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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의 새 - 박두진
사쿠야 | L:97/A: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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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 0-0 | 조회 371 | 작성일 2020-07-14 00:0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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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의 새 - 박두진

아직도 나는 너를 사랑하고 있다

너는 하늘에서 내려온

몇 번만 날개 치면 산골짝의 꽃

몇 번만 날개 치면 먼 나라 공주로,

 

물에서 올라올 땐 푸르디푸른 물의 새

바람에서 빚어질 땐 희디하얀 바람의 새

불에서 일어날 땐 붉디붉은 불의 새로

아침에서 밤 밤에서 꿈에까지

내 영혼의 안과 밖 가슴속 갈피갈피를

포릉대는 새여

 

어느 때는 여왕으로 절대자로 군림하고

어느 때는 품에 안겨 소녀로 되어 흐느끼는

돌아설 땐 찬바람

빙벽 속에 화석하며 끼들끼들 운다.

 

너는 날카로운 부리로

내 심장의 뜨거움을 찍어다가 벌판에 꽃뿌리고

내가 싫어하는 짐승 싫어하는 뱀들의

그것의 코빼기를 발톱으로 덮쳐

뚝뚝 듣는 피를 물고 되돌아올 때도 있다.

 

너는

홀로 쫓겨 숲에 우는 어린 왕자의 말이다가

밤마다 달빛 섬에 홀로 우는 학이다가

오색 훨훨 무지개 속 구름 속의 천사이다가

돌로 치는 군중 속의 피흐르는 창녀이다가

한번 맡으면 쓰러지는 독한 꽃의 향기이다가 새여.

 

느닷없이 얼키설키 영혼을 와서 어지럽혀

나도 너를 알 수 없고 너도 나를 알 수 없게

눈으로 서로 보면 눈이

넋으로 서로 보면 넋이

타면서 서로 아파 깊게깊게 앓는,

 

서로 오래 영혼끼리 꽃으로 서서 우는

서로 찾아 하늘 날며 종일을 울어예는

어쩔까 아 징징대며 젖어오는 울음

아직도 너는 나를 사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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