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설(新雪) - 한하운
新雪
한 하 운
눈이 오는가.
나요양소(癩療養所)
인간 공동묘지에
함박눈이 푹 푹 나린다.
추억같이......
추억같이......
고요히 눈 오는 밤은
추억을 견뎌야 하는 밤이다.
흰 눈이 차가운 흰 눈이
따스한 인정으로 내 몸에 퍼붓는다.
이 백설 천지에
이렇게 머뭇거리며
눈을 맞고만 싶은 밤이다.
눈이 오는가.
유형지(流刑地)
나요양소
인간 공동묘지에.
하늘 아득한 하늘에서
흰 편지가 소식처럼
이다지도 마구 오는가.
흰 편지따라 소식따라
길 떠나고픈 눈오는 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