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빵에 별사탕은 왜 들어있을까?
건빵에 별사탕은 왜 들어있을까?
건빵을 안 먹어본 적이 있으면 손 한 번 들어보도록. 아무도 없을 것 같다. 대한민국 군필자라면 먹다 못해 건플레이크 한 번이라도 만들어본 적이 있지않을까. 나도 군대에서 무수히 많은 건빵을 보급받았었고, 언제나 버리거나 P.X가 열지않는 훈련때나 가끔 먹었었는데, 매번 먹으면서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건빵에는 왜 별사탕이 들었나
건빵은 익히 알려진대로 서양에서 먹던 비스킷이 원조다. 서양의 전투식량하면 통조림,병조림이라고 보통 생각을 많이 하지만, 나폴레옹이 병조림을 발명하기 전까지 근대 서양 전쟁은 비스킷을 가져가서 뜨끈한 고기 스프에 불려먹는 것이 전투식량의 거의 전부였다고 한다. 당연히 총알이 빗발치는 전장에서 취사를 하거나 뭘 만들어 먹는 시간이 낭비였으니 이해할 만 하지 않은가.
19세기 중반이 지나서야 해외에 문호를 개방한 일본은 메이지유신으로 급격한 근대화를 체험하게 되고 유학생들을 파견해 서양 군대에서 사용하는 모든 체계와 전술을 흡수하기 시작했다. 그 때 들여와서 적용시킨 것이 바로 이 오래 된 서양의 전투식량 비스킷이었다. 병조림이나 통조림이 서양에서 개발된 이후에 개항한 것이었지만, 당시에 일본은 산업혁명의 ‘산’자도 들어오기 이전이었기에 전투식량으로 병조림, 통조림을 대량생산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되는 일이었다. 때문에 당시 사람들이 새로운 전투식량으로 주목한 것이 빵과 비스킷이었다고 한다. 근데 빵이란게 워낙 상하기가 쉬운지라, 일본같은 무더운 곳에서의 운용은 힘들었다. 당연히 나중에 빵은 떨어져나가고 결국 근대 일본군의 전투식량은 비스킷으로 굳혀져, 이를 일본식으로 변형한 현재의 건빵(Hardtack)이 전 일본군에 보급되기 시작한다.
여기까지 이야기하면서 건빵은 상당히 전술적으로 동서양 모두에 보편화된 전투식량이라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는데, 별사탕은 다른 나라에는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상당히 궁금증이 생긴다. 건빵에 별사탕을 넣게 된 데에는 일본의 특수한 상황이 존재한다. 일본에서 별사탕은 콘페이토(金平糖, confeito)라고 부르는데 이름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16세기 말 포르투갈 선교사가 일본 쇼군에게 선물한 사탕에서 비롯됐다. 옛날에 설탕은 아주 귀한 식품이었기 때문에 설탕을 원료로 만든 별사탕은 아무나 먹을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일본도 마찬가지여서 19세기까지 귀족이 먹는 사치품이었고 일왕이 백성에게 선물로 하사하는 귀중품이었다. 그러니 일반 백성에게는 꿈속에서나 먹을 수 있는 음식이었다.
값비싼 원료였기에 일본은 1896년 대만을 식민지로 만들면서, 사탕수수의 재배를 장려해 설탕 생산량 증가에 박차를 가하기 시작한다. 이후, 일본은 일제시대 우리의 쌀처럼 증산에 관련없이 마구잡이로 설탕을 수탈하기 시작한다. 덕분에1926년 이후로 일본은 설탕을 자급자족할 수 있는 정도로까지 발전하게 되고, 시중에서 설탕을 구하기 쉬워지게 된다.
설탕의 자급자족이 이루어지자, 일본군은 건빵에 별사탕을 넣는 방법을 고려하기 시작했다. 일본군은 별사탕이 전투식량인 건빵에 획기적인 도움을 줄 수 있다고 판단했다.
➀건빵에 별사탕이 들어있는 걸 본 병사 : 쇼군이나 일왕이 하사해야 그나마 먹을 수 있던 별사탕을 건빵에 넣어서 맘껏먹으라고 주다니 일본제국만세! 이런 나라를 위해서 죽기까지 싸우자! → 사기의 상승효과
➁건빵과 별사탕을 같이 먹는 병사 : 서양에서는 스프에라도 불려먹었기에 꾸준히 먹는게 가능한데, 우리는 뭐 스프도 없고, 미소국도 없어서 이거 뭐, 텁텁해서 먹겠나ㅠㅠ. 근데 별사탕이 들어있네. 먹어봐야지.. 어 이거 단맛 때문에 침이 고이잖아ㅋㅋ 건빵이랑 같이먹으면 안 텁텁하겠다. 우왕ㅋ굳ㅋ → 꾸준한 섭취 가능
➂당분이 부족한 병사 : 비스킷만 먹으니까 힘이 없네.. 뭐 힘 좀 팍팍 생기게 당 좀 없나ㅠㅠ 근데 별사탕이 있눼? 우와 먹으면 당 때문에 바로바로 힘이나요ㅎ → 전투력 상승
➃더운 곳에 파견간 보급장교 : 다른 설탕덩어리는 더우면 녹아버려서 보관도 힘든데... 별사탕은 건빵이랑 같이 보관해도 녹지도 않고 그대로잖아? 보관성 짱!!→ 보급, 보관에 유용
위의 효과를 예상한 일본 군사령부는 설탕의 자급자족이 가능한 26년 이후에 첫번째로 발발한 전쟁. 즉, 1931년 만주사변 때부터 건빵에다 별사탕을 넣어 일본군에 보급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만주사변이 발생한 1931년의 기록에 건빵 225g에 별사탕을 함께 넣어 포장했다는 내용이 있다. 그리고 중일전쟁이 본격화된 1938년, ‘육군전시급여규칙(陸軍戰時給與規則)’에는 건빵 220g에 별사탕10g을 무명 주머니에 별도로 넣는다는 규정이 실려 있다. 일제가 중국 침략을 본격화하면서 전투식량으로 건빵과 별사탕이 더욱 발전했음을 알 수 있다.
일제시대 이후, 일본이 남기고 간 시스템을 그대로 이어받아 나라를 세우게 된 대한민국은 일본군이 남겨 놓은 군사체계도 그대로 이어가게 되었다. 일본군이 채용했던 ‘건빵에 별사탕’ 시스템도 그대로 도입하게 된다. 이후는 뭐 1950년대 미국 설탕 원조에 힘입어서 건빵에 별사탕 넣는 전투용 비상식은 현재까지도 우리나라에서 꾸준히 이어져 내려오고 있다는 이야기다. 건빵의 별사탕은 입이 심심해서 넣어놓은 것이 아니라 일본군의 전략에 따라 첨가된 비책이란 말씀... 아니 뭐 그냥 그렇다고.. 유래를 알고 먹으면 더 재밌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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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별사탕 왜 들어갔나 알아볼려고 했는데 건빵분량이 너무 커져버렸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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