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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수 - 정지용
에리리 | L:60/A:454
3,109/4,210
LV210 | Exp.73% | 경험치획득안내[필독]
추천 0-0 | 조회 155 | 작성일 2020-07-21 22:1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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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수 - 정지용

향수 - 정지용

 

넓은 벌 동쪽 끝으로

옛이야기 지줄대는 실개천이 휘돌아나가고,

얼룩빼기 황소가

해설피 금빛 게으른 울음을 우는 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 리야


질화로에 재가 식어지면

뷔인 밭에 밤바람 소리 말을 달리고,

엷은 졸음에 겨운 늙으신 아버지가

짚벼개를 돋아 고이시는 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 리야


흙에서 자란 내 마음

파아란 하늘빛이 그립어

함부로 쏜 화살을 찾으러

풀섶 이슬에 함추름 휘적시던 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 리야


전설 바다에 춤추는 밤물결 같은

검은 귀밑머리 날리는 어린 누이와

아무렇지도 않고 예쁠 것도 없는

사철 발 벗은 아내가

따가운 햇살을 등에 지고 이삭 줍던 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 리야


하늘에는 성근 별

알 수도 없는 모래성으로 발을 옮기고,

서리 까마귀 우지짖고 지나가는 초라한 지붕,

흐릿한 불빛에 돌아앉아 도란도란거리는 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 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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