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동거리 3 - 한하운
明洞 거리 3
한 하 운
수캐 같은 계집들이
꼬리를 치고 간다.
돼지 같은 사내들이
계집을 귀속재산(歸屬財産)처럼
네것 내것같이 공것같이
영호 부인(零號婦人)으로 스페어로 달고 간다.
유행이라면
벌거벗는 것도 사양치 않는 계집들이
밀가루 자루 같은 것
마다리 자루 같은 것
허리끈도 없이 뒤집어 입고
말하자면
잠옷으로 걸어가는
이 거리 명동 거리는
벽 없는 공동 침실의 입구.
말초 신경에다 불을 켜 놓고
원숭이 광대줄 타는 허기찬 요술이
하나 밖에 없는
국산 민주주의를 낳고
도무지
뭐가 뭔지 알 수 없는
개나팔을 불기만 한다.
언제나 명절 같은 이 거리
언제나 명절 같은 이 거리에
수캐 같은 계집과
돼지 같은 사내가
어디라 할 것 없이
거리라 할 것 없이
꽉 꽉 차 있다.
놀고 먹는 거리는
대폿집 당구장 다방
극장 댄스홀 바아
화식(華食) 양식(洋食) 왜식(倭食)
한식(韓食) 집집 또 또......
세상이 삶이
혼나간 미친년 웃음 같애서
베이비 당구장
슬로트 머신에 진종일 달라붙은 사람들이
털컥 털커덕
털컥 털커덕
시끄럽기만 하다.
나이롱 양말같이 질긴 계집이
나이롱 양말같이 질기지 못한 계집이
포동거리는 사육(謝肉)은
실속이 없는 숟가락 같은
의이(擬餌)의 낚시밥이 되어
하많은 것을 잃어버린다.
한 떨기 꽃도 피어날 수 없고
한 마리 새도 울 수 없는
이 거리 명동 거리에
수캐 같은 계집과
돼지 같은 사내가
사람이 망가진 인조 인간들이
네온 불 원색을 밟는 부나비가
벌레 먹은 서울 어두운 골짜기를 헤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