 케이크라면 아마... 하나에 40시아 정도려나?"

 

"그, 그건 꽤 비싸네요..."

 

눈을 동그랗게 뜬 앨리스를 보자 나는 웃음이 나오려는걸 겨우 참았다.

 

"위에는 또 그 위가 있는 법이야. 내가 전에 긴자에서 먹었던 케이크는 한 조각에 60시아..."

 

거기까지 말하고 난 뒤에야 깨달았다.

 

린코박사님이라면 이런식으로 사람이 헷갈릴만한 암호를 사용하지 않을 것이다. 즉, [비싼 케이크 가게]라는 말은, 누군가가 박사님에게 전달해 달라고 부탁한 것이다. 그리고 그런 메세지를 생각해낼 법한 라스 관계자는, 내가 아는 사람들 중 단 한 사람뿐이다

 

내가 낙담하면서 한숨을 내쉬는걸 보고, 앨리스가 고개를 살짝 기울였다.

 

"무슨 일이죠, 키리토?"

 

"아니... 괜찮아. 방금전의 말이 무슨뜻인지 알겠어. 전언 고마워, 앨리스."

 

"쉬운일이니 상관없습니다... 라고 말하고 싶지만..."

 

황금의 기사는 무언가 생각난 것처럼 고양이 귀를 부들부들 떨더니 장난스러운 미소를 머금고 말했다.

 

"그렇다면 제 수련을 같이 해 주시지 않겠습니까?"

 

"어? 아아... 스킬 숙련도 올리는거 말이지..."

 

긍지높은 기사인 앨리스가 고양이 귀, 고양이 꼬리가 달린 캐트시를 선택한 이유는 단 하나였다. 비룡을 모는 용기사(드라군)가 되는게 가장 쉬운 종족이었기 때문이다. 

 

라고 말해도, 그렇게 쉽게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용을 타기 위해서는 검이나 창 스킬, 그리고 테이밍 스킬이 모두 높지 않으면 안되기 때문이다. 이 두 가지 스킬을 동시에 올리려면 오로지 전투만 계속 반복해 PI트리거(숙련도 상승)을 통해 무기스킬을 올리는 동시에, 쌓이는 스킬 포인트를 모두 테이밍 스킬에 투자할 필요가 있다.

 

약간 생각할 시간을 가진 뒤에, 나는 테이블 구석에 남아있던 숙제 윈도우를 원래 크기로 되돌렸다.

 

"그럼, 앞으로 30분 정도만 기다려 줘. 이 레포트를 완전히 끝낸 다음에 리즈들이랑 합류해서 같이 스킬포인트를..."

 

그러나 내 말은 '슈욱'하는 경쾌한 효과음에 가려졌다.

 

플레이어가 로그인 하는 소리. 그리고 이 로그하우스에 직접 출현할 수 있는 나 이외의 다른 한명이라면ㅡ.

 

내가 초고속으로 뒤를 돌아보자 앨리스도 부드럽게 몸을 돌려 뒤를 돌아보았다. 그와 동시에 문 앞에 슬림형 아바타가 출현했다.

 

밝은 하늘색의 긴 머리카락. 흰색을 바탕으로 한 배틀 드레스. 허리에 착용한 실버 레이피어. 운디네 회복술사이자 세검사인 아스나는, 나와 앨리스를 인식하자 표정하나 변하지 않고 천천히 두 눈을 깜박였다.

 

"어... 어서와, 아스나."

 

내가 자리에서 일어나면서 인사를 건네자 그제서야 환한 미소를 지으며 오른손을 가볍게 들어올린다.

 

"안녕, 키리토군. 그리고 어서와요, 앨리스씨."

 

"실례하겠습니다, 아스나."

 

앨리스 역시 웃으면서 대답했지만 두 사람의 온화한 표정에 거실의 공기가 무거워진듯한 느낌을 받는것은 내 착각일까, 혹은ㅡ

 

그러나 지금 상황이 어떻든간에, 나는 숙제를 끝내지 않으면 안된다. 가볍게 헛기침을 하고 입을 열었다.

 

"어, 나는 일단 레포트를 끝내야 하니까, 괜찮다면 두 사람 먼저 리즈랑 다른애들이 있는곳에..."

 

거기까지 말한 그 순간.

 

발밑에서부터 올라오는 엄청난 충격이 통나무집을 심하게 흔들었고, 이어서 천둥같은 커다란 중저음이 귓가에 울려퍼졌다.

 

"꺄아악!"

