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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사 - 서정주
에리리 | L:60/A: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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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 0-0 | 조회 93 | 작성일 2021-02-27 00:0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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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사 - 서정주

 

 

사향(麝香) 박하(薄荷)의 뒤안길이다.

아름다운 배암 ……

얼마나 커다란 슬픔으로 태어났기에, 저리도 징그러운 몸둥아리냐.

 

꽃대님 같다.

 

너의 할아버지가 이브를 꼬여내던 달변의 혓바닥이

소리 잃은 채 낼룽거리는 붉은 아가리로

푸른 하늘이다. ……물어 뜯어라, 원통히 물어 뜯어,

 

달아나거라. 저 놈의 대가리 !

 

돌팔매를 쏘면서, 쏘면서, 사향 방초(芳草)길

저 놈의 뒤를 따르는 것은

우리 할아버지의 아내가 이브라서 그러는 게 아니라

석유 먹은 듯 …… 석유 먹은 듯 …… 가쁜 숨결이야

 

바늘에 꼬여 두를까부다. 꽃대님보다도 아름다운 빛……

 

클레오파트라의 피 먹은 양 붉게 타오르는

고운 입술이다 …… 스며라! 배암.

 

우리 순네는 스물 난 색시, 고양이 같이 고운 입술……

 

스며라! 배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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