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직근무
제가 군시절- 병장이었을때 일입니다.
군대에선 주기적으로 당직근무를 서게됩니다. 당직근무라는 건 소대장중 한명과 하룻밤을 같이 새면서 근무를 서는 것으로 한밤중에 순찰을 돌기도 합니다.
그렇게 순찰돌다가 일어난 일입니다.
자정이 조금 넘었을 무렵, 소대 주위를 순찰하기 시작했는데, 그날따라 안개가 끼어서 으스스한 느낌이었습니다. 그런데 (경비)초소를 보고있노라니, 초소에서 한팀(=두명)이 나오고 있었습니다. 분명 초소 교대시간은 새벽 2시일텐데 12시가 조금 넘어서 벌써 나오다니.
...이건 분명히 초소이탈, 즉, 근무를 안서고 땡땡이를 치려는구나- 라고 생각되어서 제딴엔 소대원 감싸준다고 모른척 하려 했는데 소대장님께서 말씀을 하시길,
“야, 저기 누가 내려오지 않냐?” 하시는 것이었습니다. 전 능청스럽게 “아무것도 안 보입니다“ 라고 말했지만, 소대장은 극구 부인하면서 누가 내려온다고 올려가다보면 만나겠지라고 하시며 초소입구로 향하셨습니다.
전 -망했구나- 라고 생각하며 올라가는 데, 이상하게도 초소에 도착할때까지 아까 초소에서 나오던 일행을 만나지 못했고... 오히려 초소 안에서 고참인 녀석인 자고 있고, 이등병 녀석은 밖에서 쭈꾸리고 졸고 있었습니다.
물론 그 녀석들은 군기교육대를 갔고, 초소에서 내려오던 부대원 두명은 소대장이 잘못 본 것으로 결론을 내렸습니다.
그런데 그 후... 제대를 얼마 앞두고, 당직근무를 후임에게 인수인계하려고 낮에 경게근무를 나갔을 때였습니다.
당시 저와 같이 당직근무를 하던 녀석은 새로 온지 얼마 안된 이등병으로 무당 아들이라고 했는데, 그래서였을까요? 그 녀석이 처음으로 초소에 오자마자 이렇게 말하는 거이었습니다.
"나병장님~ 우와 여기 군바리 혼백이 둘 있는데예? 둘다 눈이 없어서 존내 돌아다니네예..."