 

하는 두 사람의 비명을 듣는 순간, 나는 본능적으로 바닥을 걷어차 오른손으로는 앨리스를, 왼손으로는 아스나의 아바타를 안고 있었다. 그상태 그대로 바닥에 웅크린 직후, 새로운 진동이 느껴졌다. 로그하우스의 천장을 가로지르는 굵은 대들보가 흔들리며 삐걱거렸고, 테이블에서 머그컵이 굴러떨어졌다.

 

가상세계에 지진같은게 발생할리는 없고, 알브헤임의 대지가 흔들린다고 해도 아인크라드에 그 진동이 전해지진 않을 것이다. 만에 하나, 아인크라드가 흔들리더라도 통나무 집이 무너지는 일은 없을것이다. 이성으로는 그런 생각을 하면서도, 나는 본능적으로 외쳤다.

 

"둘 다, 일단 밖으로 나가!"

 

세검사와 고양이 귀 기사의 몸을 부축해서 흔들리는 바닥을 가로질러서 겨우 현관에 도착했다. 문을 열고 밖으로 나온 그 순간, 세번째로 전해진 가장 큰 진동에 발이 묶여서 짧은 계단에서 세 명 모두 굴러떨어졌다.

 

다행히 앞마당에 있는 잔디 덕분에 HP가 줄어드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이대로 공중으로 떠오른다면 최소한 흔들림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요정의 날개를 펼치려고 한 내 왼손을.

 

아스나가 혼신의 힘으로 움켜쥐면서 날카로운 목소리로 외쳤다.

 

"키리토군, 저, 저기...!"

 

가녀린 아스나의 왼손이 가리킨 것은 바로 옆의 경계선으로 보이는 파란 하늘이었다. 일 초 후, 나도 그것이 무엇인지 깨달았다.

 

시간이 현실과 다르게 흘러가는 알브헤임은 점심쯤이었기에 일몰은 아직 많이 남아있을텐데도, 수평선이 새빨갛게 물들어 있었다. 피처럼 붉은 그것은 엄청난 속도로 다가와 순식간에 아인크라드 상공에 도달했다.

 

"...노을은 아니로군요..."

 

이렇게 외친 사람은 내 오른팔을 잡고있는 앨리스였다. 말의 내용은 내 의식에 대부분 미치지 못했지만, 똑같은 말을 나도 머릿속으로 되뇌이고 있었다.

 

하늘이 붉게 물든게 아니라, 무수히 많은 육각형들이 맹렬한 기세로 하늘을 가득 메운 것이다. 그 표면에는 [Warning], 그리고 [System Announcement]라는 문자들이 교대로 줄지어서있었다.

 

"키리토군..."

 

아스나가 다시 가녀린 목소리로 내 이름을 불렀다. 가녀린 손을 꼭 붙들어주면서 나는 [그날]과 똑같은 하늘을 보고 뇌리에 떠오른 4년전의 기억이 생생하게 되살아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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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한사람
"국내에 있는 슈퍼컴퓨터의 대부분은 '그녀'의 감시하에 놓여져있으니까"
5부의 포인트가 될것같네요.
2017-12-16 09:17:41
추천0
emspvv
그녀가.. 처음 생각했을땐 유이 같았는데 아닐수도 있겠네요
2017-12-16 09:23:52
추천0
[L:1/A:142]
침묵한사람
액월의 백왕과 연결되는 인물이 아닐까싶네요.
흑막포스가...
2017-12-16 10:27:50
추천0
[L:44/A:371]
C6H6히오스
카디널일수도 있지 않나요?
2017-12-16 13:06:24
추천0
emspvv
아직 카디널이 실체화해서는 나타나지 않지 않았나요? 언더월드에서 어드미니스트레이터 복제된 자칭 카디널 말고는?

저는 그래서 휴식시간에도 데이터 수집..을 한다는 유이일거라 생각했거든요.
카야바가 만든 프로그램 중에서 여성이면서 카야바에게 적대적인 존재여야하니까
2017-12-17 20:33:55
추천0
emspvv
오.. 감사합니다!
2017-12-16 09:23:09
추천0
월리웨스트
이렇게 1부의 사건이 또다시 재현되는건가
2017-12-16 11:44:25
추천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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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드디어 유니크 아스나 구매를 성공했어요 ㅎㅎ [7]
돌격킬러
2023-10-29 1-0 816
20189 일반  
이거 겜 이름아니였나? [2]
Aimyon
2023-10-13 1-0 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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