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갓게문학] 아바타라 ㅡ 20화
눈이 펑펑 쏟아지는 고요한 밤하늘, 신비한 빛에 휩싸인 썰매 하나가 하와이 상공을 천천히 지나가고 있었다. 그 '신비함'은 웅장함이나 신성함과는 거리가 멀었으나 조용히 공중을 미끄러져 가는 모습은 마치 동화 속의 한 장면을 보는듯 했다.
"흠흠~♪"
비숍 니콜라오는 썰매에 걸터앉아 여유로운 미소와 함께 캐럴을 흥얼거리고 있었다. 저 아래 지상을 바라보니 다양한 종류의 크리스마스 트리와 알록달록한 전등 장식 사이로 수많은 사람들이 오가고 있었으며, 상점마다 달려있는 스피커에서 울려퍼지는 캐럴이 여기까지 들리는듯 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다리 옆에 둔 시계의 시끄러운 알람 소리가 니콜라오의 감상을 방해했다.
"하!!"
니콜라오는 알람이 울리자마자 시계를 부숴버렸다. 알람을 맞춰 놓은 시각은 12월 24일 23시 55분, 즉 크리스마스가 앞으로 5분 남았다는 뜻이다. 아마 지금쯤이면 동료들도 태평양 저 너머에 있는 세계정부에 잠입을 끝냈을 것이다. 조금 전엔 시계를 부쉈지만 그건 기분이 나빠졌기 때문이 절대 아니다. 오히려 니콜라오는 세계정부를 친다는 생각에 너무나도 들떠있었다.
니콜라오는 과거에 '바티칸' 소속이었으며 역사상 가장 빠른 속도로 추기경의 자리에 올랐을 정도의 엘리트였다. 그러나 누구나 입을 모아 '다음 교황은 니콜라오' 라고 할 무렵 그는 돌연히 은퇴해 자취를 감추었고, 때때로 어려운 아이들 앞에 나타나 도움을 주고 어딘가로 사라진다는 훈훈한 소문으로만 남게 되었다.
하지만 그런 그의 삶은 17년 전 대재앙 '라그나로크' 이후로 완전히 바뀌게 되었다.
"!!"
이런저런 생각을 하던 틈에 어느새 5분의 시간이 흘렀다. 시계는 이미 부숴지고 없지만 니콜라오는 크리스마스가 되었다는 사실을 분명히 느낄 수 있었다. 바로 그 순간, 아무 전조도 없이 니콜라오의 머리 위에 전투기 한 대가 나타났다. 그러나 그 전투기의 기종機種을 묻는다면 그 누구도 대답할 수 없을 것이다. 이 세상에 실존하던 종류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게 다가 아니었다. 니콜라오의 주변에 작은 거울들이 생겨나더니 홀로그램으로 태평양 건너의 GOH 경기장의 모습을 비추었다. 경기장 안에서는 마침 GOH 준결승이 한창이었다. 니콜라오는 두 선수가 싸우는 모습을 잠깐 구경하다 머리 위의 전투기를 향해 손을 살짝 흔들었다.
그와 동시에 전투기의 한쪽 날개마다 7개씩, 총 14개의 빛줄기가 뿜어져 나왔다. 그것은 미사일이었다. 다만 초속 500km를 넘는 속도로 날아가고 있기에 빛줄기처럼 보인 것 뿐이다. 미사일은 마치 철새들이 무리지어 날아가듯이 떼를 지어 무시무시한 속도로 태평양을 횡단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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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세 선수!! 일어나지 못합니다!! 과연 이대로 경기가 끝나는 것일까요?"
중국식 옷을 입고 머리를 짪게 깎은 선수 '리셔원'과 갈색 피부에 런닝셔츠를 입은 선수 '호세'의 격돌, 시종일관 리셔원의 우세였으나 나름대로 GOH 준결승전이라는 이름값은 하는 경기였다. 그러나 조금 전 카운터 어퍼컷이 치명타가 됐는지 호세는 바닥에 엎어져 좀처럼 일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만일 여기서 일어나지 못한다면 리셔원 선수가 KO승으로 결승전에 진출하게 됩니다!!"
"...현물화."
호세는 가까스로 몸을 일으켰으나 그 눈빛만큼은 꺾이지 않았다. 어느새 그의 손에는 장창 한 자루가 들려 있었다.
"사리사Σάρισσα."
수많은 빛의 장창이 생겨나 리셔원을 그대로 관통할 기세로 날아왔다. 리셔원 역시 이번엔 장난이 아니라는것을 깨닫고 진지한 표정으로 자세를 잡았다.
그때, 집행위원들은 전부 심각한 위험을 느끼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나 그것은 사리사 때문이 아니었다.
건물이 흔들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어디선가 날아온 미사일이 GOH 경기장의 방어체계를 관통해 경기장 지붕을 흔적도 없이 날려버린 것이다.
"이건 또 뭐야?!?"
집행위원들은 모두 바짝 긴장하며 전투태세를 갖추었다. 그와 동시에 관중석의 차단막이 내려가기 시작했다.
아직 상황 파악을 제대로 못 한 관객들은 어물쩍거리고 있었다. 그러나 다음 순간 미사일이 한 차례 더 날아와 경기장 한쪽 외벽을 날려버리자 순식간에 관중석은 아비규환으로 변했다.
"집행위원의 지시에 따라 대피해주세요!!"
"으아아아 비켜!!"
"살려줘!!!"
집행위원들은 조금 전보다도 더 당황한듯이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갑작스런 폭격에 당황한 것이 아니다. 첫번째 공격은 천장에 가려서 보이지 않았다고 쳐도, '집행위원'급의 동체시력으로도 두번째 공격 역시 전혀 파악하지 못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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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오첸 님. 시작됐습니다."
"역시 박무봉의 모습은 보이지 않습니다."
"겁쟁이 자식... 어쩔 수 없죠. 다들 실컷 날뛰러 갑시다."
비숍 샤오첸은 겨우 몇 km 떨어진 곳에 잠복해 있던 NOX 신도들과 극진공수부대를 이끌고 경기장을 향했다.
다음 화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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