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럽혀진 그대
더럽혀진 그대
나는 오늘도 그대를 만나려 간다.
보고 싶지 않은 그대, 만나고 싶지 않은 그대
그럼에도 나는 오늘도 그대를 만나려 간다.
내가 그대를 좋아하는 일은 없겠지
내가 그대를 사랑하는 일은 없겠지
그대는 언제나 더럽혀져 있으니깐.
그대의 몸은 언제나 검은 액체로 얼룩져 있다.
그대의 안은 언제나 하얀 액체로 더렵혀져 있다.
그대의 몸은 언제나 붉은 액체가 흘러넘치고 있다.
그대의 안에 손을 넣으면 언제나 축축한 감촉이 손안을 감싼다.
나는 손을 감싸는 그대 속 하얀 액체는 언제나 나의 기분을 안 좋게 한다.
나의 손을 더럽히는 그대 속 붉은 액체는 언제나 나를 흥분시켜준다.
누가 그대를 이렇게 더럽혔을까
누가 그대를 이렇게 축축하게 했을까
아니, 그대를 이렇게 만든 건 한두 명이 아니겠지,
그대의 속을 청소해주고 나는 돌아간다.
그대가 더럽혀지지 않은 날은 없겠지.
그대가 더럽지 않으면 나와 만날 일 없을테니깐
오늘도 나는 그대를 만나려간다.
보고 싶지 않은 그대, 만나고 싶지 않은 그대
나는 오늘도 그대를 만나려 간다. 편의점 밖의 쓰레기통 씨x
-by 야간편돌이
ps. 액체들의 정체는 아래와 같습니다.
붉은 액체 = 라면국물
하얀 액체 = 우유, 요구르트, 곰탕라면
검은 액체 = 커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