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 박두진
철죽 꽃이 필 때면,
철죽 꽃이 화안하게 피어 날 때면,
더욱 못견디게
아버지가 생각난다.
칠순이 넘으셔도 老松처럼 정정하여,
철죽꽃이 피는 철에 철죽 꽃을 보시려,
아들을 앞세우고
冠岳山,
서슬진 돌 바위를 올라 가셔서,
철죽 나물 캐어다가
뜰 앞에 심으시고
철죽 꽃이 피는 것을 즐기셨기에,
철죽 나물 캐어 드신
흰 수염 아버지가
어제같이 산탈길을 걸어 내려오시기에,
철죽 꽃이 피는 때면,
철죽 꽃과 아버지가
한꺼번에 어린다.
물에 젖은 둥근 달
달이 솟아오르면,
흰옷을 입으셨던
아버지가 그립다.
달 있는 천변길을
늦게 돌아오노라면
두진이냐 ?
저만치서 커다랗게 불러 주시던
하얗게 입으셨던 어릴 때의 아버지
사월은 가신 달,
아아, 철죽 꽃도 흰 달도
솟아 있는데,
손수 캐다 심어 놓신
철죽 꽃은 피는데,
어디 가셨나
큰기침을 하시며,
흰옷을 입으시고
어디 가셨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