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군 하니까 어이없는 일 하나 생각남.
내가 중대 내에서 가장 높은 병장이었을 때, 우리 중대는 타 중대와 근무를 바꿔서 민간인 통제선, 흔히들 민통선이라고 부르는 곳에서 근무를 섰음.
우리 중대가 관리하는 민통선은 GOP와 이어지는 길목이었기 때문에 민간인들의 차량 통제를 제한하고, 드나드는 군인들의 신원과 차량도 하나하나 다 기록하고 보고를 올려야 했음.
당시에는 코로나 시국이었기 때문에 방역을 책임지는 간부가 병사들과 함께 근무를 섰음.
그때 여군 부사관 한 명이 방역 간부를 한 적이 있었음.
뭐, 우리 중대도 투입 전에 오랫동안 절차에 대한 교육을 받았고, 나도 처음에는 버벅이는 상황이 많았기 때문에 근무에 익숙하지 못한 것은 이해했음. 민통선 독립소초에서 몇 개월을 구른 사람들과 몇 번 하는 사람과는 다르니까.
근데 거기 민통선이 시설이 굉장히 안 좋았음. 민통선 근무지가 있고, 우리 중대원들이 퇴근하고 생활하는 소초가 있는데 둘 다 시설이 극악이었지만, 소초는 그나마 양반이고, 근무지는 화장실이 정말 역겨움.
그리고 원래 GOP나 민통선 같은 대대급이 아닌 중소대급 독립소초는 어지간해서는 여간부가 들어오지 않음.
그런데 간부가 너무 부족해서 여간부들도 근무를 해야 했음.
근데 화장실이 존나 더러우니까 그 여간부가 용변을 해결하지 못함. 그렇다고 병사들처럼 근처에 꽤 큰 풀숲에서 해결하기에는 또 여간부라서 좀 그렇다는 거임.
그래서 어떻게 했냐면 여간부가 용변이 급하면 소초장님에게 전화를 하고, 소초장님께서 소초 화장실에 데려다 주기 위해서 차로 민통선 근무지까지 오고, 화장실 데려다 주고, 다시 근무지로 보내줘야 했음.
그 여군한테 차가 없고, 면허도 없어서.
그래서 우리는 항상 소초장님 차가 올 때마다 신데렐라 동화책에 나오는 호박마차라고 불렀음.
그래도 이 역시 안 잊혀지는 군대 이야기 중 하나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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