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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 박두진
사쿠야 | L:97/A:61
2,334/6,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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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 0 | 조회 87 | 작성일 2020-07-18 00:0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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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 박두진

철죽 꽃이 필 때면,

철죽 꽃이 화안하게 피어 날 때면,

더욱 못견디게

아버지가 생각난다.

 

칠순이 넘으셔도 老松처럼 정정하여,

철죽꽃이 피는 철에 철죽 꽃을 보시려,

아들을 앞세우고

冠岳山,

서슬진 돌 바위를 올라 가셔서,

철죽 나물 캐어다가

뜰 앞에 심으시고

철죽 꽃이 피는 것을 즐기셨기에,

철죽 나물 캐어 드신

흰 수염 아버지가

어제같이 산탈길을 걸어 내려오시기에,

 

철죽 꽃이 피는 때면,

철죽 꽃과 아버지가

한꺼번에 어린다.

 

물에 젖은 둥근 달

달이 솟아오르면,

흰옷을 입으셨던

아버지가 그립다.

달 있는 천변길을

늦게 돌아오노라면

두진이냐 ?

저만치서 커다랗게 불러 주시던

하얗게 입으셨던 어릴 때의 아버지

 

사월은 가신 달,

아아, 철죽 꽃도 흰 달도

솟아 있는데,

손수 캐다 심어 놓신

철죽 꽃은 피는데,

 

어디 가셨나

큰기침을 하시며,

흰옷을 입으시고

어디 가셨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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